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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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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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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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4)

DUMMY




“초대에 응해주어 고맙군.”


시종장이 확인차 알려준 예법을 숙지한 에드워드와 클로이는 드디어 여왕을 알현했다. 에드워드는 무릎을, 클로이는 치맛자락을 들어 인사를 끝내자, 여왕은 의자에 앉으라는 손짓을 보였다.


“아닙니다, 폐하. 제국민으로서 폐하의 부름에 감읍할 따름입니다.”


본디 여왕의 초대를 받으면 응접실에서 뵙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두 사람은 실내에 꾸며진 화원으로 안내를 받았다.


한겨울에도 잘 꾸며진 화원 내부는 따뜻했고, 식물들도 푸릇푸릇할뿐더러 이국적인 꽃들도 피어있어 장관을 자아냈다. 비공식적인 만남을 여왕이 원했기에 응접실이 아닌 다른 곳으로 불렀지만, 그중에서도 화원을 선택한 것은 여왕의 배려였다.


“들게, 특별히 파티셰가 신경을 썼다 하더군.”


정원 중간쯤 마련된 테이블에 여왕과 손님이 앉자 시종들은 서둘러 테이블에 따뜻한 차와 다과를 세팅했다. 빈 말이 아니었는지, 작은 케이크부터 마카롱, 한 입 크기의 샌드위치까지 꽃 모양으로 꾸며진 디저트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대화를 시작하기 전, 여왕은 잠깐의 티타임을 즐기며 평범한 몇 가지 질문들을 던졌고, 에드워드는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


‘역시 귀족인 태가 어디 안 가는 군. 예법에 손색이 없어.’


“..... 이제 자네를 부른 이유를 말해줘야겠지.”


톡-


여왕이 본론을 꺼내자, 곁에 있던 시녀가 보석함을 들고 다가왔다. 섬세하고 정교하게 조각된 보석함은 화려한 장신구를 보관할 것 같았으나 정작 안에 든 것은 볼품없었다.


단출한 금빛 목걸이 줄 하나만이 벨벳 위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 딱히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내 자네가 수도에서 제법 유명한 탐정이라 들었네.”


“여왕 폐하 앞에서 내보이기에는 미천한 재주입니다만, 여러 의뢰를 받아 해결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인지 알아보겠는가?”


여왕이 만져도 좋다는 듯이 제스처를 취하자, 에드워드는 조심스럽게 목걸이 줄을 들어 올렸다.


햇빛에 비춰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돌려보기도 하며 그는 목걸이 줄을 살펴보았다. 명백한 여왕의 시험이었으나, 에드워드는 떠는 기색 없이 자신의 판단을 말했다.


“관리가 잘 되어있습니다만, 적어도 50년은 넘은 꽤 오래된 체인이군요. 또한, 원래는 가운데 펜던트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체인은 지금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깨끗했지만, 군데군데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결정적으로 이런 형태의 목걸이 줄은 50년 전에 유행했던 스타일임을 에드워드는 알아봤다.


게다가 체인의 두께가 일반 목걸이 줄보다는 약간 두꺼웠고, 고리 형태를 보니 펜던트를 연결해 쓰는 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흠, 신문의 기사가 과장이 아니었군.”


여왕은 칭찬과 함께 인자하게 웃으며 만족을 표했다. 시험을 무사히 통과했다는 생각에 에드워드가 목걸이 줄을 보석함에 다시 넣자, 시녀가 다가와 말려있는 종이 한 장을 넘겨주었다.


“이 펜던트는 대화재 때부터 짐이 소중히 여기던 물건일세.”


황실 대화재. 여왕이 어린 황녀였던 시절, 황제는 중상을 입고 황태자가 사망했던 황궁에 일어난 엄청난 화재였다. 우연에 의했는지 누군가의 의도였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미궁의 사건으로 황실, 귀족, 평민 상관없이 수많은 사상자를 내었다.


황실의 가장 큰 위기나 다름없었으나, 그 당시 직계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현 여왕이 왕위를 물려받아 이 모든 일을 수습해 내 집권 초기 황실의 권력을 굳건히 했다.


“여러 가지 사연이 있는 물건인지라 소중히 관리했으나, 며칠 전, 펜던트가 사라졌네.”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폐하.”


“처음에는 괜찮았지. 나이를 이쯤 먹으면 깜박하고 물건을 아무 데나 두기도 하거든.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궁인들을 모두 동원했는데도 행방을 알 수 없었네.”


여왕의 말을 경청하던 에드워드는 이제야 자신이 이곳에 불려 온 이유를 확신했다.


“자네가, 이 펜던트를 찾아주었으면 하네.”


