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건 : 흑룡이라 불리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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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俊剛)
작품등록일 :
2024.07.18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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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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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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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4화. 원하는 게 뭡니까?

DUMMY

24화. 원하는 게 뭡니까?




아주리파 본거지.

낮에 조덕배를 잡으러 갔던 행동파 녀석들이 개박살이 나서 돌아왔다.

그로 인해 사무실엔 숨 막힐 듯한 정적이 흘렀다.


“멍청한 새끼들! 명색이 행동대원이라는 놈들이 그 한 놈을 감당 못 한다는 게 말이 돼?”


장수용은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다.

홍상수 쪽에 문제만 터지지 않았더라면 최욱이나 강호 중 한 명이 따라갔을 테고, 이런 치욕은 겪지 않았을 것이다.


“일이 더럽게 꼬였어.”


장수용이 담배를 입에 물었을 때, 홍상수로부터 전화가 들어왔다.


“이 양반은 온종일 전화질만 해대네.”


그는 짜증이 가득 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형님, 지금 통화할 기분이 아니니까 나중에 합시다.”

-새끼야! 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거야! 니들 때문에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줄 알아!


홍상수가 다짜고짜 욕을 퍼부었다.


“하······.”


장수용이 목덜미를 잡으며 큰소리로 되받아쳤다.


“그 새끼 잡으러 들어간 거잖아! 다 알면서 왜 이래?”

-새끼야! 사무실 금고가 털렸다고!

“뭐?! 그건 또 무슨 말인데?”


장수용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경찰서장을 만나고 있던 홍상수는 사무실이 조덕배에게 습격당했다는 보고를 받고는 한달음에 달려왔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금고를 열어봤는데, 안이 텅 비어 있었다는 거였다.


“와, 미치겠네.”


장수용은 답답하다는 듯이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물었다.


“안에 얼마나 들어 있었는데?”

-지금 돈이 중요한 게 아냐! 장부가 몽땅 사라졌어! 그게 없으면 우린 다 끝이라고!

“지금 우리 애들 뭐 하고 있어?”

-최 부장은 과수원, 강 실장은 천성탕 쪽을 수습하는 중인데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

“일단 형님 애들도 풀어서 조덕배를 찾아. 그놈 잡아서 족치면 장부가 누구 손에 들어가 있는지 알 수 있을 테니까.”

-그 새끼 꼭 잡아야 돼. 안 그러면 우리가 세운 계획은 다 날아가는 거라고.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지?

“알았으니까 끊어봐.”


장수용은 전화를 끊고 소파에 파묻히듯 푹 기댔다.

순간적으로 화가 머리끝까지 밀려든 탓에 머리가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팠다.


“야! 한 명 들어와 봐.”


밖에 대기하고 있던 부하 한 명이 재빨리 사무실에 들어섰다.


“옙, 대표님.”

“나가서 두통약이랑 소주 사 와.”

“옙!”


부하가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장수용은 조덕배를 떠올렸다.

부하들 말에 의하면 갑자기 놈이 싸우다 말고 홍 파이낸스 상가로 도망쳤다고 했다.

처음에는 쪽수에 밀려 도망친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홍 파이낸스가 털린 걸 보니,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노린 것 같았다.

그렇다면 놈이 주위 시선을 끄는 동안 홍상수의 금고를 턴 놈은 따로 있다는 뜻.


“이것들이 처음부터 장부를 노린 거였어.”


장수용이 자신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었다.

불안감이 극에 달하면 나타나는 증상이었다.

쿵쾅!

퍽-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소리야!”


그가 사납게 외치자마자 쾅! 하고 문이 세차게 열렸다.

덕배가 이쑤시개 하나를 입에 물고 서 있었다.


“너, 이 새끼······.”


장수용은 덕배를 보고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놈에게 수배가 떨어진 걸 모르진 않을 텐데, 제 발로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네가 날 그렇게도 찾는다며? 그래서 내가 직접 와줬다.”


덕배가 씩 웃는 것과 동시에.


“빨리 올라가!”

“대체 어떤 놈인 거야?”


아래층에서 대기 중인 조직원들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수용도 허리춤으로 손을 옮기며 일어서자, 또 누군가 모습을 드러내며 사무실에 들어섰다.

낯선 듯 익숙한 얼굴.

장수용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동생 장수일이 보여줬던 사진의 그놈, 차건이었다.


“네놈은······.”

“나도 찾았다지?”


차건도 씩 웃어 보였다.

징수용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이것들이 날 뭘로 보고!”


그가 차건에게 달려들며 주먹을 쳐들었을 때였다.

차건이 재빠르게 파고들어가서 주먹을 내질렀다.

퍽-

장수용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차건은 장수용을 쳐다보면서 덕배에게 말했다.


“밖에 놈들을 맡아주세요.”

“옛썰.”


덕배는 손가락으로 경례를 날리며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이어서 아주리파 놈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덕배다! 저 새끼가 왜 대표실에서 나오는 거야!”

“일단 때려잡아!”


부우웅-

퍽! 쾅!

