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좀비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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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묵향
작품등록일 :
2024.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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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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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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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경원 쉘터의 변화

DUMMY



통제실 앞에 다다르자, 문을 열지도 않았는데 밖에서 들릴 만큼 큰 고성이 오갔다.


"또 비가 온다면 여기는 답이 없단 말입니다!"


"그렇다고 좀비들이 바글거리는 밖으로 나간다는 건 자살행위입니다."


[쾅!]


"앉아서 죽는 날만 기다리자는 겁니까? 안 대위님 말씀 좀 해보세요."


[쾅! 쾅!]


"내가 언제 죽는 날만 기다리자고 했습니까? 안 죽으려고 이러는 거 아닙니까! 우리에겐 지금 차헌터도 찬영이도 있는데 왜 목숨 걸고 모험을 합니까?"


밖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차헌터가 별안간 통제실의 문을 발로 차 박살 냈다.


통제실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차헌터에게로 쏠렸다.


"당신들이 세우는 대책 회의란 게 어쩌면 그렇게 내 윗분들이었던 씹새들이랑 똑같지?"


분노에 찬 차헌터가 옆에 있던 의자를 들어 탁상에 던져버렸다. 날아간 의자가 탁자에 꽂혔다.


"지금부터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그 입 닥친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재잘거리면 그 주둥이부터 몸이랑 분리될 거다."


차헌터의 살벌한 언사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자기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안대위 현재 쉘터 상황은 어떻지?"


안대위는 그제야 제일 중요한 회의 내용을 꺼낼 수 있었다.


"경원 쉘터는 좀비들의 습격에 많은 타격을 입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일반 생존자 중 반 이상이 좀비가 되서 17명만 생존했고, 군인들과 공격이 가능한 무장인원 20명 중에는 5명을 좀비가 되는 즉시 사살하였습니다."


그 내용은 이미 나 빼곤 모두 알고 있었는지 다들 침묵했다.


"문제는 우리 쉘터에 방어선이었던 정문이 모두 부서졌다는 겁니다. 찬영이의 형이 목숨 걸고 지킨 얇은 셔터만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죠. 당장은 얇은 셔터에 물건들을 옮겨 새로 보수는 했습니다만... 다시 좀비들이 습격한다면 버텨낼 수 없을 겁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싶어서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차헌터는 모험을 왜 하냐고 소리치던 사람에게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당신 내가 경원 쉘터를 지켜 줄 거라고 확신하나? 왜 그런 어이없는 생각을 했지? 난 전혀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차헌터의 손가락질을 받던 사람은 냉담한 차헌터의 발언에 딸꾹질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나도 차헌터과 같은 마음이었다. 스스로 지켜내도 살아남지 못할 판국에 다른 사람에게 기대려고 하다니, 이렇게 생각 없는 사람이 부모님이 계시는 쉘터를 이끌어 간다는 게 화가 났다.


그 사람의 시선을 어이없다는 듯이 대놓고 피했다.


"봐. 찬영이도 당신 말에 공감하지 않아. 우리들이 당신들을 지켜 줄 거라는 생각은 접어."


안대위가 차헌터의 냉담한 말에 안절부절못하며 열리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었다.


"저희도 지금 쉘터 상황이 많이 안 좋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책 회의 중이고요. 그중에 쓸만한 의견은 다른 쉘터를 찾아보자는 것인데 일반인인 저희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다들 미래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였다. 안 대위의 말이 맞다. 새로운 쉘터를 구하려고 해도, 일반인인 그들이 나가서 쉘터 자리를 알아보기엔 너무 위험했다.


"그래서 미안하게도 찬영이에게 부탁 해보려고 했습니다. 찬영이는 빠르니까 괜찮은 자리를 구해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안대위는 간절했다. 어떻게 해서든 이 상황을 타개해 보려고 했지만, 결국 돌아온 답은 나에게 기대는 것이었다.


'이곳에 나의 부모님이라는 인질이 있어서 저렇게 당당히 요구하는 거겠지... "


저들의 속내가 내 눈에 훤히 보였다.


