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우스가 멸망하는 로마를 집어삼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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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맨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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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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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편. 갈 수밖에 없다면 최대한 이득을 보고 간다.

DUMMY

타라코 교외 자경단 연병장.


티치아노 주교에게 모든 사실을 다 들은 루키우스의 첫 마디는 이거였다.


“그 루시타니아에 로마군이 아예 없습니까?”


“없으니까 우리 보고 나서달라고 하는 거겠지. 안 그런가?”


히다티우스는 고개를 맹렬히 끄덕이며 대답했다.


“만약 그런 부대가 있었다면 제가 굳이 아에티우스를 찾아가 청원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 그럼 루시타니아의 각 마을, 도시를 방어하는 자경단도 없습니까?”


루키우스의 물음에 히다티우스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런 거라도 있었다면 어떻게든 끌고 모아서 그 오물 같은 수에비 족속들의 발목이라도 붙잡았을 것입니다.”


히다티우스의 입에서 쏟아지는 말은 그야말로 종말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암울했다.


불에 타 잿더미가 된 마을, 가도와 숲에서 쓰레기처럼 나뒹구는 사람들의 시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유랑민들, 그리고 그런 유망민들을 털기 위해 나서는 도적들.


구구절절한 사연이 히다티우스의 입에서 나올 때마다 루키우스의 미간은 한데 모아졌다.


‘하아···. 빌어먹을···.’


어찌 보면 타라코와 그 일대만큼 평화가 잘 보존(?)된 곳은 없어 보였다.


특히 타라코의 자경단은 반달 해적을 막아냈다는 실적까지 가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실적이 아에티우스의 눈길을 끈 것 같다.


물론 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인지는 둘째치고 말이다.


‘이거 진짜 말이 되나? 그쪽에서 로마군을 하나도 보내주지 않으면서 이번 건수를 우리 보고 처리하라고 하다니.’


아에티우스에게 선물을 해준 검이 아까울 지경이었다.


물론 그도 나름의 사정은 있을 것이다.


히다티우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는 라에티카, 노리쿰에서 일어나는 소란을 진압 중이라 병력을 뺄 기회가 없다고 했다.


사실 원역사에서도 아에티우스는 내년인 432년이 되어서야 히다티우스의 부탁을 들어줬으니 말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켄소시우스라는 사람과 몇몇 장교들이 따로 파견된다고 하던데.’


솔직히 별 기대도 되지 않았다.


병력 없는 장교들이 뭘 할 수 있겠는가?


아마 켄소리우스와 그 장교들은 자신들이 아에티우스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아. 그렇다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아에티우스는 자신의 모든 힘으로 자신의 명을 거역한 이들에게 보복을 가할 것이다.


자신의 집안에 부여했던 세금 징수권을 도로 회수할 지도 모른다.


‘사실 지금 와서 세금을 거두는 건 의미가 없지.’


이미 대장간과 종이 사업은 궤도에 오르며 폼페이우스 집안에 지속적으로 수입을 안겨주고 있다.


아에티우스가 폼페이우스 집안에 세금 징수권을 도로 거둬 간다고 해도 폼페이우스 집안은 약간의 타격만 받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할 사업들을 생각하면 폼페이우스 집안이 번창하면 번창했지 쪼들릴 위험은 없었다.


그러니 아에티우스의 요청을 거부해도 당장은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에티우스가 열 받아서 군대를 이끌고, 타라코를 징벌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혹여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히스파니아로 출정하면 아에티우스의 적수들이 그때를 기회로 빈틈을 푹푹 찌르겠지.’


그러니 아에티우스는 자신의 영지 갈리아에서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지금 상황이 그렇다는 거지.


나중에 상황이 어떻게 풀릴 지 알 수가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루키우스가 봤을 때, 아에티우스는 차후 이 로마를 접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였다.


그때가 되면 아에티우스는 분명 자신에게 칼을 휘두르고도 남는다.


