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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ITE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5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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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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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 - 2

DUMMY

도신은 기습적으로 팔•다리를 크게 벌려 날아오는 공격에

온몸이 감겨 꼼짝없이 그대로 서서 당한다.


"하하하!"


"야~! 이거 안 놔? 당장 내려와~"


"으히히히! 회장님~!"


"너는 참 내! 여전히 왈가닥이구나!


야~! 근데 연주야. 너 몰라보게 세련돼졌다~!.

예전에 풋풋하던 연주는 어디 갔냐!"


"하하. 왜요? 이제는 제가 마음에 드세요?"


"내가 언제 네가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한 적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는데

난 그런 적 없다."


"머리 아파요~. 너무 헛갈리게 말씀하세요!

그냥 '응'이라고 하시면 끝나는 걸~."


"어떻게 연락도 없이 나타난 거야?"


"방금 했잖아요~!"


"그래? 저 헬기는 또 뭐냐?

전쟁 난 줄 알고 무서워죽는 줄 알았어!"


"오랜만에 만나 엄살부터 떠시네요, 우리 회장님!"


연주는 반가운 마음에 또 달려들지만 도신이 정색을 하고 막아선다.


"인제 그만~. 남사스럽게 어디 다 큰 여자가 달려드냐?

한 번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


"하도 오랜만이라 한번으론 부족한데요?"


"아이고 그래그래 알았으니까 저기 앉아 있어.

뭐 시원한 것 좀 마실래?"


"네. 아이스라떼 마실래요."


"응 그래. 잠시만~."


연주는 도신 너머 드러나는 주방과 박살 난 거실을 보더니

왈칵 울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오아시스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하다.

도신 얼굴이라도 보려고 잠깐 들린 건데

그 계획이 틀어지게 생겼다.


"그때그때 설거지 안 하세요?"


"으, 응~. 하지~. 오늘 좀 밀렸네?"


"스님하고 민희씨는 안 하세요?"


"스님하고 민희는 CTC 응급실에 있다가

며칠 전에 부산 종합병원 중환자실로 옮겼어.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중환자실 집중 케어가 필요하다고 해서 얼른 옮겼지."


"......"


도신이 냉커피 두 잔을 타서 가져온다.


도신이 소파에 앉아 연주 앞에 커피를 놓는데

연주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제 울고 싶으면 편하게 울어.

내 앞에서는 화장실 가서 울거나 그러지 말아라. 병 생기더라."


"네.... 흑흑. 흐어엉~"


도신은 연주가 펑펑 우는데 말없이 못 본 체한다.


그렇게 30분을 우는데 도신은 연주의 체력에 놀랄 뿐이다.


"죄송해요. 이제 다 울었어요."


"넌 왜 우는 거니? 이게 울 일인가?"


"네. 저 그릇들! 너무 높아요. 한 달은 먹은 다음 그대로 쌓기만 하셨죠?"


"아마~. 거의 그런 것 같다.

요즘은 하얀집 보수 공사로 작업자들 밥 먹이느라 정신없지~"


"동호회는요?"


"못하지~. 집이 이런데. 다 부서졌어!

난 아까 전화가 오길래 회원가입 전화인 줄 알고

다음에 하라고 말할 참이었거든."


"제 전화번호 모르세요?"


"알지~! 저장해놨는데 아까는 무심결에 받은 거라니까~!"


"제가 떠나는 날 드린 선물 좀 줘보세요!"


"뭐? 심장 센서?"


"네~. 빨리요!"


"그거 잘 때도 지니고 자!"


연주는 자기가 선물한 심장 센서를 받아 버튼을 눌러 설정된 수신처를 확인한다.


"회장님~! 제 전화로 해놓으시면 어떻게 해요? 전 지금 멀리 있는데요~. 참 내!"


"너 말고 해놓을 사람이 없어. 그래도 선물을 준 사람으로 해야 예의잖아."


"......"


"오랜만에 와서 계속 울기만 하네?"


"아니에요. 지금은 잠깐 울컥했을 뿐이에요."


"CTC에는 들렸어?"


