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건 : 흑룡이라 불리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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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俊剛)
작품등록일 :
2024.07.18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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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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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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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10년을 앞당기는 것

DUMMY

22화. 10년을 앞당기는 일




전당포에서 나온 장수용은 차에 올라타 함께 온 조직원에게 물었다.


“최욱한테서 연락 온 거 있어?”

“아직 없습니다.”


운전석에 앉은 사내가 깍듯이 대답했다.

짱돌처럼 야무지게 생긴 얼굴과 사나운 눈빛이 위협적인 그는 장수용의 수행 비서인 강호였다.

최욱이 장수용의 지시를 받고 밖으로 나가면 그 빈자리를 그가 맡았다.


“동원할 수 있는 애들 다 불러서 금촌동 샅샅이 뒤져.”

“옙.”


강호가 고개를 푹 숙이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려고 할 때였다.

전화가 들어왔다.


“대표님, 홍 파이낸스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 시간에? 받아봐.”

“예.”


강호가 묵직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강 실장입니다. 예, 네? 잠시만 기다리시죠.”


그는 심각해진 표정으로 장수용에게 말했다.


“홍 사장님 하우스가 불 맞았다고 합니다.”

“어디 있는 거.”

“과수원랑 천성탕입니다.”

“두 곳이나?”


불은 경찰을 뜻하는 말로, 누군가로부터 신고를 당했다는 뜻이다.

장수용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래서 왜 전화한 건데? 형님은 어쩌고 있고.”

“홍 사장님께선 현재 경찰서로 가서 수습 중이랍니다. 서장을 통해 주변 CCTV 녹화기록을 확인할 거라고, 애들 풀어서 잡을 준비 하라고 했답니다.”

“알았다고 해.”

“예.”


강호는 그의 말을 전하면서 현재 상황을 물어봤다.

잠시 후, 그가 전화를 끊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 과수원 하우스에는 진짜 불까지 나는 바람에 두 동 다 타버렸다고 합니다.”

“뭐라고?”


장수용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경찰에 불까지.

악질 중의 악질한테 걸린 셈이다.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다 보면, 간혹 돈을 잃은 것에 분풀이하려고 경찰에 신고하는 놈이 있었다.

그래서 하우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경찰서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바쳐서 보험을 넣어두는 것이다.

그 덕에 신고를 당하더라도 벌금형으로 쉽게 끝낼 수가 있었다.

하지만 도박장에 문제가 터진 거라면 상황이 달랐다.

도박장에서 일어난 사고는 전적으로 하우스 주인이 책임을 지는 게 이 바닥의 룰이었다.


“돈까지 깨지게 생겼네. 근데 천성탕에 박 박사도 있었대?”

“예, 근데 그와 함께 온 일행이 세 명이나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지명 수배자였다고 합니다.”

“제대로 말렸군.”


박 박사는 홍상수가 데리고 있는 타자로, 그가 하우스에 물주를 데리고 왔다면 억대의 판돈이 오갔을 게 뻔했다.

그런 데다가 지명 수배자까지 엮였으니, 사건을 무마시키려면 이 또한 거액이 들어갈 터.


“앞으로 돈 들어갈 데도 많은데······.”


장수용은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어떤 놈인지 인적 사항 들어오는 대로 뿌려.”

“예. 나가서 전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강호가 밖으로 나갔다.

장수용이 차창 밖을 보니 전당포가 눈에 들어왔다.

쇠창살이 설치된 창문에서 마춘삼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을 지켜보는 것 같은데, 그만큼 신경이 쓰인다는 방증이다.


“누가 신경이 쓰이는 걸까?”


차건?

아니면 조덕배?

분명히 차건을 아는 눈치였다.

자신이 어떤 놈인지 잘 알면서도 차건을 그냥 내버려 두는 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


“믿는 구석이 있는 건지, 영감쟁이 속을 모르겠다니까.”


장수용은 담담히 마춘삼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이 깊어지면서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수분이 지났을 때쯤.

강호가 차에 올라탔다.


“애들에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단 말이야.”


장수용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강호에게 말했다.


“최욱한테 연락해서 오늘 중으로 조덕배를 치라고 해.”

“차건과의 접촉이 없어도 말입니까?”

“그래.”


강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굳이 미친개를 건드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그 뒤에는 마춘삼이 있습니다.”


장수용은 그와 눈을 맞추며 물었다.


“걱정 마. 영감이 알아서 하라고 했으니까.”

“······!”


강호의 눈이 동그래졌다.

