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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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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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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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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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3)

DUMMY



“주인님, 저희가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되었다.”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얼굴을 가린 카넬은 마차에서 내렸다. 하얀 입김이 날 정도로 추운 날씨 탓에 그의 종들은 혹시 주인이 감기라도 걸릴까 안절부절못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아 했다.


‘이리 늦을 리가 없는데....’


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한 카넬은 걱정스럽게 산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이 세운 계획에 빈틈은 없다고 자부했으나, 계산된 오차 범위보다도 시간이 더 지체되고 있었다.


“혹시 다른 쪽으로 간 것은 아닐까요.”


“그럴 리 없다. 몇 번이고 강조했으니 내 말을 어길 리 없어.”


점점 더 초조해하는 주인의 모습에 종들 중 가장 높은 이가 슬며시 의견을 건네어봤지만, 카넬은 단칼에 잘라냈다.


‘제로원은 분명 산으로 향했을 거다. 벤투에게 붙잡혔을 리도 없어. 그의 성격상 갈림길에서 흔적을 찾느라 추적이 늦어졌을 터.’


카넬은 아이에게 말해준 것과 달리 벤투가 아이를 찾기 위해 도시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신중하고 경험을 위주로 하는 벤투의 성격상 모든 것을 확인해야지만 그는 움직일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굳이 여러 가지 이유를 대가며 아이에게 산으로, 사람이 없는 쪽으로 향하라 한 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


수도나 도시는 보는 눈이 너무 많기에 아이를 데려가는 모습이 눈에 띄게 될지도 몰랐다. 카넬은 아이를 데려간 이후에도 유렌가와 거래를 유지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기를 원했다.


콰아앙-쿠웅-


그 순간, 산 너머로 굉음이 들렸다.


“별장 쪽 방향....”


본능적으로 그는 이 소리가 실험실에서 발생되는 것이라 느껴졌다. 꽤나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이처럼 큰 소리가 난 것을 보니,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소리를 들은 모두가 침묵하고 있었으나 주인의 계획이 단단히 어그러졌음을 그들은 짐작할 수 있었다. 카넬의 심기가 불편할까 봐 당황하는 종들과는 달리 그는 침착하게 명령을 내렸다.


“기존의 계획대로 마차는 여기다 버려둔다. 2명은 나와 함께 여기서 조금 더 대기하고 나머지는 들키지 않게 실험실 상황을 파악한 뒤, 화원으로 복귀하도록. 아이를 발견한다면, 내 이름을 대어 데리고 오되, 티시포네가 아이 주변에 있다면 포기하고 복귀하라.”


명령에 따라 종들이 모두 떠나간 뒤에도 카넬은 여기서 기다리는 것이 의미 없다는 직감이 들었다. 좋은 기회를 놓친 것이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시간만 있다면 상황은 자신의 편이라고 카넬은 여전히 자신했다.


여기서 만약 아이가 티시포네에 붙잡히더라도 오르뷔를 쥐어준 자가 카넬이라 순순히 말하지 않을 테니 얼마든지 몇 번이고 다시 탈출을 종용할 수 있었다.


‘어쩐지 신께서 내게 번듯한 길을 내어 주신다 싶었더니... 이번에도 앞을 막으시는군.’


그는 원망스럽게 구름이 낀 하늘을 쳐다보았다. 점점 더 날씨가 추워지는 것을 보니 어쩌면 눈이 올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카넬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악재가 겹쳐가는 상황을 보며 그는 자신의 처지를 빈정거리듯 웃음을 지었다.





.

.

.





“그쪽은, 흔적이 있나?”


“아니, 여기서부터는 뚝 끊겼군.”


“혹시 그렇다면... 여기서 조력자를 만났나?”


“단언하긴 일러. 좀 더 확인해 보지.”


아이의 흔적을 추적하던 선발대는 어지러이 흩어진 발자국을 보며 조금 당황했다. 분명 여기서 누군가와 아이가 싸운 듯하나, 그 이후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에드워드는 탐정이기에 이런 식으로 혼선을 주는 것에는 그 누구보다도 능숙했다. 그렇기에 아무리 유렌가의 티시포네라 할지라도 두 사람을 추적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혹시나 있을 조력자까지 염두에 두자 곳곳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어 조사 속도가 점점 더 늦어졌다. 하지만 에드워드와 아이는 완전히 그들에게서 벗어난 것이 아니기에 조금씩 거리가 좁혀질수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샬럿, 만약....”


