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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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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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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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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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1)

DUMMY




퍼억-


“요 녀석, 이 난리를 펼쳐놓고도 아직도 체력이 좋구나.”


고슴도치는 케이지 안이 불만인지 짧은 발로 바닥을 쳐댔다. 작은 소리였지만, 황자는 금세 눈치채고는 품에서 간식을 하나 꺼내 넣어주었다.


‘.... 시종에게 시키지 않으시고, 손수 간식까지 들고 다니시다니 소문이 정말이었군.’


여왕의 자식 중 둘째 황자가 가진 독특한 특징은 동물을 무척 아끼고 사랑한다는 점이었다. 황궁과 수도 근처에 황자가 직접 만든 동물 보호소가 있을 정도였다.


보호소는 다친 동물들을 회복시켜 야생으로 돌려보내고, 사람과 동물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관리하는 장소로서 큰 규모로 만들어져 있었다.


‘처음 만들 때는 여왕 폐하께서도 무척 반대하셨으나, 지금 와서는 몇몇 공작가에서 오히려 설립을 요청할 정도로 필요도가 높아 황자의 혜안이라 불린다지.’


동물뿐만이 아니었다. 전반적인 제국의 복지에 관해서는 길버트 황자가 모두 담당하고 있었다.


귀족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고, 최근에는 교회와 협업해 고아원을 개선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어 제국민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


“그대가 소문이 자자하던 그 탐정일 줄이야. 폐하의 펜던트를 찾으러 왔다지?”


“예, 맞습니다. 전하.”


“바쁜 와중에 이리 큰 도움을 주었으니,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하게. 내 사례하도록 하지.”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황자는 제안했다. 좋은 기회를 잡았다 생각한 에드워드는 물질적인 것을 바라는 대신, 질의를 택했으나 현명한 선택지가 아니었다.


“-최근, 연구자들이 제시한 의견들은 개인의 선행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의 정책의 일부로-”


‘...... 언제 끝나려나.’


황실이나 펜던트에 대해서 황자는 모두 단답 했다. 대답을 회피하거나 숨기려는 것이 있다기보다는 정말로 그가 관심이 없는 주제인지라, 아는 것이 없어 자세히 답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에드워드는 길버트 황자가 관심 있어할 만한 복지 정책에 대한 질문을 했다가 끝없는 강의에 휘말려 버렸다.


“-요점은 그렇다는 걸세. 콜록!... 노인에 대해서도..... 콜록, 콜록!....”


“전하, 너무 오래 바깥에 계셨습니다. 이만 들어가시지요.”


신나게 얘기를 늘여놓던 황자는 한참 동안 기침이 멈추질 않았다. 보다 못한 시종들이 담요를 둘러주고 서둘러 따뜻한 물을 따라주었지만 황자의 안색은 점점 창백해져만 갔다.


“.... 후우, 미안하네. 아무래도 오늘은 여기서 파해야 할 것 같군.”


“시간을 내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전하.”


“그래, 다음에 또 자리를 마련하지.”


시종들의 부축까지 받으며 황자는 황궁으로 다시 들어갔다. 대화가 멈추길 바라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끝나길 원한 것은 아닌지라 에드워드 또한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정원에 나오신 지 4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텐데. 황자가 후계자로 아예 고려되지 못한 이유가 이거였군.’


길버트 황자는 황위 계승 서열 2위임에도 실질적으로는 황위를 포기하겠다 선언한 카린 황녀보다도 더 후보로서 거론되지 못했다. 그의 능력이 관심이 있는 분야를 벗어나면 영 떨어지는 것도 문제로 꼽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건강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유약해 외부에 얼굴을 비추는 일이 없다시피 했으며, 장성한 이후에도 한동안 어딜 가든 궁의가 계속 따라다닐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지금은 개발된 신약이 몸과 잘 맞아 어느 정도 활동이 느셨다지만, 기본적으로 체력이 부족하고 병약했다.


‘여왕 폐하조차 건강 때문에 물러나셔야 한다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제국민의 호감이 높다고 한들 몸이 약한 황자가 권력을 잡을 수 있을 리 없지.’


평화가 길어진 만큼 제국민은 큰 변화보다는 안정성을 원하는 경향이 컸다. 물론 황위를 차지하는 데 있어서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했으나, 대화로 미뤄보건대 그는 황위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펜던트와는 아예 관련이 없는 것 같고.... 만나 뵐 수 있는 황족은 거의 뵈었군. 남은 건....’


단 한 사람밖에 없었다. 오늘은 시간이 늦은지라 만남이 어렵기에, 에드워드는 내일이면 이 모든 일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

.

