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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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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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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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2)

DUMMY


‘지금보다 더 끔찍한 순간이 더 있을까.’


아이는 다 찢어져가는 이불과 군데군데가 터져있는 베개에 누워 생각했다. 몸을 웅크리려 했지만 다친 팔이 고통스러워 그대로 천장을 노려보며 누워있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친 몸보다도, 이 상황이 아이를 더 절망하게 했다.


‘숨겨두었던 오르뷔 조각을 들켜 뺏기다니....’


다른 곳에 숨겨둘 걸, 차라리 오늘만큼은 몸에 지니고 다닐 걸, 몇 가지 후회가 아이를 스쳐갔으나 이미 지나가 버린 일. 속상함만이 남아 한 두 방울씩 다시 눈물이 터져 나오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바보 같아. 왜 안전하다고 믿었을까. 좀 더 조심했어야지.’


표현할 곳이 없는 분노는 돌고 돌아 스스로를 괴롭혔다.


이제는 탈출할 방도도, 카넬과 약속했던 모든 것도 해낼 수 없었다. 조금만 더 참고 이곳을 벗어나고자 했던 마음이 무너져 내리자 이 끔찍한 곳에 계속 있어야 한다는 현실이 떠올라 괴로웠다.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아이는 티시포네나 연구원인줄 알고 몸을 더 움츠러들었다. 상식적으로 그들이었다면 노크 없이 문을 열어젖혔을 텐데 아이는 그런 판단을 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더 이상 아무와도 말하고 싶지 않았고, 지금보다 더한 불행이 찾아올 것만 같아 두려웠다.


“.... 아이야. 나란다.”


“카넬?”


문 안쪽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자 카넬은 먼저 자신이 누구인지 밝혔다. 아이의 목소리가 자신을 불렀으나,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들어가도 되겠니?”


다시금 다정한 목소리에도 아이가 문을 열지 않자, 카넬은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돌렸다.


“...... 카넬.”


“이런, 아이야. 괜찮니?”


아이는 문 앞에 있었으나 고민이 심했던 듯, 카넬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카넬이 방문을 닫으며 아이와 시선을 맞춰 쭈그리고 앉자, 아이는 크게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카넬의 눈에 먼저 담긴 것은 아이 몸에 남아있는 상처들이었다. 아이는 오르뷔 능력 때문에 강화된 신체일뿐더러 회복이 빠른 편임에도 불구하고 부상을 당했다는 것은 강하게 공격받았다는 뜻이었다.


“...... 미안해. 카넬... 흐윽... 내가 모든 걸 다 망쳤어.”


“아이야, 네가 어떤 실수를 했어도 다 괜찮단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래?”


결국 아이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흐르자, 카넬은 옷깃으로 다정하게 닦아주며 물었다.


“오르뷔가....”


카넬은 아이가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자 넝마가 되어있는 이불과 베개를 볼 수 있었다. 더 이상 자세히 말하지 않아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는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랬구나. 아이야. 괜찮아. 걱정하지 마렴. 내게 방법이 있단다.”


“.... 하지만....”


상황이 파악된 카넬은 예전처럼 아이를 안아 들고 살며시 달랬다. 그럼에도 아이의 눈물이 그치지 않자, 그는 바지 주머니에서 가져온 무언가를 꺼냈다.


“.....!”


“쉿, 저번에 봤을 때 양이 부족할 것 같아 조금 챙겨 왔단다. 오늘 이리 한바탕 하고 지나갔으니 그들도 며칠 동안은 의심하지 않을 거야.”


아이는 조금 놀란 듯 울음을 멈추고 손에 쥐어진 오르뷔를 보았다. 작은 조각이었지만, 카넬이 얼마나 자신을 신경 써주고 있는지 알 것 같아. 아까보다 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며칠 만, 네게는 너무도 긴 시간이겠지만 조금만 더 참자. 응?”


끄덕끄덕-


우느라 아이가 대답을 못한 채 고개를 끄덕이자 카넬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빙긋 웃었다.


“저번에 했던 얘기 잘 기억하고 있지? 8일이 지나면, 크리스마스이브일 거야. 듣기로는 샤토 또한 유렌가의 저택으로 돌아간다니 다른 연구원들이나 티시포네도 최소 인원만 남을 거란다.”


