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독마가 협객인 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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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헌앙
작품등록일 :
2024.03.27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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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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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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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마회귀2

DUMMY

당진명은 40년 만에 돌아온 자신의 방에서 한동안 상념에 잠겨 있었다.


“도련님 기침하셨습니까?”


어렴풋이 기억나는 목소리였다. 어린 시절 자신의 전속 시비였던 목 부인이다.


“아침 식사가 다 준비되었습니다.”

“나가겠다.”


당진명은 방 밖으로 나갔다.

목 부인이 과거의 모습 그대로 서 있었다.


‘정말로 목 부인인가···’


목 부인의 나이는 40대로 보이는 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당진명이 기억하는 목 부인은 77세에 죽은 노파였다.

목 부인의 젊은 모습을 보니 당진명은 정말로 자신이 과거로 회귀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당진명은 그리운 마음으로 사천당가의 건물을 거닐었다.

20세에 당가장(唐家場)을 떠난 이후로 한 번도 집으로 돌아온 적이 없었다.


당진명에게 당가장은 40년 전 과거의 모습으로 계속 남아 있었다.


‘정말 희한한 일이 일어났군.’


강호에서 웬만한 신기하고 별난 일은 다 겪어보았다고 자부하는 독마 당진명이었지만 회귀는 처음이었다.

당진명은 혹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싶어 볼을 꼬집어 보았다.


“아프군.”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한 감각이었다.


당가주의 직계 가족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하는 안채에는 이미 가족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오래전에 돌아가셨을 아버지, 어머니.

큰 형, 둘째 형. 큰 누나, 막내 여동생까지.


당진명의 눈이 막내 여동생의 모습을 주시했다.


“오빠 내 얼굴에 뭐가 묻었어?”


막내 여동생 당희민이 제 얼굴을 만져보며 물었다.


“희민이··· 희민이구나···”


당진명은 동생 당희민을 보며 먹먹함을 느꼈다.


“오빠 울어?”


당희민이 당진명을 이상하게 쳐다봤다.

당진명의 눈은 벌게져서 촉촉한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당희민의 죽음은 당진명이 길을 엇나가 사파의 마두로 살아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여동생 당희민은 17세가 되던 해 남궁세가의 남궁강과 정략결혼을 하였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남궁강이라는 녀석이 희대의 나쁜 놈이었다.

매일 같이 기루를 드나들고 아내를 의심하고 때리는 인간 말종이었다.


결국 그놈이 하나뿐인 여동생 당희민을 죽인 것이다.

당진명은 격분해서 남궁강에게 대결을 신청했고 그를 죽였다.


이유가 이유인지라 당진명이 크게 처벌받지는 않았다.

누가 봐도 남궁강이 죽을 잘못을 한 것이다.

당진명은 몇년 간 근신 처분을 받았을 뿐이다.


그러나 사람을 죽인 살인자가 되어버린 당진명은 당가에서도 겉돌게 되었다.

아무리 상대가 죽을 잘못을 했어도 살인자는 살인자였다.

주위의 시선도 알게 모르게 차가워졌고 무엇보다 당진명 스스로도 부담감에 점차 일탈을 하게 되었다.


당진명은 자신이 더 이상 정파 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이분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즈음에 나중에 육대마두 중 하나가 되는 괴도 문겸과 어울리게 되었다.


문겸은 사파의 인물이었지만 시원시원했고 부자들에게만 돈을 훔치는 협의 넘치는 도둑이었다.


“너네 사천당가에 재물이 그득한데 내가 네놈 돈 좀 훔칠 수 있는 것 아니냐? ”


소매치기하다 걸린 문겸을 현장에서 잡았을 때 그놈은 참 당당했다.

마침 당진명은 돈은 있었지만 같이 술 마실 친구가 없었다.

당진명은 문겸을 데리고 같이 술을 마시며 사파 인물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들었다.


“여동생을 죽인 후레자식을 죽였다고 사람을 따돌리다니 당가 놈들이 너무하는 군. 나 같았으면 그놈의 양물을 잘라버릴 뿐 아니라 오체를 분시해서 저잣거리에 내걸었을 거요.”


문겸의 말은 사파 인물답게 거칠었지만 당진명의 속마음과 꼭 맞아떨어졌다.


“문 형은 말이 시원시원해서 좋군.”


당진명이 문겸에게 술을 권했다.


“내가 볼 때 당 형은 겁쟁이에 병신이오.”


당진명의 술을 얻어 마신 문겸이 독설을 늘어놨다.


‘... 이 새끼가?’


당진명은 문겸에게 살의가 솟았지만 문겸의 다음 말이 궁금하기도 해 잠자코 있었다.


“당 형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가문에서 쭈그리 처럼 사는 거요? 당당하게 살던가. 나 같으면 그럴 바에야 집안에서 값비싼 것들로 한 몫 챙겨서 집을 나오겠소.”


“나보고 도둑질을 하란 말이오?”


