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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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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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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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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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유산

DUMMY

1장. 유산





" 이런 씨발 나 안해!!! "


마스크와 온몸에 방호복을 뒤집어 쓴 사내가 삽을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으하하하하!! 그래요 김민수 팀장님 좀 쉬어요"


인자한 웃음을 얼굴에 머금고있는 중년의 남성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청년과는 대비되는 맨몸, 근육 한올 한올에 강력함이 느껴졌다.


" 아니 아무리 기사님 명령 이라지만 왜 매번 참호는 우리 둘만 까는겁니까? 저는 이 뒤지게 더운 마스크와 방호복 빼면 10분내에 산소 포화로 뒤져버리는 몸 이라고요! "


" 왜 난 산소 적합자가 아닌거야!!! 부팀장님 처럼 울트라 파워를 가질수 없냐고!! 왜!! "


억울하다는 듯이 김민수가 말했다.


" 대신 김민수 팀장님은 저희가 없는 초감각을 가지고 있잖습니까. 저는 초감각이 팀장님 만큼 뛰어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


포크레인이 사람으로 태어나면 저럴까?

엄청난 작업 속도를 보이며 참호를 까던 정한이 말했다.

그의 몸 주변에는 흙무더기가 수북했다.


산소 적합자.

등급으로 강함을 나타내는 그것은 고밀도의 산소가 가져다 준 힘이다.

산소가 주는 압력에 대비해 커지고 단단해 졌으며 폭발적인 힘을 통해 전반적인 속도 또한 빨라졌다.


슬프게도 원래 인류보다 육체적으로 타고난 짐승들은 더 한 괴물이 되었고 그 중 우두머리 격의 개체는 진화라고 표현할 만큼의 파괴력과 권능을 갖게 되었다.


아직 지상의 주인은 인류가 아닌것이다.


" 아니 집안일 하는 아주머니도 산소적합도가 5등급은 되잖아요!! 그리고 부팀장님은 적합도 3등급 이면서 기만하지 마십쇼! 등급을 하나만 더 높이면 기사 수습은 될 양반이.. "


입을 삐쭉 내밀며 김민수가 말했다.


" 하하 아마 전세계 군인중 적합도가 6급인 군인은 팀장님이 유일할 겁니다. 그래서 더 대단한거죠 김민수 팀장님. 저는 같은 팀이라 아주 행운이라 생각해요. "


사람좋은 얼굴로 민수를 쳐다보며 대답했다.

입바른소리가 아닌 진심이 뚝뚝 묻은 말이었다.

산소적합 6급의 군인, 그것도 지상을 누비는 부대의 척후팀 팀장.

김민수가 송곳같이 특출난 재능을 가졌다는 의미였다.


" 흐흐...그렇긴하죠. 제가 사람 목숨 많이 살렸지 않습니까? 그래도 부팀장님 덕에... 잠깐만요. "


능글맞은 표정으로 정한을 쳐다보던 김민수는 얼굴을 굳히며 목소리를 낮췄다.


" 곧 옵니다. 이쪽으로. 사뿐사뿐... 고양이과 같은데요? 왜 고양이과가 여기에 있지? 일단 참호에 숨으시죠. "


무언가에 홀린듯 중얼거리던 민수는 정한에게 나지막히 말했고 민수와 정한은 몸으로 흙을 비비며 참호의 가장 안쪽에 숨었다.


얼마 뒤 떡 벌어진 덩치의 무언가가 참호 근처에 나타났다.

달빛에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았으면 알아차리지 못 할 정도로 사뿐히.


김민수는 무엇인지 확인해 보려 목을 살살 움직였다.

그가 가진 초감각의 재능은 신체를 다루는 감각마저 인류를 초월했고 예민한 짐승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움직이는게 가능했다.


' 삵! 덩치로 보아 성체.. 왜 여기에 있는거지? 조사단 캠프 근방의 설치류와 가금류는 씨를 말렸는데? '


김민수는 눈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 먹을게 없는 지역을 온다고? 느낌이 안좋아. '


멀어지는 모습을 응시하며 민수는 정한에게 신호를 줬다.


" 뭐였습니까 팀장님? "


" 삵입니다. "


" 예? 삵이요? 이상하네, 먹을건 커녕 타버린 풀밖에 없을텐데 왜 이 근방을 배회하는거지? "


" 둘중 하나 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쥐굴이 있던가.. 아니면... "


“ 영역에서 밀려났던가! “


결론에 김민수와 정한은 눈을 맞추었다.


" 참호까고 있을때가 아닌것 같네요. 어서 캠프에 가시죠. 엘리트... 개체가 근처로 온걸수도 있습니다. "


" 아싸리 쥐 소탕이 하고싶은 마음이 드는건 처음이군요. "


.

.

.


목책과 나름의 가건물이 오밀조밀 있는 곳, 기사단이 꾸린 베이스 캠프였다.