.





“전하...! 어인 일로 예까지 방문하셨습니까.”


“고르텐 공작님, 좋은 저녁입니다.”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케론 호텔의 5층, vip룸에 머물고 있던 고르텐은 갑작스럽게 방문한 손님에 상당히 놀랐다.


이틀 전, 그는 외동딸인 황태자비를 황궁에서 만난 뒤, 슬슬 영지로 돌아가려는 참이었다. 여왕은 고르텐이 황궁에 방문할 때마다 귀빈실에 머무르라 권했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했다. 자신은 황실의 신하일 뿐이지, 외척으로 보일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몸은, 괜찮으신 겁니까?”


“예, 공작님. 며칠새 많이 좋아졌습니다.”


고르텐을 찾아온 것은 다름 아닌 황궁에 있어야 할 딸아이였다. 황태자와 결혼해 황실로 거취를 옮긴 이후, 황태자비는 고르텐과 교류 자체를 점점 줄여나갔다. 지병이 있어 영지까지 내려오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으나, 수도의 호텔에 고르텐이 있을 때도 자주 찾아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고르텐은 한 번도 딸아이에게 실망한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을지언정 평생을 노력해 온 모습을 알기 때문이다. 아픈 몸을 이끌어 검술을 배우고, 침대에 누워서라도 공부를 해가며 열의를 불태웠던 딸아이는 결국 황태자비의 자리까지 올랐다.


이랬던 딸아이가 자신을 찾아오자 고르텐은 무슨 일이 있나 싶어 걱정이 먼저 들었다.


“공작님과 나눌 말이 있으니 모두 자리를 비키거라.”


vip룸 안쪽에 마련된 방으로 들어간 황태자비는 황궁에서 데려온 시녀들과 시종들을 모두 내보냈다. 충신이자, 많은 나이에도 아직 현역의 검술 실력을 가진 ‘고르텐’과 함께 있기에 이례적으로 호위기사까지 방 밖으로 나갔다.


“춥진 않느냐? 더 불을 피우라 할까?”


“아닙니다, 아버지.”


모두가 나가자 고르텐은 다정하게 말투를 바꾸어 여러 가지를 물었다. 그럼에도 황태자비는 복잡한 심경인지 창밖에 시선을 고정할 뿐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루시, 왜 그러느냐. 어떤 일이든 이 아비가 해결해 줄 테니 말해 보거라.”


답답해진 고르텐은 황태자비에게 직설적으로 물었고, 그녀는 몇 번을 망설인 끝에 결심한 말을 입에 올렸다.


“..... 죄송하지만, 당분간 황궁에 오지 말아 주십시오.”


냉정한 황태자비의 말이었으나, 고르텐은 물끄러미 루시를 바라볼 뿐 섭섭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 수도에 방문하지 않으마.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무슨 일이 있는 거냐?”


루시는 자신이 아버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고르텐이 화를 내거나, 당장 여왕을 뵈러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제대로 된 이유를 말하라며 다그칠 줄 알았으나, 고르텐은 걱정스러운 눈길뿐이었다.


‘..... 어릴 때, 말도 안 되는 고집을 부려도 아버지는 오늘처럼 늘 들어주려 하셨지.’


자신을 아끼는 고르텐의 모습에 가슴 한 편이 시큰거렸으나, 루시는 사실대로 털어놓는 대신 애써 웃었다.


“아뇨,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저 공작가의 가주로서 바쁘실 텐데, 제 상태가 많이 안정되었으니 자주 오실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루시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 정도는, 눈치가 없는 고르텐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딸아이를 닦달해 봤자 난감하게만 만들 것 같아, 그는 루시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믿고 넘어갔다.


“..... 건강을 회복했다니 이보다 좋은 일이 있겠느냐. 그리 하마, 네 걱정을 덜었으니 영지로 내려가서 공작가로서 의무를 다해야겠구나.”


고르텐이 따뜻하게 웃으며 대답하자, 루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있다 가지 그러니. 오늘 수도를 둘러보다 괜찮은 찻잎이 눈에 띄어 하나 샀단다. 아, 그렇지. 공작가에서 가져온 레몬쿠키도 있는데.... 어릴 적에 좋아하지 않았느냐?”


“시간이 늦은지라, 황궁으로 돌아가 봐야 돼서요.”


그대로 뒤돌아서 문을 나선 루시의 눈가는 붉어져 있었다. 그녀도 더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오늘만큼은 이러다 어리광을 부리게 될 것 같았다. 황태자비로서 감정을 갈무리한 채 마차에 오른 루시는 황궁을 출발했다.


