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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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독고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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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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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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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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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DUMMY

9화 본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전당현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를 꼽자면, 세 군데가 있다.


시궁창 인생들의 무릉도원인 팔선루.


서민들의 가족이자, 난민들의 저승사자인 중원전장.


그리고 이곳 열래객잔이다.


낙후된 이 객잔이 어째서 전당현의 명소가 되었는지 설명할 수 있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떨어지는 맛과 부실한 시설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열래객잔은 손님들로 가득하여 발 디딜 곳을 찾기 힘들 지경이었다.


때는 해가 중천에 뜬 정오.


객잔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백의를 입고, 의관을 단정하게 갖춘 청년의 모습을 본 사람들의 입에서 묘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거 새끼. 참···욕도 안 나올 만큼 예쁘게 생겼군.”


뚜렷한 이목구비에 아름다운 선, 사슴처럼 깨끗한 눈매. 세상의 선한 사람을 그림으로 그리라면, 누구나 생각해 볼 만한 것이 청년의 얼굴이었다.


“이 가게에서 제일 자신 있는 거로 부탁합니다.”


잠시 후, 탁자 위에 소면과 튀김, 국물들이 올려졌다.


청년의 입가가 미세하게 움찔거렸다.


‘윽, 조금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혹시 상한 것은 아닐까? 토할 것 같은데, 어떡하지?’


하지만 청년은 눈을 질끈 감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정신 차려라, 백운설. 음식 투정을 하는 자를 어찌 협객이라 하리. 이 모두가 강호에서의 경험이라고 생각하자.’


미청년은 남장을 한 소녀였고, 강호 초출이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현 강호 무림의 정점에 오른 무림맹주 백운비의 막내딸이었다.


그녀는 아버지와의 마지막 대화를 떠올렸다


-무림 맹주의 딸이라는 안락한 요람 아래서 온실 속 화초로 자라온 너의 순진한 생각이 통할만큼 무림은 호락호락하지 않아!


-네 의견을 그토록 관철하고 싶다면 듣기 좋은 말로 나를 설득하려 하지 말고 실적과 실력으로 증명하는 게 좋을 거다.


백운설은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시금 다잡으며, 이를 악물었다.


‘무림맹 신입 대원에 당당히 합격해서 내 생각이 맞다는 걸 증명하겠어.’


그러기 위해, 벌써 구 할의 임무를 해결했다.


앞으로 두 번이면, 무림맹 신입 대원 선발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얻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곳 전당현에서 자신의 목표를 실현하리라.


그녀는 주먹을 꼭 쥐며 의지를 불살랐다.


그때, 옆자리에서 노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얼핏 들어보니, 무림맹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가?


백운설은 슬그머니, 귀를 쫑끗 세웠다.


이미 얼큰하게 취해있던 사내들은 잘 구워진 닭 다리 하나를 전투적으로 물어뜯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자네들 요즘 근자에 일어난 첩혈색마 토벌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


“이를 말인가 근래가 아니라 요 몇 년 사이에 제일 충격적인 일이었지. 세상에 색마와 피해자가 붙어먹을 줄 누가 알았겠나?”


“그렇지. 설마 색마 놈이 주정발 그놈인 줄은 하늘조차 몰랐을 것이네. 내 예전부터 그 작자가 탐탁지 않았더니만.”


“생긴대로 논다고, 그 새끼 세숫대야부터가 족제비처럼 간사하게 생겨 먹었지 않나. 앞길이 구만리 같은 처자들 앞길만 망쳐버린 거지.”


“멀쩡한 처자들 목을 분질러 놓더니 제 놈은 무슨 발광을 했는지, 뒈질 때까지 전신을 쥐어 뜯어졌다고 하더군.”


“하늘도 무심하지 않으시지.”


“믿을 놈 하나 없고 그놈이 그놈인 것이 세상의 진리는 맞는 것 같네. 색마 잡는다는 무림맹은 색마를 양성하고 앉아 있고, 피해자라는 연놈들은 색마와 한통속이라니.”


