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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ITE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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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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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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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선과 악 - 8

DUMMY

*


“꽉 잡아, 오빠. 방금 조금 흔들렸어.

내가 흔들리지 않게 무게 중심을 찾아!”


“내가 한다니까, 고집은!”


유진이 사다리 제일 꼭대기 발판에 올라서서 나무문 양옆 벽에 하얀색 커튼을 달고 있다.


창문이 없지만 커튼을 설치함으로 해서 답답한 느낌을 없애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오빠, 어딜 보는 거야? 사다리 잡으라고!”


“아~. 진짜. 난리다 난리. 내가 보긴 뭘 본다고 그러냐?”


“봐도 상관없는데 사다리 위에 올라선 내가 불안하잖아!”


“난 사다리를 꽉 잡고 있거든. 네가 중심을 못 잡고 다리가 흔들려서 그런 거야! 작업하면서 치마는 왜 입는 거야? 괜한 오해만 사잖아!”


“오빠, 다 돼가니까 꽉 잡아! 사다리를 너무 낮은 걸 사서 문제야. 좀만 참아~!”


유진이 커튼에 쇠고리를 끼워 봉의 고리에 모두 끼워 넣는다.


“됐다. 자 내려간다.”


유진이 사다리 꼭대기 발판에서 한 칸씩 내려간다. 유진의 다리는 여전히 사다리와 함께 흔들린다.


“오, 오빠 넘어진다~! 흔들지 말라니까. 치마 보지 말고 사다리에 집중해!”


“야! 이 자식이 진짜! 빨리 내려오기나 해. 누굴 환자로 보나? 너 일부러 다리 흔드는 거지? 장난치지 마라~.”


유진이 사다리에서 간신히 내려와 설치한 커튼을 바라본다.


“됐다. 이제 2층 가자!”


“너! 그 전에 치마부터 갈아입어.”


“싫어. 바지는 덥단 말이야.”


“넌, 원래 치마를 잘 안 입는 사람이잖아. 갑자기 왜 이래?”


“나 작업할 땐 원래 치마 입는 거 몰라? 잔말 말고 사다리 들고 올라와.”


“이제 사다리에 내가 올라간다. 너랑 작업하기 너무 힘들다.”


“커튼 다는 거는 섬세해야 하는데 오빠는 아직 멀었어. 사다리에 올라가서 작업하는 건 꿈도 꾸지 마.”


“야! 꿈꿀 일이 없어서 그런 꿈을 꾸냐? 어이없다.”


도신과 유진은 2층에 있는 헬스장, 체육관, 요가실, 창고에 색깔별로 커튼을 단다.


커튼을 다니까 전보다 훨씬 시원해 보인다.

2층 작업을 마치고 유진이 헬스장 앞에서 생각에 잠긴다.


“3층은 어떻게 할까? 3층에 달 거 있어?”


“응. 당연하지. 다 가져왔어.”


“그럼, 하는 김에 다 달아야지. 지금 보니까 시원하고 좋네.

3층에서도 오빠가 사다리 잡아야 한다.”


“알았어. 사다리 잡는 게 뭐 어렵나? 자, 올라가자!”


도신이 사다리와 커튼 가방을 들고 3층 계단을 올라간다.

유진도 도신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간다.


둘이 3층 복도에 올라서자, 저 멀리 희미한 불빛 아래 하트셉수트가 보인다.


유진은 그녀를 보자 갑자기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떨림이 퍼진다.


그리고 말없이 그녀에게 다가간다.


도신은 유진이 석상 앞으로 걸어가자 뒤따라가며 말을 건넨다.


“알아보겠어?”


“응. 전신상이네.....”


“오~. 역시 대단해.”


유진은 석상 앞에 서서 그녀의 볼에 손을 가져간다.


“언니......”


도신은 유진의 말에 순간 당황한다.


“이 석상 보니까 어떤 거 같니? 넌 딱 보면 알 거야.”


“오빠, 내 언니랑 많이 닮았어. 이 석상 뭐야?”


“아니. 내 말은 이 석상이 언제 만든 것 같냐고~.”


“아주 옛날에 만든 것 같아. 고대 유물 수준인데? 어떻게 이런 문화재가 이곳에 있는 거야? 오빠가 매입한 거야?”


“그건 아니고, 내가 발굴한 거야.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유물이야.”


“지금은 각국에 강력한 문화재 보호법이 있어서 함부로 고대 유물의 반출이 불가능할 텐데 어떻게 반출한 거야? 훔쳤어?”


