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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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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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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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8)

DUMMY



또각또각-


오래간만에 방문한 기사단 자료실은 고요하고 조용했다. 사실 말이 자료실이지, 총 3관으로 분리되어 있을 정도로 기사단의 모든 정보가 모여 있어 규모가 엄청났다.


제1관은 기사단에 대한 역사와 전통을 담아둔 전시관이었고, 제2관은 추모관을 겸해 기사단으로서 순직한 분들에 대해 기록해 둔 공간이었다. 마지막 제3관은 미공개 정보들을 보관한 곳으로 클로이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2관까지였다.


‘아무도 없네.’


2관으로 들어간 클로이는 더 이상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1관이야 드문드문 사람들이 있기도 했지만, 2 관부터는 거의 유족들만 방문하는지라 늘 조용한 분위기였다.


2관은 시간 순으로 정리되어 있기에 클로이는 가장 끝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대략 50년 전, 대화재....’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대화재 때 순직한 기사들에 대해 설명해 놓은 한 구역에 도달했다.


오래전 일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기사들의 이름만 나열해 놓은 것이 아닌 직책과 유품이 함께 놓아져 있었다. 때로는 초상화가 있기도 했고, 사망한 이유가 함께 적혀있기도 했다.


‘...... 여왕폐하의 호위기사.’


클로이는 그 당시 여왕의 기사였던 자들의 목록을 훑다가 가장 오랫동안 호위기사로서 자리를 지켰던 이를 발견했다.


‘남작 가문 출신의... 어린 나이임에도 실력이 뛰어나 그 당시 황녀였던 여왕의 호위기사로 발탁되었고, 미혼이었으며, 대화재 때 여왕을 지키다 사망.’


다른 기사들의 내용 또한 훑어봤으나, 이보다 더 펜던트 주인으로 근접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귀족 중에서도 가장 낮은 신분이라 여왕과 이어질 수 없는 자, 여왕과 그리 많이 차이 나지 않는 나이. 결정적으로 여왕을 지키다 사망했다고 이유가 명확하게 적혀있었다.


‘녹스.’


기사의 이름을 확인한 클로이는 추가적인 기록들을 확인했다. 여왕의 호위 기사였기 때문에 몇 가지 유품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당시 사용했던 칼과 품 안에서 발견된 수첩이었다.


‘필기체가 독특하신 분이네. 계획적인 성격이시기도 하고. 하루 일과와 해야 할 일을 빼곡히 적어놓으신 걸 보니....’


수첩의 글을 확인하던 클로이는 지금의 기사단과도 큰 차이가 없는 일과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녹스 기사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적어 내린 그녀는 다시 밖으로 나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묵묵히 걸어가던 클로이는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여기까지 왔는데, 너희를 지나치고 갈 수는 없지.’


클로이가 서 있던 곳은 대화재만큼은 아니었지만, 꽤나 큰 자리를 부여받아 있었다. '올렌 강도단 사건'으로 이 구역은 묶여 있는 듯했다.


올렌 강도단은 유렌가와 엘든모어 영지에서 나타난 소규모 강도단이었다. 처음에는 작은 세력이었으나 어디선가 모종의 지원을 받고 세력을 불리더니 상인들의 교류가 불가할 정도로 규모가 커져 황실에서는 기사단을 투입했다.


몇 번의 격렬한 전투 끝에 그들은 궤멸했으나, 제압 과정에서 기사단의 희생도 적지 않았다.


‘엘로딘, 루나, 플레임.....’


이곳을 빼곡하게 채운 이름 하나하나를 클로이는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아직 어린 단원이었을 때 클로이 또한 이 전투에 참가했었기 때문이다.


‘데미안 선배, 잘 지내시죠?’


습관처럼 옷에 장식해 놓은 브로치를 다시 떼어낸 클로이는 명단 중에서 그의 이름을 금방 찾아냈다. 이 사건도 10년 넘게 흘러갔으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아직도 찾는 이들이 많은 듯 곳곳에 꽃이 놓여 있었다.


톡-


가만히 데미안의 사진을 바라보던 클로이는 브로치를 그 앞에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여왕의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선배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황실에서 큰 규모로 일어난 사건, 희생된 사람들, 그 맨 앞에 선두에 있을 수밖에 없는 기사단. 모든 것을 각오했으나,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은 그 어떤 결의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그녀는 죄책감과 함께 살아가야만 했다.


‘우리는, 제국의 검 그 자체인 황실 기사단이다. 황실을 수호하며 제국을 보호하고 그 명령 아래에 사람들을 구한다.’


왠지, 데미안이 자주 말했던 기사단의 선서가 지금도 생생하게 들리는 것만 같아 클로이는 그때를 생각하며 웃었다.


