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건 : 흑룡이라 불리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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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俊剛)
작품등록일 :
2024.07.18 21:22
최근연재일 :
2024.09.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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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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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화. 완전 미친 새끼지

DUMMY

8화. 완전 미친 새끼지




곽수는 어디서 튀어나온 놈이 ‘다 죽여 버린다’고 하자 어이가 없었다.


“저건 또 뭐야?”


박정화를 깔고 앉았던 그가 일어섰다.

다른 녀석들도 비웃으며 다가오는 차건을 쳐다보았다.

박정화는 살벌한 기세를 풍기며 다가오는 차건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건아, 안 된다. 어서 도망쳐!”

“방금 뭐라고? 저놈이 차건이야?”


곽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장수일에게 전달받기론 빵셔틀이나 하는 찐따라고 했다.

그런데 부리부리한 눈빛과 탄탄한 몸.

게다가 거친 기세까지.

누가 봐도 일진들의 노리개가 될 녀석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진들이 상대하기 꺼려서 피했다면 모를까.

아무래도 장수일에게 속은 것 같았다.


“어쩐지 이상하더라. 상납금을 안 내도 된다고 했을 때 눈치챘어야 했어.”


일행 중 한 명이 살짝 짜증스러운 투로 물었다.


“어떡하냐?”

“뭘 어떻게 해? 그 돈으로 술 처먹었잖아.”


곽수가 녀석들에게 눈짓을 보냈다.

좌우 끝에 있던 두 명이 어슬렁거리며 차건에게 걸어갔다.


“야, 눈에서 레이저 나오겠다.”

“눈깔에 힘 빼라고.”


둘 중 한 명이 차건에게 주먹을 휘두르자, 차건은 날아드는 주먹을 고개만 움직여서 피했다.


“어쭈, 피했냐?”


이번에는 옆구리 쪽으로 킥이 날아들었다.

느리다.

긴장조차 되지 않았다.

차건은 킥을 피하면서 놈의 다리를 걷어차 자빠뜨렸다.


“새끼가, 일 벌이네.”


다른 녀석이 자세를 낮추고 달려들었다.

차건은 가슴팍으로 달려오는 놈의 얼굴에다 무릎을 꽂아버렸다.

빡-


“으악!”


놈은 그대로 꼬꾸라졌다.

곽수는 순식간에 둘이 나가떨어지자, 눈살을 찌푸렸다.


“정신 바짝 차리고, 한꺼번에 붙어!”


그는 나머지 둘과 함께 차건을 에워쌌다.


“좀 치는 것 같은데, 상대를 잘못 골랐어. 나한테 개기는 놈은······.”


우드득.

곽수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개 패듯이 패버리거든. 무지막지하게.”


그가 말을 뱉자마자 차건의 좌우에 서 있던 녀석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차건은 좌우에서 공격이 날아들었지만,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피했다.

천명과 함께했던 훈련이 그 빛을 발휘했다.

그의 공격에 비하면, 이놈들의 공격은 두렵지가 않았다.

이쯤 되면 잔챙이를 상대하기보단 놈들의 대가리를 박살 내서 빨리 끝내 버리는 게 좋을 듯했다.

차건은 곧바로 곽수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만만해 보였어?”


곽수가 달려드는 차건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차건은 날아드는 주먹을 피하면서 팔을 붙잡았다.

그러고는 앞으로 밀려드는 힘을 그대로 이용해서 바닥에 냅다 꽂았다.

쿵!


“커억-”

“감히 어머니를 건드려?”


그는 곽수의 오른팔을 가차없이 비틀었다.

뿌드득-

뼈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곽수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으아아아아!”


그 광경을 지켜보던 둘은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더니 이내 도망쳐 버렸다.


“사, 살려줘······ 내, 내가 잘못했어.”


곽수가 눈물을 흘리며 사정했지만, 차건은 여기서 끝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이미 늦었어.”


퍽! 퍽! 퍽!

그는 곽수의 얼굴이 피로 범벅될 때까지 계속 내리찍었다.

그러다가 놈이 게거품을 물며 기절하는 걸 보고서야 멈췄다.

차건은 뒤돌아서서 쓰러져 있는 녀석들을 쳐다보았다.


