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힐러가 미쳐날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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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짱이]
작품등록일 :
2024.06.27 12:34
최근연재일 :
2024.08.0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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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7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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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힐러가 미쳐날뜀 3화

DUMMY

3화



전화를 받자마자 높아지는 언성.

도대체 나를 언제부터 봤다고 이런 태도를 보이는지 알 리가..


“혹시···?”

-혹시? 야, 강 찬! 여태 내 번호도 저장을 안해놓고 무슨 정신인거야!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하게 된 플레이어 짐꾼.

당시, 말이 힐러였지.

능수능란한 힐을 습득한 상황도 아니었고, 플레이어로서 갖춰야 할 역량들이 전체적으로 부족했던 때였다.

그러다보니, 난 국가에서 허가된 던전에 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레이드 팟’에 일원이 되어야 했다.

다른 플레이어들처럼.

출중한 헌팅 실력을 갖춘 것도 아닐 뿐더러, 마법을 구사할 줄도 몰랐기에.

짐꾼 역할이라도 해야하지 않나 싶어, 겨우 힘들게 고정적인 레이드 팟에 일원이 된 ‘나.’

매주 주말이면 ‘레이드 팟’ 일정이 있다는 걸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 레이드 팟에 파티장이 직접 나에게 연락이 온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금방 튀어 갈게요!”

-정신을 얻다대고 다니는 거야! 얼른 안튀어와!

“네!”

-십분 당 늦을 때마다 배분 깎을 테니깐 그렇게 알고!

“잠, 잠깐만요! 그렇게 일방적으로 통보를 해버리시면!”


뚜- 뚜- 뚜-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통화가 끝나버리자 황당했다.


“예전에도 성깔 하나는 정말 더러웠는데, 역시 다를 게 없네.”


던전에서 마물을 사냥하고 나면 얻는 다양한 보상들.

일원들에게 배분하는 과정에서, 파티장은 언제나 얌체같은 짓을 자처했다.

매번 던전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보상들은 각기 달라지기에.

이를 두고 플레이어들끼리 보상 배분도 민감해지는 건 당연한데···

원체 욕심도 많고 본인밖에 모르는 파티장은 항상 별별 이유로 이득을 더 취하려 했다.


어찌됐건 간에.

지금의 상황에서는 당장 벌어놓은 돈은 없었기에.

난 대충 외출 준비를 마치고는, 파티장이 알려준 장소로 향했다.


* * *


“하아, 하아. 정.. 정말 죄, 죄송합니다. 하아.”

“우리 같은 플레이어들은 시간이라는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 줄 몰라?”


파티장은 으름장 같이 언성을 높였다.

다행스럽게도(?) 던전에 입장하는 시간보다 일찍 모이는 거라, 레이드 하는데 크게 지장을 줄만큼 늦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파티장은 이를 두고 그냥 넘기지 않았다.


“넌, 오늘 5분 늦었으니깐 보상을 떼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 알았어?”


이건 또 무슨 개소리지?

떼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라고?

던전에서 획득하는 보상의 규모가 무슨 한두푼 껌값도 아니고, 일방적인 통보를 날리다니!

나로서는 그냥 넘길 순 없었다.

파티장은 화를 내면서도 마치 아량을 베푸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허나, 실상은 전혀 반대.

매번 레이드가 펼칠 때면, 버릇처럼 일부 보상을 본인의 것으로 챙기는 짓을 수없이 반복했다.

나름 이 레이드 팟에서는 상급자 플레이어였기에.

예전의 나약한 나로서 그런 갑질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지만, 오늘 부로 이야기는 이젠 달라질 필요가 있었다.


“싫습니다.”

“뭐? 싫습니다? 이 녀석 봐라. 특별히 가여워서 우리 팟에 껴준 걸 감사하게 생각해줘야지! 싫습니다?”


파티장은 순간 욱하더니, 내 멱살을 잡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플레이어가 까탈스러운 말투로 우리를 쳐다봤다.


“그, 던전에 안 들어 가실거면 그냥 저희끼리 갑니다? 저희 말고도 바로 다음 팀들도 있다고요, 한가롭게 훈수 질 할시간은 아닌 거 같은데?”

“···”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무래도 국가에서 허가구역으로 때린 던전인 경우.

