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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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독고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20 17:26
최근연재일 :
2024.08.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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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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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상봉을 서둘러야겠군.

DUMMY

11화 부자 상봉을 서둘러야겠군.


전당현의 졸부 구쌍효의 저택의 대청안에서 총관인 조침이 상황 보고를 하고 있었다.


파사국의 비단으로 만든 남의를 걸친 구쌍효가 거들먹거리며 입을 삐죽였다.


“대인, 이번 달에는 괄목할 만한 수입 증대가 있었습니다.”


“얼마냐.”


“이달의 최종 결산은 은자 만 오천 냥입니다. 지난달에 비해, 삼 할 정도 오른 금액입니다.”


삼백근이 넘는 구쌍효의 피둥한 거체가 움찔거렸다.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지도 않았는데, 어찌 그리 이득을 봤단 말이냐.”


“작년에 수해에 대비한다고 대규모로 제방 사업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전당현 포두 중에 장지교라는 자가 있는데, 관에서 모래와 자갈, 진흙을 대량으로 구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소가주님이 거기에 조금 투자를 했습니다.”


구쌍효의 하마 같은 입이 흐뭇함으로 함박만하게 벌어졌다.


조침이 손바닥을 비비며 고개를 숙였다.


“참으로 듬직한 아드님을 두셨습니다.”


“아직 배울 점이 많은 아이일세.”


그에게 아들 구정호는 세상 부럽지 않은 자랑거리이자 희망이었다.


못생긴 자신과는 달리, 아들은 제법 사람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고 최근에는 무림맹 신입대원이 되기 위해 매진하고 있었다.


몇 가지 불미스러운 일이 있긴 했지만, 그 정도야 사내라면 누구나 거칠 성장통 같은 것.


그런 아들이 이젠 사업 문제까지 똑소리 나게 처리하니, 아비로서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 구쌍효는 천하를 가진 기분이었다.


밖에서 외마디 비명이 들려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중요한 일이 진행 중인데 왜 이리 소란인가?”


총관인 조침이 염소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포쾌 하나가 와서 조사중인데, 장삼이란 놈이 억울하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장삼이 누구야?”


“며칠 전에, 식도를 들고 소가주님을 피습했던 무뢰배입니다.”


“아, 그 정호에게 자기 계집을 뺐겼다고 난리를 친 그놈? 아니, 그 개새끼는 쌀이 익어 밥이 되었는데,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깽판 질인가?”


“소가주님이 잘 설득하고 있으니, 곧 조용해질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구쌍효가 오만상을 찌푸렸다.


“무림맹 신입대원 선발 시험에 매진해야 될 녀석이 저런 쭉정이 상대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니···.”


“영웅호색이라고, 소가주님도 머리를 식힐 시간은 필요한 게지요. 허허허.”


실실거리는 조침에게 구쌍효가 말했다.


“그 무림맹이 문제일세. 정호를 보내도 될지 회의가 들고 있거든.”


“그래도 무림맹입니다.”


“와강채에게 자기네 분타주가 죽어 나가도 별다른 방책을 못 내고 있지 않은가.”


조침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래도 조심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지 않아도 항주 지부장인 취걸개가 전당 분타에서 눌러앉았더군요.”


“이 친구야. 취걸개 정도의 인물이 이런 촌구석에 내려온 것부터가 문제지.”


“네?”


“무림맹 내부에서 알력이 대단하다고 하더군.”


조침의 눈썹이 들썩거렸다.


“알력이라면, 설마?”


“세가군과 구파일방 세력 간의 대립이지. 구파일방의 터줏대감이자 개방의 중진인 취걸개가 이런 촌구석에 내려온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니겠나?”


“생각해 보니, 그렇긴 하더군요,


구쌍효가 조침의 귀를 잡아당겨 속닥거렸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혈교라는 곳의 관계자가 접근해 왔네. 재미있는 제안을 하더군.“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변고가 일어났다.


“가주님! 큰일 났습니다.”


평소 없는 사람처럼 조심히 돌아다니던 하인들이 이전에 없을 난리를 치며 대청으로 들어섰다.


“무슨 일이기에 이리 호들갑이냐?”


“소가주님이, 정호도련님이···.”


“정호가 뭐···어떻게라도 됐냔 말이냐?”