"거긴 왜 들려요? 별로 가고 싶지 않아요."


"헬기 조종사도 들어오라고 해. 왜 밖에 혼자 세워두는 거야?"


"들어올 필요는 없어진 것 같아요. 곧 돌아갈 거니까요."


"이제 가려구?"


"아뇨. 저말고 헬기요~.

저 당분간 회장님 신세 좀 지려고요~!"


"무슨 신세?"


"제가 회사에서 무기한 휴가를 받았는데

막상 갈 곳이 마땅치 않네요."


"나야 네가 온다면 반대는 안 하겠지만,

여기가 예전 같지 않고 좀 지저분해서 내가 좀 그런데?"


"그럼 전 어디 가라고요?"


"낮에는 공사 중이고 사람도 없는데 뭐 하러?

나랑 단둘이 정분날 일 있니?"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씀하세요?"


"그럼 나랑 미리 의논이라도 하지 그랬어~!

여기 어디 너 있을 데가 있는지 봐봐. 모두 부서지고 구멍이 뚫렸어.


하루 종일 밥하고 청소만 하다가 볼일 다 볼 텐데?

그냥 다른데 가. 네가 싫은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부담스러워.


널 이런 데서 생활하게 하고 싶지 않은 거야.

오늘은 그냥 돌아가. 미안하다.


내가 요즘 사람 만나는 것도 싫고 다 귀찮아져서 그래."


도신은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려 연주 눈을 피한다.


그러자 연주가 가까이 다가와 무릎을 꿇고 도신 얼굴에 두 눈을 바짝 들이댄다.


"회장님은 좀 쉬시라니까요. 내가 여기를 싹 다 정리해 놓을 테니까 두고 보세요!"


"뭐? 무슨 말이야? 여기 너 월급 주는데 아니야. 휴가는 푹 쉬다 가는 게 휴가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도신은 일어나 주방으로 간다.

그러더니 이것저것 뒤지고 열고 난리를 친다.


"그럼 3일만 일하고 갈 테니 그 대신 밥 먹여주고 재워주세요."


"알았다. 그건 해줄 수 있어. 물론 그 전에 가도 돼~. "


"네, 네. 그럴 일은 없답니다!"


"그냥 내가 미안해서 그래."


"회장님. 여기 아무도 없고 제가 오아시스 회원도 아니니

그냥 도신씨로 부르면 안 돼요?"


"응. 안 돼~. 언젠가는 다시 가입할 거잖아! 나이도 나보다 어리고."


"그럼 오빠라고 부를게요."


"그건 되는데 단둘이 있을 때만 하는 거로 해야 해.

회원들이 오해한다!"


"네, 오빠!"


"이제 소원 성취했냐?"


"오빠~? 자꾸 놀리시면 저한테 혼나십니다!"


"하하하하!"


연주는 도신이 호탕하게 웃는 모습을 오랜만에 본다.


“오빠. 잠깐 마당에 볼일 좀 보고 올게요.”


“그래.”


연주는 열려 있는 문으로 나가 헬기 조종사와 잠깐 얘기를 나누더니

헬기를 돌려보낸다.


거실로 들어온 연주는 짐을 풀기 위해 자기 방으로 가지만,

벽 곳곳에 총탄 자국과 뻥 뚫려 밖이 훤히 보여 사용을 포기하고 거실로 나온다.


“거봐. 여기 너 있을 곳이 없다니까.”


“소파도 괜찮아요.”


“......”


연주는 소파 위에 배낭을 던지고 입고 있던 옷을 벗는다.


“연주야. 여기서 뭐 하니? 옷은 방에 들어가서 갈아입어도 돼.”


“괜찮아요. 돌아서시면 되잖아요.”


“알았다. 너 편한 데로 해.”


도신은 더 이상 말없이 2층으로 올라간다.


2층으로 올라가는 도신의 뒷모습을 보고 연주는 무너지는 맨탈을 다잡는다.


‘내가 이러면 안 되지!’


연주는 잠옷이 없어서 검은색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전쟁터가 따로 없구나.”


