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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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독고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20 17:26
최근연재일 :
2024.08.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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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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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시체에게는 전부 무의미한 것들이지.

DUMMY

7화 시체에게는 전부 무의미한 것들이지.


전각 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살피자, 네 명의 거한이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하나같이 흉흉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손짓하며 도발했다.


“간 보지 말고 들어와 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왼쪽 옆구리를 향해 날카로운 일격이 파고들었다.


“허술해.”


나는 뒷짐을 진 상태로 몸을 뒤로 젖혔다. 기합 소리와 함께 내 목젖 위로 검날이 지나갔다.


"아흐헉!"


처절한 비명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오른쪽에 있던 거한이 나를 노렸던 검격에 쇄골을 베여, 헐떡이고 있었다.


물론 찔렀던 놈도 무사하진 않았다.


“끄아아악!”


내가 유도한 덕분에 낙차가 있는 지대를 밟았기 때문이다.


이상한 방향으로 발목이 휘어진 걸 볼 때, 발목이 부러진 게 틀림없었다.


“지금 재롱잔치 하는 중인가?”


“건방진 새끼, 네 놈의 혓바닥으로 목을 졸라 죽여주마!”


내 뒤에 있던 자가 거대한 상체를 들이밀며 돌진해 왔다.


그야말로 황소 같은 돌진이었다.


“내 혓바닥을 걱정해 줄 게 아니라, 네 놈의 명줄부터 신경 써야 되겠군.”


돌진이 아무리 거세다 해도, 부딪쳐야 효과가 있는 법.


가볍게 허공으로 솟구친 덕분에 놈은 내 몸의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했다.


-우당탕탕!


거센 물보라와 함께, 거한이 진흙탕을 뒹굴었다.


안면을 심하게 긁혔는지, 처박힌 얼굴을 쉽게 들지 못하는 거한.


나는 가볍게 놈의 머리 위로 내려앉아 체중을 실었다.


-뿌드득! 뿌드드득!


“끼야아아악!”


가벼운 천근추에 까마귀 멱 따는 괴성이 터져 나왔다.


남은 상대는 두 명.


그들은 기다란 창과 갈고리를 빙빙 돌리며 조금씩 거리를 좁혔다.


“동료를 기다리나?”


그 말에 나머지 거한들이 작살 맞은 생선처럼 경직되었다.


나는 뒷짐을 진 채로, 그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해보고 싶은 것 다 해 봐. 원군을 불러도 붙잡지 않을게.”


“잡술 몇 개 익혔다고 오만하구나. 광오한 놈!”


“시험해 보던가.”


“뒈져라!”


나는 슬그머니 옆으로 몸을 피했다.


날아온 칼이 괴이한 방향으로 꺾이더니, 뒤에서 창을 찔러 들어오던 흑갈방도 하나의 목에 틀어박혔다.


“커흑! 벼, 병신 같은 놈아···나를 찌르면···.”


칼을 휘두르다 명치에 창이 박힌 남자의 고개도 축 늘어졌다.


하나 남은 거한은 탈력에 빠져 바닥으로 쓰러졌다.


-짝짝짝!


먼 곳에서 박수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훌륭하군. 정말 훌륭해. 장강의 뒷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고 하더니, 이곳 전당현 바닥에서 내가 알지 못하는 인재가 있을 줄이야.“

이마에 검은 전갈문신을 하고, 코가 큰 호남형에 가슴팍을 풀어헤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의 등 뒤에는 복면을 한 자들이 열 명 정도 서 있었는데, 하나 같이 위세가 당당해 보였다.


밖의 낌새를 보니, 대략 수십 명의 방도가 일제히 포위망을 좁히며,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바닥에서 헐떡거리는 거한이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바, 방주님.”


“고생 많았다.”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합니다.”


“네가 내게 죄송할 게 뭐가 있어. 죄가 있다면, 열심히 내 명령을 따른 것밖에 없지.”


