국화가 피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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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리온
작품등록일 :
2024.03.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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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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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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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기억하는 방법

DUMMY

"이동하는데 3일이면 충분하겠다."



"응? 뭐가?"



높이 떠오른 구름과 넓은 들판, 그 사이에는 피어오르는 먼지에도 문제없이 작동하는 기계말 4기가 끄는 마차가 있다.


정교하게 기계로 말을 만들거면 차라리 자동차를 만들던지, 싶겠지만 기계 말은 부유한 귀족의 상징이다.


마법으로 단번에 만들어 낼 수 있는 물품이 아닌 장인이 손수 제작하는 물품인 만큼 어지간한 귀족들은 구매하지 못하는 사치품이다.


그렇기에 명색이 제국의 공작인 레투아니르 공작가에선 이런 기계 말을 4기나 활용한 마차를 언제나 대외 활동에서 자주 활용하는 법이다.



"당연히 교복부터 개조해야지. 최대한 빽빽하게 말이야."



원작 게임의 전투 및 레벨 디자인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소리를 듣지만 공식적인 장르는 연애 시뮬레이션이다.


그러다보니 일부 억지스러운 설정이 드물게 발견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교복의 개념이었다.


제국학교 교복은 초기 스탯이 매우 낮지만 적은 소재를 활용해 언제든 강화가 가능했으며 마법부여 칸 또한 다른 장비들과 다르게 유일한 5칸이 존재하였다.


그야말로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의 극대화.


이 후 패치를 통해 강화량이 어마무시하게 많아졌지만 지금 니키타와 에리타가 받은 교복은 품질이 이미 상급.


니키타가 지금까지 사냥해온 어둠숲의 짐승들을 갈무리해 얻어낸 가죽과 부산물들을 활용해 만든 교복이다.



"니키타, 혹시 마법 부여도 할 수 있어?"



"어둠숲에서 틈틈이 해온 작업이라 어느 정도는 가능해."



제국학교는 제국인이라면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하는 학교이지만 실제로 그 학교의 수업 방식은 스파르타이다.


기술은 물론이지만 마법의 경우 압도적인 토론과 이론 일정 외에 스스로 연구하고 테스트하는, 즉 육각형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의 장이라 보면 된다.


거기에 학교는 수업 외의 부분에 대하여 간섭을 거의 하지 않기에 학생들 사이에는 상당히 거친 관계가 형성되곤 한다.


순수한 실력주의적 사고에 심하면 우월주의까지, 더불어 신분, 종족에 따른 활동과 더불어 드물게 나타나는 차별과 괴롭힘까지 일어나는 곳.


그렇기에 신입생들 중 절반은 이러한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퇴학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다쳐도 완벽히 치료가 가능하기에 죽이지만 않는다면 피 튀기는 전투 또한 허용되어 있다.



"그러니 학칙에 교복을 개조해서는 안된다라는 규칙이 없는 거 같더라고."



"확실히, 학교 내에서 개인 무기를 지참하라는 입학 안내서가 있다면 웬만한 귀족들도 나름의 준비를 마쳤을 거라 생각되네."



"그럼, 그러니..."



니키타는 자신의 교복을 꺼내 옷을 뒤집고는 펜을 하나 꺼내들었다.



"신중하게 골라 새겨야지. 아마 다섯 개 정도면 적당하려나?"



"근데 각인을 새기고 싶다면 마공함에서 해도 되는거 아니야?"



"마공함에선 푹 쉬고 싶은걸. 천천히 쇼핑이나 하면서 구경하려고."



신중하게 고르겠다는 말과는 반대로 니키타는 천천히 교복에 문장을 새겨넣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총구에 새긴 가속의 각인은 짧고 여러번 사용함으로써 폭발력 있게 각인을 수십 번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면 옷은 길고 오래 흘러가야 한다.


그렇기에 옷이나 방어구에 각인의 효과가 더 오래, 강하게 효과를 발휘되려면 최대한 길게 작성해야 한다.


상의에는 길게 보호 각인과 청결 각인, 해독 각인을 새기며 하의에는 가속 각인과 흡수 각인을 새긴다.


청결 각인의 의미는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 수 있을테지만 이는 학교 내 커리큘럼을 기준으로 중요한 효과를 보여주기에 필수적인 각인이다.


그렇게 3일 간의 여정을 이어나갔다.


니키타의 음식은 에리카에게 처음 맛보는 신세계였으며 에리카가 알려주는 각 국가의 이야기는 니키타에게 흥미로운 주제가 되었다.


낮에는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따스한 마차 안에서 챙겨오거나 따온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엘리오르 신성국과 반데이르 제국, 그리고 유일한 다인종 국가이자 가장 거대한 국가인 이루크 연합에 대한 이야기를 에리카가 들려주었다.


