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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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맨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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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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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편. 이 범선은 도착점이 아니라 시작점. (내용 추가)

DUMMY

치트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리고 루키우스의 초능력은 치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동체 시력 활성화, 절대 기억 능력, 모든 생물의 위치 파악 등등.


이 중 한 가지로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날먹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능력들.


그러나 이 모든 초능력들은 엄연히 두뇌로부터 비롯된 것들이다.


그러니까 루키우스의 손에서 불, 얼음, 전기가 갑작스럽게 튀어나오지 않고.


나뭇가지에 내기를 불어 넣어 강철 검을 종이 자르듯 자를 수 없으며.


염력으로 숟가락을 구부리거나 날아오는 돌을 눈앞에서 정지시킬 수 없다는 소리였다.


즉 루키우스의 초능력은 한 마디로 두뇌를 오버클럭한다는 소리였다.


초능력을 쓸 때마다 루키우스가 뇌가 타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초능력을 조금씩 사용하면서 두뇌 부담을 최소화했지.’


운동을 하면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초능력도 무리하지 않게 사용하면 단련이 된다.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최대 MP가 증가하듯 초능력 한도가 늘어난다는 소리다.


그렇기에 루키우스는 남들 모르게 감당 가능한 범위 이내로 초능력을 사용하면서 이 한도를 조금씩 늘려 나갔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이 초능력을 과하게 쓸 수밖에 없을 거다.’


초능력을 아끼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세상 일이 어디 루키우스 마음대로 돌아가는가?


이미 로마 전역이 전쟁터였다.


루키우스도 나이가 들면 전쟁터를 전전할 텐데, 언제까지 초능력을 아끼며 살 순 없었다.


전투가 긴박해지면 어쩔 수 없이 아껴뒀던 초능력을 팍팍 써야 할 때가 온다.


그리고 한도 이상 초능력을 사용하면.


‘뇌가 진짜 타버릴 정도로 크게 부담을 주겠지. 최소가 식물 인간, 보통은 뇌사일 거다.’


전생에 이런 치트키를 가졌는데도 총알을 맞았던 이유는 그때 당시 초능력을 한계까지 써버렸기 때문이다.


‘아오. 젠장! 그때 홍삼 캔디를 왕창 가져올 걸!’


여기서 루키우스가 선박을 원하는 이유가 있었다.


루키우스의 초능력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선 한 가지 물건이 필요했다.


어찌 보면 초능력 보충제, 아니 두뇌 부담 완화제라고 할 수 있는 약재였다.


게임으로 따지면 MP회복제 같은 거다.


그 약재의 이름은 바로 ‘인삼’이다.


루키우스는 인삼을 먹어야 초능력을 마음껏 쓸 수 있다.


‘사실 성분 면에선 미국 동부에서 나는 인삼이 더 좋긴 하지만. 그쪽으로 가려면 신대륙을 개척해야 하잖아. 거기다 사람들에게 인삼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도 가르쳐야 하고.’


그러니 신대륙 쪽은 과감하게 패스했다.


반면 한반도 쪽은 달랐다. 그쪽은 이미 산삼을 약재로 써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삼은 따로 유통기한이 있지. 한국 아니지 여기선 고구려, 신라, 백제, 가야인가? 하여튼 그곳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인삼은 썩어버릴 거다.’


그렇기에 홍삼이 필요했다.


홍삼은 인삼을 쪄서 말린 물건이기에 그만큼 유통 기한이 대폭 늘어났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동안에도 홍삼이 썩어버릴 가능성이 있었지만 루키우스는 그것들 중 멀쩡한 거 하나만 있어도 초능력을 마음껏 쓸 수 있었다.


사실 한반도로 가야 할 이유는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다.


‘앉은뱅이 밀.’


20세기 중후반에 녹색 혁명을 불러일으키게 만든 근본적인 밀.


여기의 밀은 줄기가 꽤 길어서 영양분이 낱알에 쏠리는 게 아니라 줄기에 쏠린다.


