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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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독고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20 17:26
최근연재일 :
2024.08.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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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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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네가 할 수 있는 속죄는 오직 죽는 것 뿐이다.

DUMMY


8화 네가 할 수 있는 속죄는 오직 죽는 것 뿐이다.


제 놈이 어디서 이런 신공을 견식할 수 있었겠는가?


칠십 년도 전에 봤던 천축 유가공을 재현하자, 팔다리가 고무처럼 염세황의 몸을 밧줄처럼 조여가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우리가 이렇게 서로를 죽일 사이는 아니잖아.”


“네놈은 너무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염세황이 애걸했다.


“사과할게. 자네가 아는 사람을 건드려서 미안하네!”


놈은 자신의 뺨을 스스로 후려 갈기며, 눈물 콧물을 아끼지 않았다.


“그럴 필요 없어. 난 사고무친에 친구라곤 저기 위준걸이라는 놈 하나니까.”


“그럼 왜?”


“죽일 이유가 생각 안 나서 대충 가져다 붙인 거야.”


염세황이 구슬픈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제발...나를 믿어주게! 진심이야! 오늘부로 은퇴해서 새사람이 될게!"


“정말 새사람이 될 수 있어?”


삶의 희망을 발견했는지, 염세황의 말투가 좀 더 고분고분해졌다.


“그러믄요! 새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되어야지요! 되고 말고요!”


“죄를 뉘우치느냐?”


“네! 그러고 말고요!”


“속죄할 생각도 있고?”


“그럼요!”


“그럼 죽어야지.”


염세황의 눈에서 생기가 사라졌다.


“네?”


“네가 할 수 있는 속죄는 오직 죽는 것뿐이거든.”


어리둥절한 놈의 온몸을 유가공의 연형기공으로 옥죄었다.


-뿌드득! 뿌드드득!


뼛골 부서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놈의 온몸이 풍선처럼 부풀었다.


“끄아아아악!”


뼈와 살이 분리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생각해 보니 미안하군.


처음부터 놈을 살려둘 생각은 없었는데.


나는 측은한 마음으로 오체분시 된 염세황의 잔해에 심심한 사과의 말을 남겼다.


“처음부터 얘기했잖아. 네 놈에게 가치 있는 것은 목 위에 달린 물건뿐이라고.”


***


"드디어 끝났군."


멀찍이 떨어져 싸움을 지켜보던 위준걸이 다가와 말했다.


“대체 그런 건 어디서 배운 거냐?”


“염세황이 부러우면 가르쳐주지.”


위준걸이 기겁을 했다.


“새끼, 소름 끼치게 꼭 그런 식으로 말해야겠냐?”


나는 대꾸를 하는 대신, 염세황의 수급을 흑갈방도의 옷가지에 담아 꽁꽁 묶었다.


“염세황의 수급을 챙겼으니, 여기서 나가야겠군.”


위준걸이 등을 돌리는 나를 만류했다.


“서두르지 마, 아직 찾을 게 있어.”


“그게 뭐지?”


“소문으로 듣긴 했는데 이 새끼가 엄청난 폭탄을 숨기고 있다고 하더라고.”


“벽력암가의 굉천뢰 같은 건가?”


위준걸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새끼야. 무슨 비밀결사도 아니고, 일개 범죄조직 대가리 따위가 굉천뢰를 갖고 있겠냐? 내가 말하는 건 치부책이야.”


“치부책?”


“전당현에서 방귀깨나 뀐다는 놈들은 전부 엮여 있다는 치부책이 있다고 하더라고. 하기야, 인근 지역까지 진출해서 부녀자를 납치하는 새낀데, 고객들 약점은 안 잡아 놨겠냐?”


“그걸 엽장천에게 써먹으란 말이냐?”


“그렇지, 이제 머리가 좀 돌아가는구나. 아무래도 그 양반, 분위기가 좀 이상해. 우리한테 여길 맡긴 것도 구린내가 나고. 내 경험상 이런 일엔 더러운 곡절이 따르거든.”