연주는 천정까지 쌓여있는 그릇들을 일일이 설거지해 작업대 위에 가지런히 쌓아 놓는다.


4시간 정도 설거지를 마치고 마른행주 10장으로 그릇의 묻은 물기를 모두 닦아 정리한다.


자정쯤 주방 정리가 마무리되고, 거실로 나간다.

거실 전등을 켜보지만, 아예 켜지지 않는다.


연주는 2층을 올려다본다.


“지금 좀 어둡고 너무 늦었으니, 거실은 내일 하자.”


연주는 화장실로 가서 간단히 씻고 소파로 가 눕는다.


나무문 왼쪽 벽은 완전히 무너져 우거진 숲이 보이고 벌레 소리가 잠을 설치게 한다.


연주는 잠들기 전에 2층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스르르 잠이 든다.


*


아침 6시. 여러 마리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눈을 뜬 연주는 일어나자마자 2층을 본다.


“아직도 안 일어나시네~!”


연주는 얼른 2층으로 올라간다.


2층 복도에 올라온 연주는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완전히 박살 나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럼, 회장님은 어디서 주무시는 거지?”


연주는 2층 복도를 걸어가다 공동 헬스장으로 들어간다.


그곳에 얇은 매트를 깐 다음 이불을 덮고 자는 도신이 보인다.


연주는 도신에게 다가가 엎드려 도신을 자세히 살핀다.


숨소리도 체크하고 심장이 뛰는지도 체크한다.


“연주야~. 왜? 나 죽었을까 봐?”


도신이 일어나지도 않고 누운 채 헬스장 벽을 보고 연주에게 말하고 있다.


“일어나셨어요? 저 좀 보고 말하세요.”


“왜?”


도신은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왜 이렇게 피곤해하시지?


오빠. 인테리어 공사하는 분들은 몇 시에 오세요?”


“......9시쯤. 나 쫌만 더 자고.”


“몇 명인데요?”


“6명인데 밥은 내가 차릴게. 1시간 있다가 깨워줘.”




연주는 긴 한숨을 쉬고 주방으로 내려가 8인분 밥과 국을 준비하고 연주는 먼저 먹는다.


*


오전 10시.

인테리어 업자들과 도신이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일어나 각자 맡은 일을 하러 흩어진다.


도신이 빈 그릇을 나르고 연주는 설거지한다.


도신은 주방 일을 하고 있는 연주를 가엾은 표정으로 바라본다.


“연주야. 며칠 있다가 너 볼 일 보러 가.”


“아니에요. 어서 기운 차리셔야죠. 바쁘니까 말 시키지 마세요.”


“그래.”


도신은 나무문을 활짝 열어놓고 무슨 일인지 밖으로 나간다.


*


밤 8시.

연주는 아직도 거실 정리를 하고 있다.

건물 잔해와 각종 부서진 집기들을 한곳에 모아 카트에 담아 마당으로 옮기고 있다.


도신은 아침 먹고 나간 이후로 보이지 않는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 연주는 걱정한다.


석호에게 전화해서 도신이 안 들어와 찾아보라고 하고 싶었지만, 연락하지 않았다.


연주는 2층과 3층에 잠깐 올라가서 뭐부터 정리해야 할지 고민해 보고 나서

거실로 내려와 곳곳의 흙먼지와 묵은 때를 걸레질로 닦아낸다.


*


밤 11시.

잠깐 일을 마치고 커피를 마시다 식탁에 엎드려 잠이 든 연주를 누군가 깨운다.


“네?”


“연주야. 미안해. 전화했지?”


“들어오셨어요? 식사는요? 잠깐만요. 차려드릴게요.”


“아니야. 내가 차려 먹을게. 넌 먼저 자.”


“아니에요. 제가 차려드릴 테니 기운 좀 차리세요.”


도신은 마지못해 식탁에 앉아 연주가 차려주는 저녁을 먹는다.


“저, 드시는 동안 샤워 좀 하고 올게요. 샤워실 문도 박살 나서 없어졌으니까

샤워하는 동안 근처에 오시지 마세요.”