반면 앉은뱅이 밀은 보통 밀보다 줄기가 짧기 때문에 낱알에 더 영양분이 간다.


농업학자 노먼 볼로그는 이 앉은뱅이 밀을 다른 밀과 교배하여 밀의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겸사겸사 누에 나방도 구하고, 비단도 구하고.’


고로 한반도로 가는 건 필연이나 다름없다.


다만 지중해에서 사용하는 드로몬으론 한반도까지 가는 건 어림도 없다.


노잡이가 먹을 식량과 식수를 생각하면 한반도로 가기 전에 모두 굶어죽을 거다.


그러니 범선이 필요했다.


노잡이가 필요 없고, 먼 바다로 나아가도 문제 없는 대형 범선이 있어야 한반도까지 무리 없이 갈 수 있으리라.


‘그렇기에 범선을 제조하는 건 나중에 해보려고 했는데.’


갑작스럽게 어머니 힐데아가 끼어들고 말았다.


타라코로 쳐들어올 때, 오아메르 일당이 끌고 온 배에 부쩍 관심을 보이더니 결국 자신도 배를 타보겠다고 나서지 않은가?


세상에 이런 어머니가 어디에 있는가?


외삼촌, 아버지, 그리고 형까지 두손 두발 다 들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어머니가 하고자 하는 일은 누구도 말릴 수 없다.


말리는 새끼가 있다면 어머니의 주먹 맛을 맛보고,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리라.


그야말로 모든 상식을 파괴해버리는 여자였다.


루키우스는 곧바로 저택으로 돌아와 퀸투스를 찾았다.


그리고 퀸투스에게 이 일에 대해 물으니, 퀸투스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네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네가 더 잘 알잖니?”


“그렇긴 한데···. 정말 괜찮겠습니까?”


“끝까지 안 된다고 해봤자 배를 훔쳐 바다로 나아갈 사람이야.”


“······.”


반박할 수가 없다는 게 너무나 슬펐다.


힐데아는 원래 그런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퀸투스의 말대로 배를 훔쳐 바다로 나아갈지 모른다.


“그렇기에 루키우스 네 허락을 받으라고 말한 거란다. 네 어머니는 다른 사람 말은 몰라도 네 말은 들으니까.”


“그거 때문에 제 골치가 아픕니다. 아버지.”


루키우스가 그렇게 말하며 퀸투스의 얼굴을 바라보니, 퀸투스는 은근슬쩍 루키우스의 시선을 피했다.


딱 보니, 힐데아를 감당할 수 없었던 퀸투스는 루키우스에게 이걸 휙 던져버린 듯 보였다.


그래도 퀸투스는 루키우스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는지 이런 말을 내뱉었다.


“사실 루키우스 너니까 이런 일을 맡길 수 있는 거다. 필요한 게 있다면 얼마든지 말해라.”


이런 말을 들으니, 어떻게 안 할 수가 없다.


‘원래 나중에 범선을 만들려고 했는데. 그냥 미리 한다고 치자.’


집안에서 귀부인처럼 있어야 할 사람이 배를 타겠다고 나서는 게 맞는 일인지 둘째치고, 루키우스는 어머니의 소원을 풀어드리기 위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


타라코는 항구 도시다.


오아메르 일당이 타라코를 약탈하려 온 것도 타라코가 바다를 접한 도시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배를 정박할 항구도 있고, 배에 실은 물건들을 보관할 창고도 있다.


물론 그 배를 제조할 조선소도 여기에 있었다.


이 시대에서 주로 쓰인 배가 드로몬이라는 건 앞서 설명했으니 과감히 넘기겠다.


루키우스는 메투스, 그리고 힐데아와 함께 이곳 조선소를 찾았다.


조선소에선 인부들이 한창 배를 제작하고 있었는데, 살펴보니 용골을 중심으로 뼈대를 만드는 게 보였다.