위준걸과 나는 전각의 안쪽으로 향했다.


복도 끝에 무장한 흑갈방도 둘이 지키고 있는 문이 보였다.


“일단 저기부터 들어가 보자,”


위준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흑갈방도들을 제압하는 데는 한 호흡도 걸리지 않았다.


문을 열자, 매캐한 연기와 함께 퀴퀴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대체 안에서 뭔 짓들을 한 거야?”


안에는 나체의 여자들이 가득했는데, 하나같이 약에 취해 혼이 빠져 있었다.


그들의 흐리멍텅한 모습을 보니, 그 옛날 혈교의 맹약 의식이 떠오른다.


‘자신의 피와 살을 바쳐, 위대한 혈마지존을 이 땅 위에 강림시킨다고 했던가.’


동남동녀 일천이 한 줌의 핏물로 변하던 그때의 참혹함은 수십 년이 지나도, 생생했다.


“염세황인지, 염병할인지. 추접스러운 자식. 별 미친 짓을 다 했구만.”


위준걸이 황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대답 대신, 방 안에서 움직이는 흑갈방도를 보이는 대로 잡아 죽였다.


지금껏 약자를 유린하며 재미를 봤으니, 자신의 손으로 자기 목을 조르며 죽어가는 쾌락도 느껴봐야지.


-철커덩!


흑갈방의 몰락을 입증이라도 하듯, 철로 된 현판이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일어서라.”


나는 주저앉아 있는 여자 한 명을 향해 말했다.


한쪽 눈이 텅 비어있었고, 발목이 이상한 형태로 굳어 있었다.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고 별짓을 다 한 모양이다.


나는 여자들의 돌아간 다리 관절을 원래 자리로 복귀시켰다.


그것을 본 위준걸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남의 모가지 분지르는 재주만 있는 줄 알았더니 이런 특기도 있었냐? 그래도 사람 냄새 나서 좋다”


나는 대꾸 대신 여자들을 전각 밖으로 대피시킨 뒤, 전각들의 입구에 불을 질렀다.


“야, 입구에 불을 지르면 사람들이 못 빠져나오잖아?”


“그러라고 지른 거다.”


“방금 했던 말 취소한다.”


곳곳에서 찢어지는 비명이 흘러나왔다.


웃음과 미소가 끊이지 않던 쾌락당이 오열과 비탄의 전당으로 탈바꿈하는 데는, 불과 일각도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


우리는 쾌락당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전각의 입구 쪽으로 열고 들어섰다.


가장 먼저 도박장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그 와중에 위준걸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는지, 인파 속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사십 대 사내 한 명이 사람들 사이에서 폭언을 지껄이고 있었다.


“앞에서 얼쩡거리지 말고 저리 꺼져! 이 어르신이 뭐하는 분인 줄 알아!”


허벅지까지 바지가 내려간 사내는 사람들 사이에 껴 옴짝달싹 못 하고 있었다.


똥 마려운 강아지가 딱 이 꼴이겠지.


위준걸이 그에게 다가가 푸짐한 뱃살을 두드렸다.


“장포두님.”


“아니, 위 포쾌가 아닌가.”


“지금 여기서 뭐 하시는 겁니까?”


장포두라는 자가 민망한 표정으로 바지춤을 잡고 몸을 웅크렸다.


“어험, 공무집행 중이지 않은가.”


“요즘 공무집행은 엉덩이를 까고 하나 보군요.”


“어험, 금속을 제련할 때, 쇳물만 붓는 대장장이가 있다던가? 모름지기 큰일을 하려면 이것저것 가려서는 안 되네. 내 이 지역 포두로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 한 몸을 불사르고 있는 것 아닌가?”


개소리도 이 정도면 예술이군.


궤변만 따지면, 자신을 왕후장상의 핏줄이라 주장하고 다녔던 모용세가의 검성 애숭이와도 자웅을 겨루기 힘들 듯싶다.


장포두의 헛소리에 위준걸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혀를 찼다.


