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명문! 사립 낙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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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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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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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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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사건(1)

DUMMY

“그러니까 송곳, 자네 말은··· 능지처참을 하는 도구를 만들어달라, 이 말인가?”

“예. 정확합니다.”


“허허··· 너무 끔찍하다 하여 조선 시대에도 집행하지 않았던 형벌을 현대의 대한민국에서 집행하려는가.”


흔히 능지처참형이라고 하면 사지를 소에 묶고 찢어 버리는 형벌을 떠올린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능지형이 아니라 거열형이라 해야 맞다.


그러면 숱한 사극들이 오류를 범하고 있단 말인가? 아니다.

능지형이라 해 놓고 거열형을 집행하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고증이다.


그렇다. 조선 시대에는 능지형 판결을 내렸어도 거열형을 대체집행했다.

능지형을 진짜로 집행하기엔 너무 끔찍했기 때문에.


거열형도 심각하게 잔인해 보이는데 능지형은 대체 어떻기에 집행조차 꺼려 했을까.


능지(陵遲 혹은 凌遲)형은 사람을 산 채로 썰어 버리는 형벌을 의미한다.

손가락 끝부터 조금씩 썰어 뼈와 살을 분리하며 천천히 극한의 고통을 준다.

그야말로 사람을 1000 조각 내는 형벌인 것이다.


이런 끔찍한 형벌은 대역죄인에게 알맞은 처벌일 것이나, 능지형에는 매우 큰 문제가 있었다.


“자네, 할 수 있겠나? 그런 끔찍한 짓을?”


매우 큰 정신적 고통을 유발한다는 점.

능지형을 집행하는 사람은 물론 이를 구경하는 사람조차도.


망나니가 술에 취해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사형집행인의 정신은 차츰 망가져 맨정신으로 버티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학적인 성향의 사이코패스라면 모를까.

정상인이라면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괴로워하는 게 당연하다.

죄인이 아무리 큰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예. 충분히 고민하고 각오했습니다.”

“자네의 맑은 영혼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게야. 나는 말리고 싶네.”


“그렇다면 단두대처럼 한 방에 1000 조각을 내는 장치는 어떨까요?”

“... 사람을 감자튀김 써는 기계에 넣겠다는 말인가? 이거 참 미친 송곳이로군.”


“방법이 없잖습니까. 한 사람을 천 번 죽일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도 다시 생각해 보길 바라네. 더 고민하고 충분히 숙고한 뒤에도 그 결심 변함 없다면 만들어 주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더 고민해 보고 오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어르신.”

“이봐, 송곳. 죄는 미워해도 사람을 미워하지는 마시게나.”


“사람을 미워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 아닌 것들만 상대합니다.”



***


“수용번호 7012. 징역형이 확정되어 교도소 이감하겠습니다.”


빌라왕은 구치소에서 교도소로 가는 호송 차량에 올라탔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사무적인 분위기.


펑! 푸쉬쉬쉬쉬··· 도중에 호송 차량 타이어가 터져 버렸다.


“타이어 공기압 이상 있습니다.”

“비상등 켜고 갓길로 정차해. 하이씨, 정비를 개판으로 하는구만.”


이송작전을 맡은 교도관들은 돌발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했다.

베테랑답게 인원을 나눠 차량 이상을 조심스럽게 확인할 계획이다.

절대 더 이상의 변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런데 풀숲에서 뭔가 퓩퓩 날아와 타이어를 살펴보던 교도관의 허벅지에 따닥 박혔다.

허벅지에는 마취 다트가 꽂혀 있었다.


차량 내부에서는 신속히 대응했다.


“당장 문 닫고 차량 출발시켜!”

“본부! 여기는 이송 팀···!”


차량 내에 남아 있던 교도관은 재빨리 무전기를 들었다.

철컥. 교도관의 관자놀이에 차가운 금속 물체가 닿았다.

대처가 매우 빨랐음에도 무장 괴한이 호송 차량에 올라타버린 것이다.


교도관은 즉시 양 손을 들고 시선을 정면에 고정했다.

매뉴얼대로 호송 차량을 습격한 괴한을 바라보지 않으려 애쓰면서.


“이송 팀! 이송 팀! 무슨 일인가!”


복면을 쓴 괴한은 손가락을 들어 입술에 갖다 댔다.

괴한이 내민 스마트폰에는 큰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다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상 없다고 알리세요.]


교도관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이송 팀! 10초 내로 응답 없으면 무장 기동대 출동 요청하겠다! 이송 팀!”

“본부. 여기는 이송 팀. 타이어 손상으로 정비 후 출발하겠음.”


“기타 특이사항 없나?”

“... ‘그렇다고 알림.’ 송신 끝.”


이는 겉으로는 평범한 무전이지만 비상 상황임을 알리는 암어.

정말로 이상이 없었다면 ‘다람쥐 하나’라고 말해야 했었다.


“... ‘잘 알겠음.’ 교신 끝.”


본부에서는 바로 무장 기동대에 출동을 요청했다.


무장 기동대는 2분 11초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빌라왕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 뒤였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중인지 승합차가 거칠게 덜컹거렸다.

머리에 마대자루를 뒤집어 쓴 빌라왕은 덜덜 떨었다.


“...낙원에서 보냈습니까?”

“당신도 낙원이 두렵습니까?”


“그렇지 않은 범죄자는 없지요.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어요···. 제발 교도소로 보내 주세요···.”

“교도소 역시 안전하지 않습니다. 그곳에도 낙원의 손길이 닿거든요.”


