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가 피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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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리온
작품등록일 :
2024.03.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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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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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날 준비를 마친 이이다

DUMMY

기력이란 무엇인가.


마력과 상반되는 성질을 지녔지만 그 뿌리는 같은 힘이다.


마력이 자연의 순환이면 기력은 생명의 순환과 같은 존재이다.


자연의 힘을 빌려 자연 현상의 기초라 불리는 4대 원소를 기반으로 마력을 구체화하는 것을 마법이라 부른다.


기력은 신체 능력을 극대화하여 움직임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능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준다.


마력은 학습과 함께 명상, 정신 수양과 같은 심적인 요소를 다룬다면 기력은 신체를 단련해야 한다.


즉, 다시 말해서 니키타는 지금 훈련을 하고 있었다.



"칼의 각도는 정확하게! 잘못하면 오히려 네 칼이 부숴지는 법이다!"



"넵, 알겠습니다!"



겨우 일주일, 모두가 짧다 할 기간이 니키타에겐 무려 7달이 지난 듯한 묵직한 훈련의 연속이었다.


자신의 몸에 새겨진 각인은 사용하지 않은 채 오롯이 자신의 몸만을 움직이며 그 감각을 익히는 행위는 고역 그 자체였다.


언제나 5시에 일어나 산을 달리고 기구를 통한 운동으로 기초 체력을 기르며 몸 전체의 균형을 잡아갔다.


칼과 도끼와 창을 휘두르며 각 무기의 감각을 손으로, 넓게는 몸 전체에 하나하나 각인시키며 훈련하고 또 훈련하였다.


전생했다고 상태창을 보며 압도적인 능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나가는 힘이 있다면 좋았을텐데.


지금 이를 생각해봤자 현실 도피니 니키타는 지금에 집중하였다.


목검이라 하지만 속에 두꺼운 철심을 박아 넣어 무게감을 가진다면 그 충격은 얼마나 될까.


굳이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을 니키타는 고통을 느끼지 못함에도 굳이 수십 수백번 겪는 기분이었다.



"검의 궤적을 끝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 상대의 검을 바라보며 이를 막는다는 생각이 아닌 흘려야 네 무기 또한 무사할 수 있다."



그렇게 말해도 처음 배우는 이가 어찌 알겠단 말인가.


머리로 이해되지만 몸이 따라주지 못한다는 말을 극한으로 느끼게 될 줄이야.


그렇게 수차례 두들겨 맞은 뒤에서야 니키타는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분명히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고요한 바다와 같아야 하는데 어째서 지금 내 눈엔 탁하게 흐려진 물과 같이 보이는 것일까.


차오르는 숨은 턱 막혀 편안하게 뱉어내지 못했고 욱신거리는 근육들은 비명 지를 힘도 없어진 듯 보였다.


컥컥거리며 작게 나마 숨을 토해내며 니키타는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고통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그 충격으로 머리가 멍해지는 것은 어찌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바람은 조용히 자신의 몸 위를 덮어지고 있었다.


숨을 조금씩 내뱉으며 나 자신의 숨을 찾아가며 니키타는 멍하게 하늘을 보았다.


분명히 푸른 하늘이다.


잿빛이 아닌 정말로 푸른 하늘.


지금 나에겐, 색이 칠해져 있다.


내 몸 속 색깔들이 몸 바깥에 칠해져 번져가는 기분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 몸 속으로 흡수된 색들은 색채를 잃어 간신히 뱉어낸 숨에 섞여 흩어진다.


이 혼란스러운 결과는 지금 그의 머릿속에 한가지 의문이 계속 맴돌게 만들었다.


나는 지금 이곳에 어울리는 존재인가.


나의 색채가 지금, 이곳에 어울릴 수 있을까.


그러한 생각은 갑작스레 떠나가는 바람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


의문을 가질 가치가 없다는 뜻일까.


이윽고 자신의 숨을 되찾은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굳이 지금 고민하지 말자.


지금은 그저, 나 자신을 위해 움직이자.


니키타는 다시 검을 부여잡은 뒤 그는 다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저 반수, 어떤가?"



공작은 가만히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너머에는 자신의 꼬리가 더러워졌는지 깨닫지 못한 채 칼을 휘두르고 있는 작은 반수가 보였다.



"아무리 조사해봤지만 역시 나오는 것은 그 마을에서 태어나 가족들이 살해당하고 고문받은 점. 그 외에 발견된 특이사항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가? 그거 참 특이하군."



어째서 저 반수는 인간 사회에 발을 들인 것일까.


무엇이 저 반수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


어느 누구도 변화를 두려워하는 법이다.


하물며 많은 세월을 견딘 노인들조차 두려워하거늘, 겨우 어린 저 나이의 반수가 과감한 결정을 내리다니.



