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관독고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20 17:26
최근연재일 :
2024.08.08 21:5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300
추천수 :
68
글자수 :
129,967

작성
24.08.03 21:50
조회
34
추천
3
글자
13쪽

그딴 정리 필요 없다.

DUMMY

16화 그딴 정리 필요 없다.


처음 양세창이 단상 위에서 보인 모습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가 제법 괜찮은 인재이긴 하나, 종리혁이나 남궁철호에 비하면 명성이나 실력에서 차원이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갑자 공력의 종리혁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자, 장내의 분위기는 후끈 올라갔다.


그런데 다음으로 단상에 올라간 사람이 일차 시험에서 역대 최초의 기록을 만든 신인이다?


맨정신을 유지하면 무인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덕분에 단상 주변은 열화 같은 성원과 기대감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풍 소협은 어느 정도 결과를 낼 것 같나?


-일차 시험에서 놀라운 결과를 내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기관진식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보네. 하지만 내공은 달라. 오랜 역사를 가진 명문의 심법은 질이나, 양이나 독불장군이 넘어설 수 없는 것이지.


-그럼 역시 풍소협도 양소협에게는 안 된다?


-일차 시험의 이변은 힘들다고 보네.


수군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준걸은 불안함으로 가슴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태연자약한 친구의 모습을 보며, 어느 순간 불안감 대신 기대감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래, 무림맹을 목표로 한 이후부터 저 녀석은 단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린 적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풍운조는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었다.


색마도, 흑갈방주도, 대력신패 육삼통도 그의 상식에선 상대가 불가능한 괴물들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나?


마지막에 서 있던 자는 결국 천마 타령하는 저 미치광이였다.


“그래, 이번에도 틀리지 않을 거야.”


그리고 잠시 후.


단상 위로 올라간 풍운조가 주변을 한 번 둘러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청강석을 가격했다.


허깨비처럼 가벼운 손짓에 장내의 모두가 얼이 빠졌다.


“저건 장법이 아니라, 흡사 손사래가 아닌가?”


“저렇게 무성의해도 되는 겁니까?”


하지만 청강석에 생기는 균열을 보며, 실망했던 사람들의 마음은 용암처럼 폭주하기 시작했다.


“어? 어어어? 저거···저거?”


제대로 말도 잇지 못하고 어안이 벙벙한 사람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이었단 말인가?”


놀라 자빠지기 일보 직전인 사람들.


그리고.


“저건 사술이야! 말도 안 돼!”


인정하지 못하고 울부짖는 양세창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얼마 뒤, 굉음과 함께 산산 조각난 청강석의 파편.


장내의 응시자뿐 아니라 지켜보고 있던 감독관인 쾌수쾌검 고위광까지 말을 잃었다.


“아니, 이게 말이 되나?”


“저건 절정고수도 힘든 신위가 아닌가?”


“대관절 저게 가능은 한 것인가? 아니, 저게 가능할 정도의 고수라면 무림맹에서 시험을 볼 게 아니라, 초빙을 해야 하는 고수가 아닌가?”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보던 양세창은 속이 뒤틀려 참을 수가 없었다.


저놈이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는 모르나, 이대로라면 또 한 번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혈령단까지 먹으면서 벌인 일인데,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


출처는 알 수 없으나 외숙부가 얻어온 단약은 혈교의 혈령단을 모조한 복제품이긴 했지만, 성능은 확실했다.


순간적이기는 했으나, 내공 수위가 세 배까지 증폭되었던 것이다.


‘이런 기회까지 얻고 또 지게 된다면···.“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을 떠올린 양세창은 풍운조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이건 사술이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오!”


“절대라고 자신하는 이유는 뭐지?”


“풍형이 지금 보인 신위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오. 설사 이백 년 공력을 지닌 절정 고수들조차 힘든 일이 아니오?”


양세창의 궤변을 보다 못한 위준걸이 끼어들었다.