당진명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게 왜 도둑질이오? 어차피 나중에 다 물려받을 재산 먼저 받는 것이지. 빨리 독립해서 나처럼 가뿐히 살면 좋지 않겠소.”


말도 안 되는 뻔뻔함이었다.


‘사파 놈들은 생각하는 근본이 글러 먹은 놈들이구나.’


하지만 애초에 당진명은 정파보다는 사파에 가까웠던 인물이었던 것 같다.

문겸과 헤어지고 며칠 뒤 당진명은 가문의 문외불출의 무공비급과 신병이기, 그리고 금덩어리를 가지고 집에서 도망쳐 나온다.


그 뒤로 당진명은 본격적으로 사파의 길을 걸어서 나중에는 무림 육대마두 중 하나인 독마로 불리게 된 것이다.


당진명은 사파 체질이 맞았다.

자유롭게 남 눈치 안 보면서 살았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족과의 관계는 완전히 끊어진 것이다.

어머니는 아들이 사파의 마두가 되었다는 소식에 몸져 누우셨고 아버지는 당진명의 이름을 호적에서 파버렸다.


결국 당진명은 당가장에 죽을 때까지 돌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당진명의 입장에서는 애초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남궁세가의 대공자를 죽인 시점에서 당진명이 정파의 길을 갈 수는 없었다.


자신의 삶에 자긍심을 가진 당진명이었다.

언제나 당당하게 내키는대로 살았고 정파의 것과는 달랐을지언정 나름의 협의를 지키면서 살아왔다.


그러나 한 가닥 후회가 없었다고 한다면 거짓이리라.


‘만약 내게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더라면 어땠을까..

.’


남궁강을 죽이지 않고 사천당가의 삼남으로 정파무인의 길을 걸었다면 어머니가 쓰러지지 않고 아버지가 호적에서 이름을 파지도 않았을 것이고 큰형이 내심 도와주면서도 얼굴만 보면 ‘이 마두야! 너 따윈 내 동생이 아니다!’하고 얼굴 붉힐 일은 없었을 것이다.



***


“희민아 네 나이가 올해 몇이지?”


당진명이 여동생 뺨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16이지··· 내 나이도 까먹은 거야?”


당희민이 당진명의 손을 처내며 싸늘하게 답했다.


“결혼은 아직이고?”

“....”


당희민이 당진명을 미친놈 쳐다보듯이 쳐다봤다.


“아직 결혼은 안 했단 거구나.”


당진명은 익숙한 여동생의 경멸 어린 표정에서 대답을 읽어냈다.


식사를 하면서 당진명은 생각했다.


‘희민이가 16세에 아직 결혼을 안 했다는 것은··· 아직 내가 남궁강 놈의 목에 바람구멍을 내기 전이라는 것이군.’


기억을 더듬어 보니 여동생이 남궁강과 결혼했던 것은 분명 17세가 되던 해였던 것 같다.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았군.’


어쨌든 당진명은 자신의 운명이 갈렸던 순간보다 앞선 과거로 회귀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당진명의 가슴을 들뜨게 했다.


‘어쩌면··· 이번에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남궁강을 죽이고 기루에 출입하며 자포자기했던 시절로 회귀했다면 다른 여지 없이 사파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지금의 당진명에겐 선택권이 주어져 있었다. 전생과는 다른 광명정대한 정파 무인으로의 삶을 걸을 수 있었다.


당진명은 그리운 어머니의 된장국에 밥을 말면서 생각했다.


‘이번 생에는 사람들이 나를 대협으로 기억하는 삶을 살아보겠다.’


당진명은 흠칫 놀랐다.

아무래도 자신에게도 명문정파로 살아온 사천당가의 피가 흐르는 모양이었다.

몸은 사파에 있었어도 독마 당진명은 항상 협의를 추구했었다.


당진명은 이제서야 깨달았다.

자신이 당당한 정파인의 삶을 바라고 있었음을.


사파의 고수들은 남들의 두려움을 살 수는 있지만 존경을 살 수는 없었다.

당진명은 남들에게 존경받고 사는 아버지나 형의 삶이 부러웠던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당진명은 생각을 했다.


‘우선은 누이동생과 남궁강 녀석의 혼인을 막아야 한다.’


남궁강 녀석은 정말 못된 후레자식이었다.

그놈은 누이동생뿐 아니라 어떤 여자도 아내로 맞이할 자격이 없는 놈이었다.


전생의 독마 당진명이었다면 가차 없이 녀석의 목을 꿰뚫어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당진명은 남궁강을 죽일 수가 없다.

무공이 약해서?

아니었다.

정파 고수의 길을 가려는 이상 아직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남궁강을 죽일 수는 없었다.

맘만 먹으면 남들 모르게 남궁강을 죽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18세의 몸으로 돌아와 내력이 부족한 당진명이었지만 애당초 남궁강은 이류도 안되는 무인이었을 뿐이다.

게다가 당진명은 독마였다.

