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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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독고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20 17:26
최근연재일 :
2024.08.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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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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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DUMMY

10화 나는 공평한 사람이다.


해가 중천에 뜬 오시.


절맥 회복을 위해 태양신경총을 열고 양기를 받아들이던 내게 위준걸이 찾아왔다.


어째서인지 녀석은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못하며, 연신 내 눈치를 살폈다.


“개 팔자가 상팔자라더니, 이렇게 여유 부려도 되는 거냐? 자그마치 와강채라고 와강채!”


“머저리 같은 놈. 본좌 정도 되는 위인이 산적 하나 잡는 데 노력이라는 걸 해야 한다는 거냐?”


내 말을 들은 위준걸은 어처구니가 없는지, 눈을 반쯤 까뒤집고 있었다.


“그럴 거면 임무를 왜 받아들였어?”


“와강채라는 이름이 혈교의 연판장에 있더군.”


“와강채가 어떤 곳인지나 알고 하는 말인 거냐?”


“그딴 하찮은 버러지들을 본좌가 굳이 알아봐야 한다는 거냐?”


위준걸이 탁자를 거칠게 내리쳤다.


“두목인 육삼통이라는 놈은 대력신패라는 불리는 놈인데, 한 손으로 사람 허리를 분질러서 죽일 정도의 장사란다.”


“사람은 나도 죽이는데?”


위준걸의 목덜미에 핏대가 솟아올랐다.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 그렇지! 네가 때려잡은 첩혈색마나 흑갈방주 정도는 상대도 안 되는 무림인이라고! 무려 백결검객 조충을 반으로 접어버렸단 말이다!”


“조충이 누군데?”


뭐가 그리 암담한지, 위준걸이 마른세수를 했다.


“넌 무림맹에 들어가겠다는 새끼가 지역 무림인을 모르면 어쩌자는 거야? 절강성에서 명성이 자자한 검객이야.”


“하찮은 놈이군. 그래서?”


“네가 자주 가는 무림맹 전당 분타 있지. 거기 분타주 아니야!”


“분타주는 공석 아니었나?”


위준걸이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야, 이 새끼야. 취걸개 대협이 한가해서 여기 내려와 있겠냐? 분타주가 산적한테 골로갔으니, 똥 치우러 내려온 것 아니야.”


“그렇군.”


위준걸의 얼굴을 걱정으로 가득 찼다.


“그러니까 네가 상대할 산적은 자그마치 무림맹 분타주를 때려 죽일 정도의 강자란 말이다.”


“진정한 강자는 준비 따위 하지 않는다.”


위준걸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내 말 좀 들어라. 이번 일은 단지 산적만 잡으면 끝나는 일이 아니야. 내가 들은 바론 놈들에게 건드릴 수 없는 뒷배가 있대.”


“설명해 봐라.”


위준걸이 한참을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절강현의 유력자인 구쌍효라는 자가 와강채의 뒷배인데, 무림맹을 넘어 관부까지 줄이 닿아있다는 사실이었다.


“놈이 사놓은 호광일대의 곡창 쪽에 연결된 표국이 있어, 내 직속 상관인 장포두의 사촌이 하는 곳이야. 장포두 그 새끼도 거기에 투자금을 좀 넣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산적만 토벌할 게 아니라, 뒤처리도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란 말이지. 더구나 그놈의 집구석에 빈객이라는 놈들도 항주 일대에서 명성이 자자한 고수들이라더라.”


“주절주절, 시끄럽군. 결론은 뒷감당이 두렵다는 말이 아니냐.”


위준걸이 애절한 눈빛으로 내게 매달렸다.


“야, 나 만수무강하고 싶다.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고 싶다고!”


나는 대답 대신 몸을 일으켰다.


“안내해라.”


“어딜?”


나는 어안이 벙벙한 녀석의 귀를 틀어잡고, 조용히 속삭였다.


“구쌍횬지, 구쌍놈인지 하는 놈의 집으로.”


“야야! 대체 뭘 어쩌려는 건데.”


“산적 뒤의 뒷배가 두려우면, 그 뒷배라는 놈의 머리부터 쪼개면 될 것 아니냐.”