“그분들이 힘들다고 해서 풍소협이 불가능한 이유는 되지 못합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일관에서 낙오됐던 분이 백 년 내공을 갖고 나온 것도 사술이 아닙니까?”


단상 아래에서 날카롭게 쏘아대는 위준걸의 지적에 양세창이 뻣뻣하게 굳었다.


“그, 그건!”


잠시 당황하던 양세창이 둘러댔다.


“풍형은 출신이나 독문무공에 대한 검증을 거치지 못했소! 본인은 백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 황산파의 제자로서···.”


“검증을 말씀하셨는데, 양소협께서 대 황산파의 명예를 걸고, 대회의 투명성을 위해 제 친구와 동일한 기준으로 검증을 받아주신다는 말씀이군요.”


“아니···그런 뜻이 아니라···.”


궁지에 몰린 양세창에게 풍운조가 말했다.


“갈 데까지 간 놈에게 두 말은 하지 않겠다. 하고 싶은 발악 전부 해보도록. 단, 병신이 될 각오는 하고 들어와라.”


풍운조의 직설적인 도발에 양세창만이 아니라, 단상 아래의 응시자 전원이 극심한 긴장 상태로 들어섰다.


이어지는 침묵의 순간들.


그 적막을 깬 것은, 뜻밖의 사람이었다.


“피차 설명하기 곤란한 건 마찬가지 같은 것 같군.”


검붉은 도복을 입고 머리를 뒤로 넘겨 묶은 담조현이었다.


풍운조가 물었다.


“누구지?”


“무림맹 집법 부당주인 담조현이네.”


“그래서?”


“이번 등룡무제의 심사위원이기도 하지.”


“어쩌라는 거냐?”


안하무인인 풍운조의 태도에 주변이 웅성거렸다.


‘아. 저 새끼. 또 시작이네. 사고를 치지 않으면 좀이라도 쑤시는 거냐···. 대체 심사위원까지 도발하면 어쩌자는 거야?


위준걸은 단상 아래에서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내심 이 상황을 이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자그마치 심사위원이 끼어들 정도로 판이 커지지 않았나?


‘알고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담조현이 말했다.


“나에게 사술인지, 정공법인지 알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네.”


“설명해 보도록.”


“가장 높은 성적을 낸 사람들끼리 내공 대결을 하면 되네.”


***


사정을 들은 감독관 고위광이 말했다.


“명백히 시험의 규칙이 있는데,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유례가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심사위원은 삼관 이전에 응시자를 볼 수도, 만날 수도 없고, 무엇보다 응시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상황에 개입할 수 없는 것이 등룡무제의 철칙. 이미 부당주께선 불문율을 어기셨소.”


고위광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더이상 이 화제를 이어가신다면, 저는 담 부당주께서 사적인 관계에 치중해 심사위원으로 지켜야 할 중심을 잃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위광의 추상같은 태도에 여유있던 담조현조차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 제안 본인이 받아들이면 어떻게 되는 거지?”


고위광의 대답은 칼같이 단호했다.


“자네가 허락한다면, 본인은 왈가왈부할 생각이 없네.”


“좋아, 제안을 받아들이지. 단, 조건이 있다.”


“조건?”


“그 승부라는 걸 해서 내가 이긴다면 무림맹의 이름으로 사죄해라.”


담조현이 당황했다.


“사죄? 그건 말도 안 되네. 무림맹이 어찌 일개인에게 머리를 숙일 수 있겠나?”


“그렇다면 나도 필요 없어.”


“정말 괜찮은가? 이 문제는 앞으로 오랫동안 회자 될 수 있네. 자네 앞길을 막을 수도 있어.”


풍운조는 당당하다 못해 뻔뻔스럽기까지 한 말투로 말했다.


“하찮은 자들의 오해 따위가 나와 무슨 상관이지? 나는 오직 무림맹에만 들어가면 된다.”


“그, 그래도 이번 문제 같은 경우엔 투명하게 정리를 하고 가야···.”


“그딴 정리 필요 없다.”


망설이는 담조현에게 위준걸이 외쳤다.