“으으으······.”

“내 코······.”


둘은 일어서면서 쓰러진 곽수를 발견하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


“과, 곽수가······.”

“어, 어떻게······.”


지금은 장수일의 잡일이나 해 주고 있지만, 곽수는 5대 천왕 중 한 명이었다.

둘 중 육중한 몸집을 지닌 종일이 말했다.


“네놈은 이제 좆된······ 헉!”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차건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지금껏 날고 긴다는 녀석들을 무수히 만나봤지만, 저토록 살기가 짙은 눈빛은 처음 봤다.

본능적으로 놈에게 맞서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차건이 다가오자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부르르 떨려왔다.


“오, 오지 마······.”


도망치고 싶었지만, 뻣뻣해진 몸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차건은 그의 목을 덥석 움켜쥐고 노려봤다.


“누가 시킨 거냐?”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종일의 귀에 박혔다.

온몸이 공포에 사로잡혔고, 그도 모르게 바지가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자, 장수일에게 연락을 받고······.”


장수일.

노터치파의 그놈이다.

수금책이었던 이남길을 박살 냈으니 자신을 찾을 거라 예상은 했다.

그런데 여기를 찾아낼 줄은 몰랐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여긴 지켜내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선 그 방법밖에 없었다.


“장수일한테 전해. 내가 간다고.”


퍽.

차건은 종일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고, 다리를 걸어 자빠뜨렸다.

쿵-

종일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며 바닥을 뒹굴었다.

차건은 남아 있는 한 놈에게 시선을 옮겼다.


“다 데리고 꺼져.”

“아, 옙.”


그는 바짝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한 후, 종일에게 다가가 일으켜 세웠다.

그런 후 나머지 놈들을 챙기는 사이.

차건은 박정화에게 다가가, 그녀를 조심히 일으켜 세웠다.


“괜찮으세요?”

“건아, 흑흑흑.”


그녀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조용히 흐느꼈다.

차건은 그녀를 부축해서 방으로 모셔다 드렸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마시고 쉬세요.”

“대체 누구니? 아주 질이 나빠 보이던데. 혹시 밖에서 돈 빌려 쓴 거라도 있어?”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대체 무슨 일이길래 여기까지 왜 찾아온 거냐?”


박정화의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차건은 그녀가 걱정하지 않도록 최대한 잘 말해서 안심시켰다.

그녀는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계속되는 차건의 설득에 반신반의하며 넘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속마음은 달랐다.

차건이 집으로 돌아왔을 때부터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굳이 아이의 아픈 곳을 건드려 가며 물어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일로 알 것 같았다.

왜 집으로 돌아왔으며, 악착같이 몸을 단련하는지도.


‘불쌍한 것.’


가슴이 아팠다.

그 대신 자신이 놈들을 상대해 주고 싶었다.

스님도 자신과 같은 마음이었을 터.

그 성격에 차건이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꼴을 가만히 보고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혹독하게 이어지던 단련도 언젠가 차건이 다시 밖으로 나갈 때를 대비해서 시켜준 것일 테다.

그래서 그토록 아끼던 산삼도 차건에게 먹인 거고.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못난 엄마를 둬서······.’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할 뿐이다.

박정화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건아,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말해. 내가 스님께 어떻게든 연락을 취해볼 테니까.”

“아무 일도 없을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깥일은 제가 마무리할 테니 오늘은 좀 쉬세요.”

“그래······.”


박정화는 심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것도 있지만, 미안함에 차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방에서 나온 차건은 마당을 둘러보았다.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자신이 여기 있다는 알았으니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게 뻔했다.

천명도 자리를 비운 터라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당장 학교로 가서 결판을 짓기로 했다.


“장수일······.”


천명의 도움으로, 그는 예전의 차건이 아니었다.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가.

환골탈태.

체격도 달라졌고, 강한 힘도 얻었다.

이곳에서 내려가면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당장 할 일이 생겼다.

현재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도 할 겸, 걸리적거리는 놈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그런 후 본격적으로 운영 자금을 만들기 위해 움직여볼 생각이었다.


‘이 힘으로······.’


차건은 꽉 쥔 주먹을 쳐다보았다.

상처투성이였지만 돌처럼 단단해진 주먹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열어줄 열쇠였다.