‘지금의 아에티우스는 여력이 없어서 우리의 손을 빌리는 거겠지.’


켄소시우스와 몇몇 장교들이 병력 없이 히스파니아에 파견을 온 게 그 증거일 터.


‘그들은 이 히스파니아에 와서 흩어진 군대와 민간인들을 끌고 모아 군단을 만들거야. 하지만···.’


군단을 만들 때 소요되는 재화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군단에 필요한 물자를 어떻게 보급할 것인지.


또 어디에 주둔해야 할지 등등 여러가지 현실이 그들을 난도질할 것이다.


‘그럼 내가 이 과정을 살짝 도와주면?’


그들이 필요한 물자를 이쪽에서 팔아 준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어마어마한 돈이 떨어질 것이다.


‘혹여 그들이 돈이 없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 청구서는 아에티우스에게 돌리면 되니까.’


만약 아에티우스가 돈을 안 주면?


‘그럼 아에티우스의 정적들에게 이 건수를 던져 줘야지. 아주 볼 만 할 거야. 그리고 그 틈을 타 버려진 그 군단을 우리가 먹어치우면? 그럼 루시타니아에 우리의 영향력이 깊숙이 뿌리 박겠지.’


루키우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티치아노를 바라보며 물었다.


“루시타니아까지는 어떻게 갈 생각입니까?”


“이 일에 협조할 마음이 든 모양이군.”


“솔직히 자경단을 동원한다는 게 참으로 어처구니없지만 우리가 아에티우스를 거역할 처지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티치아노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나갔다.


“일단 루시타니아에 갈 방법을 답하자면 바닷길을 통해 갈 생각이야.”


“바닷길이라···.”


“이 히스파니아가 정상이었을 시점엔 도보로 걸어가겠지만 지금의 히스파니아는 정상이 아니지 않나? 아마 온갖 도적놈들이 우릴 반겨 줄 거야.”


“행군하는 군대를 건드리지 않아도 그 군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보급 부대는 충분히 건드릴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바닷길을 이용할 수밖에 없지. 뭐 반달 해적 때문에 바닷길도 위험한 처지이지만 지금은···.”


티치아노 주교는 루키우스를 응시했다.


가이세리크와 담판을 지은 루키우스라면 반달 해적에게 습격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티치아노는 거기에 희망을 걸었다.


“병력을 옮기는 것과 물자 수송까지 모두 바닷길을 통해 처리할 생각일세. 자네 생각은 어떤가?”


“이견 없습니다.”


“좋아. 이제 남은 건 의원들을 설득하는 것이겠군.”


“······. 전 주교님만 믿겠습니다.”


“제길···.”


티치아노는 거듭 한숨을 내쉬었다.


*****


루시타니아 원정에 대한 이야기를 대강 끝내고, 저택으로 돌아온 루키우스는 저택이 소란스럽다는 걸 알아챘다.


루키우스는 경비병에게 다가와 물었다.


“저택 안이 꽤 소란스러운 거 같은데, 무슨 일이야?”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


“예. 주인님의 처남이 일행들을 이끌고, 이곳을 찾았습니다.”


“그래. 알려줘서 고맙다.”


루키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외삼촌이 여길 찾았다라···. 하필 이 시점에 찾았다는 건.’


티치아노 주교가 말한 서고트 왕국의 지원군이 여기에 도착한 게 틀림없었다.


‘외삼촌께서 그들을 지휘하고 있나 보군. 좋아.’


때마침 일이 잘됐다고 생각한 루키우스는 성큼성큼 저택 안으로 걸어갔다.


아버지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아버지 퀸투스와 외삼촌 리우비길드가 포도주를 마시며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다.


“오. 왔느냐? 우리 자랑스러운 조카.”


리우비길드가 불콰해진 얼굴로 루키우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외삼촌이 직접 여기에 온 걸 보면 아무래도 무슨 일이 터진 것 같은데···.”