거한이 눈물을 찔끔거렸다.


“···정말 저를 용서하시는 겁니까?”


남자가 거한의 턱을 슬쩍 들어 올렸다.


“실패는 누구나 해. 중요한 것은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가다.”


“방주님.”


남자가 거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걸 배운 거로 됐다. 미뤄둔 공부 했다고 생각해.”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제 생명은 방주님의 것입니다.”


그 순간 남자의 입이 좌우로 찢어졌다.


“그으래?”


-와지직!


거한의 목이 한 바퀴 돌아가며, 둔탁한 소음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라,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 미뤄둔 공부는 지옥에 가서 해야지.”


남자는 가래침을 바닥에 뱉더니,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를 긁었다.


사자 갈기같이 뻗친 그의 머리에서 흰색 비듬이 무수하게 떨어져 내렸다.


“이 새끼, 성깔은 마음에 안 들었어도 일 하나는 똑소리 나게 잘했는데.”


나직하게 말하던 그가 돌연 정색을 했다.


“어떻게 책임질 텐가?”


“자살행위를 막지 못한 게 내 책임은 아니지.”


“하하, 뭐라고? 그럼 내가 자네한테 충고하는 것도 자살행위인가?”


나는 그의 서슬 시퍼런 기세를 가볍게 흘려보냈다.


“유서를 작성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이 염세황이 어떤 사람인 줄 아나? 관부고, 무림맹이고 전당현 전체가 우리 도박장의 단골이야. 이곳 전당현에서는 내가 옥황상제고 염라대왕이다. 그런 우리를 건드려?”


“시체에게는 전부 무의미한 것들이지.”


이를 갈던 염세황이 구면이었는지, 위준걸에게 시선을 돌렸다.


“위 형도 그렇게 생각하나? 자네 상사인 장포두도 여기 단골이라 알고 있는데?”


“그런걸로 치면, 방주도 우리 감방의 초특급 단골손님이라고 볼 수 있지. 안 그렇소?”


“이승보다 저승이 좋다는데, 말릴 수도 없고 참으로 답답한 일이군.”


염세황의 말이 끝난 순간, 칼날이 번뜩이며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그 숫자는 못해도 수십.


사람 가죽 따윈 종잇장처럼 베어버릴 날카로운 칼날들이 내 몸을 파고들었다.


“잘 찔렀다고 생각했나?”


나는 가볍게 몸을 돌렸다.


팽이처럼 몸이 돌아가자, 옷 소매 사이에 교묘하게 엉켜있던 칼들이 튕겨 나갔다.


결국 처음에 들이쳤던 자들은 무더기로 검상을 입고 말았다.


"으아악! 아흐흑!"


나는 찢어지는 비명을 배경으로 적들을 유린했다,


"멈춰! 이러다 다 죽어!"


누군가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엉켜버린 적들은 서로의 무기에 난도질 당했 것이다.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나는 온몸을 수십 바퀴 비틀어 모든 공격을 교묘히 피해냈다.


"말도 안 돼! 인간이라면 이럴 수 없다···."


발등에 창 자루가 꽂힌 거한의 신음성과 함께, 장내가 고요해졌다.


나는 어안이 벙벙한 놈들을 비웃으며, 구겨진 옷소매를 털었다.


이따위를 무공이라고 익히고 있다니.


대체 나를 얼마나 무시하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치밀어 오르는 짜증에 혀를 차고 말았다.


"시시하군. 하잘것없는 버러지들로는 이 정도가 한계인가."


염세황의 안색이 거무튀튀하게 물들어 있었다.


***


“정말 이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겠군. 자네 이름이 어떻게 되나?”


염세황이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풍운조라고 하더군.”


“처음 자네를 볼 때부터 놀랐지만, 이토록 헌앙한 모습에 당당한 기세까지···. 요즘 세상에 자네 정도의 대장부가 존재할 줄이야.”