단순히 내 한 몸 지키려고 힘을 키우는 게 아니다.

전생에선 돈만 있으면 뭐든지 다 이룰 거로 생각했다.

그러나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막대한 재력과 그 어떠한 권력에도 절대 휘둘리지 않을 강력한 힘도 필요했다.

돈과 힘.

이 모든 것을 다 가져야만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차건의 눈빛이 차갑게 식어갔다.


“그 시작이 장수일이라······.”


* * *


대일 산업고 옥상.

노터치파의 아지트.

갱단 보스처럼 소파에 푹 기대어 전화를 받던 장수일이 코웃음 쳤다.


“알았다.”


그가 전화를 끊자, 옆에 서 있던 교광이 물었다.


“뭐 재밌는 일이라도 생겼어?”

“전치 9주래.”

“누가?”

“이남길, 그 새끼가 나한테 거짓말을 했을 리가 없을 텐데······.”

“갑자기 그 병신이 왜 나오는데?”


교광이 눈살을 찌푸리는 찰나, 오늘 차건을 잡으러 간 녀석들이 생각났다.


“설마 곽수가 그놈한테 당한 거야?”


장수일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자, 교광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녀석도 아니고 곽수였다.

5대 천왕 중 한 명.

이남길과는 격이 다른 녀석이었다.

게다가 곽수는 무리를 지어 다녔다.

무리에 속한 녀석들도 나름 좀 친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곽수가 당했다는 건······.

그 녀석만 당한 게 아니라 곽수의 무리 전체가 당했을 가능성이 컸다.

뭐가 잘못된 게 틀림없었다.


“혼자가 아닌 게 분명해.”

“당연히 그렇겠지.”

“곽수, 그놈은 뭐라는데?”

“이번 달 상납금 내겠다며 이번 일에서 빠지겠단다.”

“병신 새끼. 그나저나 이남길, 이 새끼를 어쩌지? 딱 보니까 우리한테 구라깐 것 같은데?”

“어쨌든 일이 재밌어졌어.”

“차건, 그 새끼 뒤에 누가 있는 거겠지?”

“곽수가 당할 정도면.”


장수일은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교광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바람도 쉴 겸 내가 가서 끌고 올게.”

“됐어.”


장수일은 씩 웃으며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놈이 온다고, 나더러 기다리란다.”

“뭐라고?”


교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조만간 일 하나 터질 것 같으니까 교장한테 돈 좀 줘놔야겠다.”

“진짜 놈이 여길 올까? 도망치려고 시간 끄는 수작일지도 몰라.”

“그건 정상인이나 하는 생각이고.”

“뭐?”


교광이 멍하니 쳐다봤다.

뭐가 재밌는지 끽끽거리던 장수일이 그와 눈을 맞췄다.


“넌 그 새끼가 정상으로 보여?”

“대가리가 제대로 박혔다면, 그딴 소리가 안 나오지.”

“그러니까.”


장수일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완전 미친 새끼지.”

“아하!”


이제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교광이 얍삽하게 웃었다.


“이번 기회에 애들 기강도 잡을 겸, 확실하게 조져놔야겠네.”

“내 말이.”


장수일은 한쪽 입꼬리를 치켜올리며 담배를 툭 뱉었다.


“버러지 따위가 기어오르는 일은 없어야지.”


끼익, 끼익.

그가 손에 쥔 완력기를 쥐었다 폈다 할 때마다, 팔에 굵직한 힘줄이 도드라졌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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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번지수가 틀렸어 +9 24.09.10 1,432 52 14쪽
35 35화. 불나방들 +11 24.09.08 1,748 51 15쪽
34 34화. 후회하게 되겠죠 +5 24.09.07 1,744 46 13쪽
33 33화. 두 번 산다는 거 +8 24.09.06 1,990 50 14쪽
32 32화. 예상 밖의 일 +7 24.09.06 2,009 56 14쪽
31 31화. 인재 채용은 파격적으로 +10 24.09.05 2,184 56 15쪽
30 30화. 사업 준비 겸, 이거 저거 사러 다닐 겁니다 +9 24.09.04 2,314 6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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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응어리진 분노 +10 24.08.10 5,965 1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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