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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사건(7)

DUMMY

본인도 모르는 오토의 특기는 허세였다.

진양시에서는 유령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학교에서는 힘을 숨긴 최강자로 오해받기도 하고.


유영이 수풀 속에 몸을 숨긴 독사라면, 오토는 위협색을 띤 무독성 개구리였다.


오토는 평생을 허세 부리며 살았다.

첫째 이유는 싸움을 잘 못해서.

둘째 이유는 어머니의 인정을 못 받아서.


결핍은 능력의 개화를 촉진한다.

오토의 강한 인정 욕구와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은 허세라는 형태로 꽃을 피웠다.

바람직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그런데 허세가 특기일 수 있을까?

적어도 사기꾼에게는 크나큰 특기라고 할 수 있다.


사기꾼들은 몸집을 부풀리기 위해 공을 들인다.

흔히 병풍 효과, 후광 효과라고 하는 버프를 받기 위해서다.

내가 누구누구랑 아는 사이고, 재산은 얼마고···.


버프의 효과는 신뢰감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괜히 사기꾼들이 자기가 정재계 핵심 인사랑 친하다느니 본인 주식 수익이 얼마라느니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다.


지금 오토의 허세 스펙을 보자.

정의철 전 의원의 직통 라인이며, 그 유명한 낙원의 유령을 죽인 사내다.

또한 낙원의 유일한 배신자로서 베일에 쌓인 내부 정보를 잔뜩 들고 있다.


물론 거짓된 스펙이지만 조 회장으로서는 꼭 붙잡아야만 하는 동아줄.

정의철도 아니고, 최 부장도 아닌 오토가 낙원 몰락 작전의 핵심이었다.



조 회장은 저승갈 때 노잣돈 챙겨 가라는 오토의 비꼼에 이를 빠드득 갈았다.

하지만 아쉬운 쪽이 접고 들어가는 법.


“내가 말실수를 했군. 진정하고, 차분히 이야기해 보자고. 내가 예민하게 굴었던 점은 사과하지.”

“우리도 자선 사업하는 거 아닙니다. 일을 하려면 당연히 돈부터 받아야 맞지 않겠어요?”


“알았어. 내가 요즘 불안 증세가 있어서··· 자네가 유령을 죽인 값은 한··· 5억 정도로 하면 될까?”

“씨팔··· 그냥 낙원에 붙어 있을걸. 거기서 돈 더 많이 주는데.”


“그럼 10억···?”

“아 됐어요. 그냥 안 하고 말지. 그런 푼돈 필요 없으니까 회장님이나 가지세요. 한 번만 더 싸구려 취급하면 다시는 겸상 안 합니다.”


조 회장은 깊은 한숨을 푸우우우욱 내쉬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돈과 목숨을 저울질하는 수전노.

제 목숨이 걸린 일인데도 돈이 아까운지 계속해서 망설였다.


최 부장이 조 회장에게 속삭였다.


“회장님. 유령 정도 이름값이면 30억은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조 회장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알았어요. 오도현 씨. 30억이면 될까?”

“100억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돈이 많지 않으신 것 같으니 아쉬운 대로 그거라도 받을게요.”


조 회장은 참담한 심정이었다.

30억이 뉘 집 개 이름인 줄 아는가.


맨바닥 흙수저로 시작해서 그런 큰 돈을 벌려면 인간임을 포기해야 했다.

인간답게 살려는 건 애진작 포기해서 도덕이고 양심이고 없었지만.

그래도 30억은 뼈가 아팠다.


조 회장의 남은 재산은 이제 50억.

지금까지 쓴 돈은 일월보살에게 30억, 오도현에게 30억.

전세 사기로 번 돈 60억은 진작 털렸다.


‘아직은 괜찮아··· 시드 머니만 있으면 얼마든지 재기할 수 있어. 낙원만 없어진다면.’


씩씩대는 조 회장.

하지만 아직 계산이 끝나지 않았다.



정의철이 멋쩍게 웃었다.


“음··· 유령은 유령이고. 이쪽도 뒷돈을 먹이려면 돈이 좀 필요한데.”


조 회장이 고개 돌려 날카롭게 정의철을 쳐다봤다.


정의철은 째리면 어쩔 거냐는 표정으로 능글맞게 굴었다.


“유령 하나 죽었다고 낙원이 아예 무너지는 건 아니란 말이죠. 검찰 측에서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일 있습니까? 아직 여론은 낙원 편인데.”