염세황의 눈가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시세를 알아야 준걸이라고 했네. 대세를 알고 흐름을 타는 것은 결코 비슷한 게 아니지. 자네 정도의 영웅이라면, 내 당장 이인자 자리도 내놓을 수 있네.”


“이인자가 되면, 무림맹에 들어갈 수 있나?”


“그것은 힘들지만, 대신 수많은 계집과 금은보화를 가질 수 있지. 무림맹 지부장도 부럽지 않을 걸세.”


“답이 나왔군. 네 놈이 본좌에게 내줄 수 있는 것은 목 위에 달린 물건밖에 없다.”


“권주 대신 벌주를 들다니, 참으로 아쉽군. 하지만···.”


말을 흐리던 염세황이 상의의 소맷자락을 펄럭였다.


-파팍!


소매에서 튀어나온 침통에서 열 개 정도의 침이 발사되었다.


나는 손등에 맞은 침을 하나씩 뽑아내며, 나직하게 말했다.


“재미있는 발악을 하는군.”


염세황이 온몸을 비틀며 파안대소했다.


“자네가 중독된 독이 어떤 것인줄 알면 결코 지금처럼 태연할 수 없을 걸세. 혹시 부시혈침이라고 알려나 모르겠군.”


그 말에 위준걸이 하얗게 질렸다.


“부시혈침? 그건 분명 무림맹에서 금지한 십대절독의 하나인데?”


“병신, 승자위왕이라고 했다. 어차피 강호에서는 이기는 놈이 정의야. 수단과 방법은 패배자들의 개소리에 불과하지.”


코를 한 번 훔친 염세황이 품에서 작은 호리병 하나를 꺼내서 흔들었다.


“이게 해독제다. 개처럼 짖어 봐.”


세상에, 이런 천인공노할 일이!


무림의 법도가 무너져도 이토록 무너질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세상 무너진 듯한 표정으로 염세황을 노려봤다.


“본좌는 결코···네놈 같은 자에게···절대 항복···.”


”그래? 시체 구경이나 해야겠군.“


나는 놈이 내 몸에 맞춘 독침을 뽑아 순식간에 병을 깨뜨려 버렸다.


“···라고 할 줄 알았나?”


경악한 염세황은 깨진 병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승 생활이 지겨워졌나 보구나?”


"대체 해골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궁금하군. 이따위 쓰레기 잡독으로 본좌를 쓰러뜨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염세황의 눈은 커지다 못해 튀어나올 정도였다.


“말도 안 돼! 부시혈침의 독은 인간인 이상 견딜 수 없다!”


“애석하게도 본좌는 예외인가 보군.”


“좋다.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눈알을 굴리던 염세황이 돌연 손뼉을 마주쳤다.


-짝짝!


“혹시 천장 위에서 대기하고 있는 세 마리를 기대하는 거라면, 포기하라고 충고해주지.”


내 말에도 염세황은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짝짝짝!


박수 소리가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잠시 후, 천장에서 빗물이 새듯, 핏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염세황은 발악처럼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이럴 수는 없어···이건 꿈이야.“


뒷걸음질 치던 염세황은 시체 하나에 걸려 뒤로 벌렁 넘어졌다.


놈은 삿대질로 나를 가리키며, 흙바닥에서 버둥거렸다.


그야말로 추잡스러움의 극치가 아닌가.


전당현의 밤을 책임진다는 놈답지 않은 모습에 실망스러운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바닥에서 솟아오른 기관이 내 허리춤과 다리를 압박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킬킬킬, 어리석은 애숭이 놈아. 옛말에 토끼는 굴을 세 개 파놓는다고 했다. 나 정도의 사람이 이런 상황 하나 예상하지 못한 줄 아느냐?“


염세황은 바닥에 깔려 있던 양탄자를, 옴짝달싹 못 하는 내게 뒤집어씌웠다.


내 시야를 가리려는 수작이리라.


“지옥에 가면, 예의범절부터 다시 배워오거라?”