“나는 샬럿이 아냐.”


긴박한 상황에서도 또랑또랑하게 자신의 말을 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에드워드는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당연히 그는 아이가 ‘제로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지 알고 있었으나, 실험실에서 지은 그런 성의 없는 이름 따위는 언급조차 싫었다.


그래서 입에 붙은 샬럿이란 이름으로 아이를 칭했지만, 아이에게는 영 그 이름이 다른 사람을 부르는 것 같게 느껴진 듯했다.


“그래, 그렇다면 아이야, 저들이 가까이 오면 내가 미끼 역할을 할 테니 어디로든 도망가렴.”


에드워드의 말에 아이는 어떻게 대답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머뭇대며 눈을 깜박였다. 자신을 도와주는 것은 고맙지만, 그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카넬이 자신을 찾고 있을지도 모르니 지체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그를 여기에 홀로 둔 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스윽-


고민하는 아이와 달리 에드워드는 총을 꺼내 들었다. 총이 발포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걷잡을 수 없었다. 티시포네는 강도단과는 달리 쉽게 쓰러뜨릴 수 없는 자들이었다.


공격하는 순간, 그들 또한 정확한 솜씨로 사격을 해올 테고, 게다가 금방 지원이 올 테니 여러모로 어려운 상대였다.


“.... 아직, 못 잡았나?”


“죄송합니다.”


그러나 무언가를 해보기도 전에 에드워드와 아이에게는 더욱 절망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뒤를 이어 추적해 오던 후발대조차 이곳에 도착한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에드워드가 미끼 역할을 한다 할지라도 효과가 많지 않았다.


아이가 도망치는 순간, 둘로 나뉘어 한쪽은 아이를 쫓고, 다른 한 무리는 에드워드를 상대할 것이 분명했다. 끝없는 경우의 수들이 에드워드를 가득 채웠으나, 그는 곧 생각을 지워냈다.


‘최대한 내 쪽으로 시선을 끌고, 손전등으로 순간적인 집중을 만들어내면 아이가 도망치는 것까지는 가능할지도 몰라.’


다만 이 경우에는 에드워드 또한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지 불투명했으나 그는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생각을 마친 그는 다시금 아이 쪽으로 몸을 돌려 망토에 달려있는 모자를 씌웠다.


“절대로, 모자를 벗으면 안 돼.”


혹시라도 모자나 망토 밖으로 하늘색 머리카락이 삐져나오지 않았는지 꼼꼼하게 확인한 에드워드는 모자가 벗겨지지 않도록 예쁘게 리본을 묶어주며 당부했다.


‘아무도 믿어서는 안 돼. 아무도.... 그렇지만....’


조심스럽고 따듯한 손길,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다정한 눈빛에 아이는 흔들렸다. 카넬의 당부는 물론이고, 아이가 판단하기에도 실험실로 다시 끌려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그를 미끼로 도망쳐야만 했다.


같이 싸워봤자, 여기서 둘 다 잡힐 운명이 되리란 것 또한 잘 알았다. 그럼에도 선뜻 아이는 마음을 결정하기 어려웠다.


“..... 준비되었지?”


더 이상 티시포네와 가까워지기 전에 기습을 해야 했기에 에드워드가 묻자, 아이는 여전히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 보려 했다. 하지만 푹 눌러쓴 모자 때문에 아이의 눈길은 그에게 닿지 못했고, 에드워드는 아이가 고개를 움직인 것을 끄덕였다고 착각했다.


‘3’


다시금 앞으로 시선을 옮긴 에드워드는 벤투를 겨눴다. 가장 높은 자를 공격하는 것이 그들을 주목하도록 만드는 것에 더 효과적일 터였다.


‘2’


아이와 따로 신호에 대해 말을 나누진 않았으나, 이 총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이 계획의 시작이 되리란 것을 두 사람 모두 직감적으로 알았다.


‘1!‘


콰아앙-!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 엄청난 소리가 요란하게 산을 채웠다. 에드워드와 아이는 물론이고, 티시포네마저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슨...!”


아이와 에드워드는 산에서 내려가는 쪽에 위치한 데다가 돌 뒤에 숨어있어 연기 외에 다른 것을 보기는 어려웠지만, 가장 정상에 가깝게 있던 티시포네는 똑똑히 목격할 수밖에 없었다.


‘별장이 폭발해?!’


실험실이 있는 별장은 아이가 도망치며 부쉈을 때보다 더 처참해져 있었다. 주황빛의 불길이 별장에 퍼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가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쿠웅!