“그래서요?”


“그래서라니··· 치안총감하고 검찰총장한테 기름칠을 해 줘야 이 절호의 찬스에 병력을 움직여 줄 것 아니겠어요?”


돈을 빨아먹을 땐 금전 감각이 무뎌졌을 때를 노려야 한다.

사람은 편의점 봉투값은 아까워하지만 자동차를 살 땐 몇백 만원 차이도 작다 느낀다.

‘그거 살 바엔 조금 더 보태서’ 할 때의 그 ‘조금’은 통상 5백 만원 이상인데, 그게 조금인가?

돈의 단위가 커지면 금전 감각이 무뎌진다는 증거다.


조 회장은 반쯤 포기한 심정으로 힘없게 물었다.


“얼마가 필요하신데요.”

“하하 뭐, 10억이면 되지 싶은데.”


방금 30억을 털려서일까?

10억이라는 큰 돈을 써야 하는데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조 회장.


“알겠습니다.”


마침 케이맨 제도에는 30억, 사모아에는 딱 10억 정도가 있었다.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하는 조 회장.


‘계좌 정리는 따로 안 해도 되겠군···.’


조 회장은 케이맨 제도에 있는 30억을 빼서 오토의 계좌로 보냈다.

그리고 사모아의 10억을 정의철에게 보냈다.


[조 회장의 남은 자산: 40억]


“그럼 이제, 잘 부탁드립니다. 의원님.”

“걱정 마세요, 조 회장. 일주일 내로 낙원 전원 검거됐다는 기사가 뜰 테니까. 검찰이 무능해서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거거든요. 대한민국 경찰, 검찰. 매우 유능합니다! 흐하하하.”


“오도현 씨도··· 잘 부탁해요.”

“입사했을 때부터 철저히 준비해 왔으니까 돈값은 하겠습니다. 아, 성공 보수는 주시는 대로 받겠습니다.”


조 회장은 목에서 쓴물이 넘어왔지만 억지로 웃어 보였다.

속으로는 ‘씹새끼. 낙원만 처리되면 너도 끓는 물에 삶아 버릴거야.’라고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이렇게 말했다.


“섭섭하지 않게 사례하지. 낙원만 없애 준다면야.”

“아! 그리고 진짜 중요한 충고입니다. 페이퍼 컴퍼니에 묶어놓은 돈, 필히 옮기세요.”


“굳이···? 어차피 일주일 내로 낙원이 무너지면 그럴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

“뭐, 도박을 하시려거든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저는 분명히 충고했습니다. 나중에 징징 짜지 마시라고요.”


회장실을 떠나며 최 부장이 인사를 했다.


“회장님. 보중하십시오. 거사가 끝나면 돌아오겠습니다.”

“그래. 항상 고생이 많네. 최 부장만 믿어.”


“예. 오늘 밤은 편히 주무십시오. 회장님.”



모두가 떠난 집무실에서 조 회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아까워 말자. 죽으면 돈이 무슨 소용이겠어.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나다. 40억만 있으면 얼마든지 더 벌 수 있는데.’


조 회장은 12척의 배로 133척을 상대해 이긴 충무공의 사례를 떠올렸다.

아주 불경스럽게도 말이다. 얼마나 자기객관화가 안 되면···.


어쨌거나 남은 40억은 무조건 지켜내야 하는 돈이었다.

그래서 조 회장은 오도현의 충고를 따르기로 했다.

누구든 의심하고 보는 조 회장이 처음으로 누군가의 충고를 따르는 것이었다.


조 회장은 사모아와 바레인의 페이퍼 컴퍼니 계좌를 열었다.


오토가 조 회장의 컴퓨터에 꽂아 놓은 USB의 존재는 꿈에도 모른 채.





낙원 정보 팀.


“지금 조 회장이 페이퍼 컴퍼니 계좌 열었습니다!”

“입력값 트래킹 되고 있지?”


“예! 암호화되기 전의 RAW 데이터를 바로 뽑아오고 있습니다.”

“화면 띄워 봐.”


정보 팀에서 개발한 프로그램 명칭은 [뒷문].

오토의 USB를 통해 조 회장 컴퓨터에 설치된 백도어 프로그램이었다.


조 회장은 옛날 사람이기도 했고 스마트폰을 신뢰하지 않았다.

그래서 컴퓨터가 훨씬 안전하다고 보고 금융 거래는 컴퓨터로만 했다.