루키우스는 이 광경을 바라보면서 이곳 조선소의 주인을 찾았다.


“무슨 일로 여기에 왔지? 세금을 내라는 뜻인가?”


조선소의 주인이자 이곳 타라코의 시의원이기도 한 ‘실반나쿠스’가 경계심 가득한 태도로 루키우스를 대했다.


“세금 내라고 온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니 오히려 전 의원님께 일거리를 던져주려고 왔습니다.”


“크흠. 그런가? 이거 실례했군.”


그제야 실반나쿠스는 긴장을 풀며 얼굴을 비즈니스 용으로 고쳤다.


“자네 이야기가 온 거리에 떠들썩한 거 알지?”


“짧은 시간에 많은 일들이 있었죠. 타라코에 해적들이 쳐들어오지 않나? 그들을 물리쳤더니, 그것 때문에 가이세리크를 만나지 않나? 그리고···.”


실반나쿠스는 한번 호흡한 뒤 입을 열었다.


“강가에 파피루스를 만드는 작업장이 생겨났지. 교회에서도 자네가 한 일을 두고 떠들썩한 모양인데.”


“제 얼굴을 이렇게 금칠을 해주시니, 머쓱하네요.”


“자네의 용맹함, 그리고 업적은 나뿐만 아니라 타라코의 모든 시민들이 기억하고 있지. 그렇기에···.”


실반나쿠스는 기대감이 가득한 시선으로 루키우스를 바라봤다.


그는 루키우스가 맡길 일거리가 결코 평범한 게 아니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루키우스는 그의 기대를 저버릴 생각이 없었다.


“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루키우스가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니, 실반나쿠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건물 안에서 이야기하도록 하지.”


그렇게 루키우스 일행은 실반나쿠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힐데아가 루키우스의 등을 콕콕 찔렀다.


“무슨 일이에요?”


“지금 여기에 온 이유가 나만의 배를 제조하기 위해 온 거 맞지?”


“어머니 말이 맞아요.”


루키우스의 대답에 힐데아는 히죽 웃었다.


그녀는 루키우스를 안고, 뺨에 뽀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역시 내 아들밖에 없어.”


“윽. 사람들이 봅니다.”


“엄마와 아들 사이인데, 뭐 어때?”


“어험. 안 따라오고 뭣들 하시오?”


“거 보십시오.”


힐데아는 그제야 포옹을 풀고, 순순히 루키우스 곁을 걸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 루키우스의 일행은 실반나쿠스의 사무소 안에 들어갔다.


실반나쿠스는 세 사람에게 의자를 권하고, 자신 또한 의자에 앉으면서 루키우스에게 말했다.


“그래서 자네가 나에게 맡길 일거리라는 건 뭐지?”


기대감 가득한 물음에 루키우스는 대답 대신 메투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루키우스의 시선을 받은 메투스는 곧바로 자신이 들고 온 파피루스 더미를 루키우스에게 건넸다.


척하면 척이다.


루키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파피루스 하나 하나를 확인하고는 실반나쿠스에게 이걸 넘겼다.


실반나쿠스는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루키우스가 건네 준 서류를 살펴보는데.


“으음···.”


실반나쿠스의 표정은 어느새 바뀐다.


그는 한껏 진지한 표정으로 루키우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선박 옆면에 노를 놓는 곳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혹시 잘못 그린 건 아니겠지?”


“제대로 봤습니다.”


“제대로 봤다고? 그러니까 이 배는-”


“예. 노로 가는 배가 아닌 돛으로 가는 배입니다.”


그 대답을 들은 실반나쿠스는 ‘내가 무슨 개소리를 듣고 있지?’ 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만도 했다. 바람이 자주 바뀌는 지중해에선 노는 그야말로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 품목이었다.


조립 컴퓨터에서 그래픽 카드를 빼버리고, 사실 CPU로 그래픽카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개소리를 지껄이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실제로 몇몇 CPU는 내장 그래픽 카드가 따로 있다. 그걸로 고사양 게임을 돌릴 수 없어서 그렇지.)