“괴한들에게 맞아···.”


“맞아? 어디라도 부러졌단 말이냐?”


“돌아가셨습니다!”


“무어라?”


구쌍효가 왕방울만한 눈동자를 까뒤집었다.


***


“아악! 정호야! 이게 무슨 일이냐!!”


삼백근은 되어 보이는 피둥한 남자가 연못으로 던져진 구정호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저 짐승이 아마 구쌍효란 놈이겠지.


남의 가정 파탄 내고, 멀쩡한 사람을 약쟁이로 만들어 파멸시키는 인간쓰레기의 목숨이 저토록 소중하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다.


“이게 무슨 짓이야, 미친놈아! 무림맹에 들어가겠다는 새끼가 구가장 사람을 죽이면 어떻게 해! 구가장이 무림맹에 후원한 게 얼만 줄이나 알아?”


위준걸이 내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장삼이나 구정호나 각자 지은 죄에 대한 응분의 댓가를 받은 것뿐인데, 어째서 저렇게 성을 내는 걸까?


하지만 위준걸의 분노는 계속될 수 없었다.


귀곡성을 내며 울부짖던 구쌍효가 피눈물을 흘리며 이를 갈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준걸이 마른 침을 삼켰다.


“구대인,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되겠지만 일단 얘기를 좀···.”


“대화고 지랄이고, 위가, 네 놈 역시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라, 네 놈이 정호를 죽여? 이 구쌍효의 아들을?”


위준걸은 양손을 휘저으며, 부정했다.


“그러니까, 아드님은 내가 죽인 게···.”


“내 네놈의 살점으로 젓갈을 담그고, 뼈는 갈아서 비료로 쓸 것이다. 남은 곱창들은 모아서 개 사료로 나눠줄 거라고! 알겠느냐?.”


눈에서는 피눈물을, 입에서는 게거품을 물고 있는 구쌍효의 모습은 괴기스러움을 넘어 익살스럽기까지 했다.


그걸 보고서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저토록 아들의 죽음을 애통해하니, 부자 상봉을 서둘러야겠군.”


“너는 제발 입이라도 다물고 있어라.”


나는 위준걸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구쌍효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물론, 상대는 구쌍효 하나가 아니었다.


“대인, 저희에게 맡겨주십쇼!”


구쌍효의 뒤에서 장한 대여섯 명이 흉흉한 기세로 모습을 드러냈다.


“항주에 살면서 우리 이름은 모르진 않겠지? 항주칠걸이라 한다. 남길 말은 없나?”


“항주칠걸이라고? 설마 이년 전, 정가장 일가 실종 사건의 그 항주칠걸?”


위준걸이 호들갑을 떨며, 내 앞을 막았다.


“야...이거 장난 아니야. 진짜 뒈질 수도 있어. 저 새끼들이 어떤 놈들인 줄 알아? 권법으로 유명한 정가장의 셋째 아들하고 술판에서 실랑이 좀 붙었다고, 일가 서른 명을 씨몰살 시켜버린 종자들이란 말이야.”


나는 속닥거리는 위준걸의 얼굴을 밀어내고 앞으로 나섰다.


“시체에게 남길 이름은 없으니, 살고 싶으면 그대로 꺼져라.”


대머리를 한 대한이 의기양양하게 대도를 들었다.


“건방진 새끼, 소원대로 뒈져랏!”


뒷골목 건달패들이 자주 사용하는 박도부터 철편, 대도에서 파풍도까지.


그들은 상하좌우, 종으로 횡으로 칼바람을 일으키며, 깍둑무를 썰 듯이 그어댔다.


확실히 이전에 만났던 주정발이나, 흑갈방주 염세황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실력이긴 하다.


“이것이 바로 항주일절인 추명도법이라는 것이다. 알겠느냐!”


앙천대소하며 대도를 휘두르던 대머리가 외쳤다.


그 위세에 압도된 위준걸이 머리를 감싸 쥐며 웅크리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염병할, 모진 인생 이렇게 종 치는구나!”


하지만 녀석이 우려하는 끔찍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도검불침의 금강불괴라서?


석년에는 그 이상이었으나, 지금은 단언코 아니다.


절세의 호신강기로 튕겨버릴 거라서?


