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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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독고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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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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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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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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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을 위해, 작은 희생은 감수해야지.

DUMMY

4화 큰일을 위해, 작은 희생은 감수해야지.


엽장천이라는 거지와 대화를 끝낸 나는 수결을 생략하고 원하던 임무를 배당받게 되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위준걸이 다가와 속닥거렸다.


“자꾸 이런 식이면, 나는 너랑 못 다닌다. 친구 뒤 닦아주는 것도 서러운데, 송장까지 치우고 싶진 않거든.”.


“참고하지.”


“많은 것 안 바란다. 그놈의 말본새만 좀 고쳐. 안 그러면, 우리 제 명에 못 죽는다.”


과거 독선적인 행보로 얼마나 큰 곤욕을 치렀던가.


나는 닫혀 있던 마음을 열고, 주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로 결심했다.


잠시 후, 나는 썩은 동태 눈을 번뜩이고 있는 서기에게 다가갔다.


아까 듣기로, 이 자의 이름이 주정발이라고 하던가?


이놈 봐라?


관상부터가 심상치가 않은 놈이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하는 그에게 다가갔다.


“주가라고 했던가? 단 한 번만으로 무림맹에 들어갈 수 있는 임무를 다오.”


“그런 임무는 없소.”


“없으면 만들어내도록 해라.”


주정발의 표정이 허탈함에서 깊은 분노로 물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도 억울하다.


광명신교라는 거대 조직의 수장으로, 직위에 따른 고달픔과 보고 체계에 대한 난해함을 익히 알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당장에 주가의 목을 날려버리고 엽장천을 추궁해 목적을 달성했을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내가 얼마만큼 인내심을 발휘했는지, 이해할 수 있겠지.


그런데 주가의 태도는 어떤가?


당장에 무림맹에 데려다 놓으라는 것도 아니고, 그의 사정과 시간을 배려해 해결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았나.


하지만 이런 나의 배려에 돌아오는 반응은 배은망덕, 그 자체였다.


“풍형, 말이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소?”


내가 입술을 움직이기 무섭게 위준걸이 끼어들었다.


“아이고, 주형. 아시다시피 이놈에게는 고칠 수 없는 고질병이 있습니다. 근본이란 것과 싸가지를 상실한 불치병이죠. 그러니 이어질 말들은 개 짖는 소리로 치부하시고, 앞으로는 저와 대화하십시오.”


“내 위형의 입장을 고려해 참겠소. 하지만 내 위형에게 충고 하나 하겠는데, 저 친구분과는 이른 시일 내로 관계를 끊는 게 좋겠소이다.”


위준걸은 그저 연극의 탈처럼 웃는 낯으로 답할 뿐이었다.


하지만 새삼 사람 좋은 얼굴을 하던 위준걸의 입가가 불독처럼 주름이 패인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아니 미친, 이게 말이야 된장이야? 주형, 정말 이게 맞는 거요? 첩혈색마라니. 설마 석달 새 부녀자 이십여 명을 간살하고 예고장과 서책까지 내는 희대의 색마놈을 말하는 거요?”


“그렇소.”


“이건 아무리 봐도 경우가 아니오. 내가 알기로, 첫 응시자에게는 관례상 정급 임무를 배당하는 게 순리라고 알고 있소만, 대뜸 색마 토벌이라니. 이건 대놓고 안 뽑겠다는 말이 아니오!”


“정확히는 을급이라 알고 있소.”


“뭐, 을급? 거기다 색마 사건? 지금 무림맹에서 방치한 미제사건을 우리한테 맡기는 거요?”


위준걸의 분노 어린 반응에, 주정발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안타깝지만 임무를 배당하는 건 본인의 권한이 아니외다. 다만 이번 임무를 완수하면, 정급 임무 다섯 개를 해결한 것으로 처리하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소.”


“윗선으로 퉁치면 다요?”


“내가 알기로, 이번 신입대원 선발에 필요한 실적은 정급 임무 열 개 해결로 알고 있소만, 그 절반을 한 번에 처리해주는 특혜니 어지간하면 넘어가시구려.”