" 충! 성! 척후 1팀 김민수, 기사님을 뵙습니다! "


그 중 가장 멋들어지게 지어진 나무문을 똑똑 두드리며 소리쳤다.


" 들어와. "


고저없는 목소리는 그의 성정을 드러내는듯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거대한 검을 애지중지 손질중인 거한이 있었고 그의 책상 위 명패에는 박찬성이란 이름이 적혀있었다.


1등급의 산소적합도와 이성적이고 냉철한 성격으로 소속된 기사단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단순히 해당 지역의 생태 및 위험요소를 파악하는 임무였지만 다른 기사 없이 단독으로 그 임무를 맡은 기사단의 유망주였다.


" 박찬성 기사님. 함안 캠프 전방 진지 구축 중 보고드릴 특이사항이 있습니다! "


짧은 경례후 다급한 목소리로 민수가 말했다.

박찬성은 날카로운 눈매로 김민수를 바라보며 경례를 받았다.


" 본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삵이 나타났습니다. "


" 삵? 뜬금없이 그놈들이 왜? 근처 쥐굴이나 산닭들은? "


" 최근 기사단에서 보급해준 화염방사기로 싹 청소했습니다. "


" 삵들의 영역은 진주나 산청이 아닌가? "


" 네 그렇습니다. "


김민수의 대답에 잠시 생각에 잠긴 박찬성은 김민수를 다시 바라보며 물었다.


" 김민수 팀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


" 삵이 영역을 잃었습니다. 엘리트 개체일 확률이 큽니다. "


" 나도 그렇네. "


이 말을 끝으로 찬성은 책상옆의 스위치를 켜고 마이크를 들었다.


위---이----이이이이이잉------


[ 현 시간부로 전 개척단원들 전투 준비태세에 돌입하고 10분안에 캠프 연병장으로 집합하기 바란다. 이상. ]


문을 닫고 나온 김민수는 삽시간에 어수선해진 캠프를 바라보았다.


위이이잉---


캠프 내에서 사이렌소리처럼 김민수의 초감각이 경종을 울린다.

미래에 다가올 일들에 대해 가능한 대비를 해두라고.


.

.

.


칠흑같다.

소리 또한 바람에 나부끼는 잡초들의 고갯짓 뿐.


기척 이라곤 밤에 활동하는 커다란 풀벌레들의 날개짓뿐.

하지만 자세히보면 기다란 풀숲 사이로 무언가 기어가고있다.


거대한 군집.


동일한 복장을 입은 100명 가량의 인간들이 넓게 퍼져 달팽이처럼 이동하고있다.

짓눌릴듯한 산소들이 공기를 가득 채운 척박한 대지위에 살아남아 움직인다는 것은 강인함을 뜻했다.


그 중 유일하게 보호장비를 쓰고있는 인간.

무리를 이탈하여 조금 앞에서 전진 중이다.

마치 숲을 3인칭으로 보는 것 마냥 거침없는 발걸음은 느리지만 뒤의 무리를 이끌고 있다.

그 대단한 기사조차 저 앞의 왜소한 사내를 바라본다.


깃발.

개척단내에서 가장 나약한 몸을 가졌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그를 전쟁터에서 부르는 말이다.

김민수였다.


척! 빙글.


민수는 곧게 뻗은 주먹을 시계방향으로 돌리며 뒤의 군집에게 신호를 보냈고 신호를 본 군집은 산개해 주변을 살피며 정지했다.


“ 대략 1km 앞, 삵이있습니다. 개체수는 13마리입니다. ”

돌아온 김민수가 박찬성에게 보고했다.


‘ ... 삵 한마리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간것이 아니군, 분명 영역을 잃어버린거야. ’


박찬성은 생각했다.

그리고 빌었다.

엘리트 개체 때문이 아니길, 만약 맞다면 태어난지 얼마 안된 감당 가능한 존재이길.

하지만 철혈을 표방하는 기사는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 일단 삵 퇴치가 우선이군, 전원! 전투 준비에 들어간다. ”


“” 전투준비! “”


.

.

.


100명의 인간이 13마리의 삵을 이기는것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거대하지만 빠른 모순적인 존재들이 날때부터 가진 무기들로 인간을 도륙 해버릴 것이다.

만약 그들이 평범한 인간이라면.


맹수앞에선 이들은 교육과 많은 전투를 거친 베테랑들, 그리고 인류를 초월한 한명의 초인이 있다.

거대한 대검을 가진 기사를 필두로 훈련받은 군사들은 맹수에게 달려들었다.


“ 방벽팀!!!! 박아!!! ”


높은 등급의 산소 적합도를 가진 인간 전차들이 가히 벽이라 부를만 한 방패로 삵들에게 들이박는 것이 전투의 시작을 알린다.


“ 으아아아아-----------!!! “


쿠우---웅!!!! 콰직!