“하하하. 그럴 리가 있겠니? 어느 고대 여왕의 무덤을 찾아주면 받기로 한 유물을 정당하게 가져온 거야. 어때? 엄청나지?”


“응. 나 좀 쉴래. 피곤해.”


“어? 어. 그, 그래. 내려가자.”


“아니, 저기서 쉴래.”


유진은 열려 있는 문을 손으로 가리킨다.


“거긴, 내 침실인데?”


“잠깐 쉬면 괜찮아질 거야. 지금 계단을 못 내려갈 것 같아. 나 좀 잡아줘.”


“어, 그래!”


도신은 유진 왼팔을 그의 어깨동무를 하게 해 침실로 천천히 데리고 간다.


“너 진짜로 어지럽구나!”


“그럼, 거짓말인 줄 알았어?”


도신은 어깨동무한 유진의 팔은 그대로 두고 왼팔로 유진의 무릎 뒤에 끼워 번쩍 안아 침실로 들어간다.


“미안, 무겁지?”


“무겁기는~. 가서 좀 누워있어.”


도신은 침실로 들어가 유진을 천천히 침대 위에 눕힌다.


“이불 좀 덮어 줄까?”


“아니, 그냥 이렇게 누워있을게.”


유진이 눈을 감고 천정을 향해 편안하게 누워 있다.


도신은 침대 머리맡에 앉아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주방으로 달려간다.


잠시 후, 도신이 시원한 식혜를 가져와 유진 옆에 앉는다.


유진이 눈을 뜨고 도신을 바라보자, 그녀를 일으켜 앉힌다.


“너 증세 보니까 체한 것 같다. 식혜 좀 마셔.”


“응.”


유진이 식혜 한 사발을 벌컥벌컥 마시더니 큰 소리로 트림한다.


“미안, 갑자기 트림이 나오네.”


“좀 어때?”


“완전 좋아졌어.

여기가 오빠 침실이네~. 생전에 처음 들어와 본다.”


“그런가? 아무것도 없어서 좀 삭막하지?”


“응. 내가 장식해 줄게.”


“장식하지 않아도 돼. 이것도 좋아.”


“장식해야 기분도 전환되는 거야.

오빠, 복도에 사다리 좀.... 여기부터 작업하자.”


“그래.”


도신은 복도로 나가 3층 계단에 세워둔 사다리와 큰 가방에 들어있는 커튼을 들고 온다.


둘은 벽으로 이동해 사다리를 거치시킨다.


“내가 올라갈까?”


“오빠가 잡아. 내가 올라가야 해.”


도신이 유진을 부축하자 천천히 사다리를 올라간다.


유진이 작업하는 동안 도신은 사다리가 흔들리지 않게 꽉 잡는다.


“오빠, 또 흔들려. 내 다리 말고 사다리에 집중해.”


“하하하. 난 유진 다리에 관심 없단다. 착각하지 말거라~.”


유진은 커튼 작업을 마치고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그리고 멀찍이 떨어져 설치된 커튼을 바라본다.


“이 정도면 됐지?”


“오~. 아주 좋아 대단해. 힘드니까 여기 좀 누워서 더 쉴래?”


“아니. 이제 괜찮아졌어. 이제 다른 방 가자!”


“그래.”


도신과 유진은 사다리와 커튼을 들고 도신 집무실로 들어간다.


집무실 가구는 그대로이다. 다이아포스 습격 때 피해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티테이블에는 식혜 한 병이 놓여 있다.


“오빠, 식혜 한 잔만 더 마시고 하자.”

“그래, 침실에 가서 사발 좀 가져 올게.”


도신이 나가고 유진은 도신의 집무실을 둘러본다.


넓이는 30평 정도며 안쪽에 있는 거대한 원목 데스크 위에 PC 모니터와 키보드가 보이고

좌우로 깃발 거치대와 거대한 화분이 놓여 있다.


도신 의자 위에는 커다란 액자에 낯익은 문구가 보인다.


[너의 심장을 보여줘]


데스크 좌측으로는 야자수 깃발과 각종 책이 꽂혀 있고,

우측으로는 나침반 깃발과 원목 장식장이 보인다.


바로 그때, 유진은 이회장 데스크 양옆에 서 있는 두 깃발을 보고 표정이 굳어진다.


잠시 후, 도신이 사발을 들고 들어온다.