머리인 구쌍효를 자르면, 몸뚱이인 산적들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


매사가 노심초사에, 보신제일주의가 골수에 박혀 있는 위준걸은 다짜고짜 집을 뛰쳐나온 나를 설득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하지만 본좌가 피라미의 설득 따위에 경도될 사람인가?


석년에 아미의 멸각사태도 그랬지.


삼십 년이 넘게 나를 개도하겠다고 쫓아다니다, 결국 아미파에 귀의해 비구니가 되었다.


그런데 위준걸 같은 애숭이 따위야, 말할 나위도 없지.


위준걸은 반쯤 체념한 채, 풀이 죽은 태도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네 놈이 하도 난리를 쳐서, 일단 구가놈의 집으로 안내는 해주겠는데, 이번에는 절대 안 된다. 이 새끼 죽이면 안 된다고!”


“무림맹에 들어가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개 같은 무림맹에 들어가려면 이 새끼 살려둬야 한다고!”


위준걸은 혈압이 올랐는지, 목덜미를 부여잡으며 말을 이어갔다.


“일단 우리는 명분을 갖고 구가 놈을 추궁해야 해. 마침 이 인간 아들놈이 아문에 신고를 했더라고.”


“무슨 사건이지?”.


“구쌍효가 소작을 주던 장노이란 사람이 있는데 이번에 아들인 장삼이 혼인을 했어. 그런데 구쌍효의 아들인 구정호가 장노이의 며느리에게 반한 거지.”


위준걸이 침을 삼켰다.


“구정호란 놈은 전당현에서 유명한 파락호 새낀데, 한 번 동침한 여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해서 이무공자로 불리는 인간말종이야. 한 마디로 사람보다는 짐승에 가까운 새끼라고 볼 수 있지.”


그다음 이어진 설명은 너무 뻔해서 하품이 나올 정도였다.


대낮의 시장에서 장삼의 신부를 납치한 구정호의 하수인들.


놈들은 저항하는 장삼을 곤죽이 되도록 패고, 관아에 자수를 했다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꼬리 자르기를 한 구정호가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질 리 만무.


“결국 혼인한 지, 석 달도 안 지난 신혼부부를 파탄 내고, 먹고살 방편까지 박살을 내놓았다 이거군. 새신랑은 분을 못 이기고 사고를 친 거고.”


“칼침을 놓으려고 했다더라.”


쫑알거리던 위준걸이 입을 가리고 조용히 속삭였다.


“어쨌든 이 사건을 구실로 구가장에 가서, 사전 답사를 해보자고. 그러다 보면 뭔가 수가 나겠지.”


“모름지기 세상일은 어렵게 생각할수록 골치 아픈 법이지. 향년에 본좌가 북해에 강림했을 때 비슷한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이제 좀 기운이 나나 본데, 그 기세로 사고만 치지 마라.”


나는 불안해하는 위준걸을 뒤로 하고, 보무당당하게 시전을 거닐었다.


***


눈앞에 보이는 것은 으리으리한 장원.


질 좋은 기와로 덮인 장원의 대문 현판에는 대도무문이라는 글자가 일필휘지로 적혀 있었는데, 사천지방의 최고급 기름이 발려진 값비싼 자단목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어휴, 돈 지랄도 유분수지. 이게 대체 얼마짜리야.”


위준걸의 호들갑을 무시하고, 나는 말 없이 대문을 열었다.


문을 열기 무섭게, 체격이 좋은 서너 명의 장한이 튀어나와, 매의 눈으로 우리들을 살폈다.


위준걸은 그들에게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는 패표를 들이대며 협조를 구했다.


“전당현 포도아문에서 나온 포쾌 위준걸이오. 해포문건을 통해, 대략적으로 사건을 파악하고는 있소만...정확한 사실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본인이 왔으니 협조 부탁드리오.”


덩치들은 고개를 꾸벅거리며, 우리를 대청으로 안내했다.


장원이 어찌나 으리으리했던지, 대청으로 가는 길이 시전에서 여기까지 들어오는 시간보다 더 걸릴 정도였다.


