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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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맨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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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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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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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편. 어머니를 위한 특별한 선박.

DUMMY

오로시우스는 인쇄기의 손잡이를 돌려 종이를 빼냈다.


그 종이 중심엔 성경의 글귀로 가득했다.


그는 그 종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결국 이런 말을 내뱉고 말았다.


“미쳤군.”


교회에 입교한 몸이라면 응당 하지 말아야 할 말이건만 주위의 사제들은 물론 티치아노 주교조차 오로시우스 사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눈앞의 일이 그들 입장에서 말도 안 되는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짧으면 몇 시간, 길면 며칠이 걸릴 작업이 이렇게 순식간에 이뤄지다니.’


‘주님의 말씀을 이렇게 쉽사리 만들어도 되는 걸까?’


‘이렇게 되면 책이 더 이상 귀해지지 않을 텐데.’


‘그럼 앞으로 필사 작업은 없어지는 건가?’


많은 생각들이 그들의 머리 사이를 오고 갔다.


그들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 인쇄기가 세상을 얼마나 많이 바꿀 것인지.


‘그 아이는 왜 이리 손쉽게 우리가 바라는 것을···.’


특히 티치아노 주교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토록 바라던 걸 루키우스는 그저 빵을 꺼내 먹는 것처럼 간단하게 해냈다.


이러니까 마치 자신을 포함해 교회의 모든 사제들이 바보가 된듯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간단한 걸 왜 못함? 너희들 바보임?’


그 아이가 자지러지게 웃는 모습이 머리를 가득 메웠다.


허나 티치아노 주교는 루키우스에 대한 분함보다는 ‘이게 된다고?!’ 라는 놀라움이 더 컸다.


물론 그 아이가 세운 업적을 고려할 때, ‘이번 일도 성공하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말로 듣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엔 극심한 차이가 있었다.


티치아노 주교는 그걸 뼈저리게 느꼈다.


‘도대체 그 아이의 머릿속엔 뭐가 들어가 있는 건가? 이런 기적을 손쉽게 이루어 내다니.’


가이세리크가 루키우스를 괜히 탐낸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티치아노는 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도 인쇄기를 다루기 시작했다.


루키우스가 제공한 활자를 원하는 내용으로 짜 맞추고, 잉크를 바르며 인쇄기에 종이를 집어넣은 뒤 그대로 손잡이를 돌렸다.


나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종이와 활자는 서로 부딪혔다.


다시 손잡이를 돌려 종이와 활자를 서로 떨어뜨리니, 종이에 글귀가 새겨졌다.


자신이 바라는 글귀 그대로.


티치아노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더더욱 놀라운 건 그 아이는 이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인쇄기를 만들기 전, 루키우스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이 인쇄기가 완성된다면 분명 필경사의 일이 없어질 거에요. 또 이렇게 책을 찍어내다 보면 귀족들도 더 이상 책을 비싸게 보지 않을 테고요.’


‘그래서 방법이 있다는 건가?’


‘그러니까 품질에 구분을 둬서 팔아야죠. 귀족에겐 양피지로 쓴 책을 팔고, 나머지는 인쇄기로 찍은 책을 팔죠. 그러면 교회 수입은 오히려 늘어날 걸요?’


‘우릴 장사치로 아는구나.’


‘거참. 자선을 행할 돈이 없다고 투덜거리던 사람이 어디에 누구였더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참으로 놀라운 아이였다.


‘정말로 주님께서 그 아이에게 직접 기적을 하사한 걸까?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꿈에서 주님을 만난 뒤부터 전투에서 승리한 것처럼···.’


자꾸 불경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티치아노는 고개를 저어 이 생각을 억눌렀다.


그러고도 이 생각이 자신의 머리를 장악하려 들자 티치아노는 어쩔 수 없이 오로시우스에게 다가가 말을 걸기로 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면 이 불경한 생각을 떨쳐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농장에서의 일은 어떤가?”


“순조롭게 잘 되고 있습니다.”


“그런가? 혹시 어떤 면에서 순조로운지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는가?”


그 물음에 오로시우스는 자신의 성과를 티치아노에게 털어냈다.


“아직 결과를 보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원래 하던 대로 지은 작물보다 그 아이가 시킨 대로 지은 작물이 한층 더 성장한 게 눈에 보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따로 간격을 맞춘다고 들었는데.”


