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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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3.27 12:37
최근연재일 :
2024.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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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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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청호

DUMMY

당진명은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노끈을 꺼내 살수의 손을 등 뒤로 가게 해서 못 움직이게 단단하게 묶었다.


“크윽.. 별거 아닌 놈이라더니 강하잖아···.”


살수가 억울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당진명은 여관방의 촛대에 불을 붙여서 살수의 모습을 확인했다. 복면에 흑의를 걸친 누가 봐도 내가 살수요하고 말하는 듯한 복장이었다.


“왜 날 노린거냐?”


당진명의 물음에 살수는 입을 꾹 닫았다.

당진명은 살수의 뒤통수를 한 대 후려 갈겼다.


“바로 대답을 안 하는걸 보니 제법 살수 교육은 제대로 받은 놈이구나.”


당진명은 살수의 몸을 일으켜서 벽에 기대서 앉게 했다.

그리고 독약이 든 병을 살수 앞에 흔들었다.


“이게 뭔지 아냐? 화골산(化骨散)이라는 거다. 이걸 뿌리면 뼈까지 녹아내려서 고통스럽게 죽겠지. 살수라면 알고 있겠지?”


제대로 훈련 받은 살수라면 자결할때 화골산을 써서 흔적을 남기지 말라는 교육을 받는다. 물론 이 이류 살수 녀석이 그렇게 까지 교육을 받은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지독하게 고통스러울 거다. 너한테 날 죽이라고 명한 놈을 끝까지 입 꾹 닫고 비밀로 하는게 과연 이 화골산이 뿌려져서 뼈까지 녹아 고통스럽게 죽어도 좋을 만큼 의미 있는 일일까? 잘 선택해라.”


복면으로 얼굴이 가려져 있었지만 살수녀석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리는 걸 당진명은 놓치지 않았다.


“끝까지 입을 안 여는구나. 웬만하면 이 비싼 화골산을 쓰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지.”


당진명이 짐짓 화골산이 든 유리병을 여는 시늉을 했다.

살수의 눈이 더 크게 흔들렸다. 아마 심적으로 크나큰 갈등을 겪고 있는 것 같았다.


“자,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말하겠습니다! 전부 다요! ”


살수가 급박하게 입을 열었다.

당진명은 살수가 입을 열도록 기다려 주었다.


“황룡문입니다. 낙양의 황룡문. 저는 거기서 의뢰를 받고 대협을 공격하러 온 겁니다.”


‘황룡문이라···’


당진명은 좀 귀찮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설마하니 정말로 황룡문에서 살수를 보낼 줄이야.


그래도 당진명의 예상처럼 황룡문에서도 그리 진지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당진명을 우습게 봐서 이기도 하겠지만 이류 초기의 살수를 보낸 걸 보면 죽이면 좋고 못 죽여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살수를 보낸 듯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당진명은 방금 전 살수 녀석이 보인 도법이 생각났다. 빠르고 거침없는 쾌도.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디서 봤더라···?”


기억이 날듯 말듯 했다.


“예?”


당진명의 혼잣말에 살수가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너 얼굴 좀 보자.”


당진명은 살수의 복면을 벗겼다.

말끔하지만 좀 반항적으로 눈썹이 올라간 얄상한 청년의 얼굴이 나타났다.


“...!”


당진명은 깜짝 놀랐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묘하게 낮이 익었다.


“왜 그러십니까?”

“너 이름이 뭐냐?”

“...죽일 놈 이름은 알아 뭐하시게요?”


역시나 생긴것대로 반항적인 놈이다.

당진명은 살수의 뒤통수를 빡하고 쳤다.


“대답이나 해라. 이름이 뭐야?”


살수 녀석이 불만스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임청호요.”

‘...!’


역시나··· 하고 당진명은 생각했다.

어쩐지 도법이 낮이 익더라니.


섬전쌍도란 별호처럼 당진명과 처음 만났을 때 임청호는 쌍도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젊었을 적에는 도를 한자루만 사용했던 모양이었다. 그랬기에 어디서 본 것 같으면서도 임청호와 연결 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임청호는 동생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낙양으로 가서 살수 일을 했다고 했는데 회귀 전의 과거 보다 몇년 일찍 낙양으로 향한 것 같았다. 아니면 너무 오래전 과거라서 임청호가 낙양으로 떠난 나이를 착각했거나.