그게 조 회장의 패인이었다.


“새로 생성한 계좌 비밀번호 땄습니다.”

“좋았어. 컴퓨터 끄면 바로 떠내자!”


안타깝게도 조 회장이 새로 만든 해외 계좌는 입출금 알림 따위는 없었다.


[굳이 입출금 알림 기능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본인이 아니면 절대 빼갈 수 없으니까요.]


아주 간단한 기능조차 만들지 않는 당당함을 조 회장이 신뢰했으니까.


“지금 로그아웃 했습니다.”

“좋아, 좋아. 당장 트랜스퍼 해.”


“... 40억 인출했습니다.”


[조 회장의 남은 재산: 0원]


조 회장은 그날 밤 다리 쭉 펴고 잠을 잤다.

잠든 사이에 본인이 빈털터리가 된 줄도 모르고.



***


죽었다던 유령은 멀쩡히 살아서 건배를 하고 있다.


“오토 형. 고생 많으셨어요.”

“뭘요···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은 거지.”


“아니, 요즘 왜 그렇게 기운이 없으세요? 형이 털어온 돈만 70억인데.”

“그게 어떻게 제가 턴 돈이에요. 적어도 40억은 정보 팀에서 해온 거지.”


“오토 형이 USB 안 꽂아 놨으면 무슨 수로 정보 팀에서 돈을 빼먹었겠어요? 그리고 계좌에 있는 돈 옮겨야 한다고 직접 조 회장 설득도 하셨다면서요. 이런 말은 정보 팀에는 비밀인데, 오히려 정보 팀이 오토 형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 얹은 것 아닌가요?”

“... 특별할 일도 아니에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요, 뭐.”


렉스가 가만 지켜보다 쓰으으읍 하고 숨을 들이켰다.


“오토. 왜 그러냐? 진짜 걱정된다.”

“예전부터 고민이 있었는데··· 마음 정했어요. 저는··· 팀에서 이만 빠지겠습니다. 저도 눈치가 있죠.”


유영과 렉스는 충격을 받아 할 말을 잃었다.

자신들이 오토를 뭔가 섭섭하게 만든 건 아닌지 걱정하면서.


오토는 비참한 심정으로 고백했다.


“어쩌면 평생을 인정받기 위해 살았는지도 몰라요. 그런데 막상 진짜로 인정받아 보니 발가벗겨진 듯한 기분이 드네요. 저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닙니다. 다 거품이고 허세에 불과해요. 어쩌면 저는 언젠가 유령 님을 위험에 빠뜨리게 될 지도 모르고요.”


얼마 전, 오토는 유령을 가사 상태로 만들어 조 회장에게 보여줄까 생각했었다.

만약 그렇게 했다면 조 회장은 확인 사살을 했을지도 몰랐고.

오토는 그게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었나 보다.


“그래도 고마웠어요. 덕분에 이제서야 진짜 제가 어느 정도 그릇인지 알게 됐거든요. 저는 이 팀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눈치껏 먼저 빠지려고요. 여태 정말 ··· 즐거웠습니다. 좋은 추억만 남기고 싶어요.”


렉스는 오토의 진심을 비웃듯이 파하하하 웃으며 손가락질을 했다.


“야. 오토! 나는 너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 안 해! 나도 별로 대단한 사람 아니고! 아휴, 나는 또 무슨··· 내가 섭섭하게 해서 떠나는 줄 알았지. 야! 여기서 대단한 사람은 유령 형님 뿐이야! 우리 앞으로도 같이, 형님께 대차게 빌붙어 보자고!”


유영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는 아주 악질적인 소릴 했다.


“탈퇴를 윤허하지 않겠습니다. 아무데도 못 가요.”


오토는 눈가를 슥슥 비비며 활짝 웃었다.


“... 유령 님의 명령이라면, 에이··· 따를 수 밖에 없겠네요.”

“뭣보다 임무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어딜 가려고요.”


“임무가 끝나지 않았다고요? 조 회장 돈 다 털었잖아요. 전세 사기친 돈 60억은 진작에 회수했고.”

“오토 형. 혹시 교회 다닌 적 있어요?”


“...갑자기 그건 왜요?”


유영이 즐겁다는 듯 싱글싱글 웃었다.


오토와 렉스는 왜 종교에 대해 물었는지 궁금했다.

그러면서도 왠지··· 묘하게 불안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도대체 이번엔 또 무슨 악마같은 짓을 하려고 그러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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