의뢰에 대한 것을 모두 알게 되었으나, 에드워드에게는 한 가지 더 의문점이 남았다. 여왕이 에드워드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묘하게 거절해 주었으면 하는 눈치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황실이 해내지 못한 일을 외부인에게 맡기시려니 자존심이 상하는 것인가?’


몇 가지 추측해보기는 했으나, 아직은 이유를 확신할 수 없기에 에드워드는 여왕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며 의뢰를 받으려 했다.


“폐하, 황실의 기사단과 궁인들이 모두 찾아보았는데도 불구하고, 펜던트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부족한 제가 찾아 드릴 수 있을지 확답이 어렵습니다. 다만....”


최대한 겸손하게, 그러나 확신에 가득 찬 눈으로 에드워드는 여왕을 향해 대답했다.


“저는 황실의 사람이 아니니, 다른 시각에서 상황을 판단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꼭 황실을 드높이는 결과로써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어떤 말보다도 황실을 위하겠다는 다짐이 여왕을 사로잡았다. 복잡한 계산과 망설임을 넘어 여왕은 그를 믿어보기로 결정했다.


“포르테가 제대로 된 사람을 추천해 주었구나.”


에드워드가 감사를 표하자, 훈훈하게 분위기가 바뀌었다. 황궁에 들어올 때부터 얼어붙어 있었던 클로이는 그제야 마음 편하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


“....... 자네에게는 내 늘 마음 쓰이는 부분이 있어. 그럼에도 이리 장성해 황실의 일을 도우니 제국의 기쁨이구나.”


“과찬이옵니다. 폐하.”


“가주의 자리에 올라설 생각은 없는가? 엘리엇 후작도 내심 자네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는 것 같던데.”


“외람되오나 폐하, 저는 이 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알고 있네. 아까운 인재가 시간을 버리는 것 같아 하는 말이지. 귀족이라면 응당 가문에서 벗어날 수 없지 않나. 가주의 자리가 무겁다면 황성에서도 늘 사람을 반기고 있네.”


이 짧은 순간 여왕은 꽤나 에드워드가 마음에 들었는지 여러 제안을 건넸으나, 정중하게 에드워드는 거절해 나갔다.


제국의 지도자가 보이는 관심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기회일지는 모르겠지만 그에게는 달랐다. 클로이 또한 애꿎은 찻잔만을 만지며 이 시간이 빨리 끝나길 빌었다.


‘큰일 났다.’


태연해 보이려 노력했지만, 클로이의 머릿속에서는 호루라기가 울리는 것 같았다. 여왕이 맨 처음 꺼낸 말은 에드워드가 그동안 황실에 관련된 사건을 받지 않았던 이유와 상통하는 것인지라, 그가 걱정되었다.


“폐하, 실례합니다만, 오찬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벌써 시간이 그리 되었는가? 이만 일어나야겠군.”


다행히도 시종장이 좋은 타이밍에 대화를 끊어냈고, 여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시종장에게 말하게. 그가 무엇이든 도와줄 것이야.”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폐하.”


시종들과 시녀들을 데리고 여왕은 화원을 벗어났고, 에드워드와 클로이는 자리에 서서 인사를 올렸다. 여왕이 완전히 떠나고 시종장이 추가적인 안내를 하려던 순간, 급하게 시녀 하나가 다가와 작게 무언가를 전했고 시종장은 양해를 구한 채 자리를 벗어났다.


“..... 우윽-”


“에드....”


황실 사람 앞에서는 멀쩡하게 굴었으나, 시종장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에드워드는 입을 막았다. 아무것도 먹은 것이 없었지만 속이 울렁거렸고, 클로이는 눈치 빠르게 차가운 물을 건넸다.


꿀꺽꿀꺽-


생명수라도 되는 것처럼 차가운 물을 벌컥 들이켠 에드워드는 그제야 안정된 숨을 내쉬었다. 황실에 발을 디뎠을 때부터 그때의 기억이 떠오를 것만 같아 상태가 안 좋았는데 여왕이 과거를 언급해 버리는 바람에 컨디션이 더욱 나빠졌다.


“고마워, 클로이. 좀 살 것 같네.”


“.... 괜찮겠어?”


걱정스러운 클로이의 표정에 에드워드는 왠지 엥겔 백작 사건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상황이 정반대였는데, 오늘 걱정을 받는 것은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자, 왠지 실소가 나왔다.


“그럼, 괜찮아. 여왕 폐하의 의뢰니 거절할 수도 없고, 조금씩 나아질 거야.”


클로이를 안심시키려고 하는 말이 아닌 진심이었다. 루테에게 황실에 대한 사건도 받겠다고 했던 결심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더 이상 공포 때문에 눈앞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기에 극복해나가야만 했다.


스륵-


정신을 차린 그는 보석함의 체인을 다시 들여다보다 시녀가 준 종이를 펼쳤다. 여왕과의 대화에서 한 가지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펜던트는 분실이 아니라, 누군가가 훔쳐간 것에 가까웠다.