“아니, 특혜고 지랄이고 아무것도 아닌 무명소졸한테, 무림맹도 못 잡은 살인마를 잡으라는 게 말이 돼? 이건 안 돼, 아니 때려 죽여도 못해!”


나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목에 핏대를 세우는 위준걸을 뒤로 밀어냈다.


“받도록 하지.”


“야, 네가 아무리 정신이 나갔어도 이건 아니다. 말이 을급이지, 이건 갑급이나 마찬가지야. 무림맹의 잘나신 공자들이 소화 못 해 뱉어버린 토사물 같은 임무라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인간이 누군줄 아나?”


“그건 모르겠고, 지금 나는 네가 제일 싫어. 혐오스럽고 진절머리가 나.”


“그래, 본좌가 진절머리나도록 싫어하는 게 바로 색마다.”


일흔 평생, 극한의 원양지기를 이룩하기 위해 순양지체로 정진했던 나다.


그런데 색마들은 어떤 놈들인가?


일신의 쾌락을 위해, 약자를 능욕하고 얕은 수련을 채양보음, 채음보양 같은 사술로 보충하는 쓰레기들이 아닌가?


이런 자들이 승승장구한다면 색을 멀리하며 일로정진한 본좌의 칠십 평생은 어떻게 보상받으란 말인가?


그런 자들이 두 다리 뻗고 자는 세상이 혐오스럽다.


그런 놈들이 이 땅 위에 발붙일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내 지상 명제 중 하나다.


절대 호기심이 있다거나, 부럽다거나, 질투가 나서가 아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위준걸이 세상 무너질 것 같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 마음은 알겠는데, 색마 놈들은 다른 범죄자보다 잡기가 까다로워. 자기보다 약한 부녀자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다 보니, 겁도 많고 눈치도 빠르거든.”


“애초에 놈이 내뺄 수 없게 만들면 된다.”


“말이야 쉽지, 그걸 어떻게?”


다년에 걸쳐, 색마들의 천적으로 군림했던 본좌가 아니던가.


방법이 다 있었다.


***


세 시진 후, 나와 위준걸은 전당현 외각의 대 저택에 있었다.


이곳은 전당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세도가인 왕소정의 별장으로, 그는 사흘 전 첩혈색마에게 예고장을 받은 정소소라는 소저의 외숙부이기도 했다.


사십 평 정도의 방안에는 영문을 모르고 모인 소저들과 그녀들의 혼약자, 지인들이 가득했는데 하나같이 암울한 표정들을 짓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주정발이 황망한 표정으로 물었다.


“대관절 이게 무슨 일입니까? 색마에게 예고장을 받았던 피해자와 관련인 전부를 하루 사이에 모으라니요.”


혓바닥이 긴 걸 보니, 어떻게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냄새가 난다.


“무조건 색마를 잡을 수 있다고 거짓말까지 하고 받은 양해입니다. 제대로 된 결과가 안 나오면, 위형의 친구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곤란해집니다.”


“하하, 그렇습니다. 저희만 믿으십시오.”


“처음부터 힘든 임무를 배당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무리하긴 했는데, 정말 문제가 없어야 할 겁니다. 이 일이 잘못되면, 위형 직속 상관인 장포두까지 위험할 수가 있어요.”


매끄럽게 처리하는 걸 보니, 이런 일을 한두 번 처리해 본 솜씨가 아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위준걸은 그저 고개를 굽신거릴 뿐이었다.


“네네, 그렇지요.”


“오늘 모인 처자 중에는 이 사건과 관련이 없는데, 잠재적 피해자라고 속여 데려온 사람도 있단 말입니다.”


“이를 말이겠습니까? 치밀한 안배하에 벌인 일이니 걱정 같은 것은 하지 마십시오.”


위준걸은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며 거듭 장담했다.


하지만 그 자신감은 주정발의 시야에서 벗어난 순간, 애벌레의 허물처럼 힘없이 벗겨졌다.