독을 사용한다면 남궁강을 아무도 모르게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정파의 길을 걷고자 결심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피를 본다는 게 상서롭지 못하게 여겨졌다.

기분의 문제다.

가능하면 죽이지 않고 정파스럽게 남궁강을 처리하고 싶었다.


‘일단은 색독을 써 녀석의 양물이 사내 구실 못하게 만들고··· 단전을 폐해서 폐인으로 만드는 것 정도로만 해야겠군.’


과거의 독마의 수단을 생각한다면 너무나 자비로운 조치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희민이에게 번듯한 남편감을 찾아줘야지.’


아무래도 어린 나이에 남편에게 맞아 죽은 여동생이 마음에 걸렸다. 여동생이 세상 착한 남편을 만나서 잘 사는 걸 보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참한 남편감을 나서서 찾아줘야 겠어.’


사파로서 구르고 구르면서 살아온 독마였다.

사람 보는 눈은 어느 정도 된다고 자부한다.

철저하게 뒷조사할 것도 없이 무림에서 애처가로 소문난 사람은 몇 알고 있다.

미래인의 지식이었다.


‘그중에서 제일 괜찮은 놈으로 하나 골라서 희민이랑 맺어줘야겠다. 그놈의 아내 될 여인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지.’


당진명이 무림으로 나서는 건 집안일이 마무리된 이후가 될 것이다.

무림에 나가서도 할 일이 많았다.

당진명은 사천당가에 계속 눌러 앉을 생각은 없었다.

당진명의 능력이라면 형을 제치고 사천당가의 가주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큰 형 당진상은 무공도 계략도 별 볼 일 없는 무골호인이었으니까.

겉으로는 냉정한 척하고 잔혹한 척을 해도 그것은 사천당가의 가주를 연기하기 위한 겉모습일 뿐 그 속내는 동생인 당진명이 가장 잘 알았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당진상은 당가 역사상 가장 훌륭한 가주였다. 당가의 무인들을 가족같이 아꼈고 협의를 몸소 실천했다.

당진명이 되고 싶었던 당당한 대협의 풍모가 있었다.


‘당가는 형한테 맡겨두면 돼.’


당진명은 강호로 나가서 자신의 문파를 세울 셈이었다.

과거 세웠던 사파 단체인 독문의 제자들을 모아서 당당한 명문정파를 만들 생각이었다.


‘이름은 뭐로 할까···. 협의문? 독룡문?’


당진명은 문파 이름을 뭘로 정할지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벌써부터 고민해 봤자 소용없지. ’


당진명은 드러누웠다.



다음날.


당진명은 안휘성으로 향했다.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을 처리하려 한 것이다.


며칠이 지나 마차는 안휘성에 도달했다.


안휘성의 기루.

휘황찬란한 파란 등이 밤을 밝히고 있었다.


당진명은 익숙한 발걸음으로 한 기루를 찾았다.

과거에도 여러 번 놀러 온 곳이었다.

당진명이 이곳에 온 것은 이유가 있었다.


“이곳에 남궁세가의 소공자가 자주 놀러 온다지?”

“예 지금 계십니다만 누구신지···”


기루 주인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남궁 공자의 친우일세. 안내하게.”


당진명이 웃으며 말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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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비무대회4 +2 24.05.09 637 18 11쪽
42 당진명의 시합 +3 24.05.08 698 17 11쪽
41 문겸의 작전 +2 24.05.07 752 17 12쪽
40 비무대회3 +3 24.05.06 809 17 11쪽
39 매제찾기2 +4 24.05.05 905 17 12쪽
38 비무대회2 +2 24.05.04 957 16 12쪽
37 비무대회 +3 24.05.03 981 16 11쪽
36 왕랑 +2 24.05.02 1,003 19 12쪽
35 왕씨세가 +3 24.05.01 1,077 21 12쪽
34 매제 찾기 +4 24.04.30 1,114 20 12쪽
33 해선 안 되는 일 +2 24.04.29 1,072 18 11쪽
32 목수 좌정2 +2 24.04.28 1,095 20 11쪽
31 목수 좌정 +3 24.04.27 1,143 20 11쪽
30 의뢰 달성 +2 24.04.26 1,195 23 12쪽
29 이검방4 +5 24.04.25 1,286 24 12쪽
28 이검방3 +2 24.04.24 1,339 24 11쪽
27 이검방2 +4 24.04.23 1,383 25 11쪽
26 이검방1 +5 24.04.22 1,491 26 11쪽
25 가장 중요한 준비 +3 24.04.21 1,594 24 12쪽
24 투자금 +2 24.04.20 1,663 28 11쪽
23 금봉상단 +2 24.04.19 1,763 29 11쪽
22 기초공사 +4 24.04.18 1,830 33 12쪽
21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4 24.04.17 1,854 32 11쪽
20 성도로 +2 24.04.16 1,960 31 11쪽
19 형제 +2 24.04.15 1,979 3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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