"가족의 죽음이 원인이 된건가."



아니.


그리 단정짓기엔 그의 표정은 달랐다.


복수를 갈망하는 불꽃이 아닌 결연한 바위였다.


몸은 거침없지만 스스로를 아낄 줄 알았으며 학습은 빠르지만 차분하게 기초를 다져나가는 침착함은 분명 복수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것은 결의다.


자신의 변화를 갈망하는 결의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보기 어려운 저런 표정을 반수에게서 보게 되다니.



"그보다 내가 말한 것들은 어찌되고 있나?"



"전부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이전에 몸 사이즈를 미리 측정해둔 덕분에 빠르게 끝마칠 수 있다 말했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가야겠군."



다른 귀족들이 저런 반수가 존재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들은 곧장 저 반수를 소유하고 싶어할 것이다.


세상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인간 사회에 쉽게 녹아들 수 있는 반수라니 탐나지 않을 수 없지.


그렇기에 이 반수에게 선물로 명함을 줄 생각이다.


공작가가 책임지고 지켜주겠다는 약속이자 더불어 이 반수는 공작가의 소속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선물을.


다만 검술에 큰 일가견이 없어 보이는 저 반수가 어떻게 어둠숲에서 살아남았는가, 이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넌 어찌 생각하냐, 에리카?"



그 말에 가만히 앉아있던 에리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쩌면 검술이 전부가 아닐 겁니다."



"호오, 전부가 아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다른 무언가가 존재할 것이다.


어둠숲의 외각에서 생활하며 짐승들의 사체나 주워먹을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그를 지금까지 찾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답은 현재 그가 숨기고 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분명 숨기는 무엇인가 있을 것이라 봅니다만 이를 굳이 꺼내려 드는 것은 좋지 못해 보입니다."



"그렇지. 허나 그 숨기는 것이 공작가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것인지 만큼은 조사하도록. 이는 상당히 예민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알겠습니다."



그리 대답하긴 했지만 에리카는 니키타가 숨기는 그 무언가가 공작가에 해를 끼칠만한 요소일 것이라 생각되지 않았다.


정말 그런 요소를 품을 인물이라면, 초면인 자신을 구해준 그의 인성과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에리카, 지금 니키타를 불러와라. 그에게 장비를 선물해줄 때가 된 듯 하구나."



"네, 알겠습니다."



에리카가 나가는 것을 확인한 공작은 잠시 책을 하나 꺼내 들었다.


책의 제목은 <반수의 생태와 문화에 대한 고찰>.


공작은 이를 토대로 반수들에 대한 정책을 펼쳐왔었다.


반수들은 야생성과 집단성, 고립성이 상당히 강해 이 부분을 존중해가며 압박이 되지 않도록 신경써왔었다.


그렇게 했다 생각하였다.


결국 반수는 이 책의 내용보다 더욱 복잡한 습성을 지닌 생물이라는 점이 저번 사건으로 증명되어 버렸지만 이후의 연구가 계속 진척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지금 단 한번도 발견된 적 없는 반수가 눈 앞에 나타났다.


같은 종족에게만 호의를 가지는 것이 아닌 타 종족에게 서스럼없이 의지할 수 있는 반수가.


어쩌면 그를 통해 반수에 대한 것을...



"아니, 의미가 없겠군."



애초에 다른 존재다.


그는 어릴 때 반수 무리에서 탈출한 존재니 반수 무리의 습성을 정확하게 파악할 리가 없겠지.


적어도 그로부터 반수 개인의 습성을 관찰할 수 있다면 제국에 큰 도움이 되어줄 것이라 그는 굳게 믿었다.


제국의 현 골칫거리 중 하나가 바로 반수 때문이니까.



"아버님. 니키타를 데려왔습니다."



마침 에리카가 그 반수를 데려왔다 말하였다.


그는 이에 몸을 돌려 문을 향해 걸었다.


이제 그에게 유례 없는 선물을 해줄 것이다.



"따라오거라."



이 모든 것은 제국을 위하여.



* * *



"흠, 확실히 괜찮은데?"



에리카가 불러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니키타는 지금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어째서 자신이 손수 사냥을 위해 만든 버프 코트가, 대충 만들긴 했어도 나름 편안했던 가죽 옷도 완전히 다른 형태로 변환되어 있었다.


마치 양복과 같이 자신이 발록 가죽으로 만든 버프 코트는 스포츠 재킷으로, 남은 원단은 바지까지 만들어 하나의 세트로 제작되었다.


거기에 재킷 속에 입을 옷까지 준비한 것에 더불어 바지에는 꼬리를 빼놓을 수 있는 구멍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아니, 이거 쇼핑인건가?



