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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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실
작품등록일 :
2024.07.3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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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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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두개의 수성 (2)

DUMMY

6장. 두개의 수성 (2)






“ 몇 번만 더 부딪치면 무너질겁니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끌어야 합니다. “


먹구름같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성벽으로 돌진하는 돼지들을 보며 김민수와 백지현은 눈을 맞췄다.

성벽을 동시에 뛰어내린 두명은 몰려오는 돼지들의 좌익과 우익을 향해 각자 달려갔다.


김민수의 코와 백지현의 눈이 알려주는 정보는 무질서 해보이는 군대에 우두머리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으로 따지면 천인장 정도 되는 위치.


김민수는 좌측에있는 우두머리를 향해 속도를 높였다.

돼지들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미친 인간 한 명을 보았고 그대로 밟아서 터트려 버릴 심산으로 간격 더 촘촘히 좁히며 달려들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김민수는 자신의 위기감각이 더 예리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는 사진이었다면 이번에는 짧은 동영상을 보는듯한 예지력, 수없이 밟아 터져죽는 미래들 중 살아남을 한 수를 찾아 나섰다.


“ 생로는 여기. “


그 말을 끝으로 김민수는 자신의 몸을 돼지 무리로 투신했다.

이를 지켜보던 요새에서 지켜 보기엔 돼지 무리가 김민수를 휩쓸고 지나가고 김민수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보였다.

씁쓸한 침음성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그때.


“ 저기!! 돼지 위에!! “


한 용병이 외친 한마디에 그들은 발견할 수 있었다.

돼지등 위에 올라타 곡예를 벌이며 어딘가로 달려가고있는 김민수를.


“ 우와아!!!!! “


백지현이 달려나갔던 우익의 상황도 비슷했다.

백지현도 우익의 돼지들의 등을 밟고 뛰어올라 우두머리를 향해 달려갔다.

요새에서 함성이 터져나오고 말도 안되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각 날개의 우두머리 등위에 올라탄 두명은 다른 방식이지만 같은 의미의 행동을 했다.


김민수는 주먹으로, 백지현은 창으로, 무리를 이끄는 돼지의 반고리관을 망가뜨려 운동방향을 어지럽혔다.

돼지들은 머리가 방향감각을 상실한 줄도 모른채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고 우두머리는 그들을 좋지못한 곳으로 이끌었다.


곡선을 그리며 점점 중앙으로 치우쳤고 결과는 양쪽 날개의 충돌이었다.

돼지들이 한데 엉켜 부딪치고 넘어지고 깨졌으며 요새로 향하는 길목에 병목현상을 야기해냈다.

실로 영웅적인 행동을 하고 요새로 도망쳐오는 두명을 반기듯 뭉쳐진곳으로 대포와 화살을 쏘아댔고 돼지들의 시체가 쌓여만갔다.


“ 정말... 대단합니다 두분!! 아름다운 창사의 성함을 여쭙고 싶네요. “


“ 수렵단의 백지현입니다. 시간은 잠깐 벌었지만 곧 수습하고 다시 성벽으로 몸을 쳐박을 겁니다. “


“ 3진이 출발하기전에 성벽 상태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정민기 기사님. “


“ 그래도 세,네번은 버틸만 합니다. 꽤 최근에 지어진 요새라 견고하게 지어져있거든요. 그런데 저 수많은 돼지 중 무리의 머리는 어떻게 발견하신 겁니까? “


“ 저는 고약한 냄새가 나더라구요. 무리가 또 들이닥치면 다시 가서 시간을 끌어보겠습니다. 체력은 어때요 지현씨? “


“ 멀쩡합니다. “


이현재와 정민기 또한 나름의 일가를 일군 강자, 그래서 역설적으로 더 알 수 있었다.

말도안되는 성과를 이룩한 두명의 재능이 일반적인 사람들과 궤를 달리한다는 것을.

자신들이 곧 초월로 올라갈자들의 시작을 보고있노라고 둘은 생각했다.


“ 이렇게 몇번만 솎아내주면, 지하에서 가문사람들이 올라올때까지 충분히 버틸거에요. “


“ ... 강철씨 그건 아닐겁니다. 돼지들을 단순한 짐승으로 보아선 안됩니다. “


정민기 기사의 뼈있는 말이었다.


위기속에 피어난 영웅들의 행보로 돼지 웨이브의 지연을 시킨건 너무나 큰 성과였다.

하지만 돼지들이 단 두명으로 인해 막힌다면 이때까지 기사단이 경주를 못먹었을리가 없다.

기사단장들 또한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는 괴물들이기에.


“ 저녀석들에게 두번은 없습니다. 이번 돌진이 실패했다면 반드시 보완해서 다시 돌격할 겁니다. 만약 다시 밖을 나가 막을 생각이시라면 조금 더 신중해 주시길. “


때마침 돼지들의 3진이 출격했다.