유진은 놀란 마음을 내색하지 않고 소파에 앉는다.

도신이 사발 한가득 식혜를 따라 유진에게 건넨다.


유진이 반쯤 마시고 도신에게 건네자 도신이 남은 식혜를 단번에 마신다.


“어~. 시원하다.”


“오빠. 저 깃발은 뭐야?”


“어, 프로이몬이 두고 간 거야.”


“둘 다?”


“저거는 석호가 주고 간 거고. 왜? 뭔지 알아?”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근데 아까 석상을 보고 뭐라고 한 거야? 누구랑 닮았어?”


“응, 그냥 혼잣말 한 거야.

오빠, 내가 얼마 전 이집트 박물관에 볼일이 있어서 들렸거든.

그날 거기서 신기한 일이 있었는데 들어볼래?”


“어, 말해봐.”


“내가 이집트 고대 유물관을 천천히 돌면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관리 직원이 다가오더니 잠깐만 따라와 보라는 거야.


그녀를 따라간 곳은 로마의 판테온이 지어지기 1천여 년 전의 일들을 말하고 있었어.


판테온이 얼마나 대단한 건축물이라는 건 오빠도 잘 알 거야.


내가 도착한 곳은 그 건물의 모태가 되는 전설적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어.


무려 3,500년 전에 지어진 신전의 이야기야.

홀 중앙에는 그 신전의 모형이 완벽하게 재현돼 있었어.


룩소르 데이르 엘 바라히 절벽에 위치한 장례 신전을 옮겨 놓은 거야.


직원은 장례신전 모형을 가리키며 2층 정원 오른쪽에 건축가 세넨무트 무덤이 있다고 알려줬어.


그래서 왜 나한테 그런 설명을 하느냐고 물어보니


‘당신이 궁금해할 것 같아서 알려줍니다. 그것이 저기에 있는데 가까이서 보세요’라고 하는 거야.


난 고대 펜던트가 진열돼 있는 유리 진열대로 다가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광경에 기겁을 하고 쓰러지는 줄 알았어.


관리 직원이 진열대에 도착하기도 전에 내게 이렇게 말하는 거야.


‘놀라지 마세요. 저 펜던트는 건축가 세넨무트가 어릴 적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만든 겁니다.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펜던트입니다.’


그녀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어. 왜냐하면 내 목에 그것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야.


난 진열대로 가까이 다가가 3,500년 전의 세넨무트가 만든 펜던트와 내 것을 유심히 비교해 봤어.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똑같았어. 심지어 3개의 찌그러진 고리와 루비를 감싼 순금 틀의 살짝 파인 자국까지 똑같았어.


너무 놀라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감성에 휩싸였지.


그리고 그때부터 그 전시실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어.


그곳은 세넨무트가 어릴 적 친구를 위해 만든 건물 모형과 액세서리로 가득했어.


특히, 그가 만든 친구의 석상은 나를 더욱 놀라게 한 거야.

세넨무트가 만든 그녀의 두상은 하나같이 언니랑 너무 닮아있었어.


오빠!”


도신은 난생처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한다.


“그래 유진아.”


“복도에 있는 전신 석상은 하트셉수트야. 맞지?


“.... 응.”


“보람이 언니를 알고 있어?”


“......”


“하트셉수트가 왜 여기에 있어?”


“우연히 얻게 된 거야.”


“이 목걸이는 언니가 나한테 준 거야.”


“그런데?”


“물론 원본은 이집트 박물관에 있지만, 이 목걸이의 주인은 하트셉수트라고 했어.”


“그게 무슨 말이야?”


“언니가 이걸 내 목에 걸어주면서 말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목숨 걸고 찾은 거야.

그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용맹한 사람이지.


이 목걸이가 널 지켜줄 거야.

언니는 얼마 후, 깊은 바다에 묻혀 있는 지도를 찾으러 떠나야 해.


혹시 언니가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이 목걸이가 그 남자를 만나게 해줄 거야.

그를 만나면 그 목걸이를 누가 만들었는지 꼭 물어봐.

그때 언니를 찾으러 오렴.’


그래서 내가 언니한테 물어봤어.


‘그 남자가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어? ’


‘하트셉수트 전신 석상을 가지고 있는 남자가 있어.

바로 그 사람이야.’


‘하트셉수트 전신 석상을 갖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어?’


‘응. 그 전신 석상은 유일하니까.’ ”


"......"


유진의 두 눈에 굵은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 시작한다.


"언니....지금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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