“그 아이가 말하기를 작물끼리 너무 가까우면 땅속의 먹이를 탐한다고 했습니다. 형제 네 명이 빵 두 개를 두고, 싸우는 것처럼 말이죠.”


“이치는 그게 맞겠군. 그래서 그 간격을 얼마만큼 떨어뜨려야 할지 알아보는 건가?”


“예. 간격을 너무 넓히면 전체적인 수확량이 줄어들 테니까요. 사실 간격을 넓히니 장점도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무슨 장점이 있지?”


“잡초를 없애기 쉽습니다. 작물을 일정 간격마다 떨어뜨리니, 그 간격 사이에 자라난 잡초가 눈에 보이더군요.”


오로시우스의 대답에 티치아노는 턱을 집으며 말했다.


“하기야 밀 사이에 가려진 잡초들이 좀 있지.”


“그 외에도 일이 많습니다. 사람들의 오줌을 모아 말린 걸 물로 희석시켜 작물에 뿌리기도 하고, 하수구에서 사람들의 똥을 모아 그 똥에 나뭇잎, 풀잎을 섞어 뒤집고, 석회석으로 둘러싼 구덩이에 놔두기도 했죠.”


“말만 들어보니, 할 일이 정말 많은 모양이군.”


“하루를 보내는 게 즐겁습니다. 그 아이가 말한 농법이 정말로 효과가 있다면 그 수확량이 눈에 띄게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그 내용은 이 인쇄기를 통해 책으로 튀어나올 테고.”


그 말에 순간 오로시우스는 입을 떡 벌렸다.


“설마 이 모든 게 연결된 것입니까?”


티치아노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렇겠지.”


그 대답을 들은 오로시우스는 성호를 그리며 말했다.


“오. 주여···.”


*****


서고트 왕국 수도 톨루즈의 왕궁.


집무실에 앉아있는 테오도리크는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의 매제가 꽤 많은 일을 벌이는 모양이더군.”


“집안이 집안이다 보니까 일을 많이 벌릴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수백년 동안 잠잠했던 집안이 이제야 기지개를 편다고?”


테오도리크 앞에 선 중년 남성 리우비길드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가 그걸 어찌 알겠습니까? 전 그저 그 집안에 철광석을 팔아치웠을 뿐입니다.”


“······.”


테오도리크는 말없이 리우비길드를 응시했고, 리우비길드는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제가 알기로는 반달 해적이 타라코로 쳐들어갔고, 그 집안이 전투에서 크게 활약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일로 화가 난 가이세리크가 타라코를 불태우겠다고 협박했고, 제 조카가 이걸 해결하기 위해 직접 가이세리크를 만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흐음···.”


“제 조카가 가이세리크랑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겠지.”


“혹시 문제라도 있습니까?”


리우비길드의 물음에 테오도리크는 책상을 두들기며 생각하다 곧 대답을 내놓았다.


“가이세리크가 히스파니아에 미련이 많이 남아 있나 싶어서 말이지.”


“······.”


“그놈이 아프리카 속주를 점령한 뒤 히스파니아에 수작을 부리면 곤란해.”


“이미 공주님을 가이세리크에게 보내지 않았습니까? 가이세리크가 아무리 욕심이 많아도 그가 정녕 우리와의 관계를 끊고, 히스파니아를 노리겠습니까?”


“그는 손에 잡히는 것이면 닥치는 대로 제 입에 우겨 넣는 놈이다. 그놈의 욕심을 얕봐선 안 돼.”


테오도리크의 말에 리우비길드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럼 타라코에 군사를 보낼까요?”


“그쪽에 군대를 보내면 로마 아니 아에티우스가 온갖 지랄을 하겠지. 명목 상 히스파니아는 아에티우스의 관할이니까. 뭐 그것보다···.”


테오도리크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히스파니아 내륙 도시들이 우리에게 식량을 애걸하고 있는 게 문제다. 특히 타라코 북쪽에 위치한 카이사르-아우구스타 쪽이 심각하다고 한다.”


“그쪽엔 따로 장원이 없습니까?”


“예전엔 있었지.”


“지금은 없다는 소리군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바가우다이(농민반란군)가 그쪽 장원을 휩쓸었다고 하더군.”


“으음···.”


바가우다이는 3세기부터 출현하기 시작한 농민, 탈영병, 그외 기타 사람들이 모여 로마의 통치에 저항하는 집단이었다.


이런 집단은 한국 역사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


신라 말기에 반란을 일으켰던 원종-애노의 농민군.