당진명이 생각할 때는 후자 쪽이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 임청호야. 어쩌다가 살수의 길로 빠져든 거냐.”

“자꾸 왜 그렇게 나한테 관심이 많은거요?”

“혹시나 아픈 동생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서 살수 일을 한다거나?”


임청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 어떻게 그걸···”

“그냥 찍어본거다.”


임청호가 당진명을 미심쩍게 지켜봤다.


빠악!


당진명이 임청호의 뒤통수를 때렸다.


“야 이 한심한 놈아! 아무리 돈이 필요하더라도 사람 죽이는 살수가 되면 어떡하냐! 정당하게 일을 해서 벌 생각은 하지 않구서!”


갑자기 얻어맞은 임청호가 대들었다.


“아니, 대체 대협이 뭘 아신다고 훈수요! ”


빠악!


한 대 더 때렸다.


“이놈아! 네가 잘했냐? 잘했어?”

“그럼 어쩌란 말이오! 동생이 죽도록 놔둘 수는 없지 않소!”


빠악!


“이놈아! 그래도 정당하게 돈 벌 방법을 찾았어야지! 네놈 사정이 딱하다 해서 아무 나쁜 짓이나 다 저질러도 된다는 말이냐!”

“그, 그건 아니지만 서도···”


빠악!


“그만 때려요!”

“네 녀석 동생이 다 났는다면 흑도 일에서 손 떼겠느냐?”

“예? 그게 무슨 말씀인지···.”

“만약에 아픈 동생이 다 나으면 앞으로는 흑도의 일에서 손을 씻고 광명정대하게 살 의향이 있냐는 것이다. ”


당진명의 물음에 임청호가 쓰게 웃었다.


“그렇게야 된다면야 나라고 계속 흑도 일을 하겠소? 하지만 내 동생은 아무도 못 고치는 불치···”

“네 동생의 병의 증상이 어떻게 되느냐?”

“예?”


임청호가 멍한 표정으로 당진명을 쳐다봤다.


“너 강호 제일의 의원 의선 사송 선생님의 별호는 들어본 적이 있느냐?”


당진명의 말에 임청호는 알듯말듯한 표정을 지었다.


“글쎄요. 의선이라는 사람이 용한 의원이란 걸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면 어째서 의선 어른을 찾지 않았느냐!”

“그런 높은 의원에게 진료를 받으려면 치료비가 많이 들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갈 엄두도 내지 않았지요.”

“쯧쯧쯧···”


만약 임청호가 얼굴에 철판 깔고 동생을 데려왔다면 설사 돈이 없더라도 의선은 치료를 해 줬을 것이다. 물론 염안초를 구하지 못해서 양단절맥을 완치 시킬 순 없었겠지만.


“그 의선 선생님의 제자가 너가 죽이려 했던 나 당진명이다.”


임청호는 당진명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 겁니까?”

“네 동생의 증상이 어떤지 한 번 읊어나 봐라. 정말 불치병인지 궁금하구나.”

“예, 예···”


임청호는 동생의 증상을 하나하나 짚었다.


“원래는 건강한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몸이 차가워 지더니 한 여름에도 춥다고 알아눕고 정말로 몸이 얼음장 처럼 차가워졌습니다. 그 후로는 무슨 약을 써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고 나빠지고만 있습니다.의원들 말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절맥 증상이라고만 할 뿐 아무도 정확한 병명과 치료법을 아는 의원이 없었습니다.”


임청호의 말을 듣고 당진명은 내심 임청호 동생의 병이 염단절맥이 틀림 없다고 생각했다.


“네가 말한 그대로의 증상이라면 그 병은 염단절맥이라고 하는 병이다.”

“염단절맥이요?”


임청호는 깜짝 놀랐다. 낙양의 유명한 의원들을 전부 돌아다녔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병이라 내심 치료를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당진명이 병의 이름을 말하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고개를 든 것이었다.


“그 염단절맥이라는 병은 고칠 수가 있는 겁니까?”