“에휴, 세상이 어찌 되려고 하는지.”


“그건 그렇고 이 사건을 해결한 게, 무림맹 인력이 아니라 외부인이라면서?”


“외부 사람 정도가 아니라, 길바닥 부랑아나 마찬가지지. 무명계 놈들 아닌가.”


“아, 무명계 얘기가 거기서 나온 거였군. 근자에 이 근방에서 그 친구들이 제법 화제이긴 한 것 같아. 색마 건 이후로도 새로운 사건을 파죽지세로 해결했다고 들었네.”


“흑갈방주 염세황을 시체로 만들어 놨다고 하더군. 어찌나 손이 맵던지, 그놈들이 지나가는 곳에는 곡소리만 남는다고 하네.”


“흑갈방주는 시신도 수습 못 했다면서?”


“듣자 하니, 흑갈방에서 무슨 내분이 일어났었던 모양이야. 제 놈들끼리 치고받고, 조지고 맛보고 다 한 모양이더군. 그 틈을 타서 염세황이를 처치한 거지.”


“그뿐인가. 흑갈방이 모아놨던 제물을 고스란히 피해자에게 베풀었다고 하더군.”


“그건 나도 들었네. 인신매매 당했던 아이들에게 그랬다지? 이딴 쓰레기 같은 돈, 본좌에겐 거추장스럽다고.”


“그것뿐만이 아니네. 그러고선 은자와 귀금속들을 한 자루나 던져버리더군. 키야, 이거야 말로 진정한 남자의 낭만이 아닌가?”


“그야말로 대협객이요, 일대기협이 따로 없네.”


“그 말이 정말이라면, 대단한 친구들이군. 개천에서 용이 난 게야.”


“개천 정도가 아닐세. 만일 무명계가 무림맹에 들어가면, 똥물에서 놀던 지렁이가 승천하는 거라고 볼 수 있지.”


“전당현에서 물건 하나 나오는 건가?”


흥분한 백운설은 물을 연거푸 들이키다, 사레가 들려 켁켁거렸다.


‘강호는 넓고 사람은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물을 멀리하고 협행에 매진하는 대협들이 즐비한데, 한가하게 다과나 즐길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구국의 결단이라도 한 것처럼 벌떡 일어선 백운설이 객잔 밖으로 튀어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점소이가 핏대를 세우며 부르짖었다.


“저, 저 새끼 무전취식 범 아니야!”


***


한편 취걸개 엽장천은 무림맹 전당 분타의 향주인 손택원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뭐라고? 시신이 훼손되어 검시할 수가 없다고? 그게 무슨 말인가?”


“그게···흑갈방주를 제외한 방도들 대부분의 시신이 불에 타버렸다고 합니다.”


경악에 빠진 엽장천이 골치가 아픈지 이마를 부여잡았다.


“극히 일부분이라도 확인할 수 없다던가?”


“아무리 봐도 그렇다 할 무공의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인에 이르게 한 흉기도 제 놈들의 것이었고, 상흔의 크기나 깊이를 봤을 때, 무공이 사용된 흔적도 없습니다.”


“흑갈방주 염세황의 시체에는 흔적이 남았을 것 아닌가.”


“그게, 전신이 폭발해 버렸다고 할까, 피와 살이 분리되어서 제대로 수습이···.”


“확인 가능한 부분이 한구석도 없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믿기 힘들군. 자네 말에 따르면, 사이좋게 아편을 나눠 핀 흑갈방도들이 단체로 미쳐 자중지란을 일으켰단 소리가 되는데?”


표정을 굳히고 있던 손택원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믿기는 힘들지만, 결과가 그렇습니다.”


“우리가 큰 실수를 했군.”