조선 말기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민란과 동학농민군이 이와 비슷한 유형이었다.


그리고 현재 이 바가우다이는 서로마 곳곳에서 일어나 통치자들에게 두통을 안겼다.


“아직 살아남은 장원이 있지만 그 장원으로는 카이사르-아우구스타를 먹여 살리기엔 많이 부족해. 지금이야 창고에 남은 식량이 있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생기겠지.”


서고트 왕국과 친인척 관계를 맺은 현지 로마인들이 살려달라고 헬프를 외치는 터라 테오도리크는 골치가 아팠다.


이런 상황에서 ‘히스파니아? 내 알 바임?’ 라는 태도를 보이면 그 로마인들은 서고트 왕국에 실망하게 될 것이고, 결국 히스파니아는 서고트 왕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히스파니아를 먹여 살려야 했다.


‘쯧. 가이세리크가 한시라도 빨리 아프리카를 차지해야 할 텐데.’


분명 그리된다면 로마 제국은 큰 낭패를 겪게 되겠지만 자신이 알 바인가?


도리어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아에티우스가 이걸로 엿을 먹기를 원했다.


물론 그 교활하기로 악명이 높은 아에티우스가 겨우 이런 걸로 몰락하진 않을 테지만 그놈이 곤란에 처한다는 게 중요하다.


반면 자신은 가이세리크와 사돈 관계를 맺었으니 필요할 때마다 그에게 곡물을 사올 수 있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자 테오도리크는 한결 편안한 얼굴로 리우비길드에게 말했다.


“우리를 위해 노고를 다하는 녀석들에게 식량을 팔도록 해.”


“괜찮겠습니까? 이 일로 우리가 먹을 곡물이 모자를 수도 모릅니다.”


“가이세리크가 히포 레기우스를 함락해 아프리카를 접수한다면 그쪽에서 곡물을 사올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테오도리크의 지시를 납득했는지 리우비길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고트 왕국에서 곡물을 실은 수레가 히스파니아로 나아갔다.


*****


타라코 북쪽 교외 공동 농장.


농민들이 교회에서 빌려준 농기구로 땅을 일구고 있을 때, 루키우스는 오로시우스와 함께 그 연구소로 되돌아왔다.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파피루스는 처음이군.”


오로시우스의 시선은 자신이 타고 온 수레에 꽂혔다.


종이 뭉치가 수레 짐칸 반절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머지 빈칸은 인쇄기를 포함해 기타 여러가지 물건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본격적인 연구를 하려면 파피루스가 많이 필요하니까요.”


“하. 얼마나 일을 벌리려고.”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려고 합니다. 연구 자료를 바짝 모아둬야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 테니까요.”


“농장에 농기구를 팔아먹기엔 너무 과하게 일을 벌이지 않는가?”


루키우스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했다.


“예전처럼 바깥에서 곡물을 구할 수 있다면 저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래. 무슨 뜻인지 잘 알겠네.”


오로시우스는 수레에서 물건을 꺼내기 시작했고, 루키우스는 그걸 옆에서 도왔다.


루키우스와 한 몸인 메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루키우스는 다시 농장으로 되돌아왔고, 한동안 농법 연구에 매진하려고 했다.


누군가 루키우스를 찾지 않았다면 정말 그렇게 했을 것이다.


“어머니. 무슨 일이십니까?”


뜬금없이 힐데아가 루키우스를 찾았다.


루키우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설마 힐데아가 심심하다는 이유로 자신과 대련을 하러 여기에 찾아온 게 아닌가? 라는 추측을 했지만.


“사랑하는 내 아들아. 혹시 배를 알고 있니?”


“배요? 갑자기 배는 왜?”


루키우스는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힐데아를 바라봤다.


“혹시 그때의 그 싸움 기억나니? 우리가 가이세리크를 만나러 갈 때, 해적들과 상대했던 그 짜릿한 추억.”


“······.”


“너도 그런 싸움을 맛보고 싶지 않니?”


힐데아는 희열이 넘치는 얼굴로 루키우스를 바라봤고, 루키우스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세상에 이런 어머니도 있을까?’


루키우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힐데아를 건물 안으로 들였다.


그리고 힐데아를 적당한 자리에 앉혀두고는 물었다.


“어머니. 왜 갑자기 바다에 가실 생각을 하십니까?”


“그거야 배에 올라탔을 때의 그 감촉을 잊지 못해서 그렇지.”


힐데아는 그렇게 말하며 으하하 호탕한 웃음을 내뱉었다.