"옷의 센스가 확실히 좋군. 격식을 차린 듯 하지만 편의성에 중점을 두다니."



"전반적으로 무채색 위주가 어울릴 듯 보여 검은색과 흰색을 중심으로 디자인해봤습니다. 다만 레투아니르 문장 만큼은 붉은색으로 칠했습니다."



"잘했네. 속에 입을 옷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서 만들다니 고마울 지경이군."



"하하하, 괜찮습니다. 금액은 당연히 청구할 생각이니까요."



"그 정도는 내어줄 수 있네."



이상하게 지금 자신의 모습이 상당히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런 옷을, 그것도 이전에 살던 세계에서 입어온 양복과 같은 디자인의 옷을 여기서 입을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밀려오는 어색함에 괜스레 니키타는 자신의 넥타이를 고쳐 매어보고, 재킷의 옷깃도 만지작거렸다.



"자네라면 화려한 것보다 이런 단순한 옷을 좋아할 것 같아 준비해봤네. 다음은 무기라네."



가게의 사람들이 공작의 눈짓을 보고 무언가를 가져왔다.


그것은 목재로 만들어진 상자였다.


생각 이상으로 길지 않은 그 상자를 천천히 열어 보이자 니키타는 그제야 그 상자 속 물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칼이었다.


칼의 코등이는 상당히 좁은 형태로.


손잡이는 성인 남성의 손을 기준으로 하나 반 정도의 길이에 타원형의 단면을.


슴베는 작은 고리가, 칼날은 시커먼 외날의 직도까지.


니키타는 이를 손에 쥐어 보였다.


자신의 손에 착 감겨왔다.



"그것이 앞으로 네가 훈련하고 사용하게 될 칼이다."



무기를 손에 쥐어본 니키타는 그제야 실감이 났다.


이 검은 칼날은 작중 에리카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제국을 지키기 위해 주인공과 대립하며 겨눈 칼 끝은 어두운 빛깔로 인해 태양을 반사하지 않았다.


정말 난 레투아니르 공작가에 들어왔구나.


직원들이 허리춤에 칼집을 묶어주자 니키타는 이 칼을 칼집에 집어넣었다.



"지금부터 명심해라. 이제 난 너를 사람으로 대하겠다."



그 말은 지금까지 공작이 니키타에게 한 말들과 무게감이 달랐다.


자신의 허리춤에 찬 칼의 고리를 만지작거리며 그는 공작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이미 자신이 공작가에 들어온 이상 스토리가 뒤틀리는 것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할 것을.


그리고 자신은 반드시 살아남아 천수를 누릴 것을.


스스로에게 명심하여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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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가 피어날 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지금 필요한 것은 NEW 12시간 전 3 0 11쪽
34 그녀가 기억하는 방법 24.09.14 8 0 12쪽
33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24.09.12 10 0 11쪽
32 비로소 여우는 인정을 받고 24.09.10 15 0 12쪽
31 여우는 자신의 송곳니를 찾게 된다. 24.09.09 16 0 11쪽
30 여우는 그제야 작은 숨을 토해낸다 24.09.06 20 0 11쪽
29 선택받은 땅을 향하여 24.09.02 24 0 12쪽
28 우린 나아가리라 24.08.05 23 0 12쪽
27 석탄을 전부 넣어라 24.07.24 26 0 13쪽
26 출항을 알리노라 24.05.24 27 0 12쪽
25 결국 승선하고 만다 24.05.12 25 0 10쪽
24 그렇게 떠밀려진 그는 24.05.05 27 0 12쪽
23 선택지는 없다고 24.05.04 25 0 9쪽
22 모두가 말한다 24.04.27 26 0 10쪽
21 승선을 해야 하냐고 24.04.17 26 0 9쪽
20 소년은 물었다 24.04.16 31 1 10쪽
19 작은 선물을 안겨준다 24.04.15 31 0 11쪽
18 그를 감싸준 이는 24.04.13 34 0 10쪽
17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고 24.04.11 37 0 10쪽
16 외전. 어둠은 쫒아오고 24.04.09 38 0 7쪽
15 행복해지자 24.04.07 40 0 7쪽
14 어둠 속을 빠져나가 24.04.06 39 0 8쪽
13 가슴까지 차기 전에 24.04.05 41 0 11쪽
12 발목이 잠기고 24.03.24 42 0 9쪽
11 허나 이는 가르침이라 24.03.22 42 0 9쪽
10 마주한 것은 공포요 24.03.21 42 0 12쪽
9 용기내어 다가가니 24.03.20 43 0 9쪽
8 많은 준비를 마치고 24.03.19 43 0 9쪽
7 거울을 마주하기 위해 24.03.18 45 1 10쪽
» 피어날 준비를 마친 이이다 24.03.17 4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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