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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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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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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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복수는 금지.

DUMMY

“사적인 복수는 안 돼.”

“아유. 제가 그 정도로 쓰레기는 아닙니다. 소장님. 저를 뭘로 보시고.”


“그럼 그냥 다른 사람한테 맡겨. 원한 관계가 있으면 일을 맡길 수 없다는 거, 잘 알잖아.”

“개인적인 원한은 아닙니다. 하하하. 그냥 제가 어렵게 살던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놈이라서요.”


“목표물이 누군데?”

“흠··· 수많은 청년들의 희망을 앗아 간 이기적인 새끼죠. 빌라왕이요.”


“아··· 전세 사기. 근데 그거 15년 형 받았잖아. 곧 감옥 들어갈 텐데.”

“그러니까요. 하하하. 편히 지내게 둘 수야 없죠.”


“안 돼. 정 복수하려거든 15년 뒤에 다시 찾아와.”

“하하··· 예. 알겠습니다. 그럼.”


코치가 건드릴 수 있는 감정은 분노 뿐이 아니다.

슬픔 또한 억지로 유발할 수 있는 감정 중 하나.


아까까지 시원하게 욕을 처먹고도 당당하던 코치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웃고 있지만 눈가는 촉촉하고 하늘 보며 코를 슥 닦는다.


“아이씨··· 진짜. 뭔데? 말이나 해 봐.”

“제가 가난하던 시절에 말이죠. 형이···.”



코치의 이야기를 짧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소년가장이었던 코치의 형.

본인은 학업을 모두 포기하고 동생을 위해 일찍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더랜다.

가방끈은 짧았지만 머리가 좋았던 형은 세상의 이치를 빨리 깨달았다.


가난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월세를 사는 사람은 돈을 모으기 더 어렵다.


그래서 아끼고 아껴 어렵게 모은 돈으로 대출을 껴서 전셋집을 구했다.

집주인은 정이 많은 사람으로, 소년가장 출신 사회 초년생의 안타까운 사연에 진심으로 울었더랜다.

이사비도 지원해 주고, 쌀 몇 포대도 넣어 주었단다.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전세보증보험도 되고 융자도 없었다.


한참 지나 계약기간이 끝날 때가 돼서야 알았다.

집주인은 이사한 날 바뀌었고 은행에서 빌린 돈은 정 많던 그 사람이 들고 날라 버렸다.

전세보증보험이 무효가 되고 집주인에게 돌려받았어야 할 돈은 오롯이 형이 갚아야 하는 돈이 됐다.


형은 포기하지 말자고, 돈이란 언젠가는 다 갚을 수 있는 거라고 말했다.

그 웃음 뒤에 깊은 슬픔이 있는 줄은 코치도 몰랐었다고 한다.

자신은 날 때부터 사람의 감정을 잘 읽는 편이었는데도.


형은 자신마저도 속이는 사람이었다.

괜찮다고 했지만 괜찮지 않았다.

깊어지고 깊어진 우울과 쌓이고 쌓이는 피로는 뇌에 커다란 혹을 만들었다.


코피가 흘러도 괜찮다고 했다.

가끔 기절했지만 괜찮다고 했다.

그렇게 코치의 형은 끝까지 괜찮다며 웃는 얼굴로 세상을 떠났다.



“그래서··· 사람의 감정을 더 정확히 읽고, 거짓말을 가려내는 훈련을 악착같이 받았어요.”


소장은 눈물을 참으려 애썼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담담히 말하는 코치의 태도가 더 가슴을 후벼팠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쳐다보는데도 목놓아 울었다.


코치는 눈물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개인적인 원한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말이에요. 벌써 그 놈 때문에 4명의 청년이 자살했습니다. 뉴스에서는 극단적 선택이라고 하지만, 그게 어떻게 선택입니까? 그 놈이 죽인 겁니다!”


소장은 우느라 대답하지 못했다.