이러니까 꼭 중세의 바이킹 같았다.


‘아니 바이킹 중에도 내 어머니 같은 사람은 없을 거야.’


역시 힐데아는 여자의 모습을 한 무언가에 가까운 존재.


“반달 해적처럼 해적질이나 하려고요?”


“오. 역시 내 아들. 내 마음을 이리도 잘 꿰뚫어보다니.”


“······.”


척하면 척. 이번엔 해적으로 전직하겠다고 나서는 힐데아였다.


루키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저···. 어머니? 이미 어머님 뱃속에 제 동생이 자라고 있지 않나요?”


“아이를 낳는 거야 별 문제 없지. 아니 오히려 네 동생은 바다에서 태어났다고 좋아하지 않겠니?”


“어···. 으음···.”


“그래서 남편에게 말했는데, 남편이 루키우스의 허락을 받으라고 말했지. 그래서 널 찾아온 거고.”


루키우스는 힐데아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정상인이어도 그녀의 뜻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배가 필요하긴 한데···.’


가이세리크와 계약을 맺을 때, 자신의 배를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


타라코의 배를 건들지 말라고는 안 했다.


그러니 루키우스로선 로마에서 쓰이는 드로몬과 형태가 아예 다른 배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반달 해적들이 이 배가 루키우스의 배라는 걸 한번에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배도 배지만 사람들이 더 문제지. 그 배를 믿고 맡길만한 사람이 없어.’


타라코에도 배를 모는 사람들은 있었고, 그들 역시 폼페이우스 집안과 관계를 맺었지만 세쿤두스처럼 충성을 맹세한 건 아니었다.


기껏 힘들게 배를 만들었는데, 그 사람들이 폼페이우스 집안을 배신하고, 그 배로 도망치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 면에서 믿을 수 있는 가족이···.


-짝! 짝!-


“왜 갑자기 자기 뺨을 때리고 그러니?”


“정신 좀 차리라는 의미에서 때린 거에요.”


“그래서 아들. 허락해 줄 거지?”


“······.”


“만약 아들이 허락해주지 않으면 아들이 허락해 줄 때까지 여기에 있을 거야.”


허락해주지 않는다면 힐데아의 가르침이 루키우스를 엄습해올 것이다.


‘그건 안돼!’


이 농장에서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어머니와의 단련도 좋긴 하지만 지금 일에 시간을 쏟아야 했다.


“어머니.”


“그래. 결정했니?”


“일단 동생부터 낳아야 하지 않을까요? 임신한 몸으로 배를 타면 어머니에게 무리가···.”


“이미 널 밸 때부터 적의 가슴에 칼을 꽂았는데?”


힐데아의 대답에 루키우스는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날 밸 때부터 전투를 했다고? 이게 무슨···.’


정말이지 이보다 아스트랄한 사례는 없을 것이다.


아이를 뱄는데, 싸울 생각을 하다니.


‘아. 이미 내 동생을 밸 때도 어머니는 검을 들고, 해적들과 싸웠지.’


역시 힐데아였다.


왜 신은 이 사람을 남자가 아닌 여자로 태어나게 했을지 그게 정말로 궁금···.


‘아냐. 아냐. 어머니가 남자였다면 아틸라와는 비교도 안 되는 정복 군주가 생겨날 지도 몰라.’


이렇게 생각해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이 옳다고 생각해본 적은 많아도 이렇게 옳아 보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루키우스는 신에 대한 공경함을 담아 성호를 그린 뒤 힐데아에게 말했다.


“어머니를 위한 배를 만들려면 시간이 따로 필요합니다.”


“그거라면 걱정할 거 없다. 해적들이 타고 온 배로···.”


“어머니를 위한 특별한 배인데요?”


그 말에 힐데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날 위한 특별한 배?”


“예. 노잡이가 전혀 필요 없는 배는 어떻습니까?”


“노잡이가 전혀 필요 없는? 세상에 그런 배도 있나?”


“있으니까 제가 이야기를 꺼냈죠. 또 그 배를 만들 시간도 필요하고, 사람들도 필요하니까. 어머니는 그저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면 됩니다.”


“그거 허락 맞지?”


힐데아가 그렇게 말하자 루키우스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결코 힐데아의 가르침을 받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끄덕인 게 아니었다.


‘나중에 태어날 동생아. 내가 너 살렸다.’


앞으로 태어날 동생에게 빚을 짊어지게 한 건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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