김민수와 백지현은 다시금 성벽을 뛰어내려 달렸고 요새에 남은 자들은 함성을 지르거나 기도하며 그들을 응원했다.


저멀리서 달려오는 돼지를 보며 김민수는 잠깐 멈춰 우두머리를 찾아다녔지만 후각으로도 자신의 특출난 위기감으로도 찾지못했다.

우익을 향해 달려가던 백지현도 이상함을 느낀건 마찬가지 였는지 황급히 김민수쪽으로 달려오고있었다.


“ 강철씨 우두머리가 이끌고 있지 않습니다! “


“ 네? 그럼 돼지들이 자의로 저렇게 성벽으로 돌진하는겁니까? 심지어 저리도 일사분란하게? “


“ 저기 무리의 뒷편을 보세요! “


김민수는 그 말에 살짝 언덕진 곳으로 뛰어가 멀리 바라보았다.


뀌익뀌익 울어대며 돼지들을 몰아붙이고 있는 수십마리의 우두머리들.

김민수와 백지현의 존재를 인지하고 핵심인 우두머리를 뒤로 빼서 3진을 보낸것이다.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 김민수는 타개책을 떠올리지 못했다.


“ 이런 젠장! 뭔놈의 돼지가 저렇게 대처가 빠른거야! “


“ 정민기 기사의 말대로 그저 짐승이라고 생각하면 안되겠습니다. “


“ 그럼.. 일단 지현씨 우리 도망갈까요? “


“ 네. “


그말을 끝으로 김민수와 백지현은 꽁지가 빠지게 요새로 달려갔다.

그들을 보는 사람들의 민망한 침묵은 덤이었다.


.

.

.


쾅---! 쾅---! 쾅--!


뀌이이이이익!


야이 돼지새끼들아 죽어!!!


쏴! 쏴! 저기 존나게 큰 돼지있잖아!


경주 베이스캠프는 엘리베이터와는 차원이 다른 요새.

전면전의 규모도 비명과 함성도 흐르는 피와 저주도 차원이 달랐다.


실로 모든걸 바친 두 세력의 화끈한 격돌은 이제껏 경주에서 벌어진 전쟁중에 가장 격렬했다.


“ 으아아악 돼지들이 시체를 밟고 성벽을 올라온다!! “


끝없는 돼지의 공격에 쌓인 시체는 꽤 큰 언덕을 이루었고 돼지들은 단단한 전우의 살덩이를 밟고 뛰어오르기 충분한 신체능력을 가졌다.

수십마리의 돼지들이 성벽을 타고 올라와 병사들을 추풍 낙엽처럼 밀고 부서뜨렸다.

대포와 활 그리고 자신을 지켜주는 돌벽이 없는 인간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였다.


불굴----! 자하---!

돼지를 척살해라!!!


하지만 타고난 신체능력을 거부하는듯 산소와 지하의 어둠에게 선택받은자들이 있었고 돼지들을 말 그대로 썰어버려 죽음을 선사했다.

기사들은 여기저기 동시다발적으로 자신의 소속을 외치며 칼을 뿌렸고 자신의 병사를 지킨 기사들의 얼굴은 별로 좋지 못했다.


“ 진짜 미친놈처럼 들이닥치는군 “


“ 한없이 꼴아박아 시체의 탑으로 우리 눈높이에 선다. 미친 전략이야 돼지새끼들. “


“ 저 멀리서 보는 산같은놈이 전부 내리는 지령이겠지... “


분노에 차 한 곳을 바라본 기사들은 언덕과 같은 크기의 돼지가 요새를 응시하는 것을 보았다.

서늘하고 차가운 눈빛.

짐승에게없는 총기와 현묘함이 오히려 더욱 무서운 존재처럼 보였다.


“ 흐음.. 그래도 가만히 있는게 참 다행이야. “


총사령관인 주형일은 전쟁의 참혹함은 배제하고 나름 낙관적으로 전장을 바라보고있었다.

돼지들이 솟아오르며 성벽을 침범하고 끝도 없는 물량공세로 인간의 피를 뽑아내고 있었지만 자신들이 흘린 피보다 한참은 부족했다.

그 비율은 가히 압도적.

그리고 인간이 모든 힘을 내 한번 잘 막아낸것도 아니다.

포탄도 화살도 식량도 충분한 상황, 이대로 요새를 꽁꽁 틀어막아 방비하면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다.

물량 공세도 언젠가는 그 힘을 다하리라.


“ 오히려, 규모는 크지만 가장 쉬운 전투군. “


뻥뻥뻥---!

대포가 불을 계속 뿜어대고 살타는 냄새가 자욱한지 수시간.