국가에 대한 자세한 요소가 아닌 어느 국가의 핵심이나 관광 요소나 특산물 같은 것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제국은 대륙 중부부터 북부까지 뻗어 있어서 식재료는 지역마다 상당히 달라지는데 그러한 특색의 끝은 이루크 연합이거든."



"다종족 국가라서?"



"그렇다고 본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정확히는 각 종족별 음식들이 한데 섞인 형태가 이루크 연합 음식의 특징이야. 다양한 종족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다보니 독특한 음식은 연합국 음식이 최고라 평가한다고 말하더라."



니키타는 에리카의 말을 들으며 교복에 각인을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새겨넣었다.


조금이라도 잘못 새기면 고칠 수 없기에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적어 나가야 하지만 자신의 총에 여러번, 그것도 아주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새긴 솜씨는 여기서도 빛났기에 단 하루 만에 교복 두 벌에 전부 새겨넣었다.


첫째 날 밤만 기존에 쉬기로 했던 여관을 너무 많이 지나친 바람에 야영을 하게 되었다만 니키타도 에리카도 불평하지 않았다.


무엇을 이야기해도, 무엇을 해도 이상하게 즐거울 뿐이었다.


특히 에리카는 더욱, 평소보다 더 많이 웃어보였다.



* * *



"레투아니르 공작가의 마차다! 문을 열도록!"



신원 확인을 마친 문지기의 외침과 함께 도시의 성문이 개방되며 그 내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제국 남부 황실 직할 마공항 도시, 아이란트의 전경은 그야말로 독특한 분위기를 내보이고 있었다.


최남단 국경 지대에 위치한 레투아르가 중세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왔다면 아이란트는 공업이 발전되었다는 분위기가 물씬 풍겨왔다.



"우리가 저번에 성국으로 가는 마공함을 탔을 땐 약간의 편법을 활용했지만 여기가 바로 공식적으로 마공함을 타는 공항이 있는 도시야."



공항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형태의 계획 도시인 듯한 이 작은 도시는 레투아르와 다른 활기가 느껴졌다.


공항을 이용하려는 이들이 많다보니 마차를 세울 역참 또한 5분에 하나씩 보일 정도로 많았음에도 상당한 말들이 세워져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린 우리 가문 전용 역참이 있으니 거기로 갈 꺼야."



그 말에 니키타는 레투아니르 공작가가 제국의 3대 공작가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레투아니르 공작가 전용 역참은 공항과 걸어서 겨우 5분 거리 밖에 되지 않았다.


정차되어있는 마공함은 이전 성국으로 갈 때 탑승했던 마공함과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거대하였다.


수소로 움직이던 비행선처럼 생긴 마공함은 풍선이 있을 자리에 거대한 금속과 더불어 창문까지 나있는 것으로 보아 저곳이 내부인 듯 보였다.



"저런거 12대가 제국학교 소유라고 하더라. 한 대가 거의 5000만 금화 정도라 들은 거 같은데 그 정도 재력이면 입학금은 받지 말아야 되는거 아니야?"



국가직 근로자들이 받는 월급은 평균 5금화다.


게임 기준으로 현질할 때 가격을 기준으로 이야기하자면 1금화는 100만원이니 5000만 금화라면...


니키타는 그냥 생각하지 말기로 하였다.


사실 에리카 또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제국학교의 입학금은 상당히 싼 가격이다.


최신식, 최고급 시설들을 누리는 것은 물론이며 졸업하지 않아도 든든한 취업은 보장해주는 학교의 학비는 1년에 2금화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매우 싼 가격이다.


물론 막상 입학한 뒤에 사용될 금액을 생각한다면 그리 싼 편은 아닐 수 있다 생각할 수 있지만 입학금만 낸다면 일단 다닐 수 있지 않은가.


입학을 한 순간부터 이미 제국 내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인재라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근데 니키타, 너 연금학을 배우려는 이유가 정확히 뭐야?"



에리카의 질문은 지극히 당연한 질문이었다.


그토록 오래 사냥을 업으로 살아온 이가, 도끼를 휘두르며 기력을 다루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이가 갑자기 연금학을 배우겠다니, 어이가 없을 것이다.



"그거야 약 정도는 내 손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난 사냥만 하는게 아니라 농사도 지을 생각이거든."



"응? 그, 그래?"



절반은 맞는 말이다.


연금술 배워먹으면 나중에 농사지을 때 비료나 영양제, 제초제 같은 거 잔뜩 만들 수 있지 않을까란 막연한 미래를 바라보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니키타가 연금학을 선택한 이유는 두 가지인데, 자신의 마력량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함과 변절된 신성술식 또한 새겨야 하기 때문이었다.


술식은 본디 각인의 옆에 새김으로써 각인의 힘을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해준다.


하지만 문제는 기존의 어둠 각인이었다면 아무런 문제없이 새겼을 터였다만 니키타의 어둠 각인은 너무나 뒤틀리게 강해지고 말았다.


