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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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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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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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9)

DUMMY

휴우-


에드워드는 다이닝 룸에 들어가기 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하루가 어찌나 길었는지 순간적으로 피로가 몰려 지친 탓이었다. 이미 저녁이 되었기에 복도는 어두웠고, 다이닝 룸의 열린 문 틈 사이로 빛이 작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제 이 연극만 끝나면 어느 정도 마무리 되겠군.’


그러니 조금만 더 힘을 내자는 생각으로 에드워드는 숨을 가다듬은 뒤, 문을 열었다. 경감과 경관들, 황태자와 그를 보호하기 위한 기사단장과 기사단원들, 백작가의 사람들까지 사건과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바쁘신 시간을 내어주셔 감사드립니다. 밤도 깊었으니 서둘러 시작하죠.”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에드워드는 떨리는 기색 하나 없이 말을 이었다.


“여기 계신 신사숙녀 분들께서 궁금해하실 사건의 진실은 사실 숨겨져 있지 않았습니다. 모두 드러나 있었지요.”


저벅저벅 걸음을 옮긴 에드워드는 백작의 상석 뒤에 섰다. 아무래도 백작이 죽은 자리인지라, 아무도 앉아있지 않았다. 벽난로만이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새빨갛게 타오르고 있었다.


“자, 사건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어젯밤부터 시작됩니다. 백작의 편지 한 통이 황태자 전하께 도착하였죠. 겉보기에는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글이었으나, 암시적으로 오르뷔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에드워드는 진실과 거짓을 섞어 황태자가 유리하도록 내용을 읊었다. 설명이 진행되면 될수록 황태자는 여유로워 보였지만, 백작가의 사람들은 부아가 치밀어 올라오는 듯했다.


“-결국, 백작의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만이 남았습니다. 자신의 부정부패에 대한 계획이 적인 종이를 태우고 스스로마저 영원히 입을 다물어 없던 일로 만드느냐, 아니면 이대로 순순히 황태자 전하께서 고발하시는 것을 지켜보며 가문이 무너지는 것을 받아들이느냐.”


경감과 경관들마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에드워드를 보고 있었다.


“마침내 백작은 결정했습니다.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목격하게 되었지요.”


마지막 말을 에드워드가 내뱉고 나자, 다이닝 룸은 침묵이 감돌았다.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으며, 에드워드조차 더 이상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짜악-


“..... 감히, 감히!”


“부인! 진정하십시오!”


“진실을! 그대가 찾아준다 하지 않았는가!”


백작부인은 그대로 에드워드에게 달려가 뺨을 때렸다. 경악한 경감과 경관들이 한 박자 늦게 부인을 막았으나 그 가녀린 몸에서 어떻게 이런 힘이 나올 수 있는지 멀리 떼어낼 수가 없었다.


에드워드가 조금 뒤로 물러서주면 좋으련만, 그는 자신이 잘못한 것이 하나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 이것이 진실입니다. 부인.”


“아아아악-!”


백작부인은 소리를 지르며 에드워드를 향해 손을 뻗었다. 뺨 한 대로는 성에 차지 않아 그를 더 해하려 하자 경관들은 진땀을 빼며 그녀를 막아섰고, 백작의 딸은 모든 것이 허망하단 듯이 에드워드를 보고만 있었다.


‘흠, 이만 자리를 뜨고 싶은데.....’


황태자는 그 모든 소란 속에서 이제 그만 이 저택을 벗어나고 싶었다. 에드워드가 말한 대로 부인의 분노는 모두 그를 향했고, 이 광경을 더 보고 있기도 지루했다.


“도둑, 도둑이야!!!”


그때 난장판 속에서 날카로운 클로이의 목소리가 저택을 관통했다. 도둑이라는 말에 모두가 통창 쪽을 바라봤고, 누군가 숲에 착지하는 모습이 보였다.


“기사단, 전하를 보호해라!”