허나 상대는 그 영특하다고 소문이 난 루키우스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배를 모르는 녀석 같으니라고! 어서 썩 꺼져!’ 라는 말과 함께 발로 뻥 차버렸을 것이다.


‘무슨 이유가 있겠지.’


실반나쿠스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루키우스가 이 일로 앙심을 품고, 자신의 조선소에 세금을 대폭 올릴까 두려워서 그런 게 아니었다.


“한 가지만 묻지. 노가 없다면 배는 어떻게 돌릴 거지?”


사실 노는 배에 추진력을 더해 주는 역할도 있지만 방향 전환이 제일 컸다.


배를 돌리고 싶으면 한쪽 노만 저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 부분은 이걸 봐주십시오.”


실반나쿠스는 루키우스가 건네준 파피루스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건···?”


“타륜이라는 물건입니다. 선미 끝에 막대를 설치하고, 타륜과 막대 사이에 톱니바퀴, 도르래를 설치하여 타륜을 돌리면 이렇게 막대를 움직여 배의 방향을 돌리게 해주죠.”


실반나쿠스는 평생의 보물을 발견한 표정으로 타륜에 대한 내용이 담긴 파피루스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거참 찢어지겠네. 찢어지겠어. 하기야 이 자료들 모두 내가 다섯 살이 되었을 때부터 작성하고, 수정한 결과물이니까. 그럴 법도 하지.’


무려 5년 동안 머리를 혹사하며 작성한 자료들이다.


‘전생에 대항해시대 관련된 선박 다큐멘터리를 봐서 다행이지. 거기다 영문 위키까지 파고 들었으니.’


루키우스의 초능력 중 하나인 절대 기억 능력이 아무리 치트 같아도 루키우스가 보지 않은 것까지 떠올리게 해주진 않는다.


그러니까 루키우스가 전생에서 범선에 대한 세세한 자료를 보지 않았다면 이번 일은 불가능했을 거란 소리였다.


타륜에 대한 구조?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그런 걸 기억하고 있겠는가?


선박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기 이전에 루키우스는 중세 시대에도 타륜을 쓴 줄 알았다.


루키우스가 전생에서 봤던 어떤 일본 만화에선 로마군이 바주카포를 써서 적 배를 침몰시키는 장면도 있었다.


역시 만화와 영화의 잘못된 묘사는 대중들에게 잘못된 사실을 심어주게 되는 법.


이 함정을 현명하게 헤쳐나간 루키우스는 타륜이 1770년대에 튀어나온 물건이라는 걸 떠올렸다.


“흐음···. 확실히 그림으로 보니까 대충 감이 잡히는 군. 혹시 뗏목을 참고했나?”


“예. 뗏목에선 선원이 나무 막대로 배의 방향을 돌리지 않습니까? 이 타륜은 그것을 크게 키운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무슨 소리인지 알겠네. 확실히 이 방법이라면 굳이 노를 젓지 않아도 배를 돌릴 수 있겠군.”


실반나쿠스는 마치 목숨이라도 걸듯 한 얼굴로 타륜에 대한 자료를 탐닉했다.


혹여 루키우스가 이 자료를 도로 가져간다고 해도 자신의 머릿속에서 이 지식을 꺼낼 수 있도록.


그렇게 자료를 바라본 지 얼마나 지났을까?


실반나쿠스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타륜에 대한 자료를 책상 위에 놓았다.


“하지만 노를 쓰는 이유는 방향 전환 외에도 한 가지 더 있지.”


“바람이 자주 바뀔 때, 특히 역풍일 때가 제일 큰 문제다. 이런 거죠?”


“잘 알고 있군. 어디서 배라도 몰았나?”


“배를 타본 적은 있어도 몰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배에 왜 노가 필요한지 그걸 생각했을 뿐이죠.”