‘휴우.... 황태자 전하께서는 왜...’


아무리 황태자비라지만, 아버지와 만나는 것이 싫을 리가 없었다. 건강 때문에 휴가철에도 영지의 별장으로 내려가지 못하는지라 고르텐은 바쁜 와중에 시간을 들여 수도로 자주 왔다.


이에 관해 죄송한 마음뿐 멀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런 루시가 고르텐에게 매정하게 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황태자의 부탁 때문이었다.


‘루시, 황실의 권력을 굳건히 하려면 엘든모어 가문 외에도 다른 귀족들이 필요한 것을 그대도 알지 않은가. 공작님과 뵙는 시간은 나도 즐겁지만..... 자주 방문하시니 엘든모어 가문만을 등용한다고 귀족들이 생각하네.’


현 정세에 관해서는 황태자비도 잘 알고 있었다. 황태자를 지지하는 세력과, 황태자만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세력으로 대회의는 양분되어 있으며, 이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세력도 적지 않았다.


‘지금 거리에 퍼진 소문 때문에 나와 접촉을 원하는 가문들이 있네. 그러니 잠시라도 공작께서 황궁에 덜 방문해 주실 순 없으신가?’


간절한 황태자의 부탁에 그녀는 마지못해 수긍했다. 속상함과 서운함을 담은 여러 가지 질문들이 목 끝까지 차올랐으나, 루시는 끝내 묻지 않았다. 엘든모어 공작가의 외동딸로서 수없이 받은 교육 때문이었다.


‘황실에 충성을 바친 가문으로서, 황실의 뜻에 의심하지 말고, 거역하지 말지어다.’


그녀는 단 한 번도 가문의 맹세를 잊은 적이 없었다. 황태자비가 된 뒤에도 눈을 막고, 귀를 덮으며 오로지 황태자를 가장 우선시했다. 다행히도 황태자는 항상 남편으로서 루시에게 다정하고 친절했으며, 아이들에게도 최선을 다해주는 이였다.


‘온전히 명령을 따르는 것만이 충직한 신하인가?’


그러나 ‘그 사건’ 이후부터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자꾸만 루시를 맴돌았다.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직언해야 하지 않았을까? 온전히 그의 말이 모두 맞다 하는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은 틀렸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전하께서 선택하신 길이 옳은 길이길 바라는 수밖에...’


오늘도 황태자비는 답을 내리는 대신 질문을 마음속에서 덮어냈다. 많은 생각들에 지친 그녀는 마차의 등받이에 깊게 몸을 뉘었다.


쿵-쨍그랑!


어디선가 무언가 깨지고 부딪치는 소리에 황태자비는 잠시 놀랬으나, 마부나 기사단의 반응이 크게 없는 것을 보니 거리에서 잠깐 일어난 소란 같았다.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마차는 황궁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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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7) 24.05.08 10 0 12쪽
4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6) 24.05.07 8 0 11쪽
4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5) 24.05.06 9 0 11쪽
4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4) 24.05.05 8 0 11쪽
4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3) 24.05.04 10 0 12쪽
3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2) 24.05.03 9 0 11쪽
»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1) 24.05.02 12 0 11쪽
37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0) 24.05.01 8 0 11쪽
36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9) 24.04.30 10 0 12쪽
35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8) 24.04.29 11 0 12쪽
34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7) 24.04.28 8 0 11쪽
33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6) 24.04.27 8 0 12쪽
32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5) 24.04.26 10 0 14쪽
31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4) 24.04.25 11 0 12쪽
30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3) 24.04.24 11 0 11쪽
29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2) 24.04.23 11 0 11쪽
28 case 4 : 플레 팬던트 사건 (1) 24.04.22 12 0 11쪽
27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7) 24.04.21 13 0 11쪽
26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6) 24.04.20 11 0 12쪽
25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5) 24.04.19 10 0 11쪽
24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4) 24.04.18 11 0 11쪽
23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3) 24.04.17 10 1 12쪽
22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2) 24.04.16 10 0 11쪽
21 case 3 : 릴로 남작령 폭발 사건 (1) 24.04.15 11 0 11쪽
20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4) 24.04.14 13 0 11쪽
19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3) 24.04.13 12 0 12쪽
18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2) 24.04.12 13 0 12쪽
17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1) 24.04.11 12 0 11쪽
16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10) 24.04.10 10 0 11쪽
15 case 2 : 엥겔 백작 살인 사건 (9) 24.04.09 1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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