해가 중천에 있을 때부터 시작된 전투는 날이 어둑어둑 해질 때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날이 본격적으로 어두워졌을때 다들 이상함을 느꼈다.

점점 돼지들의 공세가 주춤하더니 간헐적으로 바뀌었고 어느샌가 뚝 끊겨버렸다.

두눈으로 인간들을 응시하던 돼지의 왕도 자취를 감추고 없어져 있었다.


“ 으아아아아아!!! 우리가 웨이브를 막아냈다!!! “


“ 초대형이라더니 별거 없잖아!! 역시 우리가 구축한 요새!! “


다들 돼지를 물리쳤다고 생각했는지 환호성을 터트리며 축배를 드는 병사와 기사들.

규모에 비해 너무 빨리 물러났다고 생각하는 지휘관들도 하늘을 뚫는 사기에 찬물을 뿌릴 수가 없어 말을 아꼈다.


그와중 가장 이상함을 느낀 이한 부단장.

사실 전투가 빨리 끝났다는 느낌보다 전투중 단 한번도 강철과 백지현을 보지 못했다는것이 그 이유였다.

이한은 홀린듯이 탱크가 있는곳으로 달려갔고 두사람이 남긴 메세지를 읽었다.


[ 우리 엘리베이터로 간다. 분명 돼지가 그쪽을 침공 할 거야. ]


이한은 깨달았다.

항상 중요한 요충지를 직접 나서서 부수는 돼지의 왕이 왜 우리들을 바라만 보고 가만히 있었는지를.


경이로운 돼지가 바라본건 경주 베이스 캠프가 아니었다.

민둥산을 넘어가는 해.

돼지의 왕은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들의 방해없이 가장 빠르게 엘리베이터를 파괴하는 방법.

등딱지속에 거북이처럼 팔,다리 그리고 머리까지 모두 숨게 만든 뒤 지켜야 할 거북알을 깨뜨려 먹어치운다.


“ 완전히 당했다! 바로 엘리베이터를 치러갔으면 베이스캠프의 기사단들이 뛰쳐나와 방비를 미리 해두었겠지. 돼지들의 공격을 조금만 지연시키면 엘리베이터에서 구원군이 올테니까! “


머릿속에 파괴된 엘리베이터와 고립되어 죽어가는 경주의 기사단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 때 이한의 눈에 웅장하게 완성된 탱크가 보였다.

가타부타 말없이 공장내에 있는 경유를 모두 끌어모아 탱크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 턱없이 부족하지만...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다. “


이한은 탱크에 타 시동을 걸었고 웅장한 엔진소리가 공장을 가득 메웠다.


부ㄹ르릉 그으으으으으으으으


마치 호랑이가 위협하는듯한 엔진음.

잠깐의 황홀경에 빠진 이한은 지상으로 올라갈 문을 보았다.

굳게 닫힌 문. 김민수가 너무 급하게 엘리베이터로 간 나머지 미처 열어두지 못한 문이었다.

하지만 이한에겐 좆도 상관없었다.


“ 강철 그놈이 여기 여기가 잠금해제라고 했지. “


화면에 문이 담기고 탱크의 터렛이 고개를 돌려 문을 향했다.

이한은 가볍게 버튼을 눌렀다.

자동으로 장전되어있는 포탄끝에 화약이 폭발하고 포신을 타고 포탑이 불을 뿜었다.


---— 쿠과과과과과광---!!


“ 오... 시발. “


거대한 문이 개박살이 나고 가슴속에 뜨거운것이 올라온 이한은 폭발로인해 난리가 난 지상으로 올라가 해치를 열었다.

그리고 목청에 마이크를 단 것처럼 엄청난 소리로 외쳤다.


“ 기사단!!!!!!!!!!!!!! “


“ 그 돼지새끼가 엘리베이터로 갔다!!!!!!!!! “


“ 아마 엘리베이터쪽은 이미 늦었을것이다!!!!! “


“ 그런데 뭐 상관있나!!!!!! 난 그 좆같이 커다랗기만 한 돼지를 죽이러 간다!!!!!! “


“ 병신들은 따라오고, 겁쟁이들은 여기 남아라!!!!!!!! “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이한은 격발 버튼을 눌렀고 돼지들을 막기위해 걸어잠궜던 캠프 문을 박살냈다.

탱크가 굉음을 내며 출발했고 그것을 바라본 경주의 기사단과 병사들은 눈을 이글거리며 검을 뽑아 달렸다.


반년을 넘게 갇혀있던 울분이.

패배로 쳐박혔던 자존심이.

탱크의 엔진소리와 함께 터져나왔다.


우리는 기사단.

수성은 이제 그만한다.

지키는건 성이아니라 인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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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장. 다시 땅속으로. 24.08.14 37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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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장. 유산 24.08.12 5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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