‘알았어요, 선배. 여기서 그만 밍기적거리고 기사단의 긍지에 따라 사건을 해결하러 가란 말이죠? 선배는 사소한 황실의 명령 하나 다 지켜내는 사람이었으니까.’


데미안 앞에 잠시 내려놓았던 브로치를 다시 챙겨 모자에 단 클로이는 작게 기도를 올리고 추모관의 복도를 걸어나갔다. 기사단 자료실 밖으로 나오자, 햇빛을 받아 브로치가 반짝거렸다.




.

.

.




‘럭키-! 찾았다. 오늘, 정말 순조로운데.’


황태자를 찾아다니던 포르테는 그가 집무실 안에 없음을 알아챘다. 평소보다 방문을 지키고 있을 기사단이나, 시종들의 수가 적었기 때문이다. 황궁을 산책하는 척 돌아다니다 보니 황태자가 누군가와 함께 화원으로 향하는 모습을 포르테는 운 좋게 보았다.


‘옆에 있는 사람은 기사단 중에 한 명인 것 같은데....’


화원의 좋은 점이라면, 다양한 식물들이 자생하는 덕에 숲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우거진 곳이 생겨 숨을 곳이 많다는 점이었다.


내부에 마련된 2~3곳의 테이블 중 황태자가 어디에 머물지는 미지수였으나 뻔하긴 했다. 그는 늘 여왕이 자주 앉는 자리를 자신 또한 앉으려 애썼다.


“계획대로 소문은 잘 퍼졌더군. 이제 밑밥은 모두 깔렸어. 우선 폐하께서 병환이 있다는 것을 대회의에서 드러내고 나면, 자연스럽게 파가 갈릴 거다.”


황족과, 그들에게 초대받은 사람만이 출입할 수 있는 화원인지라 황태자의 경계는 누그러져 있어 발언 수위가 높았다. 반 정도는 혹여나 누가 듣는다 할지라도, 여왕만 아니라면 자신이 무마할 수 있다는 건방진 태도가 섞여 있기도 했다.


“처음에야 의견이 갈리겠지만, 그들도 대안이 없음을 알고 있어. 둘째는 권력에 욕심이 없고, 막내는 왕위에 오르지 않겠다 선언한 바가 있지. 시간은 내 편이야, 여왕께서도 처음에는 분노하실지언정 병환 때문에 결국 황위를 넘기실 것이야.”


황태자는 몇 가지를 더 기사와 논의했다. 기사는 그의 명령을 수행하는 핵심적인 인물 같았다. 대화가 끝난 두 사람은 밖에 대기하던 시종들을 데리고 다시 화원을 벗어났다.


그가 황궁으로 다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포르테 또한 시간차를 두고 화원을 빠져나와 지금에 이르렀다.


‘황태자가 소문을 퍼트린 것을 알았으니, 이제 대처할 수 있겠어.’


레지스탕스에 지금이나마 제대로 된 정보를 전해 줄 수 있겠단 생각을 하며 포르테는 화원에 숨느라 머리에 묻었던 나뭇잎을 털어냈다. 가벼워진 마음으로 그는 어머니를 뵈러 대기하고 있던 마차에 올랐다.


‘이따가 레지스탕스도 들려야겠군. 하는 수 없지. 미안하지만, 오늘도 친우의 이름을 빌리는 수밖에.’


아무리 후계자가 아닌 들 황자의 단독 행동을 황실에서 허락해 줄 리 없었다. 하지만 포르테는 자신을 도와주는 여러 사람들이 있기에 비교적 자유로웠다. 독자적인 행동을 눈감아주는 호위 기사부터 늘 핑계가 되어주는 가장 친한 친우까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들이 추궁과 책임을 물어야 할 텐데도 그들은 포르테의 신념을 존중해 나름의 방식대로 지지를 해주었다.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어. 황태자... 외숙부의 권력을 어떤 방식으로든 끌어내리고 나면 그 빈자리를 지식인층이 차지하고....’


포르테는 황태자를 자신의 친척이라 칭하기조차 싫었다. 그는 귀족과 황실 이외의 인간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황태자가 왕위에 오른다면 이 제국이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


‘황실이 조금만 생각을 바꾼다면.... 더 나은 제국을 만들 수 있어.’


포르테는 레지스탕스와 황실, 곧 여왕의 의견을 모두 존중했기에 이중 첩자를 하고 있었다.


그는 이 대립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대화를 나누고, 합리적인 의견 조율에 따라 나아간다면 공감을 기반으로 제국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포르테는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끼익-


“전하, 미술관에 도착했습니다.”


“고생 많았네.”