그건 차헌터 또한 함께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차헌터는 눈앞에 파렴치한들에게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자신 또한 개인적인 복수에 찬영을 이용하려고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토닥토닥]


내 뒤에 있던 김택현이 울먹이는 표정으로 내 등을 토닥여 주었다.


나는 김택현에게 괜찮다는 듯이 빙그레 웃어준 후 회의실 벽면에 붙어있는 화이트보드 칠판 앞으로 가 매직을 들고 내 의견을 적었다.


[새로운 쉘터를 만드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다른 방법이 있는데 시도해 보시겠습니까?]


안대위가 새로운 방법이 있다는 말에 반색하며 화이트보드 칠판에 적힌 글자를 직접 지워 주었다.


[한빛 쉘터와 합치는 겁니다. 그들도 저와 차헌터가 함께 간다면 연합을 고려해 볼 것도 같습니다.]


칠판에 차헌터라는 글자가 적히자, 차헌터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나는 재빠르게 칠판에 새로운 글자를 적어 넣었다.


[차헌터는 제 부모님을 지켜주기로 저와 약속하셨습니다.]


칠판을 확인한 차헌터가 분노를 누르고 천천히 의자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네 생각이지 한빛이 진짜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나?"


[그건 제가 설득해 보겠습니다.]


아까 차헌터에게 손가락질받았던 사람이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말했다.


"벙어리가 어떻게 무전을 해? 그리고 한빛까지는 어떻게 갈건데?"


처음부터 눈에 거슬리던 사람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부정적인 말만 내뱉자, 차헌터의 인내심은 끊어져 버렸다.


터벅터벅 그에게 다가가 덜덜 떨고 있는 그의 얼굴을 한 손으로 붙잡아 공중에 띄워 던져버렸다.


"찬영이 말은 내가 대신해서 통역하면 되고, 한빛까지 가는 길은 내가 왕복하면서 좀비들을 거의 다 정리해놨다. 우리들만으로도 충분히 돌파할 수 있다. 그리고 ...."


벽에 처박혀 거품을 물고 쓰러진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런 쓰레기 같은 것들은 버리고 가야겠지."


엄중한 경고였다. 우리들의 말을 어길시 단호하게 버려진다는 확실한 경고.



제일 먼저 한빛쉘터의 동의를 얻기 위해, 안대위에게 부탁해 통신병에게 가는 길을 안내받았다.


소규모 부대여도 군인들이었다. 통신병은 안전이 확실히 확보되고 통제실과 가까운 곳에 있는 방제실 안에 있었다.


빼빼 마른 체격에 안경을 쓴 통신병은 다크써클이 잔뜩 낀 얼굴로 안대위에게 군대식 인사를 건넸다.


"충성! 하사 박명훈 근무 중 이상무 충성!"


"쉬어"


안대위도 군인은 군인이었다. 자기 병사들 앞에서는 포스가 느껴지는 얼굴이었다.


"박하사 지금 한빛 쉘터와 연결 가능한가?"


"넵 그렇습니다.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최하사와 무전 교신했습니다."


"잘됐군. 바로 한빛 쉘터 연결해"


"넵 알겠습니다"


군기가 바짝 들어간 박하사는 바로 통신기를 만지며 주파수를 맞췄다.


"치지칙 여기는 경원 쉘터 여기는 경원 쉘터! 한빛 쉘터 나와라! 오버"


박하사가 무전을 보내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찌치~익, 박하사 왜 또? 심심해서 무전 친 거야? 야한 썰 좀 더 풀어줘?]


 박하사의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다시 무전을 쳤다.


"여기는 경원 쉘터 최하사 지금 그런 말 할 때가 아닙니다. 지금 차헌터님 옆에 계십니다."


[치지직 여기는 한빛 쉘터 최하사님 급똥 오셨다고 도망가셨지 말입니다.]


역시나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최하사는 진지함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차헌터도 인내심이 바닥이 났는지 통신병에게 무전기를 뺏어 들었다.