니키타는 어둠의 각인이 강해진 원인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나는 거울 던전을 탐사할 때, 피를 대가로 지불한 대신 주입된 검은 마력이며 둘은 그 존재의 영향으로 변질된 각인이다.


즉 사람의 마력이 아닌 이질적인 존재의 마력에 의한 변질이라 보는 것이 맞다 생각한 니키타는 변절되었다 해도 이 마력과는 충돌할 우려가 있다 판단했기에 이를 더 개조해볼 생각이었다.


검은 마력에 대하여 더 연구도 해 볼겸 변절된 신성술식도 고치고 이외에 배운 연금술로 농사도 지을 수 있다면 얼마나 최고인가.


하지만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변절된 신성술식.


곧 있을 게임 시나리오의 제 1장에 상당히 필요한 술식이 되어줄 것이다.


카세가 죽었다고 후기 세레니즘이 해체하진 않을 것이다.


실제로 대외 활동을 해온 이들의 90%가 전기 세레니즘이었기에 성국 내전 때 그 자리에 없었을 전기 세레니즘 인물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뇌부를 잃은 그들이 취할 행동은 무엇인가.


새로운 저항을 시작하겠지.


가능성은 여러가지다.


마녀와 손을 잡거나 용의 인형이 되어버리거나 마법우월주의들과 손을 잡거나.


그런 그들을 완전히 무효화시키기 위해선 신성술식 자체와 변절된 술식까지 전부 파악해둬야 한다.


그래야 1학년 1학기 기준으로 마주칠 적대적인 이들인 버림받은 성기사단을 상대할 때 도움이 될테니까.



"그럼 나중에 농사지을 때 가서 구경해도 될까?"



"상관은 없는데...굳이?"



에리카는 순간 그 한 마디에 무의식적으로 기쁘다는 감정이 떠올랐다.


처음 만났을 때 그가 보였던 모습에서 어느새 니키타가 자신을 친근하게 대해준다는 사실도 감개무량하기 때문이겠지만 그것 만으로 그녀 자신의 기쁨을 설멸하기 어려웠다.


뭔가 더 있는 듯 한데, 그게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은 마공함 출발까지 30분 남았다는 안내가 들려옴에 따라 자연스레 미뤄지게 되었다.



"근데 니키타, 네가 피는 파이프 향은 뭐야?"



"기존에 피던 설화향은 다 태워서 엘프에게 선물받은 아마란스였나, 그럴껄?"



"그건 향 괜찮다. 나랑 방에 있을 땐 그거만 펴."



니키타는 에리카의 말에 의구심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봤지만 에리카는 상관없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달콤함과 새콤함, 그리고 이어지는 고소한 견과류의 향까지.


이 향기를 니키타의 향기로 기억할 생각이었다.


작가의말

오타 지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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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기억하는 방법 24.09.14 11 0 12쪽
33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24.09.12 13 0 11쪽
32 비로소 여우는 인정을 받고 24.09.10 18 0 12쪽
31 여우는 자신의 송곳니를 찾게 된다. 24.09.09 18 0 11쪽
30 여우는 그제야 작은 숨을 토해낸다 24.09.06 21 0 11쪽
29 선택받은 땅을 향하여 24.09.02 25 0 12쪽
28 우린 나아가리라 24.08.05 24 0 12쪽
27 석탄을 전부 넣어라 24.07.24 27 0 13쪽
26 출항을 알리노라 24.05.24 28 0 12쪽
25 결국 승선하고 만다 24.05.12 27 0 10쪽
24 그렇게 떠밀려진 그는 24.05.05 28 0 12쪽
23 선택지는 없다고 24.05.04 27 0 9쪽
22 모두가 말한다 24.04.27 27 0 10쪽
21 승선을 해야 하냐고 24.04.17 27 0 9쪽
20 소년은 물었다 24.04.16 32 1 10쪽
19 작은 선물을 안겨준다 24.04.15 32 0 11쪽
18 그를 감싸준 이는 24.04.13 36 0 10쪽
17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고 24.04.11 38 0 10쪽
16 외전. 어둠은 쫒아오고 24.04.09 39 0 7쪽
15 행복해지자 24.04.07 41 0 7쪽
14 어둠 속을 빠져나가 24.04.06 40 0 8쪽
13 가슴까지 차기 전에 24.04.05 42 0 11쪽
12 발목이 잠기고 24.03.24 43 0 9쪽
11 허나 이는 가르침이라 24.03.22 43 0 9쪽
10 마주한 것은 공포요 24.03.21 43 0 12쪽
9 용기내어 다가가니 24.03.20 44 0 9쪽
8 많은 준비를 마치고 24.03.19 45 0 9쪽
7 거울을 마주하기 위해 24.03.18 4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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