“그렇다면 내 대답을 잘 알겠군.”


“그럼 역풍을 받아도 배가 나아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실반나쿠스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좋은 방법이 있다면 왜 우리가 노를 쓰겠나?”


“맞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전 그 좋은 방법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뭐?”


루키우스는 대답 대신 한 가지 서류를 실반나쿠스에게 건넸다.


그 서류엔 태킹(역풍이 불 때도 배를 전진시키는 방법)에 대한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으음···.”


“이건 단순히 제 생각입니다만 이런 식으로 배의 방향을 지그재그 식으로 움직인다면 굳이 노를 젓지 않아도 배를 나아가게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이건 그럴 듯해 보여. 만약 이게 된다면 돛만으로 배를 움직일 수도···.”


실반나쿠스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이 자료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는 루키우스가 건네주는 개념을 살펴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 아이는 도대체···.’


실반나쿠스는 이 자료들을 읽으면서 루키우스에 대한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배를 몬 적이 없는 사람이 이런 자료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까?


최소 수년 내지는 수십 년을 바다에서 굴러야 이 자료 하나를 만들 수 있을까 말까인데.


아니 그런 경험이 있다고 해도 그 경험을 글과 그림으로 옮길 수 없을 것이다.


이 로마에서 글을 아는 사람은 교회의 사제, 귀족, 그리고 자신처럼 사업을 하는 사람 외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주님이 저 아이에게 이런 지식과 지혜를 전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 생각이 맞아야 했다.


그 생각이 틀리면 실반나쿠스 자신은 세상의 모든 것을 믿기 힘들어질 것 같았다.


“이 자료만 있으면 제가 바라는 배를 건조할 수 있겠죠?”


“자네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않아도?”


“내 스스로가 만들어보고 싶은 배일세. 내가 지금까지 모아왔던 돈을 모조리 쓰더라도 만들고 싶은 그런···.”


실반나쿠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는 지금이라도 당장 일어나 루키우스가 말한 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가슴이 뛰었다. 인류가 아직 접하지 못했던 시대의 문이 자신에게 열어달라고 소리치는 느낌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 그리고 세계가 붕괴하는 느낌이다.


아니 붕괴가 아니다. 넓어지고 있었다.


‘이 느낌은 그래. 좁디좁은 집 대문을 활짝 열고, 드넓은 세상을 본 그런 느낌이야.’


손과 발이 떨린다.


며칠 동안 굶주린 맹수가 눈앞에 양념이 제대로 된 고깃덩어리를 발견한 것처럼.


사막을 한 달 동안 헤매다 눈앞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지금 당장 루키우스가 말한 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나저나 그 배는 자네가 직접 탈 생각인가?”


“아니. 그 배는 내가 탈 생각이다!”


지금까지 조용히 가만히 있던 힐데아가 대뜸 소리쳤다.


“······.”


실반나쿠스가 멍한 표정으로 힐데아를 바라보고 있을 때, 루키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생각했다.


‘역시 내 어머니야.’


루키우스는 어머니 힐데아에 대한 모든 걸 놔버리기로 했다.


며칠이 지나자 실반나쿠스는 제자와 인부들을 데리고, 루키우스가 의뢰한 새로운 배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원 역사에서 루키우스가 의뢰한 배를 이렇게 불렀다.


캐러벨.


대항해시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범선이었다.


크기는 대략 드로몬과 비슷해 지금 시점에서 제조할 수 있는 배였다.


허나 루키우스는 이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이 캐러벨을 토대로 크기를 키운다면 언젠가 카락, 갤리온, 그리고 클리퍼까지 도달할 수 있겠지.’


루키우스에게 캐러벨은 도착점이 아니라 그저 시작점에 불과했다.

캐러벨.png

타륜.png

위의 그림은 루키우스가 만들고자 하는 캐러벨입니다.


크기는 대략 드로몬과 비슷합니다.


아랫 그림은 타륜의 구조도입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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