뿐인가?


장원 곳곳의 진귀한 노송과 연못들을 보고 있자니, 위준걸의 뺀질한 얼굴이 시시각각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후원의 정자.


거기에는 말상에 뱀 눈을 한 이십 대 중반 가량의 백의 청년이 앉아, 코웃음을 치고 있었다.


이 자가 아마 피해자라는 구정호겠지.


“안녕하십니까, 구형. 요새 일이 잘 풀리시는지 신색이 훤하십니다.”


“위형은 지금 내가 안녕한 것처럼 보이오?”


구정호는 기름기 가득한 미소를 짓더니, 대뜸 호통을 쳤다.


“대명천지에 선량한 민간인이 칼부림을 당한 흉사가 벌어졌소. 관부에선 이런 참사를 미연에 방지하긴커녕, 사후조치마저 부실해 이런 사달을 만들었지.”


“그 부분에 있어선 유감을 표합니다. 다만, 사건 전후를 살펴보니 장노이의 아들의 행동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더군요.”


“위형 지금 범인을 두둔하는거요? 당신 상관인 장포두가 그렇게 가르쳤어? 내 그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쯧!”


위준걸은 흥분한 구정호를 다독이며, 말을 이었다.


“하하, 흥분하지 마시고, 더불어 같이 살자는 말씀입니다. 일단 범인부터 볼까요?”


구정호가 손뼉을 부딪치자, 대청 뒤편에서 장한 두 명이 포승줄에 묶인 청년 한 명을 끌고 들어왔다.


얼굴이 만두처럼 부었고, 포승줄에 살점이 패여 피칠갑을 한 몰골.


가해자인 장삼이 틀림없다.


그런데 구정호, 이놈이 나를 보는 시선이 묘하게 끈적거렸다.


설마 구면인 걸까?


“아니, 이게 누구야? 우리 재간둥이 풍형이 여기에 어인 일인가?.”


“나를 알고 있나?”


“섭섭하군. 삼천다루와 열래객잔에서 결의형제를 맺은 사이가 아닌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아무래도 이 몸뚱이의 전주인과 구정호는 상당히 가까운 관계가 아닌가 싶었다.


‘이럴 때 쓰라고 합건마황신공이 있는 거지.’


나는 천마십절인 합건마황신공의 회천결을 이용해, 이 몸이 기억하는 구정호의 얼굴을 되짚었다.


하나의 화폭에 색이 칠해지듯, 갖가지 인물들의 얼굴이 머릿속에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백여 명의 얼굴을 되집어 보니 이게 웬걸?


아편에 중독되어, 구정호의 가랑이를 기어가는 치욕스러운 장면이 떠오르는 게 아닌가.


한 마디로 풍운조란 인간을 아편의 늪으로 빠뜨린 원흉이 바로 이놈이었다.


‘죽어 마땅한 놈이었군.’


한편, 위준걸은 가해자를 설득하고 있었다.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지, 말투 하나에 사심과 배려가 담겨 있었다.


“아삼이, 내 말을 좀 들어봐. 이대로면 너 최소 족근이 잘려나간다? 치사하고 억울하지만, 그것 때문에 남은 인생 절름발이로 살 순 없잖아.”


장삼이 비분강개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준걸 형님, 두 다리가 아니라 모가지가 잘려나가도 나는 승복 못 해요! 차라리 내 간을 도려내라고 하시오!”


그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던 구정호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런 시러배 잡놈을 보았나. 뭘 잘했다고 모가지 뻣뻣하게 세우고 악다구니질이야?”


느물거리는 구정호의 말에, 위준걸의 얼굴이 구겨진 종이쪼가리처럼 일그러졌다.


하지만 장삼의 다음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내가 그의 입을 틀어막고 대청 구석으로 끌고 나갔기 때문이다.


“읍! 읍읍읍!”


장삼은 어떻게든 내 손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을 쳤지만, 모두 허사였다.


“야 이 미친놈아!”


다급하게 내 어깨를 잡은 위준걸이었지만 녀석은 내 몸에서 일어난 반탄력을 견디지 못하고 밀려났다.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그것이 본좌의 철칙이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장삼의 양쪽 다리를 붙잡고 분질러 버렸다.