“점검이고 나발이고, 오늘 제가 한 보고 안 들으셨습니까? 제 친구하고 흑갈방주 잡으러 온다고 했잖아요? 시발, 현장에선 부하가 새빠지게 혈투를 벌이고 있는데, 책임자라는 양반이 여기에서 죽치고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에잉, 어차피 텄어. 염세황, 그 새끼가 잡는다고 잡히는 놈이던가?”


“그게, 잡았거든요.”


“뭐라고? 어디 있는데?”


위준걸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내가 들고 있는 염세황의 수급을 쳐다보았다.


“제 놈에게 알맞은 곳으로 잘 찾아갔습니다.”


하얗게 질린 장포두의 얼굴. 그의 입가가 학질이라도 걸린 것처럼 푸들거렸다.


“시발, 어떻게 하지? 염세황, 그 새끼가 인간쓰레기긴 한데, 이 일에 엮인 사람이 너무 많아.”


“포두님, 왜 이렇게 답답하십니까? 이건 오히려 기회입니다.”


“무슨 소리야?”


“흑갈방은 초토화되었고, 염세황, 그 골치아픈 새끼는 장렬하게 뒈졌습니다. 주인 없는 개집은 누구꺼다? 먼저 들어가는 놈이 임자다.”


위준걸의 말이 솔깃했는지, 장포두의 얼굴에서 짜증이 사라졌다.


“자네, 설마 나보고 흑갈방을 관리하라는 건가?”


“아이, 우리 포두님 너무 순진하시다. 바지 하나 잡아서 꽂으세요. 전문용어로 위탁운영이라고 하죠?”


“그런데 누굴 꽂지? 이 난리가 나서 뒈진 놈들이 태반일 텐데.”


“개중에 똘똘한 놈 하나둘은 명줄 붙들고 있을 것 아닙니까. 말 잘 듣는 놈으로 엄선해서 구워삶으세요.”


“하지만 치부책이···.”


“어차피 이렇게 불이 났는데, 그딴 게 남아 있기나 하겠습니까?”


그 말에 기운이 났는지, 장포두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염세황 그 새끼, 대가리가 크고 나서부턴 모가지가 뻣뻣해지긴 했어. 구역 관리도 허술하게 하고, 높으신 분들에게 치부책으로 협박이나 일삼았지.”


“맞습니다. 원래 배고픈 개새끼에게 필요한 건 측은지심이 아니라 몽둥이찜질인 법이죠. 관부가 호구도 아니고, 달달한 꿀맛 다음에는 매타작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장포두는 잠시 침묵하다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기가 막히는군. 재간둥이가 따로 없어. 자네가 내 장자방일세!”


위준걸이 장포두에게 손바닥을 비볐다.


“역시 장포두님 밖에 없습니다.”


“아, 그리고 준걸이. 나는 여기 없었던 걸세? 아시겠나? 이 일은 온전히 자네 친구와 자네가 해결한 거야, 알겠나?”


***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이 짓거리를 하고 있어야 하나.”


한탄하는 위준걸의 목덜미를 잡고, 염세황을 처단했던 전각 안으로 들어선 지 얼마나 지났을까?


자욱한 연기와 무너지는 기둥들을 이리저리 피해가며 방들을 뒤진 결과,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밀실에서 세 개의 대형 금고를 발견할 수 있었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자욱한 연기에 다 죽어가던 위준걸이 대뜸 포효했다.


"시발, 씨발, 씨이발! 여기야! 염세황, 그 개 같은 후레자식의 비밀 금고를 찾았어!“


나는 대꾸 대신 신안통을 발동시켜, 방 전체를 훑었다.


합건마황신공의 신안통은 일반인의 한계를 한없이 넘어선 초감각을 부여하는데, 경지에 따라 만년정강부터 사람 몸속의 장기까지 투시가 가능한 기공이었다.


신안통을 개방한 이상, 염세황의 전각에서 비밀 금고를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위준걸이 첫 번째 금고문부터 개방하려 하자 나직한 목소리로 만류했다.


“함정이다. 한쪽만 먼저 열면 폭발하게 설계가 되어 있어.”