“그래. 어서 갔다 와.”


*


연주가 샤워를 마치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식탁에 와보니

도신은 안 보이고 먹은 그릇은 깨끗이 설거지해 정리돼 있다.


연주는 머리 말릴 곳도 없어서 그냥 젖은 머리를 대충 말리고 2층에 올라간다.


헬스장으로 들어가니 도신이 구석에 매트를 깔고 잠을 자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숨소리와 심장 박동을 체크하고 일어나 돌아서는데 도신이 누운 채 말을 한다.


“오늘 고생 많았어. 너무 미안하다.”


“네, 오빠. 어서 주무세요.”


연주는 거실 소파로 내려와 잠을 청한다.


“오빠가 많이 아프신가봐.”


*


토요일 아침 6시.


연주는 주방에 가서 아침밥과 국을 만들어 놓고 불에 탄 집기들을 혼자서 옮기기 시작한다.

인테리어 업자들은 주말에 오지 않아 연주가 혼자서 다 하기로 한다.


*


아침 9시.

도신이 일어나지 않길래 연주는 2층 헬스장으로 올라가 도신을 살핀다.


도신은 여전히 누워있는데 오늘은 좀 이상하다.

이마에 손을 대자 너무 뜨거워 목과 팔을 만져보니 온몸이 펄펄 끊는다.


“해열제를 먹여보고 알코올로 식혀야겠다.”


연주는 도신을 바로 앉히고 해열제를 먹인 후,

알코올을 적신 수건으로 도신의 팔다리와 등을 적셔 열을 식힌다.


“오빠. 열이 내리지 않으면 병원에 연락할게요.”


“아니야. 이러다 내린다. 고마워. 나 좀 잘게.”


“주무실 거면 아침 좀 드시고 주무세요.”


“오늘 정말 밥을 못 먹겠다. 잠깐 눈 좀 붙일게.”


“오빠. 오늘은 제 말 들으셔야 해요. 일어나 보세요.”


연주는 도신을 일으켜 앉힌 다음 양팔을 잡아 세운다.


“여, 연주야 뭐하니? 나 힘들다.”


“......”


연주는 재빨리 뒤돌아서서 도신을 등에 업고 2층 계단을 내려온다.


그리고 식탁으로 가 조심스럽게 식탁에 앉힌다.


“이렇게 무너지도록 내벼려두지 않을 거예요. 싫어도 드셔야 해요.”


연주는 도신이 좋아하는 신김치 찌개를 끓여 도신 옆에 앉아 밥을 떠먹여 준다.


도신은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억지로 밥을 먹는다.


“이거 드셔보세요. 홍어회에요.”


연주는 신김치에 홍어회를 얹어 억지로 도신에게 먹인다.


“이거 막걸리예요. 원래를 안 되는데 오빠는 이거 드시면 힘 좀 나실 거예요.”


“아니야. 막걸리라니? 대낮부터 술인가?”


“술이 아니라 약이라고 생각하고 드세요.”


도신은 홍어회를 먹고 막걸리를 마신다.


“맛있다. 이제 됐으니 올라가 볼게.”


“오늘 주말이에요. 저 지금 휴가잖아요?

소화도 시킬 겸 우리 밖에 나가요. 자! 어서요!”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전혀 나가고 싶지 않은데?

내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밀어붙이는 거니? 아이고 힘들다~!”


“이 정도로 오빠가 쓰러지겠어요?

이 시간에 2층에 올라가 잠 좀 잔다고 뭐가 더 나아질까요?”


“당분간 혼자 있고 싶었는데, 네가 불쑥 온 거잖아.

나는 혼자서 잘 놀아. 이렇게 며칠 아프다 또 나아질 거야.

네가 끌고 나간다고 내가 나갈 것 같니? 나도 고집이 있어. 난 못나가.”


“오늘은 오빠 마음대로 안 될 거예요.”


연주는 입을 굳게 다물고 두 눈을 부라리며 한 치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도신은 식탁에 앉은 채 고개를 돌려 자기를 노려보는 연주를 바라본다.


