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금봉상단

임청호와 임대호 두 형제는 무각에 들어가게 되었다. 당정보는 선배 제자 한 사람을 불렀다.

“두 사람이 당가의 의복으로 갈아입게하고 무각에서 알아야할 것들을 가르치거라.”

“예. 무각주님.”

선배 제자는 두 사람에게 손짓했다.

“두 사람은 날 따라오게.”

“예 사형.”

임청호 형제는 선배 제자를 따라갔다.

“문겸은 어딨습니까? 그간 성취가 있었는지 궁금하군요.”

“그놈이 늦게 들어와 잘 해낼지 걱정했는데 기우였어. 일 년만에 다른 사형제들을 제치고 무공이 가장 많이 늘었다.”

당정보는 자신의 일인양 기뻐하며 말했다.

“삼공자님을 뵙습니다.”

문겸은 자신의 얘기를 하는 줄 알고 구석에서 수련하다 쪼르르 달려왔다.

“문 형. 여전히 눈치가 빠르군.”

“예. 거친 곳에서 살아서 그런지 어디서 제 이름이 들리면 귀를 쫑긋 세우게 됩니다.”

“작은 아버지 말에 의하면 지난 일 년간 성취가 대단했다고 하는데 내가 시험해봐도 되겠소?”

문겸은 자신있어 보이는 태도였다.

“좋습니다.”

“그럼 여기서 나랑 간단히 권각법으로 겨뤄봅시다.”

당진명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삼공자 님. 지더라도 절 원망하진 마십시오.”

문겸은 씩 웃으며 기수식을 취했다.

과연 지난 일 년간 성취가 제일이었다는 당정보의 말이 거짓이 아니란 걸 증명하 듯 반듯한 자세였다.

당진명은 독룡십팔장을 펼쳤다. 독단에 있는 독기를 끌어내진 않았지만 독룡십팔장은 독기가 없어도 충분히 위력적인 장법이었다.

타앗!

두 사람의 장권이 맞부딫혔다.

문겸은 육합권을 펼치고 있었는데 상승무공은 아니었지만 준수한 내력과 올바른 자세로 초식을 전개하니 그 위력은 얕볼 수준이 아니었다.

‘문겸이 기초를 잘 쌓았군. 이거 회귀 전보다 강해지는 거 아냐?’

회귀전의 괴도 문겸은 무림육대마두로 불렸지만 어릴 적 제대로 기초를 못 쌓고 잡다한 사술을 배워서 말년에는 그 부작용으로 괴로워했다.

문겸은 스승에게 제대로 배운게 아니고 숨어서 남의 무공을 훔쳐 배우는 것으로 무공을 시작했고 나중에는 기혈이 뒤틀려 정상적으로 무공을 배우는 것이 불가능해져 자신만의 무공을 연구하고 창안하는데 이르렀다.

누가 당진명에게 천하에 가장 똑똑한 놈이 누군지 묻는다면 무공에 관해서는 문겸이라 답할 것이다.

뒤틀린 자신의 기혈에 맞는 무공을 찾지 못하자 아예 자신이 무공을 새로 창안하다니 보통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성취가 월등하군.”

당진명은 문겸의 공격을 받아내며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반면 문겸은 내심 당혹스러웠다.

‘당진명이 이 정도 실력이었나?’

분명 작년에 사천당가에서 나설 때만해도 당진명의 무위는 자신과 별다를 게 없는 수준이었다.

그 후 문겸은 무각에서 피나는 수련을 하며 선배 제자들을 따라잡았다.

최근에는 문겸을 당해내는 제자들이 몇 없었다.

그런데 나가서 놀기만 하는 줄 알았던 삼공자가 자신보다 한 수 위의 무공을 선보이니 약간 억울하기까지 했다.

“제가 졌습니다.”

오십여 합의 승부를 겨룬 문겸은 순순히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저도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삼공자님의 성취는 못 따라가겠습니다. 어디서 기연이라도 얻으신 겁니까?”

“아니오, 오히려 문 형이 그 나이에 이런 성취를 거둔것이 더 놀랍소. 분명 열심히 수련했을테지.”

‘나이는 제가 더 많은데요?’

제일 놀란 것은 두 사람의 대련을 지켜본 당정보였다.

‘두 사람다 아직 약관에 이르지 못한 젊은 나이인데 무위만 따지면 당진명은 이류 중에서도 최상위 급 무위를 가지고 있고 문겸도 이류 중상위권의 실력이군. 문겸은 그렇다치고 진명이는 언제 저런 성취를 이룬거지?’