뼈가 끊어지는 소리, 갑자기 들이닥친 박치기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고양이과의 맹수들에게 기동력 상실은 곧 죽음, 방패 뒤에서 튀어나온 칼날들이 삵을 분리한다.


“ 2팀!! 뒤에서 온다!!! 그물 발포해!! ”


펑— 촤아아악---


조악한 그물총에서 발사된 철 그물들이 잠깐이지만 삵들을 속박했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그물을 찢고 나왔을땐 육중한 방패가 머리를 깨부수고 창칼이 눈을 후벼 팠다.


이렇게 안정적인 전투가 가능했던 이유는 저기 한 사람, 거대한 칼을 휘두르고 있는 박찬성 덕분이다.


삵 5마리를 동시에 상대하며 압도적인 기본기로 한마리씩 요리 해 간다.

앞발을 휘두르면 발을 자른다, 공간이 생기면 파고들어 벤다, 약점이 거리에 들어오면 즉시 찌른다.


간단한 공식이지만 엄청난 육체의 힘과 지하의 기술이 벼려낸 칼날은 삵정도로는 어쩔 도리가 없게 만들었고 전투는 인류의 압도적인 승리로 향해갔다.


‘ 봐도봐도 적응 안되는 기사의 힘.. 어떻게 저렇게 육중한 검을 들고 몸놀림이 빠르고 경쾌할 수 있지? ’


본능적으로 가장 안전한곳에 몸을 은신해있는 민수가 생각했다.

전투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은 오래전에 버렸지만 저런 무위를 볼 때마다 입안이 쓴건 어쩔수가 없었다.

김민수도 어릴때는 여느 동네 아이들 처럼 기사가 되고 싶었으니까.


초감각이라는 인류의 기적을 타고난 아이에겐 다른 동네 아이들 보단 조금 더 가혹한 꿈이긴 했다.

마무리 되어가고 있는 전투, 어떠한 위기상황도 없어 보였다.


‘ ...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한거지? ‘


위기상황에서 김민수는 짧은 미래를 예지 할 정도로 감각이 발달해있다.

이 능력으로 살아남은 김민수들을 진열하면 서울 부산 정도는 횡단하지 않을까?

경종을 울리는 것은 언제나 그의 역할 이었다.


“ 전 병력 경계를 늦추지 마십쇼!!! 무언가 있습니다! “


전투로 인해 여기저기서 터지는 고성으로 외침은 조그맣게 쪼그라 들었지만 잘 훈련된 강군들은 깃발의 말을 흘려듣지 않았다.

다들 집중력을 발휘해 나름의 대비를 했다.

하지만 세상엔 대비로는 안되는것이 있기 마련이다.


크-----허---엉---!


끔찍할 정도로 낮고 큰 울음소리.

듣기만 해도 몸에 기운이 쭉 빠지는 음울한 저주파.

순간적으로 힘이 풀려 쓰러지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무언가 단단히 잘못 되었음을 인지한 병사들은 일제히 그들의 기사를 바라봤다.


당혹, 그리고 공포.


기사의 얼굴은 이전에는 한번도 보지못한 감정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 산군(山君) 이다. “


“ 예..? “


“ 빌어먹을, 호랑이 말이다. “


멍청한 표정으로 되묻는 병사에게 질책하듯 박찬성은 말했다.


“ 하지만 호랑이의 영역은 이 근방이 아니지 않습니까? 한참 멀지 말입니다. “


“ 그렇지. “


“ 그렇다면 잠깐 영역을 벗어난게 아니겠습니까? 숨죽이듯 기다리면 곧 돌아갈 것 입니다. “


“ 하지만 저 울음은 호랑이. 그 괴물의 울음소리다. 부정하지 마라. “


“ ... “


“ 그리고 삵들이 호랑이 한마리 때문에 그렇게 여기저기 밀려났을것 같나? ”


“ ...젠장. “


사실, 모두가 알고있다. 하지만 인정하기엔 쉬운일이 아닌것이다.

어떠한 종이 영역을 통째로 잃어버리는 경우는 포식자 한 두마리가 날뛴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다.


엘리트, 혹은 영물이라 불리는 종의 정점.

일반적인 먹이사슬마저 뒤집어버리는 인류 최대의 적이 지근거리에 있다.


그리고 그 중 호랑이.

일반적인 개체 한 마리에게 덤벼도 엄청난 피해가 예상되는 괴물이다.

이러한 아찔한 상황에서 기사의 나지막한 한마디는 유난히 크게 들렸다.


“ 소백(小白)의 산군(山君), 영남과 호남의 지배자가 우리 주변에 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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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3장. 시험 24.08.16 2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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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장. 다시 땅속으로. 24.08.14 38 1 11쪽
3 1장. 유산 (2) 24.08.13 46 1 11쪽
» 1장. 유산 24.08.12 5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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