“그래.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니?”


“일어나서 저랑 좀 걸어요. 저 휴가라니까요?”


“알아. 나도 내 삶이 있는데.”


연주는 도신의 팔을 잡고 일으킨다.


도신은 연주의 무서운 표정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비틀 거리며 일어난다.


연주가 조심스럽게 도신을 나무문으로 부축하자 도신도 잘 따라온다.


하얀집 밖을 나온 도신과 연주는 청량한 바닷바람과 쏟아지는 햇빛을 맞이한다.


도신은 눈이 부신 듯 실눈을 하고 천천히 걸음을 내디딘다.


연주는 무거운 도신을 부축하는 것이 힘들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햇볕을 쬐어야 한다.


연주는 도신을 부축하며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한다.


한참을 걸어 바닷가에 도착한 도신과 연주는

저 멀리 잔잔하게 일렁이는 수평선을 바라본다.


“어때요, 오빠? 좀 시원해요?”


“응.”


“자! 들어가요. 내가 도와줄게요?”


“어딜? 저기로? 이러고 물에 들어가자고?”


“네~! 이제 저한테 모든 걸 맡기시고 잔소리 좀 그만해요.”


“아니야. 갑자기 수영을 한다니 좀 황당하다. 지금 집에 돌아가야겠어.”


연주는 도신 팔을 잡아 끌더니 깊은 바다로 계속 들어간다.


드디어 바닷물이 목에 차오르고

바닥이 발에 닿지 않게 되자

도신은 어쩔 수 없이 수영하면서 천천히 몸을 푼다.


그리고 얼마 후, 연주와 함께 깊은 바다로 들어가 좀 더 활기가 넘치는 모습을 드러낸다.


도신은 열심히 팔다리를 저어가며 연주랑 수영을 즐기게 된다.


그렇게 2시간 가까이 물놀이를 즐기던 도신과 연주는 지쳤는지 물 밖으로 나와 해변에 드러눕는다.


연주가 누운 채 고개를 돌려 하늘을 보고 있는 도신의 손을 으스러질 정도로 꽉 잡는다.


“아파! 왜 이렇게 꽉 잡아!”


“오빠! 이게 뭐가 아파요?”


“아프니까 아프다고 하지. 놔봐~.”


“앞으로도 마음 놓고 흔들리세요. 내가 이렇게 꽉 잡고 안 놓을 테니까요.”


“......그래. 네 마음 잘 알아. 고맙기도 하고.

배고프다, 연주야.”


“네! 들어가요. 맛있게 차려드릴게요.”


도신과 연주는 하얀집을 향해 누가 먼저 도착하나 내기하듯 힘껏 달리기 시작한다.


“지는 사람이 이긴 사람을 등에 업고 마당 10바퀴 돌기 내기에요. 시작!”


“알았어! 내가 오늘은 안 질 거다!”


도신도 있는 힘껏 달린다.


하지만 오늘은 도신이 연주를 이길 수 없는 날이다. 연주가 너무 고생했기 때문이다.


*


하얀집에 도착한 도신은 1층 샤워실이 수리 중이니 앞으로 2층 헬스장 샤워실을 쓰라고 한다.


연주가 샤워를 하는 동안 도신은 저녁을 준비한다.


잠시 후, 연주가 부랴부랴 달려 내려오더니 도신을 나무란다.


“오빠! 나와요. 내가 한다고 했잖아요! 오빠는 올라가 씻으세요.

내려오면 바로 드시도록 해놓을게요.”


“그래. 빨리 갔다 올게.”


연주는 수영하느라 힘들었느니

소불고기를 준비해 깨끗이 씻은 상추와 함께 식탁에 올려 보기 좋게 차려놓는다.


오늘 저녁은 막걸리도 5병 준비한다.


*


연주가 식탁에 앉아 도신이 2층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표정이 밝아진다.


도신 안색과 표정이 무척 밝아진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서 앉으세요!”


“그래. 연주야!”


“오빠. 저 휴가 끝날 때까지 아침 먹고 매일 수영할 거니까 그리 알고 계세요.”