플레이어 사이에서 소식통이 금방 전해지는터라, 레이드 팟이 몰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랬기에.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팟이 모이는 경우가 흔하다 보니, 보통 모든 일원이 모인 경우.

즉각 던전에 입성을 하는 게 좀 더 몬스터를 헌팅하는데 있어 유리했다.


크흡-


파티장은 어금니를 꽉물었다.

아무래도 플레이어의 방금 전 그 말이 상당히 신경이 거슬린 듯했다.

그는 잠깐 망설인가 싶더니, 곧내 잡고 있던 내 멱살을 내려 놓았다.

그와 더불어.

마치 선행을 베푸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며 삿대질을 했다.


“잘 들어! 지금 당장 시간이 없어서 참지만, 레이드 끝나고 확실하게 찝어줄테니깐.”

“뭐래,”


까딱-


멱살을 놓자, 곧장 난 목을 풀며 대답했다.

당연히 내 말에 곱게 들을 리가 없던 파티장은 주먹을 쥐었다.


“이게 진짜 보자보자 하니깐!”


파티장의 주먹은 순간적으로 거대해져갔다.

근접형 격투가 플레이어였던지라.

그가 착용하고 있는 너클도 순간적으로 늘어나면서, 위력 또한 상승한다는 걸 난 모를리가 없었다.


‘또 시작이네.’


평소 욱하는 성격이 심한 파티장.

예전이었으면 지레 겁먹을 법도 하지만, 난 침착하게 타이밍에 맞춰 한 발을 뒤로 내뺐다.


스윽-


이윽고, 한 손에 쥐고 있던 메이스에 신성력을 주입하며 주문을 읊었다.


‘태양의 시선!’


촤앙-


그러자, 달려들던 파티장은 순간적으로 그자리에 멈추섰다.


“으! 이, 이자식! 지금 나한테 무슨 짓을 한거야! 당장 안 풀어!”


갑작스런 태양의 빛반사로 시야를 잃은 파티장은 그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렸다.

예상치 못한 나의 행동에, 다른 일원들은 조금 의아스럽게 바라봤다.


“짐꾼 치곤 저런 재주가 있네?”

“나름 귀엽네~”

“이럴 시간이 없을텐데.”


물론, 그들이 나에 대한 어떤 반응을 보이건 간에.

크게 관여하지는 않았다.

그저 먼발치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파티장에게 한소리를 뱉을 뿐이었다.


“제 말 잘들어요, 풀리는 족족 저는 또 이 짓을 반복할 거에요. 그러면 레이드만 지체되겠죠? 결정은 파티장님이 직접하세요. 계속 저랑 이렇게 신경전을 펼칠지.. 아니면 풀리는 즉시 바로 레이드를 시작할지,”

“이자식! 어디서 나를 가르칠려고 들어! 당장 이거 안풀어!”

“하아.”


그렇게 1분가량 지났을까?

파티장은 점점 시야를 되찾아갔다.

그는 다시 멀쩡해진 두 눈을 비비고는, 동떨어진 나에게 들짐승처럼 다시 달려들었다.


“죽여 버릴거야!”


광기의 표정으로 다시 한번 주먹을 내세우는 그.

내가 다시 메이스를 들어올리려는 찰나.

이번엔 팟 일원들이 말려들었다.


촤아아악-


“그만하시죠, 두 사람 신경전이나 구경하자고 모인 자리는 아니잖아요.”

“맞아요! 두 분 일은 나중에 레이드 끝나고 결판을 짓듯 말든 하시고! 지금은 던전 입장이 우선이라고요!”

“저희는 뭐~ 한가로워서 이러는 줄 알아요?”


레이드를 시작하기도 전에.

급작스럽게 분위기가 삭막해지자, 파티장은 주변 눈치를 살폈다.

이 레이드를 주최한 파티장도 본격적으로 던전 입장에 앞서, 팀원들 앞에서 굳이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었다.


‘쳇, 조금있다가 따로 불러서 손이나 봐줘야겠군.’


이윽고, 파티장은 하던 행동을 곧장 멈췄다.

지금은 어찌됐건 간에.

던전 입장이 우선시라는 걸 본인도 직감을 했는지, 쥐었던 주먹을 내려놓았다.


“췟! 요즘 어린 것들이란!”


달아오르는 분을 억지로 삭히는 게 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앙금까지 비워졌을거라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의 기분이 어떻든 난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반응했다.