게다가 폭발은 한 번만 이뤄지는 것이 아닌 듯 몇 번 더 굉음이 울려 퍼졌고, 상황을 수습하려던 경비들마저 숲 속으로 향할 정도로 불길이 거세져 별장에 가까이 갈 수 없었다. 티시포네는 번개를 맞은 사람처럼 움직이지 못한 채 할 말을 잃었다.


“글린, 잭, 헨리, 룬디아. 네 사람만 제로원을 쫒고, 나머지는 복귀한다.”


“예!”


별장이 무너진 것은 단순히 실험실이 부서졌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그 속에 있던 자료들과 결과물에 대한 소실, 실험실에 남아있던 연구자들의 죽음, 실험체들의 행방, 가장 중요한 주모자를 찾는 것 등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생겨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불길 속에서 실험체가 모두 죽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생존자가 있어 도망쳤다면, 또 다른 문제가 된다. 제로원은... 그저 미끼였을 뿐인가?’


제로원과 실험실의 가치를 잰다면 샤토는 제로원을 중시할 테지만, 가주의 생각은 달랐다. 무기 개발 쪽이 더 성공적이기에 분명 그녀는 실험실 자체에 가치를 더 둘 것이었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낸 ‘프롬’조차 시제품 한 개를 제외하고 모두 여기에 보관되어 있는지라 파괴되거나 혹여라도 유출된다면 그 뒤는 끔찍했다.


“이랴!”


벤투는 형용할 수 없는 괴로운 얼굴을 한 채 티시포네를 이끌고 산에서 내려갔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에드워드와 아이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상황은 없었으나, 그 또한 의아했다.


‘클로이가 이런 일을 벌였을 리는 없고.... 아이가 실험실을 부서뜨려 약물이 섞였다 할지라도, 내부에 연구자들이 남아있어 폭발하도록 두지 않았을 텐데. 우리 말고 누군가 또 있나?’


유렌가를 적으로 삼는 이들은 많기에 다른 단서 없이 집단을 특정 짓기가 어려웠다. 에드워드는 클로이가 다치지 않았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면 신호탄을 쏘아 보내기로 했기에 엮이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했다.


‘눈앞의 저들부터 해결한 뒤에 파악해 봐야겠군.’


벤투가 떠나고 난 뒤 남은 티시포네는 둘씩 나뉘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4명이라, 기습을 한다 할지라도 불리하겠군.’


1-2명 정도야 어찌어찌 잡을 수 있을 테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그들이 자신을 경계하기 시작해 제대로 힘을 발휘하면 이길 수 있을지 아슬아슬했다.


꼬옥-


그때 아이가 에드워드의 소매를 잡아끌어 시선을 돌리게 하더니 오르뷔가 있는 발을 가리켰다. 마치 자신도 싸울 수 있다는 듯이.


“...... 괜찮아, 아이야. 인원이 줄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그렇지만 만약에라도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면 뒤를 돌아보지 말고 도망가.”


모자 사이로 살짝 삐져나온 아이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에드워드는 말했다. 미래에서 돌아온 그는 지금 시점에서는 샤토보다도 더 아이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신체 회복도 빠르고 잘 다치지 조차 않았으며, 어떻게 사람을 공격해야 할지도 알고 있고 이를 받쳐주는 강한 힘도 있었다.


‘그렇다고 한들, 아이를 사지로 내몰 이가 어디 있겠어.’


그의 상식선에서는 애초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샬럿이 아닌 다른 아이였다 할지라도, 어마어마한 능력을 지녔다 할지라도 에드워드는 똑같이 행동했을 터였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조준을 마친 에드워드는 방아쇠에 다시 손을 올렸다. 그의 눈이 번뜩이자 조용한 산에 총성이 메아리가 치듯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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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0) 24.05.01 8 0 11쪽
36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9) 24.04.30 10 0 12쪽
35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8) 24.04.29 11 0 12쪽
3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7) 24.04.28 8 0 11쪽
3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6) 24.04.27 8 0 12쪽
3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5) 24.04.26 10 0 14쪽
3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4) 24.04.25 11 0 12쪽
3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3) 24.04.24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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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6) 24.04.20 11 0 12쪽
25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5) 24.04.19 10 0 11쪽
24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4) 24.04.18 11 0 11쪽
»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3) 24.04.17 11 1 12쪽
22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2) 24.04.16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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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2) 24.04.12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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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0) 24.04.10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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