“그래. 힘들지만, 기분이 완전히 달라졌어. 옛날로 다시 돌아간 것 같다!”


“맞아요. 오빠는 뭐든지 바다를 통해 해결해야 해요.

열심히 먹고 수영하고 하다 보면 기운을 차리실 거예요.

그동안 게으름 피우지 마시구요.”


“알았어. 자! 입 벌려봐. 오늘 고마웠어, 연주야!”


“와~! 대박! 오빠가 싸주는 쌈을 다 먹네요. 제가 오늘 완전히 횡재했는데요?”


연주는 도신이 싸준 큼지막한 소고기 마늘 쌈장이 들어간

상추쌈을 받아먹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연주도 큼지막한 쌈을 싸서 도신 입에 넣어준다.


“어때요? 맛있어요.”


“오~! 맛있네! 소불고기가 완전 딱 인데!”


“많이 드세요. 더 있어요.”


“너 여기서 이러는 거 스켈리도 아니?”


“네? 뭐라구요? 누구요?”


“스켈리!”


“저 그런 사람 모르는데요~! 어서 입 벌려요!”


도신은 연주가 주는 쌈을 받아먹고 막걸릿잔을 가득 채워 서로 건배한다.


연주가 스켈리를 언급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아서 더 이상 묻지 않는다.


둘은 오래전 대양을 누비며 보물을 찾던 나날들을 이야기하면 웃음꽃을 피운다.


“연주야! 너 참 의리 있는 놈이다!”


“오빠. 여자보고 놈이 뭐예요? 기분 나쁘게!”


“알았어. 미안! 넌 참 의리 있는 여자야!”


“그래요? 사람들이 다 그러더라구요.”


“내가 맨날 헬스장 구석에 누워있는데도

지겨워하지 않고 힘든 일들을 도맡아 하는 모습이 내 친동생 같아.”


“저는 친동생 같은 소리 관심 없거든요! 오빠랑 그런 사이 상상도 안 해봤어요.”


“왜? 좋은 말인데~. 연주야! 지금 내 기분이 어떤 줄 아니?”


“전 모르죠. 어떤데요?”


“다시 태어난 기분이야. 정말 신기해!

너랑 함께 막걸리 마시는 이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야.”


“그러실 줄 알았어요. 아까는 안 나간다고 버티더니 지금은 좋다고 하시잖아요.

앞으로 제 말 잘 들으셔야 해요!”


“그럼~! 당연하지. 내가 네 말 안들은 적이 언제 있었니?”


“말로만 그러지 말고요.”


“그리고 내일부터는 3층 내 침실을 써. 내가 3층 계단 고쳐놓을 거니까.”


“그래도 돼요?"


"아이고 당연하지 네가 소파에서 자서야 되겠니?

하얀집을 다 줘도 너한테는 아깝지 않아.”


“좀 과한 말씀을 하시네요.

오빠는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거짓말을 그렇게 잘하세요?”


“거짓말 아니에요, 이 사람아.

그동안 소파에서 얼마나 불편했을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미어진다.”


“알면 됐어요. 내일 부터 그렇게 할게요.

그럼, 오빠는 어디서 잘 건데요?”


“난, 헬스장이면 충분해.”


“그럼 그렇게 하세요. 더 이상 별말 안 할 테니까요.”


“무슨 뜻이야?”


“자! 드세요. 아~.”


도신은 연주가 주는 쌈을 입에 넣고 도신도 쌈을 싸 연주 입에 넣어준다.


둘은 식사를 마친 후, 자리에서 일어나 그릇을 정리한다.


연주가 설거지를 하겠다는 걸 억지로 막고 도신이 모든 정리를 혼자 다 한다.


연주는 소파에 누워 쉬면서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이제 오빠의 모습으로 거의 되돌아온 것 같아요.

내일부터 부지런히 수영하는 거예요!

아~. 오늘 정말 행복하다!”


“그래? 연주가 오늘 아주 기분이 좋은가 보구나!”


“기분이 좋다 뿐이겠어요.