“제발···제발요. 저도 피해자에요. 다 말씀드릴게요! 제발!”

“안심하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당신을 낙원으로부터 구해 드리겠습니다.”


빌라왕이 머리에 쓰고 있던 자루를 확 벗기는 괴한.


괴한은 낙원의 인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낙원과는 완전한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


“어···? 정의철 의원님···?”

“무섭고 두려우셨지요. 이제 안심하십시오. 제가 당신의 편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조금 거칠었던 점은 양해해 주십시오. 낙원 측에서 당신을 노리고 있다는 첩보를 얼마 전에 받았고, 시간이 촉박했던지라 달리 방도가 없었거든요.”


빌라왕은 정의철에게 기도하듯 자신의 두 손을 맞잡았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당신은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에요!”

“우리···요?”


“예. 구치소 동료들이 그러더라고요. 낙원 그 개새끼들 무찔러 줄 정의의 사도는 정의철 의원님 뿐이라고요!”

“하하··· 그렇죠. 예.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정의철은 곤란한 표정으로 본론을 꺼냈다.


“제가 마지막 남은 자금을 여기에 다 써 버려서 말입니다. 아직 연줄 닿는 곳이야 있지만 문제는 낙원과 대적하려면 후원금이 필요하다는 점인데.”


꿍쳐놓은 돈 좀 내놓으란 얘기였다.


그러나 빌라왕은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저 한 푼도 없어요.”


정의철의 표정은 싸늘하게 식었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사기를 칩니까?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번에도 거짓말하면 그냥 낙원 측에 당신을 넘기겠어요.”

“진짜! 진짜입니다, 의원님. 제가 어찌 의원님께 감히 거짓말을 하겠어요!”


“현금이 없으면 부동산이라도 내놓으세요. 알아서 처분해드릴 테니까.”

“...진짜 없어요.”


인내심도 돈도 바닥났기 때문일까?

정의철은 사회적 가면을 벗어 던지고 민낯을 드러냈다.

정의로워 보이던 눈빛은 이제 비열하기 그지없다.


“어이, 김 기사. 이 개새끼 꽁꽁 묶어서 시내에 던져 버려. 낙원에 보내는 선물이라고 적어서.”

“진짜에요! 의원님! 저는 꼬리 자르기 용 미끼일 뿐이고 몸체는 따로 있다고요!”


“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하세요, 이 사기꾼 자식아. 그럼 왜 검찰 조사받을 때 얘기 안 했어?”

“그··· 그 새끼들은 낙원보다 더 무서운 새끼들이니까요.”


정의철은 스마트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통화가 연결되자 정의철은 화면을 돌려 빌라왕을 촬영했다.


“야. 아까 했던 이야기 다시 해 봐. 진짜로 한 푼도 없다고?”

“예··· 예. 저는 얼굴마담일 뿐이고요. 배후에는 폭력 조직이 있습니다. 건설사 회장도 있고요. 저는 진짜로 한 푼도 없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저도 피해자일 뿐이에요.”


수화기 너머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하하. 이 새끼가 하는 말 진짠데요. 엄한 놈을 찢어 죽일 뻔 했네.


코치는 병상에 누워서도 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왜 정의철이 코치와 연락을 하고 있는 것일까.



***


빌라왕 납치 작전 닷새 전.


정의철은 샤워 부스에 쪼그려 앉아 하염없이 물을 맞고 있었다.

후회하기도 하고 자기변호를 하기도 하고 분노했다가 우울해했다.

그러다 모든 생각들은 흘러 지나가고 공허함이 찾아왔다.


공허함마저 지나갔을 때 웃음이 나왔다.

정의철은 실성해서 바닥에 누운 채 물을 맞았다.

옷을 벗지도 않았으니 당연히 안경까지 쓴 채로.

입 벌리고 웃다 보니 입 안에 물이 고여 가글가글거리다 칵칵거렸다.


이 장면을 다섯 글자로 표현하자면 ‘완전한 몰락’.


딱히 잘못한 일은 없었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적 제재가 초래할 폐해에 대해 우려했을 뿐.


문명인이라면 범죄자의 인권일지라도 마냥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건 아주 기본적인 내용 아닌가.

누구나 죄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죄를 짓는 동물이니까!


실종 직전 청소년이 남긴 통한의 글을 보았을 때.

그는 진심으로 자살을 앞둔 청소년의 심정에 공감했다.

같은 처지였기 때문에.


‘완패구나··· 완패···. 상대방 체급도 가늠 못 한 내가 병신이지···. 누굴 탓하랴.’


“일어나세요. 정의철 씨. 당신은 이런 꼴을 겪을 정도로 큰 죄를 짓지는 않았습니다.”


‘하하··· 씨발··· 이젠 환청까지 들리는구나···.’


“낙원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되겠죠. 책임지고 복귀시켜 드리겠습니다.”


정의철이 고개를 돌린 곳에는 유령이 서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


피폐해진 심신이 너무 놀란 나머지 정의철은 실신해 버리고 말았다.


“아··· 이건 아마도 심인성 실신이겠지?”


짜악! 화장실에 찰진 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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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사형수(4) 24.08.29 9 0 11쪽
44 사형수(3) 24.08.28 9 0 11쪽
43 사형수(2) 24.08.27 12 1 11쪽
42 사형수(1) 24.08.26 11 0 11쪽
41 단절과 이어짐 24.08.25 12 0 11쪽
40 유영과 소장의 데이트 24.08.24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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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층간소음 보복 임무(1) 24.08.21 18 0 11쪽
36 걔 안 죽었는데요? 24.08.20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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