-콰드득!


뼈 돌아가는 음향이 장내에 울려 퍼지고···.


“아흐헉!”


이어지는 비명이 어찌나 요란했던지 위준걸은 자기도 모르게 두 눈을 감고 말았다.


“나는 공평한 사람이다.”


잠시 후, 만류하려는 위준걸의 어깨를 구정호가 붙잡았다.


“허허, 죄를 지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백번 천번 지당한 말이야. 위형, 생각보다 요망한 구석이 있었구먼. 전부터 묘하게 뻣뻣하게 군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당신의 방식이었어, 허허허!”


“아니, 그게 아니라!”


당황하는 위준걸의 손 위로 자신의 양손을 포개며 구정호가 말했다.


“위형.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오.”


그렇게 할 말을 마친 구정호가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본 위준걸이 촉촉이 젖은 눈을 연신 깜빡이며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구정호에게 한 발 더 다가갔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위준걸이 고개를 흔드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그래, 풍형. 볼 일은 다 끝났나?”


“아직 시작도 안 했지.”


“그래서 뭐가 남았는가?”


나는 대답 대신 구경호의 눈앞으로 손을 들이밀었다. 놈은 반달 눈웃음을 짓고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하하, 풍형. 못 보던 사이에 조금 과감해졌구려. 옆에서 지켜보자니, 오줌을 지릴 지경이었···.”


놈의 말은 끝까지 이어질 수 없었다.

내가 대답 대신 구정호의 머리를 꺾어 버렸기 때문이다.


위준걸이 절규했다.


“안 돼에에엣!”


-와지직!


해골 부서지는 둔탁한 소음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워낙 창졸지간에 일어난 일이라, 위준걸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현실을 제대로 이식 못 하고 붕어마냥 주둥이를 뻐끔거리고 있었다.


“어, 어어?”


나는 축 늘어져 혀를 길게 빼문 구정호를 연못의 한 가운데로 던져버렸다.


“내가 말했지.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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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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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중공지입니다. 24.08.09 19 0 -
공지 [제목 변경] 무림맹주 천마사위->정파에서 집착하는 천마가 되었다로 제목 변경했습니다. 24.07.30 36 0 -
21 미련한 정도의 풋내기 놈들. 24.08.08 21 1 14쪽
20 도무지 믿을 수가 없을 거다. 24.08.07 22 2 13쪽
19 얼빠진 놈, 아직 멀었다. 24.08.06 36 2 14쪽
18 상판을 보니, 과분해 보이기는 하는구나. 24.08.05 31 2 14쪽
17 이것이 복수의 맛이란 말인가! 24.08.04 41 3 15쪽
16 그딴 정리 필요 없다. 24.08.03 34 3 13쪽
15 개 짖는 소리를 듣는 것도 고욕이로군. 24.08.02 37 3 15쪽
14 본좌는 용서를 모른다. 24.08.01 45 3 13쪽
13 사료 값은 미리 준비해라. 24.07.31 34 3 13쪽
12 쓰레기의 유언은 한 마디도 아까워. 24.07.30 49 4 16쪽
11 부자 상봉을 서둘러야겠군. 24.07.29 37 3 17쪽
» 죄를 지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24.07.28 48 3 12쪽
9 본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24.07.27 46 3 12쪽
8 네가 할 수 있는 속죄는 오직 죽는 것 뿐이다. 24.07.26 52 4 12쪽
7 시체에게는 전부 무의미한 것들이지. 24.07.25 44 3 12쪽
6 말한 게 아니라 명령을 한 거다. +1 24.07.24 81 3 15쪽
5 죽이다 보면 하나는 걸려들겠지 24.07.23 82 3 15쪽
4 큰일을 위해, 작은 희생은 감수해야지. +1 24.07.22 87 4 12쪽
3 쳐들어오거나 꺼져라. 24.07.21 104 4 14쪽
2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군. 24.07.21 150 5 13쪽
1 사람들은 나를 천마라고 불렀다. +1 24.07.21 216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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