“그래. 터졌지. 왕창 터졌어.”


리우비길드는 씁쓸한 얼굴을 하며 유리잔을 잠시 내려놓았다.


“우리 대왕님께서 나보고, 수에비 놈들의 콧등을 물어뜯으라고 하더군. 젠장.”


“그 이야기는 티치아노 주교님에게 듣긴 했습니다만···. 외삼촌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끌고 왔습니까?”


“말탄 놈 100명, 뚜벅뚜벅 걷는 놈 400명. 총 합해서 500명 정도 된다. 그나저나 이곳 주교에게 이야기를 들었다는 건 무슨 소리냐?”


그 말에 루키우스는 자신이 아는 사실을 리우비길드에게 전했다.


“하. 로마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매번 느끼지만 아예 자경단으로 틀어막으라고 할 줄이야.”


“루키우스. 그게 정말이니?”


“예. 조만간 티치아노 주교님이 의원들을 불러 모아 사정을 설명할 거에요.”


“난리가 나겠군. 주교님이 많이 고생하겠어.”


퀸투스가 안타깝다는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리자 리우비길드가 루키우스에게 물었다.


“그 타라코의 자경단은 숫자가 얼마나 되지?”


“400명 정도에요. 다만 그들 모두를 출정시킬 순 없겠죠. 누군가는 이 도시를 지켜야 하니까 말이죠. 아마 200명 정도는 보내지 않을까 싶은데요···.”


“으음···.”


생각 같아서는 저 타라코 자경단을 몽땅 끌고 가고 싶지만 루키우스의 말대로 이곳 시민들이 결사반대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강압적으로 끌고 갈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히스파니아 로마인들이 우리와 손을 끊으려고 하겠지.’


자신의 손으로 왕국의 대계를 무너뜨릴 수는 없는 법.


리우비길드는 포도주를 마시는 걸로 속을 달랜 뒤 퀸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출정은 자네도 가는 건가?”


“자경단 쪽에서 제 둘째 아들을 원합니다만 저 녀석 혼자 보내면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몰라서 저도 같이 가려고 합니다.”


“그런가? 그거 참 잘됐어. 그럼 출정이 정해지면 가도에서 만나는 게 좋겠군.”


순간 루키우스가 끼어들며 리우비길드에게 한 가지 사실을 전달했다.


“소식을 전달하는 걸 까먹었네요. 타라코의 자경단은 도보가 아니라 배로 이동할 생각입니다.”


“배?”


“예. 가도로 가면 위험하지 않습니까?”


“행군하다가 온갖 잡놈들이 습격할 까봐 그러는 건가?”


루키우스는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대답했다.


“하지만 바다라고 안전한 것은 아닐 텐데? 이 주변 바다는 분명 반달···. 아하.”


리우비길드는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감탄하는 얼굴로 루키우스를 바라봤다.


“하. 이 엉큼한 녀석 좀 보게. 작년에 가이세리크에게 무릎을 꿇었던 이유가 있었구만.”


“다른 로마인은 몰라도 우리 가문의 배 만큼은 안전할 것입니다. 혹여 배가 더 필요하면 가이세리크에게 부탁을 할 수 있고요.”


“이 맹랑한 녀석 같으리라고. 아니 그것보다 너희 가문의 배? 배도 가지고 있었나?”


“예. 대신 그 배는···. 크흠···.”


루키우스는 배의 주인을 떠올리다 헛기침을 하는 걸로 대답을 회피했다.


“동생. 이 녀석 잘못 먹었어?”


“아하하···. 형님. 잠시 귀 좀.”


“아니 뭔데 그래?”


리우비길드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퀸투스에게 다가가 귓속말을 허용했다.


“사실 그 배는 제 아내가 다루고 있습니다.”


퀸투스의 귓속말에 리우비길드는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퀸투스를 쳐다보다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다.