나는 칼이 아니라, 바람만 맞아도 쓰러질 절맥증 환자다.


하지만 이런 칼부림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말도 안 돼···. 이건 정상이 아냐!”


그들의 칼은 결코 나를 맞출 수가 없으니까.


마치 한 편의 연극처럼 그들의 칼은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빗겨나가고 있었다.


터럭 하나 정도의 간격일 뿐인데, 아무리 애를 써도 죽일 수 없는 기분.


그것은 배설의 욕구를 강제로 억압당하는 기분과 비슷할 것이다.


그 상황에 분개한 항주칠걸 중 대머리가 쉰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장난치지 마, 이 새끼들아! 지금 여유 부릴 때가 아니라고!”


“그게 아니오, 대형! 저놈이 사술이라도 부렸는지, 당최 칼이 맞아 떨어지질 않소! 칼들이 저놈만 피해 가는 것 같단 말이오!”


저들이 들고 있는 게 천년무적검으로 불리는 검신 담사극의 운철검 청천뢰라 할지라도, 닿지 않는 살갗을 벨 수는 없는 법이다.


이것이 바로 합건마황신공의 공능 중 하나인 신안통.


과거 이 무공을 창시했던 신안존자 초일평은 백 년 세월의 참오로 이 공법을 완성했다.


이 공법은 인간이 가진 감각을 극대화해 간단하게는 물체를 투시하고, 나아가서는 상대의 초수를 미리 읽고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능력이었다

.

전성기 때의 신안존자는 상대의 칠십여 수를 미리 읽어, 백 칠십 번의 싸움에서 단 한 번의 패배도 기록하지 않았다.


내 경우엔 백 이십 수다.


놈들이 대문에서 대청으로 안내하던 그 순간부터, 그들이 시체가 되는 것은 숙명으로 결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시발! 시바알! 제발 좀 맞으라곳!”


손아귀의 살갗이 벗겨지고, 핏물이 배어 나올 정도로 박도를 휘두르던 장한이 절규했다.


이해는 간다.


반병신 같은 몸뚱이의 멸치 놈을 백 초가 넘도록 토막 내지 못한다는 것은 무인으로서의 자존심 문제가 아닌가.


분할 만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무인의 자존심이 밥은 먹여줄지 몰라도, 생명을 지켜주지 않는 법.


천지 분간 못하고, 객기를 부리던 놈들이 결국 사달을 내고 말았다.


대형이란 자가 기세 좋게 휘두르던 대도에 일당 중 한 명의 목이 반쯤 잘려나간 것이다.


“아흑! 왜···?”


고목처럼 쓰러진 주먹코의 장한.


어처구니없는 형제의 죽음 때문일까?


항주칠걸 중 말상을 한 장한이 괴성을 지르며 물러났다.


“난 그만두겠소, 내가 왜 사서 자살을 해야 하오?”


“항주칠걸을 배신할 셈이냐?”


“배신이 아니라 이건 만용이오. 인간쓰레기 같은 놈 하나 못 지켰다고, 뒤따라 죽기에는 내 청춘이 아깝단 말이오!”


“개새끼!”


항주칠걸의 대형이 자신의 대도로 말상의 장한의 목을 베었다.


말상의 장한은 목이 날아가서도 자기 죽음이 믿기지 않은 지, 두 눈이 터질 것처럼 돌출되어 있었다.


“제기랄, 잘 봤지? 우리가 여기서 다 죽어도 항주칠걸의 이름을 더럽힐 순 없다. 이 금비동 막비! 강호에 몸을 내던진 이상, 편안한 죽음을 기대하진 않았다.”


항주칠걸의 대형 막비는 대도를 바닥에 꽂으며 일갈했다.


“어차피 한 번은 죽을 인생, 구차하게 애걸하거나 도망치지 말자. 병신처럼 사느니, 가슴을 펴고 죽잔 말이다!”


“이 목숨 대형께 바치겠습니다! 이끌어주십쇼!”


대형의 감동적인 연설에 비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장한들. 그 모습이 왜 이리 안쓰러운지.


나는 결코 살인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죽음을 자처하는 자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더욱더 아니다.


그들의 입장이 딱한 건 딱한 거고, 철칙은 철칙이다.


적대감을 가져도 좋다.