작게 속삭이는 카넬의 말을 어디다 적을 곳은 없었지만 아이는 하나하나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위로, 무조건 하늘이 보이는 쪽으로 가렴. 밖으로 나가면 산으로 가야 해. 다들 네가 도시로 갈 것이라 예상할 테니 차라리 사람이 없는 곳이 나을 거야. 어디 있든 내가 찾으러 갈 테니 벗어나는 것에만 집중하렴. 그리고.....”


카넬은 말을 끊고 아이와 잠시 눈을 마주쳤다. 아까 눈물이 멈추기는 했지만 아이의 볼에 자욱이 남았기에 살살 닦아주며 그는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절대로,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 알았니?”


생각지도 못한 말에 아이는 눈을 깜박였으나, 따뜻한 목소리와는 다른 카넬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눈을 하고 있었다. 싫다고 했다가는 마치 이 모든 애정이 사라질 것처럼 말이다.


“.... 알겠어.....”


‘그럼, 카넬도 믿으면 안 돼?’


자연스레 떠오른 의문에 아이는 질문하려 했으나, 밖에서 티시포네가 문을 세게 두드렸다.


“나오십시오, 샤토 님께서 찾으십니다.”


“네, 금방 나가겠습니다.”


카넬은 아이를 품 속에서 내려놓으며, 마지막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시 온화한 눈빛을 한 채 뒤돌아 선 카넬은 입모양으로 말했다.


‘다음번에는 밖에서 보도록 하자.’


그 말에 아이는 배시시 웃었고, 카넬 또한 따라 웃으며 방을 나섰다.


“이쪽으로.”


티시포네의 안내에 따라 조금 더 걸어가자 베르트를 만났던 집무실이 아닌 응접실로 안내되었다.


“오셨습니까?”


“샤토 님, 이리 불러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기꺼이 초대를 드려야지요.”


샤토가 손짓하자, 시종이 따뜻한 차와 케이크가 담긴 디저트를 내왔다.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주방장이 신경 써 만든 것이랍니다.”


“이 추운 날씨에 과일이 올려져 있는 케이크라니, 귀한 경험을 하고 가는군요.”


카넬의 말에 샤토는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베르트가 수도로 떠난 지금, 이 별장에서의 권한은 샤토에게 위임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케이크에 귀한 과일을 올리는 정도만이 샤토가 부릴 수 있는 권력의 한계였다.


“..... 미리 언질을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어찌 그런 것을 알게 되셨는지요.”


“제로원이 무언가를 숨기는듯한 행동을 보여 저도 설마 했답니다. 제 판단이 지체되어 너무 늦게 말씀드린 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샤토는 살갑게 카넬을 대접한 것과는 달리 그의 의도를 알지 못해 심기가 불편했다.


사실 카넬은 아이를 만나기 한참 전 이미 이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샤토와 인사를 나누다 저번에 아이의 방에서 오르뷔 조각을 얼핏 본 것 같다는 말을 전했고, 확인해 보니 그의 말이 사실인지라 연구실이 한바탕 뒤집어졌다.


“샤토 님, 감히 제가 제안을 하나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십시오. 이 실험실에 큰 도움을 주셨으니, 할 수 있는 선에서 모든 것을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서로의 호의를 감사히 여기듯 싱긋 웃었으나, 속마음은 딴판이었다. 샤토는 무리한 요구를 할까 봐 긴장하고 있었고, 카넬은 그런 샤토가 뻔히 보이는 듯 한심하게 여기고 있었다.


“제로원의 감시역을 제게 맡겨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감시역을요?”


“그렇습니다. 특별히 여기 상주하거나 자주 방문을 요청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처럼 때때로 방문해서 제로원이 다른 일을 꾸미지 않는지 확인드리고자 하니 그 역할을 제게 허락해 주십사 합니다.”


“화원의 주인으로서 바쁘신 분께 이런 일까지 맡겨드려서야 되겠습니까.”