“당나귀보다 더 한 년때문에 동생이 참 고생이 많아. 그래서 그 년은 자네 가문이 보유한 배 위에서 지낸다고?”


“예. 지금도 펄펄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리우비길드는 그 대답에 한숨을 내쉬더니 퀸투스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동생에게 정말 미안해.”


“괜찮습니다. 제 집사람은 제 일에 큰 도움을 주고-”


“억지로 포장하지 않아도 돼. 그 년이 어디 남 말을 들을 사람이냐? 어릴 때부터 그 녀석은 참 유명했지. 아버지도 어머니도 그 녀석을 못 말려서 어디 시집이라도 가겠냐고 가슴을 두들긴 적이 한두 번이 아냐.”


리우비길드는 힐데아의 어릴 때 모습을 말하며 한숨을 내뱉었다.


“하여튼 동생에겐 고마운 마음 뿐이야. 후우···.”


“일단 이야기를 계속해서 타라코의 자경단은 제 어머니가 몰고 다니는 배로 수송할 생각입니다.”


“험험. 그럼 내가 이끄는 군대도 태울 수 있나?”


그 물음에 루키우스는 퀸투스에게 시선을 돌렸고, 퀸투스는 루키우스의 시선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타라코 항구에 있는 배를 빌리면 가능할 겁니다. 거기다 보급 물자도 배를 통해 옮길 생각입니다.”


“반달 해적에게 방해 받지 않고 말이지. 좋아. 좋아.”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했는지 리우비길드는 루키우스를 향해 한껏 미소를 보냈다.


그렇게 리우비길드의 병력과 타라코의 자경단은 해상을 통해 가기로 결정됐다.


며칠이 지나 티치아노는 시의회에서 마침내 출정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


한 배의 갑판에 한 남자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젠장. 빌어먹을 인생.’


자신의 삶은 왜 이렇게 꼬였을까?


‘군데리크(가이세리크의 이복 형이자 전대 대왕)를 끝까지 충성해서 그런 걸까?’


분명 시작은 거기서부터 였다.


군데리크를 암살하고, 새롭게 왕위에 오른 가이세리크.


그의 눈에 군데리크를 따르던 무리들이 어떻게 보이겠는가?


눈엣가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리라.


용서 받을 수 있는 녀석은 가이세리크의 발가락을 핥으며 전향했고, 용서 받을 수 없는 녀석은 살아남기 위해 가이세리크에게 반란을 일으키거나 도망을 가야 했다.


갑판 위의 남자 오아메르는 후자를 골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자를 고른 녀석들은 전부 다 죽었기 때문이다.


준비란 준비는 다 해놓고,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을 모아서 가이세리크의 품에서 탈출!


적당한 곳을 차지해 자신만의 세력을 일구려고 했지만.


그렇게 고른 것이 자신의 사지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결국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은 고해성사(당연히 억지다)를 하고, 노동 보속을 수행해야 했다.


차라리 이걸로 끝나면 다행이겠지만 밑바닥 밑엔 지하가 있는 법이라고 했던가?


‘배 좀 타봤지? 그쪽으로 가서 보속을 치르게.’


전직 해적이라는 이유로 어느 한 선박에 보내졌다.


‘자네 가족은 걱정하지 말게. 우리 성당이 잘 보살펴줄 테니까. 다 같이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 아닌가?’


자신은 아리우스파라고 항변해도.


‘그럼 자네는 하느님을 믿지 않는 건가? 아. 그래. 세례식을 요구하는 거군. 잘 알았네. 내 직접 자네를 위한 물을 준비하지.’


그 물이 성스러운 물인지 공중목욕탕(이때 당시 공중목욕탕의 물은 매우 더러웠다)에서 퍼온 물인지는 따로 말하지 않았지만 오아메르는 기민한 눈치로 그게 후자임을 알아차렸다.


결국 오아메르와 몇몇은 강제로 한 배에 올라가게 되고, 그곳에서 악몽을 만났다.