“뭐?”


“바닥에 매설된 굉천뢰에 통구이가 되는 취미가 있다면 열어도 되고.”


“제기랄. 말이 씨가 된다고 하더니, 그 폭탄이 이 폭탄인 줄 알았냐.”


푸념하는 위준걸을 뒤로 하고, 나는 옷가지를 잘라내 금고 앞의 손잡이에 묶었다.


이윽고, 세 금고의 문이 동시에 열리자 위준걸이 탄성을 내질렀다.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 그 악명 높은 흑갈방의 비밀금고를 내가 열어볼 줄은.”


금고 안의 내용물은 기대 이상이었다.


비취와 금강석 등 온갖 귀금속과 은자들이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이 돈벌레 새끼, 전당현의 돈은 저 혼자서 다 끌어모았네?”


하지만 안쪽을 더 뒤져 보니, 가죽으로 된 표지를 가진 손바닥만 한 책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두 장 넘겨 보던, 위준걸이 탄성을 내질렀다.


“이건···!”


위준걸이 심호흡을 했다.


“이거 염세황의 치부책이야. 여기 기록된 것만 드러나도 전당현 전체가 흔들릴 거다.”


“그렇군.”


“뭔가 더 기뻐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것만 있으면 전당현에서 널 건드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우둔한 놈. 본좌가 이따위 하잘것없는 물건에 경거망동해야 한단 말이냐?”


“어휴, 통이 큰 건지 정신이 나가버린 건지. 말을 말아야지.”


한숨을 내쉬던 위준걸은 금고 안쪽을 더 파고들었다.


”뭐가 더 있는 것 같은데?“


금고 가장 깊숙한 벽에는 고정되어 붙여져 있는 뭉치가 있었다.


기름종이로 싸인 뭉치를 꺼내 펼쳐보니, 빛바랜 양피지 하나가 돌돌 말려 있었다.


”이건 무슨 연판장 같은데? 이 새끼들은 소름 끼치게, 귀신 면상은 왜 박아넣고 지랄이야?“


”귀왕령이라는 거다.“


”그게 뭔데?“


”혈교의 표식이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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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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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무림맹주 천마사위->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로 제목 변경했습니다. 24.07.30 36 0 -
21 미련한 정도의 풋내기 놈들. 24.08.08 21 1 14쪽
20 도무지 믿을 수가 없을 거다. 24.08.07 22 2 13쪽
19 얼빠진 놈, 아직 멀었다. 24.08.06 36 2 14쪽
18 상판을 보니, 과분해 보이기는 하는구나. 24.08.05 31 2 14쪽
17 이것이 복수의 맛이란 말인가! 24.08.04 41 3 15쪽
16 그딴 정리 필요 없다. 24.08.03 34 3 13쪽
15 개 짖는 소리를 듣는 것도 고욕이로군. 24.08.02 36 3 15쪽
14 본좌는 용서를 모른다. 24.08.01 45 3 13쪽
13 사료 값은 미리 준비해라. 24.07.31 34 3 13쪽
12 쓰레기의 유언은 한 마디도 아까워. 24.07.30 48 4 16쪽
11 부자 상봉을 서둘러야겠군. 24.07.29 37 3 17쪽
10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24.07.28 47 3 12쪽
9 본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24.07.27 46 3 12쪽
» 네가 할 수 있는 속죄는 오직 죽는 것 뿐이다. 24.07.26 52 4 12쪽
7 시체에게는 전부 무의미한 것들이지. 24.07.25 44 3 12쪽
6 말한 게 아니라 명령을 한 거다. +1 24.07.24 80 3 15쪽
5 죽이다 보면 하나는 걸려들겠지 24.07.23 82 3 15쪽
4 큰일을 위해, 작은 희생은 감수해야지. +1 24.07.22 87 4 12쪽
3 쳐들어오거나 꺼져라. 24.07.21 103 4 14쪽
2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군. 24.07.21 149 5 13쪽
1 사람들은 나를 천마라고 불렀다. +1 24.07.21 215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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