의도를 알 수 없는 말에 불안해진 샤토는 은근슬쩍 거절을 권했으나 카넬은 웃으며 그녀를 설득해 갔다.


“괜찮습니다. 이전과 다를 것도 없으니 제가 더 고생하는 부분도 없지요. 사실, 진심을 말씀드리자면 걱정이 됩니다. 샤토 님께서 만드신 최고의 역작이 문제가 생기거나 혹시나 도망가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지 않겠습니까.”


카넬은 그녀가 가진 연구에 대한 집작과, 완벽하고자 하는 욕구를 알고 있기에 적극적으로 약한 부분을 파고들었다.


“이득을 바라고자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제로원이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동시에 다른 마음을 먹는다면 먼저 알려드리고자 하는 것이지요. 저는 샤토 님의 실험이 꼭 성공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인류를 위해 꼭 필요한 일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봐도 아부에 가까운 말이었으나 샤토는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샤토도 아이가 품는 생각을 모두 알 수 없기에 지금과 같은 순간을 예방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제로원은 성공한 실험체인만큼 다루기가 어려워. 점점 능력을 다루는 방식도 좋아져서 최근에는 티시포네도 힘으로서는 밀릴 때도 있고... 그의 말처럼 정서적인 수단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어.'


“정말, 더 바라시는 것은 없으십니까? 감시역을 원하신다면 저희가 다른 것을 지원드리기 어렵습니다.”


감시역으로 카넬이 도와준다 할지라도 샤토가 이를 돈이나, 성의로 보상할 수 없다는 말이었으나, 카넬은 언뜻 내비친 허락에 기쁜 듯 상관하지 않았다.


“감시역으로서 샤토 님의 연구를 도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영광입니다.”


“... 좋습니다. 당분간 부탁드리지요.”


“허락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샤토 님.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화가 끝나자 카넬은 케이크를 포크로 잘라 작은 조각을 입에 넣었다. 싸구려 사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고급스러운 단맛이 입에 퍼졌다.


‘이것으로, 아이는 내가 오르뷔에 관해 샤토에게 고발한 것을 영영 모르게 될 것이다.’


간신히 얻은 아이와의 신뢰를 누군가의 입방정으로 잃을 수는 없었다. 카넬이 샤토의 감시역이 된 이상 아이와 카넬의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 누구도 아이에게 진실을 알릴 수 없었다.


‘오늘 일이 무척 잘 풀리는군’


이곳에 도착해 샤토에게 오르뷔가 아이 방에 숨겨져 있다는 내용을 말한 것부터 한 치의 예상을 벗어나질 않았다.


샤토는 분에 차서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아이에게 따지러 갔고, 한바탕 일이 벌어진 뒤에는 자신의 감정을 삭이느라 카넬이 아이의 방에 들어가겠다는 말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실험체 주제에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아직도 저리 분노를 느끼시나 보군.’


따뜻한 차를 입에 머금자 달콤한 캐러멜과 향긋한 과일향이 가득 퍼졌다. 디저트를 반 정도 비우자, 카넬은 웃으며 말했다.


“이제 그만 돌아가겠습니다. 샤토 님. 가주께서도 계시지 않은 듯한데 제가 너무 오래 머무른 듯싶군요.”


“벌써 가시려 하십니까? 저녁 식사까지 들고 가시지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가 여실히 보였지만, 카넬은 모르는 척 대답했다.


“이리 훌륭한 디저트를 만드시는 주방장의 저녁 식사가 기대됩니다만, 슬프게도 선약이 있는지라 가봐야 할 듯합니다.”


“저런, 바쁘신 분을 제가 너무 붙잡았군요.”


서로 예의를 차리며 카넬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샤토는 문 앞까지 사소한 대화를 하며 그를 배웅했다.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하늘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카넬은 마차를 향해 걸으며 멍하니 그 풍경을 보았다.


‘크리스마스라.....’


지긋지긋하다 못해 증오했던 날이 이번에는 제법 기대가 되리라. 오늘 계획이 손쉽게 풀렸듯 이번 탈출도 그렇게 될 것이 분명했다. 탈출 이후 벌어질 일들을 고대하며 카넬은 마차를 탔고, 하얀 눈 사이로 그는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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