“정말 이러는 게 맞긴 한 거지? 내가 모르는 복안이 있는 것 맞지? 수틀리면 내 밥줄이 끊긴다?”


“우둔한 놈. 본좌는 지금 놈의 선택권을 빼앗은 거다.”


“뭐?”


“색마 같은 저능한 자들은 애초부터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움직이는 놈들이 아니지. 그래서 자신들의 계획에 변수가 생기면 분명히 동요한다.”


할 수 있다면, 내가 잡아 죽인 백 오십 명의 색마의 난잡한 범행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니, 그게 말이 되냐? 색마 입장에서 생각해 봐. 이렇게 대놓고 사람들을 모으면 경계심부터 생길 거라고. 그러다 수틀리면 다른 피해자를 노릴 수도 있잖아.”


그 순간, 위준걸이 자신도 모르게 손뼉을 쳤다.


“설마 비슷한 조건의 처자들을 한군데에 모은 이유가?”


“맞아. 놈의 선택지를 한 곳으로 집중시킨 거지.”


“하지만 네 계획에는 치명적인 구멍이 존재해. 색마 놈은 얼마든지 목표를 바꿀 수도 있어. 꿩 대신 닭이라고 다 죽어가는 파파 할머니나 농익은 유부녀를 노릴 수도 있는 노릇이라고.”


이토록 색마에 무지한 꼬락서니라니.


나는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위준걸에게 준엄한 일갈을 내질렀다.


“네 놈 목 위의 물건은 장식으로 달려 있나 보군. 대체 색마 놈들이 겁탈 전에 얼마만큼의 준비를 한다고 생각하나?”


“내가 색마도 아닌데, 그걸 어떻게 알아?”


“놈들에겐 겁간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까지, 쾌락의 과정인 거다. 그걸 중간에 방해받는다는 건, 자존심을 넘어 생존의 문제지.”


“똥 싸다가 중간에 끊긴 느낌 같은 거로군.”


“천박한 네 놈다운 표현이지만, 얼추 들어맞는군.”


“하지만 언제까지 놈을 기다릴 수는 없잖아.”


“그래서 놈을 자극할 수 있는 재미있는 방법을 준비했지. 생각대로 된다면 색마는 단 한 시진도 견딜 수 없을 거다.”


심드렁하던 위준걸의 태도가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그게 뭔데?”


“대체 색마가 그녀들을 노리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변태 새끼 머릿속을 내가 어떻게 알겠냐? 뭐, 아문의 해포문건을 뜯어 보니까 대충 어리고 때 묻지 않은 소저들을 노리는 것 같던데···. 대충 찌질하고 정신이 아픈 찌질이가 음습한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는 거겠지.”


“틀렸어. 애초에 네가 말하는 찌질이는 색마가 가진 행동력을 거세당한 자들이다. 내 경험상 색마들은 생각 이상으로 수완가들이야. 자기애가 남다르지.”


“어이구, 변태학 학사 나셨네.”


“찌질이들은 여자를 두려워하지만, 놈들은 자신이 간살한 피해자들을 고귀한 자신이 간택했다고 여겨. 그런 자들에게 어리고 때 묻지 않은 처녀는 고르고 골라서 찾아낸 예술품 같은 거다.”


위준걸의 얼굴이 똥 씹은 것처럼 일그러졌다.


“모든 피해자가 처녀는 아니었어.”


“그게 제일 중요한 거다. 범행 초기 때, 첩혈색마는 무조건적으로 간살을 하지 않았어. 제 욕심만 챙기고, 피해자들을 돌려보냈지. 그런데 포목점 조충의 무남독녀를 겁탈했을 때, 첫 살인이 일어났다.”


“그게 어쨌는데? 범행을 저지르다 보니, 이상 성욕에 눈을 뜬 걸 수도 있지. 졸필도 쓰다 보면 달필이 되고 서당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 법인데, 색마도 초보 시절이 있었겠지.”