쿠웅-


“으아악!”

“으아아아!”

“물러서지 말고 붙어!”


쉴 새 없이 들려오는 타격음과 비명만 들어도 밖의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차건은 코피를 닦으며 일어서는 장수용에게 물었다.


“장수일한테 내 얘기는 들었지?”

“이 좆만 한 새끼를 어떻게 조져야 잘 조졌다고 소문이 날까?”


장수용은 겉으론 살벌한 기세를 풍기는 듯했지만, 머릿속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이 새끼가 진짜 차건이라고?

정말 19살이 맞아?

녀석에게서 긴장감이나 두려움 따윈 없었다.

아주 여유로운 태도.

단순히 조덕배만 믿고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다.

조덕배 말고 또 다른 배후가 있는 게 분명했다.

호랑이 굴로 당당하게, 제 발로 걸어올 정도의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인물.

금촌동에서는 한 명밖에 없었다.

마춘삼.

그가 개입된 것이라면 놈이 조덕배와 함께 전당포로 간 것에 대한 의문도 풀렸다.


‘대체 이 새끼한테 뭐가 있길래 천하의 돈귀까지 나서는 걸까?’


차건은 장수용의 눈빛이 깊어져 가는 걸 보며 피식 웃었다.


“생각이 많은 눈빛이네.”

“조금 전에는 내가 방심했다지만, 이제부턴 다를 거다.”


장수용이 허리춤에서 무식하게 생긴 칼을 꺼내 들었다.

차건은 웃음기를 지웠다.

칼을 든 자를 상대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러나 천명과 실전에 버금가는 대련을 수없이 겪어본 터라 두려움 따윈 없었다.

오히려 놈에 대한 분노가 더 커져갈 뿐이었다.


“19살짜리 꼬맹이를 상대하는데 칼을 꺼내? 보스라는 게 자존심도 없나 봐?”

“아가리부터 찢어주마.”


장수용이 달려들자, 차건도 동시에 마주 달려들며 테이블을 걷어찼다.


“뭐야!”


장수용이 재빨리 옆으로 피하는 그때.

차건이 쏜살같이 달려와 발차기를 날렸다.

퍽-


“큭.”


장수용이 배를 맞고 뒷걸음질 치자, 차건은 소파를 밟고 뛰어올라 그의 안면에 무릎을 꽂아 넣었다.

빡-

장수용은 들고 있던 칼을 놓치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커어억-”


그가 고통스러워하며 바닥을 뒹굴었다.

차건은 장수용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일단 동생을 잘못 가르친 대가부터 치르자.”


바닥에다 그의 얼굴을 힘껏 내리찍었다.

쾅!


“으아아아아!”


장수용이 비명을 터트렸다.

차건은 한 번 더 내리찍었다.

쾅!


“으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팔딱거리던 장수용은 콧대가 뭉개졌고, 앞니가 모두 부러져 얼굴이 피범벅이 되었다.


“동생을 끔찍이 아끼는 건 알겠는데, 그러면 올바른 길로 인도했었어야지. 너처럼 인간쓰레기로 만들면 어떡해.”


차건은 다시 장수용의 머리를 들어서 내리찍으려고 자세를 잡자, 그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그만해······ 내, 내가 잘못했다고······.”

“뭐야?”


차건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일개 폭력 조직 보스라 해서 내심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뭐, 너무 약하다 못해 깡다구나 독기조차 없었다.

장수용이 이렇게나 매가리 없는 놈인 줄은 몰랐다.

그러나 차건은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잘 몰랐다.

현재 그의 신체적 능력은 일반인의 수준을 월등히 뛰어넘은 상태였다.

방금 공격을 가할 때, 장수용은 온 힘을 다해 버텨내려고 했다.

하지만 차건이 그것을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힘의 격차가 컸다.

반면 장수용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아는 순간, 멘탈이 나가면서 투지가 꺾여 버린 것이다.

지금은 끔찍한 고통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본능만이 아우성칠 뿐이다.


“사, 살려줘······.”


차건은 장수용의 뒷통수에 대고 말했다.


“오늘부로 아주리파는 사라지는 거다. 알겠냐?”

“알았다······.”

“대답을 너무 쉽게 한다?”


자신이 70년을 산 경험에 비추어보면 대답을 쉽게 내뱉는 자일수록 신뢰가 떨어졌다.

특히 지금처럼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내뱉는 대답일수록 거짓일 가능성이 컸다.


“어쩌냐? 믿음이 안 가서.”


차건은 주저 없이 장수용의 얼굴을 바닥에 내리찍었다.

쾅!


“으아아아!”


장수용이 경기를 일으키듯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차건은 그의 머리맡으로 가서 쪼그려 앉았다.


“오늘 이후로 두 번 다시는 내 눈에 띄지 않는 거다.”

“제발 살려줘······.”

“대답부터 해. 그럼 네 소원 들어줄 테니까.”

“예. 예······.”


피범벅이 된 장수용은 울먹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눈빛이 완전히 죽은 걸 보니 모든 걸 포기한 것 같았다.