“15년. 4명의 목숨 값이 그런 안락한 교도소에서 15년 사는 걸로 끝이라고 보십니까? 추징금도 회수 못 해요. 재산을 타인 명의로 해 놨거든요. 사회에 꿍쳐놓은 돈이 그렇게 많은데 15년을 다 살고 나올까요? 그동안 피해자들 죽어 나가면 누가 책임 집니까!”


“응··· 그러면 안 되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니까 말이야.”


눈물을 닦아낸 이수정의 얼굴은 살기로 가득했다.


“코치. 작은 부탁 하나만 들어 줘.”

“예. 소장님.”


“바빠질 것 같아서 나는 출근해 볼게. 유령을 집으로 데려다 주고, 메모 하나만 남겨 줘. 참, 콩나물 북어 해장국도 끓여 주고.”

“부탁이 하나가 아니지만··· 예.”


“팀 걱정은 하지 마. 최고의 팀으로 꾸려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장님.”


“코치.”

“예.”


“버텨 줘서 고마워.”


떠나는 소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코치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


[소장님. 죄송합니다. 어제는 제가 폐를 끼치고 말았네요.]

[아휴. 민폐도 그런 민폐가 없었지.]


[어째 자꾸 실수만 하네요···.]

[만회, 해야겠지?]


[예. 만회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호오. 무슨 일이든?]


[...예.]

[그럼 코치랑 팀 할 수 있겠어?]


[예?]


***


“하하하! 유령 님! 하하하! 영광입니다!”


오토와 렉스는 뚱한 표정이다.


“어쩐지 마음에 안 드는데요.”

“그러게. 이상하게 열 받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


“유령 님. 이미 최고의 사냥꾼이신데 굳이 저 사람까지 필요합니까?”

“맞습니다. 형님. 저희 셋이면 누구인들 못 잡겠습니까.”


유영 또한 한숨을 내쉬었다.


“소장님 명령입니다.”

“맞습니다! 하하하! 게다가 사기꾼한테 사기를 쳐야 하는 일에는 제가 적임이죠!”


오토는 여전히 불만이다.


“유령 님. 저도 말발은 좋습니다.”

“사기는 말발 좋다고 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하하하! 오토 씨는 너무 양아치 같이 생겨서 신뢰가 안 간다고요!”


“야. 너 뒤질래?”

“저 싸움 잘 합니다! 하하하!”


동생이 괴롭힘을 당하는데 렉스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니가 그렇게 싸움을 잘 해? 따라와.”

“렉스 씨랑은 싸우기 싫어요! 하하하! 제가 질 것 같거든요!”


“흠··· 주제 파악은 잘 하네. 나쁜 놈은 아닌 것 같은데요? 형님.”


사소한 아부에도 렉스는 마음이 풀렸다.


유영은 벌써부터 골치가 아프다.

그래도 소장님의 지시니까 해내야만 했다.


“그래서 코치는 계획이 뭐에요?”

“계획이요? 그걸 왜 저한테 물으시죠?”


“... 그럼 누구한테 물어요?”

“유령 님이 이번 임무 설계자이신데 알아서 하셔야죠. 하하. 저는 장기말일 뿐이고요.”


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다 싱긋 웃었다.


“그럼, 장기말 내구도 테스트 한 번 하고 시작할까요? 전투력을 정확히 알아야 설계를 하든지 할 테니까.”


코치는 재빨리 무릎 꿇고 손 들었다.


“안 까불겠습니다. 임무에 진지하게 임하고 막내 역할도 잘 할게요.”


맞기도 전에 아파하는 놈을 무슨 수로 때리겠는가.


오토는 어이가 없다.


“이거 웃긴 놈이네.”

“감사합니다! 오토 형!”


“뭐··· 형? 누구보고 형이래, 이 아저씨가?”

“제가 동생 맞습니다. 하하. 저 XX년생이거든요!”


코치는 심각한 노안이었다.