“그랬다면 그녀와 깊은 관계에 있던 푸줏간의 하충을 함께 살해하지 않았겠지. 놈은 자신의 먹잇감을 선수 친 하충에게 복수하고 싶었던 거야.”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잖아? 그 사실을 안다고 해서 해결 방법이 있긴 한 거냐?”


“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


“뭔데?”


나는 칠십 평생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구상을 발표했다.


“놈이 노리는 게 처녀라면, 소저들 전원이 처녀가 아니면 되는 거다. 그 사실을 항주 곳곳에 방방곡곡 알린다면, 그녀들은 색마의 위협에서 해방되는 거지.”


“뭐라고? 내가 지금 제대로 들은 것 맞냐?”


위준걸이 사례 들린 것처럼 기침을 시작했다.


“야, 지금 부러진 소뿔 붙이겠다고, 소 잡는 꼴도 아니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색마 새끼 하나 잡자고, 저 많은 소저들 혼삿길을 망칠 작정이야?”


“큰일을 위해, 작은 희생은 감수해야지. 그녀들의 숭고한 희생을 통해, 이곳 전당현은 좀 더 깨끗하고 안전한 고을로 거듭날 것이다.”


“작은 희생이고 나발이고, 이게 제일 큰일이야!”


나는 말이 통하지 않는 위준걸의 몸부림을 손쉽게 제압하고,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읍, 읍!”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소저와 지인 일동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는데, 위준걸 같은 소인배와는 달리 배운 사람들이라 내 뜻을 잘 이해한 것 같았다.


그들 중에서는 눈물을 찔끔거리는 사람도 있었고, 천지신명을 찾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그들에게 이토록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독선으로 실수를 범했던 과거가 조금은 치유되는 것 같았다.


나는 흐뭇한 기분을 가슴 한 귀퉁이로 밀어 넣으며, 준엄한 일보를 디뎠다.


“지금부터 소저 일동은 전원 입고 있는 옷가지를 벗으시오.”


위준걸이 산통을 깨트리듯, 울부짖었다.


“그만해, 이 미친 새끼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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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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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무림맹주 천마사위->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로 제목 변경했습니다. 24.07.30 37 0 -
21 미련한 정도의 풋내기 놈들. 24.08.08 22 1 14쪽
20 도무지 믿을 수가 없을 거다. 24.08.07 22 2 13쪽
19 얼빠진 놈, 아직 멀었다. 24.08.06 37 2 14쪽
18 상판을 보니, 과분해 보이기는 하는구나. 24.08.05 32 2 14쪽
17 이것이 복수의 맛이란 말인가! 24.08.04 42 3 15쪽
16 그딴 정리 필요 없다. 24.08.03 35 3 13쪽
15 개 짖는 소리를 듣는 것도 고욕이로군. 24.08.02 37 3 15쪽
14 본좌는 용서를 모른다. 24.08.01 45 3 13쪽
13 사료 값은 미리 준비해라. 24.07.31 34 3 13쪽
12 쓰레기의 유언은 한 마디도 아까워. 24.07.30 49 4 16쪽
11 부자 상봉을 서둘러야겠군. 24.07.29 38 3 17쪽
10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24.07.28 48 3 12쪽
9 본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24.07.27 46 3 12쪽
8 네가 할 수 있는 속죄는 오직 죽는 것 뿐이다. 24.07.26 52 4 12쪽
7 시체에게는 전부 무의미한 것들이지. 24.07.25 44 3 12쪽
6 말한 게 아니라 명령을 한 거다. +1 24.07.24 81 3 15쪽
5 죽이다 보면 하나는 걸려들겠지 24.07.23 83 3 15쪽
» 큰일을 위해, 작은 희생은 감수해야지. +1 24.07.22 88 4 12쪽
3 쳐들어오거나 꺼져라. 24.07.21 104 4 14쪽
2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군. 24.07.21 150 5 13쪽
1 사람들은 나를 천마라고 불렀다. +1 24.07.21 217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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