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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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독고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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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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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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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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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 값은 미리 준비해라.

DUMMY

13화 사료 값은 미리 준비해라.


육조(六朝)의 고도 남경에 도착한 나와 위준걸은 무림맹 신입대원 선발대회, 통칭 등룡무제 등록을 위한 과정들을 끝내고 무림맹 총단의 정문에 서 있었다.


”젠장맞을, 친구 하나 잘못 둬서 항주까지 수발만 들게 되는구나.“


항주 지부에도 못 가봤는데, 졸지에 단계를 넘어 무림맹 총단까지 오게 되다니.


얼마나 험난한 나날이었던가?


복수만을 위해 달려왔던 나날들이 책갈피처럼 넘어갔다.


‘생각해 보니, 사람 죽인 기억밖에 없군.’


감개가 무량할 법도 하지만, 내 몫까지 호들갑을 떨어대는 위준걸을 보고 있자니, 열불이 터질 지경이다.


“역시 무림맹은 무림맹이다. 전당 분타도 으리으리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총단은 차원이 다르네. 이건 숫제 일개 성이잖아?”


어리석은 놈. 지금 이 순간을 잘 기억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모든 고루거각들이 본좌의 손에 산산조각이 날 날들이 머지않았으니까.


“갑자기 왜 히죽거려? 무섭게시리.”


어쨌든 줄을 서며 기다리다 보니, 한나절이 금새 지나갔다.


곳곳에서 시험을 대비해 무공을 복기하거나, 기합 소리가 가득했다.


그렇게 들어선 시험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하지만 개미 떼 같은 그들의 모습은 내게 하잘것없는 몸부림으로 보였다.


쓸모없는 녀석들.


무인이란 놈들이 이런 곳에서 헛된 시간을 날리다니.


진정 고수가 되고 싶다면 이런 곳에서 낭비할 시간에, 생사의 비무를 한 번 더 하는 게 좋다.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이런 곳에서 죽치고 있단 말인가?


‘새외무림과 싸울 땐, 자면서도 무공을 수련했었지.’


내가 천마로 군림하던 시기에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대기 이런 게 어디 있나? 시험장에서부터 개처럼 뛰어다녔는데.’


문득 광명신교의 입교식이 떠올랐다.


‘강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수련해야 했었지.’


사람 다리를 전문적으로 자르는 기관 위에서 하루종일 뜀박질하다 보면, 밑바닥에 묻혀 있던 본성이 대략적으로 나온다.


체력을 시험해 보면, 인성도 검증되고 응시자의 열의까지 자동으로 입증되는 것이다.


이런 효율적인 방식을 놓아두고, 보여지는 껍데기에만 치중하고 있으니, 한숨이 안 나올 수 없었다.


‘운비 놈, 오직 실리만을 따지라는 본좌의 가르침을 이런 식으로 무시하다니.’


정말이지 용서할 수 없는 반도 놈이었다.


내 기필코, 이번 시험에 합격해 놈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리라.


그때,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세 명의 귀공자가 서 있었다.


사람들은 그중 제일 기골이 장대한 황의 공자에게 주목했다.


“와아! 남궁세가의 맹호공자 남궁철호다!”


“남궁철호라고? 안휘성 후기지수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그 남궁철호가 무림맹에 들어와?”


“남궁철호 뿐 아니라 종리혁도 있어!”


“단신으로 전당강 부근의 수적패를 소탕했다던 그 백의유협 종리혁?”


“황산파의 일품검수 양세창도 있군. 약관의 나이에, 표풍검법을 대성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의 기재라고 하더군.”


“황산파에서 알아주는 기대주라지?”


웅성거림 속에 위준걸이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


“야, 하나 같이 알아주는 후기지수들이야. 너 진짜 이런 놈들 사이에서 합격할 수 있겠냐?”


“설마 본좌의 합격을 의심하는 거냐?”


“실력만 갖고 합격할 수 있다면, 선의의 피해자란 말이 왜 있겠냐?”