엽장천은 침중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상승고수들이 사용하는 사량발천근이나 이화접목의 절초를 생각해 보게. 상대의 힘을 역이용해, 적을 처단하는 경지에 대해 우린 오래전부터 배워 왔지.”


“그건, 최정상의 초극고수에게만 가능한 일이 아닙니까?”


“우리가 상대하는 자가 바로 그 초극고수인 것이지. 그는 우리 의도를 알고, 완벽히 조롱하고 있는 게야.”


손택원의 입가가 긴장으로 경직되었다.


“저는 도무지 믿기지가 않습니다.”


“자네처럼 견식이 짧은 젊은이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네. 하지만 다년간 강호를 경험한 이 사람 같은 경우에는 그렇지가 않아.”


엽장천은 뭐가 그리 불편한지, 헝크러진 자신의 수염 한 가닥을 뽑았다.


그때, 그들의 뒤에서 중저음의 냉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즘 무림맹의 영웅 호한들께서는 뒷말을 하는게 유행인가 보군.”


“뭐하는 놈이냐!”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방문을 부수고 천천히 걸어 들어 오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풍운조였다.


***


“이 무슨 무례한 짓인가! 여기가 시정잡배들도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곳으로 보이는가?


취걸개라는 자의 옆에서 분기탱천해서 손가락질을 하는 수염쟁이.


구면인 얼굴이다.


전당 분타의 12명의 향주 중 하나인 손택원이라고 했던가?


나는 그를 무시하고 방 안의 의자를 끌어 앉았다.


“이미 들어왔지. 안 되면 내보내 보던가.”


내 얼굴을 본 엽장천의 표정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자네로군, 흑갈방 토벌 임무를 받은 지 사흘도 안 지났는데, 어쩐 일인가?”


“그 일은 벌써 다 끝냈어.” .


“벌써?”


“본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엽장천의 얼굴이 어색함으로 물들었다.


그럴 만도 하겠지.


전당현 전역에 흑갈방 붕괴 소식이 알려져도 한참 전에 알려졌을 텐데, 무림맹 지부장이 전달을 못 받았다?


대놓고 거짓말을 하는 거다.


“염세황이라는 놈이 제법 재미있는 것을 모아놨더군. 치부책이라던가.”


“그게 어쨌단 말인가?”


나는 시치미를 떠는 엽장천의 틈을 찔렀다.


“관이나 무림맹에도 제법 많은 놈이 연루되어 있더군. 이를테면 그쪽 옆의 수염쟁이는 은자 오십 냥을 도박장에서 융통했다던가. ”


내 말을 들은 손택원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햐, 향응을 접대받은 적은 없다!”


엽장천은 표정 하나 미동 없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본인과는 상관없는 일이네.”


“물론 직접적인 상관이야 없겠지. 하지만 거기에 혈교를 추가해 봐.”


“뭐, 혈교?”


“염세황의 비밀금고에서 혈교와 관련된 연판장이 나왔어. 이게 타 지부에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


나는 놀란 토끼 눈을 하고 있는 엽장천에게 품에 있는 연판장 뭉치를 던졌다.


“거기에 상응하는 보상을 원해.”


“구지영초와 우래엽만으로는 부족한가?”


“저번 임무가 혈교와 연관되어 있지 않다면 충분했겠지.”


나는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무림맹 총단에서 제일 가까운 항주 지부. 거기에서 혈교의 연판장에 서명한 무뢰 조직을 방치하고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그쪽뿐만 아니라 개방까지 타격이 갈 텐데?”


엽장천은 등골이 오싹했는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뭘 원하는가?”


“무림맹의 신입대원이 되기 위해서는 시험의 합격뿐 아니라, 신분 보증인이 필요하다고 하더군.”


“...내가 되어 주겠네.”


“지부장님! 안 됩니다. 저리 통제 안 되는 자의 보증을 서주셨다가 무슨 경을 치르시려고요?”


손택원은 침을 튀어가면서 목청을 드높였다.