마차에서 내린 포르테는 미술관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서성거렸다. 아직 미술관 앞을 호위기사들이 지키고 있는 것을 보니 황녀는 나오지 않은 듯했다. 미술의 재능이 넘치는 황녀와 달리 자신은 영 그런 쪽에는 눈이 밝지 않았다.


‘정적인 것보다는 동적인 것이 더 보기 좋지.’


그의 재능은 오히려 음악 쪽에 가까웠다. 클래식부터 뮤지컬까지 섭렵하지 않은 분야가 없으니 최신의 유행도 모두 꿰고 있었다.


황녀가 나오면 극장을 가자고 조를까 고민하며 하릴없이 전시관 건물 주변을 돌아다니던 포르테는 순간 인기척을 느꼈다.


“....?”


“전하? 왜 그러신지요?”


포르테는 대답 대신 빠르게 뛰어 전시관 뒤쪽의 골목길을 살폈다. 막다른 길과 함께 아무도 없었지만 그는 여전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무언가를 보셨습니까?”


“..... 아니다. 돌아가자꾸나.”


뒤쫓아 온 몇몇의 호위기사들 또한 경계했으나, 그 골목에 특별한 점은 없었다.


‘... 방금 느낀 건... 살의.’


호위 기사를 안심시키며 골목길에서 나왔지만, 포르테는 순간적으로 느낀 감각을 기억했다. 수없는 레지스탕스 활동이 길러준 직감이기에 이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내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르나, 미술관 주변의 호위를 좀 더 강화하는 것이 좋겠다.”


“예! 명을 받듭니다.”


포르테의 명령에 호위 기사는 바로 지원을 요청하러 자리를 떠났다. 다행히도 지금은 누가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거나 아까처럼 살의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어머니를 설득시켜서 오늘은 돌아가는 것이 좋겠어. 방금 살의를 보인 이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혼자라면 몰라도, 어머니께서 험한 상황에 휘말리시도록 두고 볼 수는 없지.’


그는 신중하게 판단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상하군. 어머니께서 원한을 사실 성격은 아닌데.... 나를 노렸다기에는 어떻게 내가 이곳으로 오리라 안 거지? 오늘 아침에서야 결정된 사항인데.’


황녀나 자신을 노린 것이 아니라면 황실 자체를 타깃으로 한 것일 텐데 이러면 범위가 너무 넓어졌다. 결론이 나지 않는 추측에 포르테가 머리를 싸맬 무렵, 마침내 황녀가 미술관 밖으로 나왔다.


“어머, 오래 기다렸니 포르테?”


“아니요.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포르테는 황녀가 당황하지 않도록 최대한 웃음을 짓은 뒤, 조심스럽게 상황을 설명했다. 어쩌면 너무 예민한 반응이 아니냐며 고집을 부리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황녀는 순순히 포르테의 말을 따라주었다.


두 사람이 마차를 타고 미술관을 떠나자 호위들도 그들을 보호하며 출발했다. 이 상황을 불이 꺼진 옆 건물 창문에서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


“....... 우리도 철수한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고, 부하로 보이는 이들은 빠릿빠릿하게 그의 명령을 받들었다.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군. 앞으로 포르테 황자가 있을 때는 접근에 조심하도록.”


깊게 눌러쓴 모자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는 그는 옆에 서있던 이에게 주의를 주었다. 아까 명령을 받아 포르테를 감시하다 살의를 보인 이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은 조용히 건물에서 벗어났고, 그 광경을 본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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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5) 24.05.06 9 0 11쪽
4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4) 24.05.05 8 0 11쪽
4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3) 24.05.04 10 0 12쪽
3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2) 24.05.03 9 0 11쪽
3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1) 24.05.02 11 0 11쪽
37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0) 24.05.01 8 0 11쪽
36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9) 24.04.30 10 0 12쪽
»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8) 24.04.29 11 0 12쪽
3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7) 24.04.28 8 0 11쪽
3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6) 24.04.27 8 0 12쪽
3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5) 24.04.26 10 0 14쪽
3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4) 24.04.25 11 0 12쪽
3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3) 24.04.24 11 0 11쪽
2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 24.04.23 11 0 11쪽
2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 24.04.22 12 0 11쪽
27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7) 24.04.21 13 0 11쪽
26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6) 24.04.20 11 0 12쪽
25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5) 24.04.19 10 0 11쪽
24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4) 24.04.18 11 0 11쪽
23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3) 24.04.17 10 1 12쪽
22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2) 24.04.16 10 0 11쪽
21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1) 24.04.15 11 0 11쪽
2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4) 24.04.14 13 0 11쪽
1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3) 24.04.13 12 0 12쪽
1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2) 24.04.12 13 0 12쪽
1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1) 24.04.11 12 0 11쪽
16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0) 24.04.10 10 0 11쪽
15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9) 24.04.09 1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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