“만에 하나라도 본좌가 떨어질 가능성은 없다.”


위준걸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뭘 믿고 그렇게 자신하는데?”


“여차하면 응시생들을 몰살시켜버릴 테니까.”


“어휴, 너 같은 놈에게 상식적인 대답을 기대한 내가 등신이지.”


그런데 사람들의 화제는 남궁철호 일행에서 끝나지 않았다.


나는 내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꼬챙이처럼 바짝 마른 서생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최근 항주에서 주목을 받는 신진고수가 있다고 하던데, 들어보셨습니까?”


서생의 말을 옆에 있던 털보 검객이 받았다.


“아, 똑똑히 기억하고 있소. 무림맹에서 쉬쉬하던 첩혈색마 사건을 해결한 자라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항주 인근에서 악명이 자자한 흑갈방을 일소했고, 와강채의 산적패를 때려잡았다더군요.”


“흑갈방은 모르겠지만, 촌구석 산적 패를 잡은 것이 큰 공은 아니지 않소?”


“그게 보통 산적이 아니랍니다. 자그마치 무림맹 지부장이신 조충 대협을 살해한 괴물이었다는 거죠.”


털보는 놀란 기색이 역력한 것 같았다.


“아니, 일개 산적이 어찌···.”


“혈교와 연관이 있었다고 하던데요.”


“오오, 혈교? 온 무림이 힘을 합쳐 잡았던 그 혈교 말이오? 아니, 어찌 이런 일이···.”


“어쨌든 그 공로를 인정받아 항주 지부에서 상패까지 내릴 정도라고 합니다. 전당현 인근에서는 그 사람을 옥면객이라 부른다더군요.”


“아니, 얼마나 잘 생겼으면 별호가 옥면이야?”


그때, 남궁철호 일행 중에 끼어있던 일품검수 양세창이란 놈이 사람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안타깝구려. 사람들이 과장된 허명에 이토록 휘둘릴 줄이야.”


뜬금없이 끼어든 것도 모자라, 면식도 없는 사람을 비하하는 양세창의 퉁명스러운 태도에 중인들은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옥면기협의 명성이 과장되었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서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앞으로 다가온 양세창이 그를 위압적으로 노려봤다.


“내 지인이 무림맹 전당 분타에 소속되어 있소.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서는 댁보다 내가 잘 알 것이라고 생각되오만.”


“그래도 최소한의 능력은 있으니, 무림맹의 선발 자격을 얻은 것 아니겠습니까?”


“내가 듣기로 전당 분타는 일개 산적 놈에게 분타주가 살해당한 이후, 제대로 기능한 적이 없다고 들었소. 그러니 평가 역시 거품이 낀 것이겠지.”


“제가 알기론 개방의 엽 선배님께서 분타주 공백을 처리하기 위해, 잠시 가 계신다고 들었습니다만.”


“취걸개 선배께서도 사실상 촌구석으로 좌천되신 건데, 일을 제대로 처리하셨겠소? 그런 어수선한 상황에서 선발된 자가 전당현을 대표해 무림맹 선발 시험을 치를 자격이 있겠냐는 거요.”


그 말이 끝나자, 주변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아마, 저 일품검수인지, 일품등신인지 하는 놈의 위세를 두려워하는 거겠지.


하지만 나는 다르다.


모두가 놈이 두렵다고 한다면, 나서서 짓밟아줘야 성이 풀리는 것이 바로 나다.


“그 말에 동감해. 하지만 입이 달렸다고 개소리를 지껄일 자격은 더욱더 없지.”


양세창의 얼굴이 코 푼 종이 쪼까리처럼 일그러졌다.


***


처음 풍운조를 봤을 때, 양세창은 하마터면 욕설을 내뱉을 뻔했다.


‘빌어먹을, 이게 나랑 같은 사람의 얼굴이 맞단 말인가?’


해도 해도 너무했다.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뚜렷한 이목구비에 훤칠한 키까지.