황실 모두가 곳곳을 뒤져봤는데도 나오지 않았다면 둘 중 하나였다.


‘이미 황궁 밖으로 펜던트를 빼돌려 남아있지 않거나, 방이 뒤져지지 않을 만큼 높은 위치에 있는 이가 훔쳐갔을 경우.’


확실히 쉬운 사건이 아니었다. 황족들 중 범인이 있다면 수색이 불가함은 물론, 엥겔 백작 사건 때처럼 사건 청취조차 어려운 문제였다.


“흠, 심지어 로켓 펜던트인데.... 안에 어떤 사진이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군.”


시녀가 넘겨준 종이에는 펜던트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그림이 있어 쉽게 머릿속에 담아졌다.


타원형의 모양으로 겉에는 작은 보석들과 함께 무늬가 세공되어 있고, 이니셜이 적혀있다는 것까지 구체적이었으나, 펜던트 안의 사진에 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펜던트를 찾더라도 열어보지 말란 얘기군.’


에드워드는 왜 여왕이 자신에게 의뢰를 맡기는 것을 망설였는지 이해가 갔다. 펜던트 안의 사진은 여왕에게 있어 절대 남에게 보일 수 없는 비밀이었던 것이다.


“클로이, 시종장께서 오시면 허락을 받아낼 테니 하녀들에게 상황을 청취해 줘. 펜던트와 관련 없는 황실의 자잘한 사건들도 같이 조사를 부탁해.”


그의 부탁에 클로이는 눈을 빛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클로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아무도 외부인에게 자세한 내용을 말해주지 않을 테지만, 그녀가 가진 사교성과 기사단으로 있었던 경력이면 입을 안 여는 사람이 없을 터였다.


‘황실에 방문하는 것이 꺼림칙하긴 했지만, 의외의 수확도 있군.’


여왕을 마주한 순간 에드워드는 소문이 사실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의 눈에 보이는 여왕의 모습이 온전치 못한 것도 있었으나, 시종장이 자리를 비운 것이 확정적인 단서로서 다가왔다.


‘여왕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을 시종장도 보았을 터, 오찬을 핑계로 여왕을 쉬게 해주려 했으나, 집무실로 돌아가시는 길에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하다.’


여왕의 건강과 같은 중요한 문제가 터지지 않고서야 시종장이 이리 허술하게 굴 이유가 없었다. 두 사람을 화원에 버려둔 채 다른 이를 시켜 내용을 전달하지도 않았고, 본인은 더욱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왕의 상태가 정말 안 좋다면, 이득을 볼 수 있는 건 황태자밖에 없어.... 그렇게는 두고 볼 수 없지.’


유렌가와 손을 잡고 있는 황태자에게 좋은 일을 만들어 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펜던트의 행방뿐만 아니라, 다른 황실에 대한 정보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할 무렵 다시 시종장이 급하게 화원 안으로 들어섰다.


“손님들께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렸군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괜찮습니다, 시종장님. 그보다 몇 가지 허락을 구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아까처럼 트라우마에 먹혀있을 때면 몰라도 정신을 차린 에드워드는 유려한 말솜씨로 시종장에게 원하는 것을 받아냈다. 황궁 조사를 허락받자 두 사람은 각자 흩어져, 화려함 뒤에 숨어있는 황실의 모습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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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6) 24.05.07 8 0 11쪽
4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5) 24.05.06 9 0 11쪽
4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4) 24.05.05 8 0 11쪽
4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3) 24.05.04 10 0 12쪽
3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2) 24.05.03 9 0 11쪽
3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1) 24.05.02 11 0 11쪽
37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0) 24.05.01 8 0 11쪽
36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9) 24.04.30 10 0 12쪽
35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8) 24.04.29 10 0 12쪽
3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7) 24.04.28 8 0 11쪽
3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6) 24.04.27 8 0 12쪽
3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5) 24.04.26 10 0 14쪽
»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4) 24.04.25 11 0 12쪽
3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3) 24.04.24 11 0 11쪽
2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 24.04.23 11 0 11쪽
2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 24.04.22 12 0 11쪽
27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7) 24.04.21 13 0 11쪽
26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6) 24.04.20 11 0 12쪽
25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5) 24.04.19 10 0 11쪽
24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4) 24.04.18 11 0 11쪽
23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3) 24.04.17 10 1 12쪽
22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2) 24.04.16 10 0 11쪽
21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1) 24.04.15 11 0 11쪽
2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4) 24.04.14 13 0 11쪽
1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3) 24.04.13 12 0 12쪽
1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2) 24.04.12 13 0 12쪽
1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1) 24.04.11 12 0 11쪽
16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0) 24.04.10 10 0 11쪽
15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9) 24.04.09 1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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