스릉-


“예!”


갑작스러운 외인의 등장에 기사단장이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명령하자, 기사들은 황태자를 에워싸고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기사단장은 칼까지 뽑은 채 밖을 경계하고 있을 때 한 명이 더 2층에서 가볍게 내려왔다.


“거기 서~~!!”


한눈에 봐도 클로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기에 에드워드는 계획대로 일이 풀린 것을 짐작하고 안심했다. 클로이는 도둑을 급히 따라가 곧 모습을 감췄고, 기사단은 엉거주춤한 상태로 멀뚱히 서있을 뿐이었다.


“집사, 방금 도둑이라 하지 않았나. 경비병들을 따라 붙이게. 아무래도 영지에서 소문을 듣고 허튼짓을 하려는 이가 있는 것 같군. 경감, 그대들도 돕게나.”


정신없는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백작의 딸이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경감이 이에 동의해 경관 몇을 밖으로 내보냈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되자 황태자가 말을 꺼냈다.


“우리도 이만 자리를 비우지. 어째 저택에 악재가 겹치는 것이 구마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닌가?”


“..............”


끝까지 속을 긁어대는 황태자의 말에 부인과 백작의 딸이 핏발이 선 눈으로 그를 바라봤으나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기사단과 황태자가 다이닝 룸을 비우자 백작의 딸과 경감, 백작부인과 그녀를 막고 있는 몇몇 경관들만이 남았다.


“내 남편은, 그런 사람이 아냐. 그럴 리가 없어.....”


백작부인은 끝없이 중얼거리며 아직도 에드워드에게 다가가려 했고, 경감은 에드워드에게 너도 나가라고 신호를 보냈으나, 여전히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탐정님께서도 나가십시오.”


백작의 딸이 가문에 대한 경어를 뺀 호칭과 함께 축객령을 내리자 그제야 에드워드는 다이닝 룸 밖으로 나갔다. 다만 방으로 돌아가지는 않고, 문밖에서 잠시 벽에 몸을 기댄 채 안의 상황을 살폈다.


“어머니.”


“이니스, 이니스 너도 알지 않느냐... 네 아버지는....!”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스스로 죽으실 분이 아닙니다. 분명 타살이라 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드릴 것이니 마음을 추스르십시오.”


들려오는 목소리에 에드워드는 사탕을 하나 꺼내 입에 넣었다. 꽤나 세게 뺨을 맞아 부어오르다 못해 터진 입 안을 깜박했기에, 고통이 밀려와 잠시 인상을 찡그렸으나 다행히도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 따님 분께서 백작을 꽤 닮으셨군. 그녀의 말이 맞아. 이 사건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라, 협박에 의한 명백한 살인사건이다.’


에드워드는 이니스의 반응을 본 후에야 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선택한 길과 함께 타인의 감정을 외면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결과를 목도했고, 지켜보며 받아들였다.




.

.

.




다음날 아침, 12시간이 꼬박 지났지만 클로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백작저의 병사들과 경관들만이 새벽에 저택으로 귀환해 클로이가 침입자를 쫓아가는 것을 봤으나 두 사람 모두 너무 빠른지라 놓쳤다는 소식만을 전했을 뿐이었다.


에드워드는 클로이가 능력이 뛰어나니 꼭 도둑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고, 경관은 백작부인에게 서재에서 없어진 것이 있는지 물었다.


집사와 함께 서재를 확인한 백작부인은 책상만 부서졌을 뿐 훔쳐간 것이 없다고 하자, 모두들 클로이가 도둑을 바로 쫓은 탓에 침입자가 아무것도 훔치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전하.”


“이리 배웅해 주니 고맙구려, 영애. 곧 그대가 가주가 될 터이니 현명한 선택일세.”


황태자와 기사단들은 에드워드의 추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밤중에 황성으로 출발했다. 오히려 기사단장은 안전을 위해 아침에 출발하길 원했으나, 황태자는 용건이 모두 끝났기에 더 이상 이곳에 잠시도 있기 싫다며 고집을 부렸다.