병색이 완연한 것만 아니면, 누구나 시선을 빼앗길 만한 미남이 그의 눈앞에 있었다.


양세창은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고 말았다.


“누, 누군데, 남의 대화에 멋대로 끼어드는 거요?”


“네가 멋대로 나불거린 사람이다.”


‘이놈이 옥면객이로구나!’


양세창은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이놈은 알지 못하겠지만, 전당현 분타에서 문지기를 하다, 반병신이 된 조중달은 그의 오촌 형이었다.


자질이 떨어져 무림맹에서 문지기나 하는 처지였지만, 미우나 고우나 그의 오촌 형이고 황산파의 동문이었다.


그런 조중달이 반 폐인이 되어, 똥오줌을 가리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양세창은 결심했다.


‘언제고 풍운조란 놈을 만나면 병신을 만들어 주겠다.’


양세창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진정시키고 표정을 정리했다.


“소제가 먼저 인사 올리겠소. 강호의 친구들이 일품검수라는 허명을 지어준 황산파의 삼대제자 양세창이라고 하오. 형장의 존성대명을 물어도 되겠소?”


“묻지 마.”


시작부터 기세를 제압당한 양세창은 주위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 이분이 나를 어, 어색해하시는 것 같군.”


“사내놈이 분칠에 장신구라니, 역겹기 그지없군. 성가시니 본좌의 눈앞에서 꺼져라.”


그때, 위준걸이 나서, 상황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하. 하. 하. 이 친구가 표현이 좀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악의는 없습니다. 악의는.”


‘비루먹은 개 같은 새끼들이 감히 내 말을 무시해?’


양세창은 애써 평정을 가장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귀하가 근래 들어 항주에서 무명을 날리고 있는 옥면객 풍운조 소협이시구려. 내 듣기로 풍형의 출신이 무명계라 들었습니다만.”


“맞다.”


양세창은 수군거리는 주변 반응에 내심 쾌재를 부르며, 준비했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아니, 사도련의 잔당인 무명계가 어떻게 무림맹의 신입대원시험에 응시할 수 있단 말입니까?”


양세창은 자신의 머리를 치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 그렇군! 특채가 있었던 거로군!”


특채라는 말이 나오자, 모두의 시선이 우리를 향했다.


”얼마나 좋은 세상이오? 풍형 같은 무명계도 특채라는 좋은 제도 덕분에 무림맹의 무사가 될 수 있으니 말이오.“


아무 대꾸도 하지 않는 풍운조를 보고, 기가 산 양세창은 빈정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풍형에게 미리 사과를 드려야 되겠군. 본인은 그저 있는 사실만을 말했을 뿐인데, 오해는 하지 마시구려.“


양세창은 신이 났는지, 입가가 귓가에 닿을 정도로 찢어져 있었다.


”아참, 풍형과 친구분은 무명계였지. 제대로 된 격식과 예의를 배우지를 못하셨을 테니 사과할 필요도 없으려나?“


”예의와 범절은 중요하지. 근본 없는 황산파출신이 따질 것은 아니다만.“


”뭐, 근본이 없어?“


”미안하군. 나름 배려한다고 해서 근본이 없다고 한 건데 기분 나쁜가? 사실 황산파는 근본이 없는 게 아니라, 존재 가치가 없는 쓰레기지.“


양세창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풍운조는 손짓까지 하며 도발을 계속했다.


”왜, 검을 뽑아보지그래.“


”하하하, 내 명문 황산파의 제자로 어찌 풍형처럼 듣도 보도 못한 자와 대거리를 하겠소?“


애써 마음을 진정시킨 양세창은 주변 중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제위들! 소제가 풍형께 모든 의심을 씻어낼 기회를 드리려고 하는데, 어찌 생각하십니까?“


”그 기회, 필요 없다면?“


내 말을 들은 양세창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병신 같은 놈. 그 생각까진 못했나 보군. 불쌍하니까 받아주지. 기회란 걸 줘 봐라.“


양세창은 학질 걸린 사람처럼 부들거리며, 설명을 시작했다.