때때로 싸움을 걸어도 좋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나는 단 한 번도 나를 죽이려는 자를 용서한 적이 없다.


그 증거로, 나는 대형을 따르겠다며 호기를 부리던 텁석부리의 목울대를 움켜잡았다.


“으, 으아아!”


일전의 대단한 기세와는 달리, 바지에 지린 똥오줌을 보자니 자신도 모르게 기운이 빠져 버렸다.


-우지직!


생각보다 손맛이 좋지 않다.


예상대로라면 울대를 부러뜨리는 것으로 끝날 게 아니라, 경추로 시작해 척수까지 뽑아내야 하거늘.


아무래도 이 몸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


장내의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던 위준걸은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다.


항주칠걸이 누군가?


전당현 내가 아니라 항주에서 알아주는 흉명의 파락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단지 악명을 가진 왈패들에 불과했다면, 그는 이토록 놀라지 않을 것이다.


‘일반 파락호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새끼들이지.’


정식 문하로 들어간 것은 아니나, 항주에서 명성이 자자한 북진표국의 표두 함진걸의 슬하에 머문 지 오륙 년 정도 되었다고 들었다.


무림의 맛을 제대로 본 자들인 것이다.


‘흑갈방주 따위가 떼로 달려들어도 당해내지 못할 상대다. 설마 저 정도 수준일 줄은.’


이 정도만 되어도 무뢰 수준에서는 그들이 신주십이강이오, 무신이고 천마일진데...이런 자들을 장난감처럼 다루는 저 미친놈이 과연 자신의 친구가 맞단 말인가?


일전에 이상한 사술로 흑갈방주를 참살하는 것을 눈앞에서 봤지만, 이 정도 고수들과의 싸움에서 이런 압도적인 모습을 보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저놈이 센 거야? 아니면 항주칠걸의 덩치들이 약한 거야? 도무지 분간이 가질 않는군.’


상대는 이미 항주칠걸 뿐이 아니었다.


구가장의 식솔 수십 명과 무사들이 몽둥이와 날붙이들을 들고 달려들었단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가는 부나방과 같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에게 달려든 풍운조가 말 그대로 그들을 도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만해, 제발 잘못했어, 살려 줘!”


다 큰 어른들이 세 살배기 애처럼 훌쩍거리는 모습들은 공포 그 자체였다.


‘미쳤어...저거 완전히 미친놈이야.’


이전에도 겪었던 일이었지만 위준걸은 익은 벼를 추수하듯, 사람들을 베어가는 풍운조의 모습에 모골이 송연했다.


언뜻 보기에는 병든 닭 같은 놈이 비틀거리면서 상대에게 다가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공격해 오던 무사들은 헌납하듯, 풍운조에게 무기를 넘겼다. 아니, 빼앗겼다.


‘넘긴 건지, 뺏은 건지.’


수수깡처럼 그들의 사지를 도려내고 있는 광경은 구전으로나 듣던 야차와 나찰과 같았다.


‘미친놈의 세상에선 정상인이 미친놈이라더니···. 내가 미쳐버린 건지, 아니면 온 세상이 미쳐버린 거지.’


하지만 한숨을 채 내뱉기도 전에, 그의 목숨을 위협하는 변고가 이어졌다.


“뒈져랏!”


위준걸은 생각지도 못한 칼부림에 온몸을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호기롭게 명분을 외치던 항주칠걸의 대형이었다.


“이 호로잡놈의 민둥산 새끼야! 항주칠걸의 이름을 더럽힐 수 없다매!”


형제들을 전부 잃고, 홀로 남은 막비가 위준걸을 향해 몸을 던졌다.


“뒈지기 일보 직전인데 뭔 말을 못 할까. 그래, 그 이름 더럽힐 수 없으니 지금 내 손으로 끝내야겠다. 항주칠걸의 이름과 함께 뒈져다오.”


생각해 보니, 막비는 어떻게든 자신을 인질로 삼아 풍운조의 마수에서 살아남으려는 수작 같았다.


하지만 풍운조는 절대 그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막비의 유도에 걸려들지 않고, 바닥에 떨어진 박도를 휘둘렀던 것이다.


위준걸은 앞뒤로 토막 나게 된 상황.


그는 주마등을 떠올릴 틈도 없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꺄흐흣!”