백작저에서 출발하기 전 마지막까지 백작 부인이 나오지 않자, 황태자는 이니스에게 공격적인 말을 뱉었다. 곁에 선 백작저의 하인들조차 분노로 손을 꼭 쥐었지만, 그녀는 괜히 꼬투리를 집히지 않으려 아무 말 없이 그들을 보냈다.


‘곧 경감과 함께 수도로 출발할 수 있겠군.’


어제 침입자가 나타난 이후에도, 에드워드는 쉴 수 없었다. 경위서 및 사건과 관련된 서류를 작성하는 경관을 도와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를 끝낸 뒤에는 사람들 모르게 해야 할 일들이 있기에 그는 꼬박 밤을 새웠다.


간신히 일이 정리된 지금에서야 방에 돌아왔으나, 누군가가 다시 에드워드를 찾았다.


“들어오십시오.”


문을 열어보지도 않고, 에드워드는 방문을 환영했다. 이때쯤 그녀가 올 것이라 그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 에드워드 경.”


“부인.”


백작부인은 서둘러 문을 닫았다. 누가 혹시라도 볼까 조금 조급한 눈치였으나, 백작저에 남아있는 외부인들은 경관들뿐이었고, 그들은 백작저를 출발할 준비로 바빴기 때문에 두 사람의 대화를 방해할 사람은 없었다.


“잘하셨습니다. 이제 황태자가 백작저에 대해 더 이상 의심할 일은 없을 겁니다.”


“맞으신 곳은 괜찮습니까?”


에드워드는 신경 쓰지 말라며 이쯤은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지만, 부인은 볼에 살짝 자국이 남아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화제를 돌리고자 품에서 서류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유일하게 남은 사본이었다.


“정말 제가 이 사본을 이용해도 괜찮겠습니까?”


“경께서 약속해주지 않으셨습니까. 황태자가 망가뜨린 남편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시겠다고요.”


백작부인과 에드워드가 둘이서만 대화를 나눴던 날, 그녀가 선택한 것은 복수였으나, 에드워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부인이 원한 복수는 남편의 결백이 공표받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정의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서류에 허점이 조금 있었고, 사실상 유렌가에 대한 고발이지 황태자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기에, 서류는 황태자가 백작을 협박했다는 증거로서 사용되지 못할 것이었다.


이 사건의 범인인 황태자가 행한 모든 것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면, 남편의 명예 또한 회복하기 어려웠다.


‘조금 늦어져도 좋고, 이 서류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내 남편의 죽음에 대한 억울함을 풀 수만 있다면....’


에드워드는 서류를 다시 들었다. 한 사람의 죽음의 무게가 이 서류 안에 담겼기 때문에 열댓 장의 종이에 불과했음에도 무척 무겁게 느껴졌다.


“부인, 남편 분께서는 충직한 분이셨고, 곧 세상 모두가 이를 알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그 어떤 위로도 부인에게 닿을 수 없음을 알기에 에드워드는 할 수 있는 최선의 말을 했다. 부인은 여전히 슬픔이 잠긴 눈이었으나, 에드워드를 신뢰하고 있다는 듯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백작부인은 에드워드의 인사를 받으며 방에 들어올 때와 똑같이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지 않은지 확인한 후 밖으로 나갔다. 어제 뺨까지 때리며 돌이킬 수 있는 사이가 된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 혹시 모를 의혹이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나도 저택에서 떠나기 전에 할 일을 마무리 지어야겠군.’


사건에 관한 것은 대강 정리가 끝났으나, 침입자에 관한 것이 남아있었다. 당연히 클로이가 그들의 뒤를 밟아 잘 추적했을 것이라 예상했으나, 정보는 많이 있을수록 좋았기에 에드워드는 다시 서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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