오빠가 기운을 차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아요.

큰 짐을 하나 던 것 같아서 그런 거죠.”


“인류를 위해서 네가 정말 큰 일을 해낸 거야!”


“하하하하.”


“가자! 설거지 다 했다.”


“어디를요?”


“아까 내기에서 내가 졌으니 마당 10바퀴 돌아야지.”


“아~! 맞다. 어서 가요! 히히히”


연주는 소파에서 얼른 일어나 도신을 따라 마당으로 나간다.


도신이 등을 보이고 돌아서자, 연주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도신에게 업힌다.


도신은 그동안 고생한 연주가 너무 안쓰러워

10바퀴를 돈 후에도 이미 곤히 잠든 그녀를 업고 3시간이 넘도록 마당 주위를 걷는다.


도신은 잠든 연주에게 소곤거리듯 말한다.


“연주야, 네가 인류를 구한 거다!

나를 슬픔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어.

이를 어찌해야 다 갚을 수 있을까!”


*


오전 10시.

식사를 마친 인테리어 업자들은 공사 현장으로 흩어지고,

도신과 연주는 마당으로 나간다.


“오빠. 오늘은 좀 더 빨리 뛰는 거예요!”


“그래. 난 네가 하는 말을 무조건 들을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도신과 연주는 죽을힘을 다해 앞바다를 향해 달려간다.


하얀집은 이제 완전한 위용을 갖추어 갔고,

도신의 몸과 마음은 전보다 더 튼튼해졌다.


앞바다는 도신의 또 다른 수련장이었으며 치유의 집이었다.

연주는 아낌없이 희생하는 존재로 남아 도신의 어두운 그림자를 하나씩 걷어내고 있다.


“오빠. 이제 한 달이 다 돼가요! 잊지 마세요!

미래는 오빠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요!

죽도록 외로우면 모든 걸 잃고 사지로 뛰어든 저를 생각하세요! 알았죠?”


“그래! 너야말로 진정으로 용기 있는 사람이었어.

앞으로 내가 또 죽으려고 한다면

너의 용기가 나를 살렸듯이 너의 희생을 생각해 다시 일어설게.”


바로 그때, 연주 주변으로 거대한 지느러미 십여 개가 접근한다.


“꺅! 오빠! 상어예요!”


“상어 아니야. 인사해 내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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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선과 악 - 12 NEW 9시간 전 3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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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선과 악 - 9 24.09.16 7 0 12쪽
120 선과 악 - 8 24.09.13 7 0 11쪽
119 선과 악 - 7 24.09.12 6 0 11쪽
118 선과 악 - 6 24.09.11 6 0 15쪽
117 선과 악 - 5 24.09.10 3 0 12쪽
116 선과 악 - 4 24.09.09 6 0 13쪽
115 선과 악 - 3 24.09.06 4 0 14쪽
» 선과 악 - 2 24.09.05 6 0 22쪽
113 선과 악 - 1 24.09.04 6 0 10쪽
112 사랑하기 때문에 - 27 24.09.03 6 0 13쪽
111 사랑하기 때문에 - 26 24.09.02 6 0 13쪽
110 사랑하기 때문에 - 25 24.08.30 6 0 13쪽
109 사랑하기 때문에 - 24 24.08.29 6 0 15쪽
108 사랑하기 때문에 - 23 24.08.28 7 0 11쪽
107 사랑하기 때문에 - 22 24.08.27 6 0 12쪽
106 사랑하기 때문에 - 21 24.08.26 7 0 16쪽
105 사랑하기 때문에 - 20 24.08.23 8 0 15쪽
104 사랑하기 때문에 - 19 24.08.22 6 0 18쪽
103 사랑하기 때문에 - 18 24.08.21 7 0 11쪽
102 사랑하기 때문에 - 17 24.08.20 3 0 10쪽
101 사랑하기 때문에 - 16 24.08.19 7 0 15쪽
100 사랑하기 때문에 - 15 24.08.16 7 0 12쪽
99 사랑하기 때문에 - 14 24.08.15 9 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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