“그럼, 들어가볼까요? 다음 팀들은 저희가 끝나길 만을 기다리고 있을테니깐요.”


손가락으로 던전입구를 가리키며 말을 잇자, 팟 일원들도 한 명 한 명 고개를 끄덕거렸다.


* * *


지하동굴을 연상케하듯.

던전 안은 그야말로 삭막하기 그지 없었다.


뚝- 뚝-


아무래도 지하이다 보니,

습하고 물기로 인해 사방팔방 웅덩이들이 파여져 있었다.

더욱이 시야도 어둡고, 주변 곳곳에 오랫동안 방치된 마물들의 사체도 썩어있기까지 했다.

처음으로 던전 레이드를 경험하는 초보 플레이어들 경우, 곧잘 적응하는 것은 어렵기 마련이었다.


“우엑! 냄새가 너무 역하잖아.”

“도대체 얼마나 썩혀있었던 거야?!”

“너무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아,”

“쉿! 조용해. 괜히 처음부터 소란피우다간 놈들이 달려들면 어쩔려고 그래?”


던전에 입장한 플레이어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불편한 기색을 표했다.

인상을 구기는 건 물론.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나오고 싶어했다.

물론, 난 아직 그럴듯한 힐러는 아닐지언정.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이정도론 악조건 축에도 못 낀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나름 버틸만은 했다.


“바닥이 상당히 미끄러우니깐 다들 조심하세요!”


아무래도 헌팅을 하기도 전에.

플레이어들의 혹여나 부상의 우려가 있을 걸 대비해, 넌지시 위험성을 알렸다.

물론, 이를 머리속에 새겨듣는 플레이어가 있는 반면.

곧이 곧대로 행동하는 플레이어들도 존재하기 마련이었고, 그 중심엔 아이러니하게도 파티장이 빠지지 않았다.


“조심은 개뿔! 뭐가 무섭다고.”


파티장은 플레이어 사이를 뚫고는 선봉에 섰다.

그래도 나름 파티장이라 그런지,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려했다.


‘저러다 다치지.’


워낙 자신의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플레이어인지라.

나도 그런 파티장의 모습에 관여하고 싶진 않았다.

이윽고, 내말이 끝나기 무섭게 파티장에게 위기가 닥쳐왔다.


푸욱-


“어? 뭐! 뭐아야얏!”


그냥 단순이 물이 고인 웅덩이 인줄 알고 발을 디딘 모양인데, 알고보니 마물들이 파놓은 함정에 빠진 그.

순간 깊게 파인 골에 빠지더니, 발까지 삐었다.


“으아악!”


나로 하여금, 일원들은 황급히 파티장에게 달려갔다.


“괜찮아요?”

“많이 다쳤어요?!”

“함정이 있을 줄이야.”


육안으로도 봤을 땐, 곧바로 일어설 수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아직 숙련도가 부족한 내 힐로는 원상복귀까지 가능할 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렇다 해서, 부상자를 치유를 안할 수는 없는 노릇.

곧장 그에게 힐을 주입하려는 순간, 불안한 낌새가 엄습해왔다.


끼이이이익!


다름 아닌, 스켈레톤들이 우후죽순 등장하기 시작했다.

마치, 함정에 걸리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

녀석들은 각자 각기 다른 무기로 일원들을 급습했다.


“다들 각자 포지션대로 움직여!”


파티장은 전투불능한 상태에서 곧잘 플레이어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아무래도, 이런 변칙적인 상황도 한 두번 겪어 봤을 사람은 아니었기에.

나름 냉철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편, 그의 말에 따라 황급히 전투 포지션을 취하는 플레이어들.

나 역시 메이스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다.


슈우욱-


“아앗!

“크읍!”


동시 다발적으로 날아오는 화살들.

미쳐 생각치 못할 정도로 이어지는 역공에 플레이어들은 등 뒤로 화살이 박힐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나는 후방에 포지션을 잡아 녀석들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은 모양.

내 앞에서 플레이어들의 부상이 줄곧 생길 때쯤.

난, 오히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만, 동시 다발적으로 힐을 한다면 어떻게 되는거지?’


생각을 달리 하고는, 궁금증이 생겨났다.

이 때문에 고민할 겨를도 없이, 부상을 당한 플레이어 한 명 한 명 신성력을 곧장 주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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