당진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염단절맥을 고치려면 염안초로 만든 탕약을 달여 마시면 된다. 그 탕약은 염안통기대보탕이라 한다.”


청산유수처럼 막힘이 없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임청호는 반신반의 하면서도 한줄기 빛이 보이는 듯 느꼈다.


“의원님. 의원님을 죽이려한 살수놈이 염치 없는 부탁이라는 것은 알지만 제 동생을 한 번만 봐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임청호가 간절한 눈빛으로 당진명에게 부탁했다.


“그럼 살수 일에서 손을 뗄 수 있겠나?”


당진명의 말은 황룡문에서 나오라는 얘기였다.

임청호는 조금 주저했다. 황룡문에서 탈퇴하겠다고 하면 손가락 하나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임청호에게 동생은 목숨을 걸어서라도 치료해주고 싶은 존재였다.

그 동생이 없었더라면 임청호는 계속 살아갈 이유가 없었을 테니까.


“동생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좋다. 한 번 가보자.”


당진명이 고개를 끄덕이고 임청호를 풀어주었다.


“오늘은 밤이 늦었으니 좀 자고 내일 출발하지. 동생은 어디있나?”

“낙양에 있습니다.”

“좋아 눈 좀 붙이자고.”


당진명은 침상에 누웠다.


임청호는 멀뚱멀뚱 서 있었다.


“안 잘 텐가?”

“저를 믿으십니까?”

“응?”

“동생 얘기는 다 가짜고 의원님을 방심하게 만든 뒤에 제가 의원님을 공격할 수도 있잖습니까?”

“거짓말을 했었나?”

“거짓말은 아닙니다.”

“그럼 된 거 아닌가.”


당진명은 다시 잠을 청하려 했다.


“너무 저를 믿어주시는 것 아닙니까?”


임청호의 말에 당진명이 조금 생각하다 답했다.


“그래도 네놈이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은 진짜인 거 같은데 동생을 고칠 단 한 명있는 의원을 죽이지는 않을 거 아닌가. 쓸데 없는 소리 말고 잠이나 자게. 내일 일찍 일어나서 낙양으로 출발해야 하니까.”


임청호는 복잡한 심경으로 마루바닥에 누웠다.


다음날.


두 사람은 낙양을 향해서 출발했다.


대별산 부근에서 낙양까지는 거리가 꽤 떨어져 있었다. 대별산은 하남 지방의 남쪽 끝에 위치했고 낙양은 하남의 북쪽 끝 언저리에 있었다. 자연히 당진명과 임청호는 며칠을 같이 걸어야 했다.


임청호는 낙양으로 가면서 계속 고민되는 눈치였다. 아무래도 당진명이 정말 동생을 치료할 수 있을까도 고민되었고 만약 동생이 치료된다고 해도 황룡문에서 정말 나올 것인가 나와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도 걱정되었다.


“자네는 동생을 끔찍이 여기는 것 같은데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당진명의 물음에 임청호는 담담하게 말했다.


“동생의 병을 고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형으로서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도 자기 목숨까지 버리더라도 동생을 살리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걸세.”


당진명의 말에 임청호 말없이 걷다가 입을 열었다.


“저랑 동생은 천애고아입니다. 서로를 제외하고는 의지할 데가 없는 몸이지요. 특히나 저는 동생이 없었다면 이 험한 세상에 비관해서 진작에 살 이유를 찾지 못하고 목숨을 끊었을 지도 모릅니다.”


임청호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런데 동생녀석이 그런 저에게 살 이유가 되어주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동생을 목숨을 바쳐서라도 구하겠다고 여긴다기 보다는 동생이 없다면 제가 살아가지 못할 것 같기 때문에 목숨을 걸어서라도 치료해야겠다고 생각한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요.”


당진명은 회귀 전의 섬전쌍도 임청호를 떠올렸다.


그녀석은 자기 목숨을 돌보지 않고 적에게 돌격하는 면이 있었다.

좋게 보면 용맹한 무인의 귀감이었다.


하지만 당진명은 생각했다. 임청호가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싸운 것은 두려움이 없는 용기였다기 보다는 자신의 목숨이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자포자기의 발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말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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