고막을 후벼파는 찢어지는 비명.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고, 가랑이가 축축해지는 것을 느낄 때쯤이었을까.


예상했던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게슴츠레 눈을 떠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에게 대도를 내려치려 했던 막비는 정수리에 부러진 칼을 맞고 절명해 있었다.


보아하니, 자신이 휘두르던 대도가 풍운조의 칼질에 부러져 이마에 박힌 것 같았다.


개죽음도 이런 개죽음이 없었다.


‘설마, 이것도 저놈이 유도한 것 아니겠지.’


바닥을 꾸물거리며, 차갑게 식어가는 막비의 몸뚱이를 보며 위준걸은 머리가 뜨거워졌다.


그동안 애써 외면해 왔던 친구의 진면목은 결코 친근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저건 숫제 사람이 아니고 악귀 나찰 같은 새끼다.’


그런 놈이 히죽거리며, 자신을 쳐다보자 소름이 끼쳐 똥오줌을 지릴 지경이었다.


하지만 위준걸의 고행은 끝나지 않았다.


풍운조가 바닥에 쓰러진 막비의 양다리를 잡고 좌우로 돌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니, 이미 죽어 나자빠진 시체한테 무슨 화풀이야. 저거 완전히 미친놈이네.’


하지만 그의 판단은 틀렸다.


한 바퀴, 두 바퀴.


돌아가는 숫자가 늘어나자, 죽은 것처럼 늘어져 있던 막비가 눈에 띄게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지 마, 이러지 마!”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화살처럼 막비는 아름답게 연못으로 처박혔다.


눈알을 허옇게 뒤집고 경련하더니,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는 막비.


그리고 장내에 흐르는 침묵.


위준걸은 시간이 지날수록 흥분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그때 불현듯 떠오르는 한 사람의 얼굴이 있었으니.


“그래, 구쌍효 어딨어, 그 구데기 같은 새끼 좀 빨리 찾아봐.”


애초에 이 모든 사달이 구쌍효로 인해 일어난 일이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줍는 심정으로, 구쌍효의 피둥한 몸뚱이를 찾았다.


하지만 잠시 후,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구척장신에 근육질 몸을 가진 거한이었다.


범과 같이 부리부리한 눈빛으로 주변을 살피던 그를 보며, 위준걸은 한 사람을 떠올렸다.


“대력신패 육삼통!”


쉰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그게 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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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무림맹주 천마사위->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로 제목 변경했습니다. 24.07.30 36 0 -
21 미련한 정도의 풋내기 놈들. 24.08.08 21 1 14쪽
20 도무지 믿을 수가 없을 거다. 24.08.07 22 2 13쪽
19 얼빠진 놈, 아직 멀었다. 24.08.06 36 2 14쪽
18 상판을 보니, 과분해 보이기는 하는구나. 24.08.05 31 2 14쪽
17 이것이 복수의 맛이란 말인가! 24.08.04 42 3 15쪽
16 그딴 정리 필요 없다. 24.08.03 35 3 13쪽
15 개 짖는 소리를 듣는 것도 고욕이로군. 24.08.02 37 3 15쪽
14 본좌는 용서를 모른다. 24.08.01 45 3 13쪽
13 사료 값은 미리 준비해라. 24.07.31 34 3 13쪽
12 쓰레기의 유언은 한 마디도 아까워. 24.07.30 49 4 16쪽
» 부자 상봉을 서둘러야겠군. 24.07.29 38 3 17쪽
10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24.07.28 48 3 12쪽
9 본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24.07.27 46 3 12쪽
8 네가 할 수 있는 속죄는 오직 죽는 것 뿐이다. 24.07.26 52 4 12쪽
7 시체에게는 전부 무의미한 것들이지. 24.07.25 44 3 12쪽
6 말한 게 아니라 명령을 한 거다. +1 24.07.24 81 3 15쪽
5 죽이다 보면 하나는 걸려들겠지 24.07.23 82 3 15쪽
4 큰일을 위해, 작은 희생은 감수해야지. +1 24.07.22 87 4 12쪽
3 쳐들어오거나 꺼져라. 24.07.21 104 4 14쪽
2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군. 24.07.21 150 5 13쪽
1 사람들은 나를 천마라고 불렀다. +1 24.07.21 217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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