당정보는 조카 당진명을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문형. 내가 개현에 가야할 일이 있는데 같이 따라오겠소?”

“공자님이 말씀하신다면 가야죠.”

“작은 아버지 잠시 문겸을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애초부터 네가 데려온 사람이 아니더냐. 맘대로 하거라.”

당정보가 허락하자 당진명은 문겸에게 말했다.

“이번에 개현으로 갈때는 당가의 삼공자로서 좀 그럴듯하게 차려입고 갈 필요가 있소. 그래서 문형이 내 호위 겸 시종 역할을 좀 해줘야겠소.”

“알겠습니다. 마차도 준비해 놓을까요?”

당진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뭣 때문에 시종이 필요한 지 궁금하긴 했지만 눈치빠른 문겸은 나중에 묻기로 하고 여장을 챙기러 갔다.

한 시각쯤 지나서 문겸이 당진명의 처소로 찾아왔다.

당진명은 낮에 보았던 거렁뱅이같던 무림인 차림을 벗고 말끔한 비단옷을 갖춰입고 있었다.

당진명이 의장을 갖춰 입으니 누가 보아도 당당한 명문세가의 삼공자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옷이 날개라더니···.’

문겸은 당진명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준비를 마쳤군.”

당진명은 흡족한 얼굴로 문겸을 따라 나섰다.

당가의 마당에는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두 사람은 마차에 올랐다.

“그런데 개현에는 무슨 일 때문에 가시는 겁니까?”

문겸이 개현으로 가는 마차 안에서 당진명에게 물었다.

“아, 아직 문형에게는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군. 개현의 금봉상단에 갈 생각이네.”

“금봉상단이요?”

금봉상단이라면 개현에서 가장 큰 상단이었다. 문겸은 무림세가의 공자가 상단을 찾아갈 일이 뭘까 궁금했다.

“돈 빌리러 가는 걸세.”

“돈이요? 돈 필요하세요?”

‘성도를 주름잡는 사천당가의 삼 공자가 돈에 쪼들릴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문겸의 의문을 눈치챈듯 당진명이 부연설명을 했다.

“돈을 빌리는 이유는 새로운 문파를 설립할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네.”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 모르겠습니다. 사천당가의 새로운 분타를 만드시겠다는 겁니까?”

“아니오. 내가 만들 문파는 당가와는 관련이 없는 완전한 독립조직이 될 거요. 그러니 당가와는 관련이 없는 금봉상단에 돈을 꾸러 가는거지.”

“삼 공자님이 사천당가의 후계자가 되는 게 더 빠르고 편한 길 아닙니까? 왜 문파를 새로 세우신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문형이 모르고 말하는거요. 당가처럼 유서깊은 세가는 가주가 된다해도 자기 맘대로 할 수가 없소. 전대 가주도 있고 장로들과 태상장로들 까지 있소. 나는 독공이나 암기술을 쓰는 사천당가가 별로 맘에 안들어요. 내가 원하는 문파를 새로 만들 생각이오. 그 문파는 당당하게 협의의 길을 걷는 정파가 될 것이오.”

당진명의 말을 듣고보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문겸이었다.

“그 문파에는 문 형의 힘도 필요하오. 힘을 보태주겠소?”

문겸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냥 있었으면 소매치기로 살다 공자님 말씀대로 동네 왈패나 강도가 되었을 겁니다. 저는 공자님을 은인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디든 따라가겠습니다.”

“좋아요. 잘해봅시다. 문형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다음날.

두 사람은 중경의 개현에 도착했다.

당진명은 개현에서 제일 큰 상단인 금봉상단의 건물로 향했다.

개현은 상업이 발달한 중경에 있어 건물들이 다 기와에 으리으리했는데 금봉상단의 건물은 한층 더 화려했다. 사천당가의 건물도 성도에서는 크고 화려했지만 금봉상단의 건물에 비하면 낡고 큰 건물로 여겨질 정도였다.

문겸은 휘황찬란한 건물에 좀 주눅이 들었다. 반면 당진명은 태생부터 명가의 삼공자였고 큰 도시의 기루에서 놀아본 경험이 있어서 별다른 감상은 없었다.

위사가 두 사람을 막아섰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두명의 위사는 개현 제일 상단의 위사답게 이류 후기의 무위를 가진 듯했다.