"나 차헌터다. 임찬영도 옆에 있다. 지금 김소령님과 통신을 원한다. 이상"


[치직 넵 알겠습니다. 바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우리 셋은 진심으로 궁금했다. 최하사의 야한 썰 이라는 것이! 그리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풀어봐! 그 야한 썰!"


우리 셋은 김소령의 무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최하사에게 전해 들었다는 야한 썰을 집중해서 들었다.


어느덧 얘기가 정점으로 흘러가 끝을 향하고 있을 때 무전기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는 경원 쉘터 나를 찾았다 들었다. 나 김소령이다.]


무전기에 흘러나오는 김소령의 목소리에 우리는 아쉬운 입맛을 다셔야만 했다. 그리고 차헌터는 무전기 앞 의자에 걸터앉았다.


"차헌터입니다. 벙어리 찬영이를 대신해 내용 전해 드리겠습니다."


[허허허 차헌터도 무사히 도착했구먼, 그래 무슨 일로 날 불렀나?]


"이번 좀비 습격으로 경원 쉘터가 전멸할뻔했습니다. 이곳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니 한빛 쉘터와 합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합니다."


차헌터는 내가 메모지에 적는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


잠깐 동안 무전기에서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김소령은 지금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었다.


모든 생각이 정리되었는지 다시금 무전기에서 김소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그쪽 인원은 얼마나 되지?]


"생존자 17명과 군인과 민간인으로 이루어진 병사 15명입니다."


[꾀 많은 인원이군. 그래서 우리가 경원 쉘터를 받아들이는데 얻을 수 있는 건 뭐지?]


김소령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거기에 책사 격인 강할아버지도 옆에서 듣고 계실 것이다.


한빛 쉘터는 갑이었고, 경원 쉘터 입장은 철저하게 을이었다.


"강한 헌터 두 명을 얻을 수 있고, 경원 쉘터는 젊은 사람이 많습니다. 한빛 쉘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찬영이가 말하네요."


나는 한빛 쉘터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한빛 쉘터는 노인 요양병원 곧 노인들이 대부분이라는 소리다.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제한적이다.


그래서 쉘터의 모든 노동을 군인들이 도맡아 하고 있었다. 군인들이 노동을 하니 불만이 나오고, 군기가 해이해지니 방비는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김소령이 계속 망설이고 있을때, 강 할아버지 목소리가 무전기에서 들렸다.


[ 찬영아 강 할애비다 쉘터 사람들 데리고 조심히 오너라.]


허락의 무전을 들은 안대위가 환호했다, 차헌터는 귀찮게 됐다는 듯 들리지 않게 욕을 뱉었다.


나는 사실 김소령이 거절할까 봐 마음 졸였었다. 나에게 1순위는 부모님의 안전이었다.


[차헌터님,안대위님 이제 한빛 쉘터로 갈 계획을 세우시죠!]


우리는 방제실을 빠져나와 통제실로 향했다. 통제실 안에는 목 빠지게 결과를 기다리는 군인들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한빛 쉘터에서 우리를 받아주기로 합의했습니다."


한쪽에서는 함성을, 또 한쪽에서는 한숨을, 또 한쪽에서는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각자 다른 이유로 흥분한 군인들을 진정시키려고 안대위가 나섰다.


"자 다들 진정하고 이제부터 피난 대책을 세운다. 피난 대책에는 여기 계시는 김택현 님께서 함께 참여해 계획하기로 했다."


다들 말은 안 했지만, 김택현이 차헌터의 오른팔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차헌터가 무서워 김택현의 진두지휘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날이 좋을 때 이동해야 했기에 경원 쉘터는 아주 많이 분주해졌다. 각자 피난길에 오를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나도 부모님을 도와 짐을 꾸리느라 늦은 밤이 돼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김한석이 자기 전 내 몸을 꽁꽁 묶는 바람에 부모님에 대한 걱정을 떨쳐 버리고 푹 잠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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