유령보다는 나이가 많지만 오토와 렉스보다는 어렸다.


오토는 갑자기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아···그렇구나. 응. 그래. 우리 잘 해보자.”

“오토 형은 마음도 참 넓으시네요.”


“뭘··· 새끼야. 힘 내.”

“옙. 파이팅!”


유영과 렉스 또한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요··· 코치 씨. 우리 잘 해 봅시다. 일어나세요.”

“아이고, 야. 고생 많았겠구나. 아휴···. 백반이라도 한 끼 사줄게. 밥부터 먹자.”



***


렉스는 구운 생선을 발라 내게 내밀었다.


“형님. 그런데 어떻게 한 사람이 빌라를 1000 채나 갖고 있어요?”


나도 그게 궁금해서 조사해 봤다.


“저도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가 이해한 바로는 그게 다 자기 돈이 아니더라고요. 다 빚이고 남의 돈이죠.”

“어쨌든 그렇게 빌라가 많으면 부자 아닙니까. 근데 왜 세입자 돈을 못 돌려줘요?”


“부동산은 현금이 아니니까요. 팔려야지 돈을 돌려줄 수 있는 건데, 안 팔려요.”

“왜요? 건물주 되기 싫은 사람 없을 텐데.”


“5억짜리 건물을 10억인 것처럼 해서 대출을 풀로 땡긴 거란 말이죠. 빚은 10억 원 어치가 쌓여 있는 5억짜리 건물을 누가 사요.”


오토가 낮게 욕을 뱉었다.


“그럼 10억을 대출해 준 은행도 문제 아니에요? 아무도 안 살 정도면, 그게 실제로는 5억짜리란 걸 알 텐데.”

“어쨌든 은행 입장에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니까요.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도 우선변제권도 가지고 있고. 지금껏 이자도 낭낭하게 받았을 거고.”


“빌라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던데··· 이런 씨발···.”


코치의 표정이 영 좋지 않다.


“그런데 코치는 왜, 무슨 개인적인 원한이라도 있어요?”

“아. 그게 말이죠···.”



코치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기사식당 안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말이 없어졌다.

코 푸는 소리가 간간이 들리더니 종반부엔 식당 전체가 울음바다가 됐다.


오토와 렉스는 그렇잖아도 감정이 풍부한 편이어서 큰일이었다.


“끄흑···끅··· 고생 많았다.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에이씨. 영 입맛이 없다. 이모··· 끄흑··· 흐어어엉, 계산이요.”


“돈 안 받아요. 흑흑흑, 가세요.”


우리가 식당을 떠날 때 코치에게는 따뜻한 응원이 쏟아졌다.


하지만 코치는 제 버릇 개 주질 못했다.


“하하. 이러면 백반은 제가 산 셈이네요.”


급격한 감정 변화를 렉스 형이 참지 못하고 코치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응. 맞을 만 했어. 농담도 때를 가려 해야지.


그러나 렉스 형이 힘 조절에 실패한 바람에 코치는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의료 팀에서는 굉장히 곤란해했다.


‘아··· 자동차에 치인 건가요? 이거 퍼즐 맞추기 쉽지 않겠는데···.’


빌라왕의 이감일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코치는 우리와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괜찮아요. 유령 님이 잘 해내실 거라 믿어요. 잘 됐네요, 하하. 제가 임무에 끼려던 건 조금 욕심이었는지도 몰라요. 만나자마자 찢어 죽여버렸을 지도 모르니까.”


코치. 코치는 개새끼가 맞지만 내가 약속 하나 할게.

빌라왕은 빈털터리가 될 거야.

그리고 가지고 있던 부동산 숫자만큼 조각조각 찢어 줄게.


***


“어르신. 사람을 1000 조각으로 찢을 만한 무기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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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필요악 24.09.04 1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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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사형수(7) 24.09.01 1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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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걔 안 죽었는데요? 24.08.20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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