사람 하나 굴복시키는 게 이렇게 쉬웠나?

전생에서 돈으로 상대를 무너뜨리고, 가진 것을 빼앗아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런 눈빛을 보기란 쉽지 않았다.

오히려 원망과 복수가 뒤엉킨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았다.


“이 와중에도 배우는 게 있군.”


돈보다 힘이 더 쓸모가 있을 때도 있다는 걸.

차건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홍상수와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장수용은 모든 걸 단념한 듯 순순히 대답했다.

예상대로 홍 파이낸스가 아주리 건설의 자금줄이었다.

다만 장수용에게 홍상수를 말 그대로 형님일 뿐, 비즈니스에선 동등한 위치였다.

그러나 홍상수가 이런 머저리를 사업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을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장기 말로 사용하다가 때가 되면 잘라낼 게 뻔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놈들을 요리하기 쉬울 것 같았다.


“잘 들어. 조만간 홍상수도 이 꼴이 날 거야. 근데 그놈은 내가 콩밥까지 먹일 생각이거든.”

“······!”


장수용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럼 홍 파이낸스를 덮친 게······.”

“그래, 나야.”


차건은 일어나서 소파로 가서 앉았을 때였다.

쿵! 문밖에서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가 크게 났다.

그러더니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장수용의 눈빛이 번쩍이며 한 줌의 희망이 서렸다.

그러나 헛된 희망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덜컥. 문이 열렸다.

이어서 덕배가 먼지 털듯이 옷을 털며 안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땀 좀 흘렸더니 개운하네.”


차건은 옷이 다 찢어지고, 칼에 베인 흔적도 보이는 덕배에게 한마디 했다.


“수고했습니다.”

“뭐, 프로가 이 정도쯤이야.”


씩 웃으며 차건 옆에 가서 선 덕배는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장수용을 쳐다보았다.

눈코입 어느 한 곳 성한 곳 없이 아작이 나 있었다.

피범벅이 된 얼굴을 보니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가뜩이나 인상 더러운 인간을······.’


차건의 살벌한 손속에 덕배가 치를 떨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을 때, 구석에 떨어져 있는 칼이 눈에 들어왔다.


‘기습에 당한 게 아니었어?’


놈이 칼까지 꺼냈다는 건 제대로 붙었다는 건데.

덕배는 침음을 삼키며 차건을 봤다.

얼굴도 멀쩡하고, 옷도 흐트러지지 않은 걸 보니 일방적인 싸움이었던 것 같았다.

장수용은 주먹질로는 소문이 난 놈이었다.

칼질도 꽤 했다.

그래서 놈이 칼까지 쥐고 덤벼들면 자신도 상대하기 까다로울 정도였다.

그런 놈을 상처도 없이 제압했다고?


‘볼수록 기가 막히네.’


덕배는 차건의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자신에게 한 방 먹였던 게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차건은 장수용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홍상수 장부가 나한테 있는데, 이거 다 까발려지면 당신 인생은 끝나는 거야.”

“내, 내가 왜······.”

“홍상수가 장부에 뭘 적어 놨을까?”


장수용이 침을 꿀꺽 삼키더니 손톱을 물어뜯었다.

차건은 불안감에 휩싸인 그의 모습을 보며, 장부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얕봤던 자신에게 맥없이 당한 상태에 정신적으로 흔들린 게 느껴졌다.

이제 그의 머릿속에 홍상수에 대한 의심만 심어주면 되었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넌 쇠고랑 차게 돼 있어.”

“아, 아니야······.”

“홍상수가 있잖아. 그놈이 경찰에 잡히면 가만히 있을까?”

“그가 왜······.”

“왜긴. 자신의 죄를 어떻게든 너한테 다 뒤집어씌워야지. 그래야 형량이 줄 테니까.”

“증거가 어디 있다고······!”


순간 장수용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설마 장부에······.”

“이제 눈치 좀 챘나 보네. 너도 알잖아. 홍상수는 그 누구도 믿지 않는다는 걸.”

“빌어먹을 새끼가······.”


피 칠갑이 된 장수용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 찼다.

차건은 이쯤 되면 준비가 된 것 같았다.

궁지에 몰린 녀석에게 동아줄을 내려줘서 상황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걸 준다면 홍상수의 장부가 세상에 나오는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 장수일과 네가 나한테 한 짓도 깨끗이 잊어줄게.”

“······.”


장수용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원하는 게 뭡니까?”


차건은 일어나서 장수용 앞에 섰다.

그는 웃음기가 사라진 표정으로 장수용을 내려다봤다.


“네가 가진 모든 사업권, 나한테 넘겨.”


작가의말

아...코로나 걸렸습니다....

몸살기가 있더니 결국은....

근데 코로나 변종이라고.

눈이 좀비처럼 시뻘겋게 충혈됐고, 두통이 장난이 아니네요..

독자님들 코로나 조심들 하세요.

그냥 혹 들어와 버리네요.ㅜㅜ




아파도, 원고는 적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불금되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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