천하의 돈귀가 가장 싫어하는 게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자신의 돈을 갚지 않는 거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사람을 건드리는 것이다.

마춘삼은 금촌동의 왕이나 다름없었기에, 이 두 가지는 금촌동의 불문율과도 같았다.

그런데 그것을 허락했다?

자신의 자존심에 흠집 나는 짓을 왜 하게 내버려 뒀을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게다가 누구보다 마춘삼을 잘 아는 형님이 이걸 모를 리가 없었다.


“형님, 무슨 생각이십니까?”

“네가 봐도 마춘삼이 무슨 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 같지?”

“이건 형님한테 독을 든 성배를 준 거나 다름없다고 봅니다.”

“독을 든 성배?”

“금촌동에서 조덕배가 마춘삼의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건 그가 명분을 만들려는 수작입니다.”

“날 제거하기 위한 명분 말이지?”


장수용도 그와 같은 생각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독을 든 성배를 마시려는 이유가 있었다.


“홍파이랜스가 금촌동을 장악하려면 마춘삼의 힘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어.”

“그 말은······.”


장수용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났다.


“언젠가는 영감도 치워야한다는 거지.”


* * *


차건은 과수원을 처리한 후 곧장 또 다른 도박장으로 이동했다.

홍상수의 저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변수에 상관없이 확실하게 홍상수를 흔들기 위해 다른 도박장 하나를 더 털었다.

천성탕.

말 그대로 목욕탕 안에 있는 도박장으로, 기술자들이 물주를 설계할 때 사용되는 곳이었다.

그런 만큼 거액의 금액이 오갔다.

이곳의 수익 30퍼센트를 홍상수가 가져갔다.

목욕탕 지하라 외부인은 출입이 불가능했기에 112에 신고해서 놈들을 모두 체포하도록 했다.

홍상수의 자금이 형성되는 두 곳을 털어놨으니 지금쯤 정신없을 것이다.

게다가 마춘삼까지 움직이면, 그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면······.’


그의 돈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홍상수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심지어 은행도 믿을 수 없다며 모든 돈을 개인 금고에 뒀다.

개인 금고가 있는 곳을 알아내기 위해 덕배를 홍상수에게 붙인 거였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돈이 있어야 시작을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차건은 덕배가 잘 해주길 바라면서 전당포로 걸어갔다.

어제 전당포를 나오기 전에 마춘삼에게 휴대폰을 하나 준비해 달라고 했다.

마수걸이 준 건 흑월에 두고 왔다.

나중에 천명이나 박정화와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마춘삼이나 덕배와도 긴밀하게 연락을 하려면 폰이 필요했다.

그렇게 전당포 맞은편 도로에 서 있을 때였다.


“학생,”


중년 남성이 자신을 부르며 다가왔다.


“이거 수걸이가 주는 거야.”


휴대폰을 내밀었다.

마수걸이 줬던 것과 똑같은 모토로라였다.

차건이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짓자, 중년 남성이 그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재래시장 입구 쪽 전봇대 뒤에 수걸이가 보일 거야. 나는 그 옆에 휴대폰 대리점 사장이고.”


차건은 그의 말을 듣고 재래시장 입구 쪽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전봇대 뒤에 숨어 있어도 몸이 다 보이는 마수걸을 발견했다.

그 옆에 휴대폰 대리점도 있었고.

직접 와서 주면 되는데 이렇게 사람을 시켜서 주는 걸 봤을 때,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었다.

차건은 휴대폰을 건네받은 후 뒤돌아섰다.

그러고는 재래시장 반대쪽으로 걸어갈 때였다.

삐리리리-

휴대폰이 울리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행님아! 내 수걸이다.

“무슨 일이야?”

-오늘 새벽에 장수용이 전당포로 찾아왔다.


차건은 그가 하는 말을 묵묵히 들으면서 걸어갔다.

그렇게 그의 말이 끝나자, 차건이 물었다.


“조 프로한테는 전달했어?”

-그게 누군데?

“네가 좋아하는 삼촌.”

-아, 덕배 삼촌. 당연히 했지. 그리고 아부지가 할 얘기 있으면 당분간 폰으로 하래. 폰에 내가 아부지랑 덕배 삼촌, 그리고 내 번호까지 다 저장해 뒀어.

“그래, 사장님께 고맙다고 전해줘.”


차건은 전화를 끊고 전당포를 쳐다보았다.

창가에 마춘삼이 서 있다가 뒤돌아서는 게 보였다.

지금까지 저곳에 서서 자신을 지켜본 것 같았다.


“영감도 참.”