‘흐읍! 이 냄새! 바다를 사랑하는 남자의 냄새군! 반갑다! 난 이 배의 선장인 ‘힐데아’라고 한다!’


‘왜···. 왜 당신이 여기에?!’


‘아쎄이! 나를 알고 있구나! 하핫! 그럼 기합 차게 가보자고!’


‘아아···. 아아악!’


그렇게 시작된 힐데아와의 생활.


처음엔 배에서 여자랑 같이 지낸다니! 라고 희희낙락하던 모자란 친구들은.


-퍼억!-


‘아아악!’


-풍덩!-


‘아쎄이! 그런 몸으로 내 몸에 손을 대겠다고 하다니. 천년은 이르다! 이제 기합으로 여기까지 올라오도록!’


‘따흐흐흑!’


그녀는 성별만 여자일 뿐 애초에 뿌리부터 다른 존재였다.


온갖 흉포한 인성을 자랑하던 놈들은 그녀와 한번 대면하고 난 뒤에 분노조절장애가 치료됐다.


세상에서 제일 멍청했던 인간은 그녀가 한번 어루만져 주니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감히 말하는데, 그녀는 천부적인 폭군이었다.


그 누구도 그녀의 의견을 거스를 수 없었다.


마치 맨몸으로 맹수를 만난 듯 그녀를 볼 때마다 몸이 저절로 움츠렸다.


그 순간 오아메르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아. 실제 지옥이 눈앞에 있구나. 여기가 바로 생지옥이구나!’


오아메르는 실성을 하며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렇게 현실을 인정하고 나니, 오아메르는 이 배의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온 걸 알 수 있었다.


‘이 배는 노잡이가 없네. 거기다 저 돛도 본 적이 없고. 아니 그러면 방향 전환은 어떻게 하지?’


그렇게 생겨난 의문들은 오아메르로 하여금 이 배의 모든 것을 낱낱이 파헤치게 만들었다.


‘허어···. 저 둥그런 것을 돌리기만 해도 배가 그 방향으로 돌아간다고?’


‘노잡이를 실지 않으니, 짐을 더 많이 실을 수 있구나. 세상에 이런 배도 다 있나?’


‘이런 식으로 돛을 다룰 줄은 꿈에도 몰랐군. 처음 보는 방식으로 배를 움직일 줄이야.’


모든 게 흥미로웠다.


다만 힐데아와 같이 생활한다는 점이 이 배의 모든 장점을 깎아먹었다.


힐데아만 아니었다면 오아메르는 이 배를 사랑했을 지도 모른다.


“어이. 오아메르 아쎄이. 여기서 뭐하지?”


바로 그순간 그 두려운 목소리가 오아메르 등 뒤에서 들려왔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나오고, 몸이 움츠려 들었다.


고개를 돌리고 싶지 않다. 저 두려운 존재를 마주하다간···.


“네 동료들은 빨리빨리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네놈은 그저 하늘을 바라보면서 쉬고 있어?!”


힐데아의 호통에 오아메르는 결국 고개를 돌려 살살 웃으며 대답했다.


“에헤헤. 그저 하늘이 조금 아름다워서 멍을 때렸을 따름입니다.”


“악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군! 새끼 헤엄 훈련!”


“예?!”


-퍼억!-


“으아아아악!”


-풍덩!-


오늘도 오아메르는 비명을 지르며 바다에서 헤엄쳐 배 위로 올라타야만 했다.


이렇게 기쁜 나날이 계속 이어지고 있을 때, 어느 순간 약 백 여명의 군인들이 이 배에 탑승했다.


그밖에도 수백 명이 넘는 군인들이 다른 배에 탑승했고, 선단은 바다로 출항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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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편. 약탈 부대를 싹 때려잡을 비법. +32 24.09.11 2,715 165 18쪽
50 50편. 루키우스, 세상으로 나아가다. +64 24.09.10 2,856 217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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