“무림맹의 사과가 힘들다면, 황산파의 사과는 어떻겠습니까?”


담조현은 난처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나는 무림맹에 속한 일 개인일 뿐일세. 그런 현안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애초에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도 대 황산파 출신의 양소협이 아니었습니까. 그리고 대협께선 황산파의 장로입니다. 무림맹까진 아니더라도, 황산파의 양보 정도는 충분히 끌어낼 위치에 있는 분이죠.”


“그, 그게···.”


“대체 대협께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군요.”


위준걸의 비아냥을 듣던 양세창이 호통을 쳤다.


“이런 건방진! 하겠다! 내가 책임지고 사과를 할 테니 그 입 다물어라!”


“자중하거라!”


담조현은 떨고 있는 양세창의 손을 잡으며 속삭였다.


“절대 지면 안 된다. 원하든, 원치 않든 너는 이미 황산파의 현판을 짊어지고 있음이야. 알겠느냐?”


그렇게 돌아선 담조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양세창의 손바닥 안에 쥐어진 물건을 확인했다.


‘내공이 주입되면 가시가 튀어나오는 반지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것은 가시에 묻어있는 무색무취의 극락비독이었다.


중독된 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죽어있다는 희대의 절독!


양세창의 머리에 미래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


단상 위로 다시 올라온 양세창은 조금 전에 비해 한층 덩치가 커져 있었다.


풍선처럼 부풀어 있는 근육에 튀어나온 눈알.


나는 그것을 보고, 자칭 혈령단을 먹었다던 육삼통이란 산적을 떠올렸다.


그때, 양세창이 말했다.


“각오해라, 오늘 네놈은 사지 멀쩡하게 단상을 내려가지 못할 테니까.”


“싸움이 무서워 약이나 처먹고, 숙부까지 동원하는 놈이라서 그런지 말 한 번 뻔뻔하게 하는구나.”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양세창에게 한 걸음 다가가며 손을 내밀었다.


“네 놈이 수작을 부릴 것은 애초부터 예상 안에 들어있었다. 그러니 한껏 발버둥 쳐 보아라.”


“빌어먹을 새끼가!”


양세창이 거칠게 진각을 했다.


단상의 바닥이 산산 조각나 허공으로 돌 파편들이 솟아올랐다.


“으으헙!”


기합과 함께 뻗은 내 손과 부딪치는 양세창의 장심.


그와 동시에 노도와 같은 기운이 내 몸으로 파고들었다.


‘제법이군. 백 년, 아니 이갑자에 미세하게 모자라는 수준인가?’


무리나, 심상의 경지만 부족할 뿐 내력은 이미 절정 고수의 것과 다름이 없었다.


양세창은 어찌나 안간힘을 썼던지, 온몸에 핏줄이 올라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양세창보다 나를 더 걱정하는 눈치다.


내 피부가 놈에게 주입된 공력 때문에 새빨갛게 변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어? 풍소협의 몸이 왜 저러지?


-저건 양소협의 공력을 풍소협이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야. 저거 잘못하면 주화입마가 될 수도 있다고!


-주화입마가 문제가 아니오! 저건 온몸의 혈류가 폭주하고 있는 거요. 당장에 죽을 수도 있어, 빨리 말려야 해!


당황하는 단상 아래의 응시자들.


하지만 양세창은 그들과는 반대로 경멸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이따위 공력으로 내게 맞서려고 했다니. 버러지 같은 새끼가···.”


욕설을 내뱉던 양세창은 손을 뒤로 빼려는 내 손등에 반지를 낀 손을 밀착시켰다.


-푸슉!


바늘이 손등을 찌름과 동시에 미세한 약물이 몸속으로 투여되었다.


속이 다 시원한지,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 양세창.


덕분에 고르지 못한 치열 구조와 누런 이빨이 좌중에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놈은 두 눈을 뒤집으며 폭소했다.


“벌레 같은 놈. 그대로 꿈틀거리다가 뒈져 버려라.”