”아, 알다시피 이번 시험은 세 단계로 나뉘어 있소. 첫 시험은 바로 맹에서 준비한 기관과 진법을 시간 내에 통과하는 것이지.“


”그래서?“


”시험 통과 기록을 가지고 경쟁해보는 게 어떻겠소?“


”지금 너 따위와 본좌가 승부라는 걸 하라는 거냐? 황산파 따위와의 승부에 이겨서 본좌에게 무슨 이득이 있다고?“


”지금 이건 나 개인이 아닌, 황산파에 대한 모욕이오!“


”세월이 지나도 황산파는 발전이 없군. 이토록 주제파악을 못하는 놈을 제자랍시고 내세우고 있으니.“


풍운조가 귀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격이 안 맞으니, 여흥이라도 즐겨야겠군. 대가를 걸어라.“


”대가?“


”이 승부에서 지면 네 놈은 평생 본좌의 노예다.“


대경실색하는 양세창. 어떻게든 호응을 얻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우둔한 놈. 기회를 줘도 못 받아먹는 놈이군. 본좌의 노예가 될 수 있는 영광을 특별히 부여하려 했거늘.“


”건방진 놈, 오냐오냐하니까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보구나? 노예가 어쩌고저째? 다 필요 없다! 만에 하나라도 내가 지게 된다면 네 놈의 똥개가 될 테니 더는 도망치지 마라!“


위준걸이 옆에서 불을 질렀다.


”어휴, 사료를 준비하는 것도 일이겠군.“


양세창은 무명계 놈들의 건방진 모습에 울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병신 같은 놈들, 이 승부는 내가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다.’


우선 시험을 치룬 뒤에 평가할 심사위원 중에 그의 숙부가 있었다.


뿐인가?


숙부를 통해 미리 건네받은 족보와 자료로 이 시험을 통달하고 있었다.


아무 정보도 없는 무명계 잡놈과 승부가 될 리 없었다.


‘개새끼, 넌 뒈졌다.’


풍운조란 놈이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사료 값은 미리 준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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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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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제목 변경] 무림맹주 천마사위->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로 제목 변경했습니다. 24.07.30 37 0 -
21 미련한 정도의 풋내기 놈들. 24.08.08 22 1 14쪽
20 도무지 믿을 수가 없을 거다. 24.08.07 22 2 13쪽
19 얼빠진 놈, 아직 멀었다. 24.08.06 37 2 14쪽
18 상판을 보니, 과분해 보이기는 하는구나. 24.08.05 32 2 14쪽
17 이것이 복수의 맛이란 말인가! 24.08.04 42 3 15쪽
16 그딴 정리 필요 없다. 24.08.03 35 3 13쪽
15 개 짖는 소리를 듣는 것도 고욕이로군. 24.08.02 37 3 15쪽
14 본좌는 용서를 모른다. 24.08.01 46 3 13쪽
» 사료 값은 미리 준비해라. 24.07.31 35 3 13쪽
12 쓰레기의 유언은 한 마디도 아까워. 24.07.30 49 4 16쪽
11 부자 상봉을 서둘러야겠군. 24.07.29 38 3 17쪽
10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24.07.28 48 3 12쪽
9 본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24.07.27 46 3 12쪽
8 네가 할 수 있는 속죄는 오직 죽는 것 뿐이다. 24.07.26 52 4 12쪽
7 시체에게는 전부 무의미한 것들이지. 24.07.25 44 3 12쪽
6 말한 게 아니라 명령을 한 거다. +1 24.07.24 81 3 15쪽
5 죽이다 보면 하나는 걸려들겠지 24.07.23 83 3 15쪽
4 큰일을 위해, 작은 희생은 감수해야지. +1 24.07.22 88 4 12쪽
3 쳐들어오거나 꺼져라. 24.07.21 104 4 14쪽
2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군. 24.07.21 150 5 13쪽
1 사람들은 나를 천마라고 불렀다. +1 24.07.21 217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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