“더구나 지부장님의 보증은 항주 지부 전체의 지지를 받는 것과 같습니다. 너무 과해요!”


“아니네, 만일 이 친구가 연판장을 외부로 유출했다면 보증을 설 기회조차 박탈당했을 것이야.”


“그건···.”


말끝을 흐리는 손택원에게 엽장천이 힘없이 말했다.


“그것만으로 내게 은덕을 베푼 셈인데, 무슨 염치로 거절을 하겠는가?”


풀이 죽은 엽장천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그분께선 어떠신가? 기분이 많이 상하셨나?”


“그걸 물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단호한 내 말에 엽장천의 어깨가 축 처졌다.


“역시 그분께서 이 모자란 거지의 수작에 실망하셨군.”.


“애초에 기대한 적이 없었다.”


“대관절 그분이 원하시는 게 뭔가?”


내게 얼굴을 들이미는 엽장천.


그의 오해는 내가 아는 한계를 한참 넘어 있었다.


하지만 저 혼자 하는 착각을 내가 바로잡을 이유는 없지.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분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본좌의 뜻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무림맹에 들어가는 것. 그게 전부다.”


“그런가, 그분의 뜻은 맹을 향해 있는가?”


“그건 확실하다.”


“좋아. 한 번은 모르나 이 이상 그분을 실망시킬 수는 없지.”


엽장천은 뭔가를 결심했는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럼 내가 좋은 임무를 하나 주지. 이것을 해결하면, 자네는 더는 이곳으로 오지 않아도 되네.”


“그럼?”


“자격을 갖췄으니, 남경의 무림맹 총단에서 시험을 치르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제안이 왔다.


이 말을 듣기 위해 얼마나 모진 세월을 견뎠던가?


‘생각해 보니, 눈 뜨자마자 사람 죽인 기억밖에 없군.’


어쨌든 쌓아온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라 더없이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었다.


“...뭘 해결해 주면 되지?”


내 말에 대한 엽장천의 답은 간단했다.


“산적집단 와강채를 토벌해 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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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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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무림맹주 천마사위->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로 제목 변경했습니다. 24.07.30 37 0 -
21 미련한 정도의 풋내기 놈들. 24.08.08 22 1 14쪽
20 도무지 믿을 수가 없을 거다. 24.08.07 23 2 13쪽
19 얼빠진 놈, 아직 멀었다. 24.08.06 37 2 14쪽
18 상판을 보니, 과분해 보이기는 하는구나. 24.08.05 32 2 14쪽
17 이것이 복수의 맛이란 말인가! 24.08.04 42 3 15쪽
16 그딴 정리 필요 없다. 24.08.03 35 3 13쪽
15 개 짖는 소리를 듣는 것도 고욕이로군. 24.08.02 37 3 15쪽
14 본좌는 용서를 모른다. 24.08.01 46 3 13쪽
13 사료 값은 미리 준비해라. 24.07.31 35 3 13쪽
12 쓰레기의 유언은 한 마디도 아까워. 24.07.30 49 4 16쪽
11 부자 상봉을 서둘러야겠군. 24.07.29 38 3 17쪽
10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24.07.28 48 3 12쪽
» 본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24.07.27 47 3 12쪽
8 네가 할 수 있는 속죄는 오직 죽는 것 뿐이다. 24.07.26 52 4 12쪽
7 시체에게는 전부 무의미한 것들이지. 24.07.25 44 3 12쪽
6 말한 게 아니라 명령을 한 거다. +1 24.07.24 81 3 15쪽
5 죽이다 보면 하나는 걸려들겠지 24.07.23 83 3 15쪽
4 큰일을 위해, 작은 희생은 감수해야지. +1 24.07.22 88 4 12쪽
3 쳐들어오거나 꺼져라. 24.07.21 104 4 14쪽
2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군. 24.07.21 150 5 13쪽
1 사람들은 나를 천마라고 불렀다. +1 24.07.21 217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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