하지만 자신이 안간힘을 쓴 덕분에, 내가 전화위복을 얻었다는 사실을 놈은 알고 있을까?


이독제독.


놈의 반지에 묻은 극락지독이 체내에 들어오자, 그동안 섭취했던 절독과 영초들의 기운이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절맥으로 막혀 있던 혈류와 세맥의 오염된 찌꺼기가 사멸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천관우사(天觀愚師)의 혼원귀일진결(混元歸一眞訣)을 체득할 수 있겠군.’


풍운조의 몸은 원래 오행지기 중 화기에 적합한 체질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극락지독이 가진 토기의 기운으로 체내를 청소하고 남은 기운을 덧씌우니, 한 사람의 몸에 두 가지 오행지기가 공존하게 되었다.


천마십절 중, 제오절. 혼원귀일진결의 이도진공을 이룬 것이다.


‘이걸로 음양오행지기 중 둘을 체내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전생에서는 음양오행지기 중 네 개까지는 성공했지만, 합일까지는 이루지 못했다.


’극락지독으로는 이 정도 까진가.‘


나는 체내에 화기와 토기의 내공기관이 자리 잡는 것을 확인하고, 잔류한 찌꺼기들을 장심을 통해 분출했다.


“허헉! 이건 말도 안 돼!”


신음과 동시에 양세창의 온몸이 풍선처럼 부풀기 시작했다.


그의 팔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었다 쪼그라들었다를 반복했다.


양세창의 눈매는 어느새 꽃사슴처럼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살면서 숱하게 봐왔던 패자들의 그늘이 양세창의 얼굴에 드리우기 시작했다.


“아흑···속이···터져 나갈 것···.”


양쪽 귀에서 피를 쏟기 시작하는 양세창.


“사, 살려 줘···제발···.”


장내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변고에 놀라, 단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결국 허사가 되고 말았다.


-뻐엉!


양세창이 온몸의 구멍에서 피 분수를 뿜으며, 단상 아래로 나가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공지입니다. 24.08.09 19 0 -
공지 [제목 변경] 무림맹주 천마사위->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로 제목 변경했습니다. 24.07.30 36 0 -
21 미련한 정도의 풋내기 놈들. 24.08.08 21 1 14쪽
20 도무지 믿을 수가 없을 거다. 24.08.07 22 2 13쪽
19 얼빠진 놈, 아직 멀었다. 24.08.06 36 2 14쪽
18 상판을 보니, 과분해 보이기는 하는구나. 24.08.05 31 2 14쪽
17 이것이 복수의 맛이란 말인가! 24.08.04 41 3 15쪽
» 그딴 정리 필요 없다. 24.08.03 35 3 13쪽
15 개 짖는 소리를 듣는 것도 고욕이로군. 24.08.02 37 3 15쪽
14 본좌는 용서를 모른다. 24.08.01 45 3 13쪽
13 사료 값은 미리 준비해라. 24.07.31 34 3 13쪽
12 쓰레기의 유언은 한 마디도 아까워. 24.07.30 49 4 16쪽
11 부자 상봉을 서둘러야겠군. 24.07.29 37 3 17쪽
10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24.07.28 48 3 12쪽
9 본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24.07.27 46 3 12쪽
8 네가 할 수 있는 속죄는 오직 죽는 것 뿐이다. 24.07.26 52 4 12쪽
7 시체에게는 전부 무의미한 것들이지. 24.07.25 44 3 12쪽
6 말한 게 아니라 명령을 한 거다. +1 24.07.24 81 3 15쪽
5 죽이다 보면 하나는 걸려들겠지 24.07.23 82 3 15쪽
4 큰일을 위해, 작은 희생은 감수해야지. +1 24.07.22 87 4 12쪽
3 쳐들어오거나 꺼져라. 24.07.21 104 4 14쪽
2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군. 24.07.21 150 5 13쪽
1 사람들은 나를 천마라고 불렀다. +1 24.07.21 216 7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