‘이류 후기의 고수를 고작 문지기로 세워 두다니···. ’

이류고수라면 작은 문파에서는 일대제자로 전투의 핵심을 맏을만한 실력이었다.

‘금봉상단이 개현에서 제일 잘나가는 상단이라는게 허언은 아니구나.’

돈이 있는 곳에는 날파리같은 왈패들이 꼬이기 마련이었다. 때문에 상단이나 표국처럼 많은 돈이 오가는 곳들은 자체적으로 무인을 고용해서 사업체를 지키고 있었다.

두 위사들은 금봉상단에 고용되어 그런 왈패들을 쫒는 모기향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런 위사들이 당진명에게 그나마 예를 갖춰서 대접하는 것은 순전히 당진명이 입고 있는 옷이 비싸보이기 때문이었다.

돈이 많은 놈들은 상대적으로 상단에서 깽판을 칠 확률이 낮았다.

“금봉상단주님을 만나러 왔소.”

“성명과 찾아오신 이유를 전해드려야 접견의 가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위사가 예의바르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사천당가의 삼공자 당진명이고 금봉상단에 방문한 이유는 상단주에게 투자를 받으려 함이오.”

“전달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위사는 안으로 들어갔다가 이 다경 쯤 지나서 다시 돌아왔다.

“상단주님께서 만나겠다 하십니다.”

금봉상단주가 비싼 옷 좀 입었다고 쉽게 만날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금봉상단주가 당진명을 만나기로 한데는 사천당가의 삼공자라는 후광이 컸다.

성도의 사천당가는 중경에서도 허투루 볼 수 없는 세력이었으니까.

“문형은 여관 하나 잡아놓고 어디가서 놀다가 오시오. 한 시진 후에 다시 여기로 오면 충분할 것이오.”

당진명이 문겸의 손에 은자 하나를 쥐어주며 말했다.

‘이게 웬 횡재냐!’

“알겠습니다 공자님.”

문겸은 싱글벙글하며 여관을 잡으러 갔다.

*

당진명은 위사의 안내에 따라 금봉상단주의 집무실로 향했다.

“당 공자께서 오셨습니다.”

“모시거라.”

당진명은 비싼 자개 장식이 된 문을 열고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상단주는 비싸보이는 자작나무로 만들어진 하얀 책상에 앉아 있었다.

금봉상단주는 뚱뚱하고 펑퍼짐하게 생겼지만 눈만은 날카롭게 째진 사람이었다.

눈이 형형하게 빛나 왠만한 사기꾼들은 사기칠 생각도 못할 듯한 위압감이 있었다.

“사천당가의 삼공자께서 돈에 쪼들리실 것 같지는 않은데 어쩐 일로 금봉상단을 찾아오셨습니까?”

당진명은 일을 편하게 하기 위해 아버지를 좀 팔기로 했다.

“사천당가에서 개현 쪽에 당가와 서로 의지가 될 수 있는 새로운 문파를 창설하려하는데 자금이 필요하오. 대주실 수 있겠소? ”

금봉상단주는 눈을 삐뚜름하게 떴다.

“당가에서 문파를 새로 세우는데 왜 금봉상단에서 돈을 대야하는지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당진명은 예상했던 질문이라는 듯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금봉상단이 섬서의 서안으로 교역을 하러 갈때 검각산을 지나지요. 검각산을 지날때마다 이검방에 통행료를 낸다고 알고 있는데 일년이면 그 비용도 무시 못할 겁니다.”

당진명의 말에 금봉상단주 자세를 고쳐 앉았다.

당진명의 말처럼 검각산에 둥지를 튼 흑도세력인 이검방 때문에 금봉상단은 오랫동안 상당한 돈을 뜯겼던 것이다.

“공자의 말처럼 우리 금봉상단이 산을 지나갈 때마다 이검방 산적 놈들이 뙤리를 틀고 돈을 뜯으니 이문이 남질 않습니다. 그런데 그게 공자님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제가 통행료를 안 내게 해 드리겠습니다.”

“어떻게요?”

당진명의 말에 금봉상단주도 흥미가 동한듯했다.

“어려울 것 있습니까? 이검방을 괴멸시키면 될 일 아닙니까?”

당진명의 표정은 아주 쉬운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

작가의말

금요일이네요. 내일은 주말입니다! 주말은 오전 9시에 연재됩니다!

[세비허]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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