은근히 아닌 척하면서 자신을 챙겨주는 게 느껴졌다.

아무튼 장수용이 그런 부탁을 했다는 건, 조덕배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존재감이 있다는 뜻이었다.

어쩌면 홍상수와 장수용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마춘삼.

그리고 조덕배.

이 둘은 그들에게 있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으니까.

차건은 폰에서 덕배 연락처를 찾아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울리자마자 그가 전화를 받았다.


-하이루!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수용이 그를 노리고 있다는 걸 들었음에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 어딥니까?”

-지금 홍 파이낸스 근천데, 오늘 새벽에 난리가 났더라.


그는 홍상수가 운영하는 도박장이 불타고 신고당한 사실을 들려주었다.


-지금 홍상수는 어디로 숨은 건지 아예 나타나지도 않아.

“경찰서장 만나고 있겠죠.”

-서장은······ 아, 맞다.


무언가 눈치챈 듯 그가 말을 이었다.


-경찰서로 가 봐야겠다.

“아닙니다. 거기서 해야 할 일이 생겼어요.”


곧이어 차건은 덕배에게 홍상수 부하들 눈에 일부러 띌 것을 지시했다.

장수용의 귀까지 덕배의 움직임이 들어가게끔.

그래서 아주리파 놈들이 그곳에 들이닥치게 말이다.


-홍상수를 뒷조사하라고 했으면서, 갑자기 장수용은 왜?

“원래라면 한 놈씩 처리할 생각이었지만, 누구 덕에 장수용까지 움직였잖아요.”

-설마 나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장수용한테 전화해서 물어보세요.”

-와, 이거 억울하네. 홍상수에 장수용까지 맡아야 하면, 내가 너무 손해 보는 느낌인데······.

“천 더 드리죠.”

-아이고,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덕배는 깍듯이 대답한 후 그들을 시선을 끈 뒤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홍 파이낸스에 내가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면 돼요. 넉넉잡아 30분이면 될 겁니다.”

-30분이라······ 까짓것 한번 해보지. 언제부터 시작할까?

“지금 바로.”


차건은 전화를 끊고 택시에 탄 후 홍 파이낸스로 이동했다.

개인 금고 이외에 한 가지 더 챙겨야 할 것이 있었다.

홍상수의 비밀 장부.

그동안 그가 정재계 관계자들에게 뿌려놓은 뇌물이 기록된 장부를 찾아야 했다.

그것이 있어야 향후 자신이 아주리파를 장악한 후 건설업을 시작할 때, 아주 중요한 밑천이 되어줄 테니까.

전생의 기억에 의하면 홍상수의 비밀 장부는 그곳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장부에 기록된 내용 중 몇 개만 풀어도 홍상수는 끝장나는 거였다.

그의 목숨줄이나 다름없는 장부가 사라진 걸 알면 미쳐 날뛸 터.

그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전생에 내가 받은 대로 되돌려줄 테다.’


차창 밖으로 오래된 건물이 스치듯이 지나갔다.

전부 재개발이나 재건축할 건물들이었다.

지금 자신의 눈에 비치는 것들이 모두 돈으로 느껴졌다.


‘바로 건설로 뛰어들 수만 있다면······.’


전생에 건설사를 설립하기까지 수많은 역경과 긴 시간이 걸렸다.

그러한 과정을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었다.

복수라는 명분 아래, 돈보다 값진 10년이라는 시간을 얻는 것이다.


홍상수에게는 자금을.

그리고 장수용에게는 아주리건설에 빼앗아서.

얼굴에 비장함이 감도는 차건은 주먹을 꽉 거머쥐었다.


이번 생엔 역경따윈 없다.


작가의말

오늘은 좀 일찍 올렸습니다.

오늘도 화이팅하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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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불나방들 +11 24.09.08 1,747 51 15쪽
34 34화. 후회하게 되겠죠 +5 24.09.07 1,744 46 13쪽
33 33화. 두 번 산다는 거 +8 24.09.06 1,989 50 14쪽
32 32화. 예상 밖의 일 +7 24.09.06 2,008 5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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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화. 10년을 앞당기는 것 +7 24.08.28 3,202 64 12쪽
21 21화. 이상하게 걱정이 안 되네 +8 24.08.27 3,203 7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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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마씨 가문의 촉 +7 24.08.24 3,419 6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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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기초 체력 +7 24.08.11 5,399 108 12쪽
3 3화. 아버지, 어머니 +10 24.08.10 5,716 120 15쪽
2 2화. 응어리진 분노 +10 24.08.10 5,964 1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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