그렇게 지껄인 놈은 죽어있는 부하의 대도를 들고 닥치는 대로 찔러오기 시작했다.


“죽어, 죽어버려! 여기서 뒈져버리라고!”


***


검, 칼, 창 등 병기를 갈아가며 찌르기를 수분 여.


거친 숨이 턱 끝까지 올라오고, 눈 안으로 땀방울이 스며들 때쯤, 양탄자 안의 꿈틀거림이 끝났다.


염세황은 발악처럼 욕설을 내뱉었다.


“개새끼야! 그러니까 내 말을 들어 처먹었어야지! 티끌만 한 재주 좀 있다고 꺼드럭거리는 너 같은 새끼들을 하나둘 잡아본 줄 알아? 퉷!”


그런데 위준걸이라는 놈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겁을 상실한 걸까? 아니면 겁이 지나쳐, 이성을 잃어버린 걸까?


위기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평온한 얼굴이었다.


“네 차례가 다가오니, 겁대가리를 상실한 거냐? 뭐,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본다면 목숨은 살려줄 수도 있는데.”


염세황은 조롱 섞인 목소리로 위준걸을 압박했다.


“대신 네 친구 놈이 뒈진 것에 대해 잘 증언해야 할 거야.”


“그렇다고 하는데?”


너무도 태연히 내뱉는 위준걸의 시선을 따라가자, 말도 안 되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어, 어떻게?”


정말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우드득! 우드득!


뼈 부서지는 소음과 함께, 풍운조라는 놈의 몸이 연체 동물처럼 흐느적거리며 기관을 빠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소싯적에 천축 파라밀교의 유가공을 견식했던 적이 있지. 들은 바론 온몸의 관절을 자유자재로 해체할 수 있고, 활용하기에 따라 뼈와 살을 발라낼 수도 있다고 하더군.”


마치 고무처럼 목이 늘어난 풍운조의 몸뚱이가 어느새, 염세황의 몸을 휘감았다.


“그걸 네 놈에게 시험해 볼 생각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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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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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무림맹주 천마사위->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로 제목 변경했습니다. 24.07.30 37 0 -
21 미련한 정도의 풋내기 놈들. 24.08.08 22 1 14쪽
20 도무지 믿을 수가 없을 거다. 24.08.07 23 2 13쪽
19 얼빠진 놈, 아직 멀었다. 24.08.06 37 2 14쪽
18 상판을 보니, 과분해 보이기는 하는구나. 24.08.05 32 2 14쪽
17 이것이 복수의 맛이란 말인가! 24.08.04 42 3 15쪽
16 그딴 정리 필요 없다. 24.08.03 35 3 13쪽
15 개 짖는 소리를 듣는 것도 고욕이로군. 24.08.02 37 3 15쪽
14 본좌는 용서를 모른다. 24.08.01 46 3 13쪽
13 사료 값은 미리 준비해라. 24.07.31 35 3 13쪽
12 쓰레기의 유언은 한 마디도 아까워. 24.07.30 49 4 16쪽
11 부자 상봉을 서둘러야겠군. 24.07.29 38 3 17쪽
10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24.07.28 48 3 12쪽
9 본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24.07.27 47 3 12쪽
8 네가 할 수 있는 속죄는 오직 죽는 것 뿐이다. 24.07.26 52 4 12쪽
» 시체에게는 전부 무의미한 것들이지. 24.07.25 45 3 12쪽
6 말한 게 아니라 명령을 한 거다. +1 24.07.24 81 3 15쪽
5 죽이다 보면 하나는 걸려들겠지 24.07.23 83 3 15쪽
4 큰일을 위해, 작은 희생은 감수해야지. +1 24.07.22 88 4 12쪽
3 쳐들어오거나 꺼져라. 24.07.21 104 4 14쪽
2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군. 24.07.21 150 5 13쪽
1 사람들은 나를 천마라고 불렀다. +1 24.07.21 217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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