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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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실
작품등록일 :
2024.07.3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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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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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입장정리

DUMMY

7장. 입장정리






푸쉬시시시시...


자욱한 연기가 올라오고, 가열차게 굴렸던 탱크의 엔진이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기능을 상실했다.


탱크안에 비치되어있던 포탄은 옛날옛적에 모두 쏘아버렸고 풀 악셀을 밟으며 돼지들을 깔아 뭉개고 부수고 짓이긴 결과였다.


약간의 씁쓸함을 가지고 장렬히 산화한 탱크의 해치를 연 이한은 주변 전우들과 함께 백병전을 펼치려 검을 뽑아들었다.


“ 으아아아아아!!! ...응? 왜 다 도망가. “


이한의 패기가 남달라서 돼지들이 자리를 피하는건 아니었다.


“ 비룡!! 베어넘겨!!! ...어? “


“ 뭐야! 얘들 창자빠지게 도망가는데? “


모든 전장에 걸쳐 동시다발적인 상황.

한 몸 같았던 돼지무리들이 각자도생하며 뿔뿔이 흩어진다.


전략적인 후퇴가 아니라 말 그대로 도망, 상황을 파악한 이한은 소리쳤다.


“ 수렵단의 금빛늑대 슬레이어!!! 그자들이 경이로운 돼지를 따라갔다!! “


포탄과 돼지의 몸부림으로 울퉁불퉁 패여 생긴 언덕으로 올라간 이한은 재로 뒤덮힌 땅에 피로 적셔진 길을 발견했다.


‘ 저기다! ‘


만약 경이로운 돼지와 싸우다 큰 부상이 있으면 한시가 급박한 상황, 별동대를 꾸릴 틈은 없었다.

서둘러 이어진 핏자국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 이한은 산을 굽이굽이 들어간 뒤에야 두사람을 발견 할 수 있었다.


“ 참나.. 한 달사이에 영물을 2개체 사냥이라. 정말 대단한 작자들이구만. “


큼지막한 돌덩이가 엎어져있는 듯한 모습.

기사단을 궁지로 몰아넣은 경이로운 돼지의 최후였다.

이한은 몇 발자국 걸어가 쓰려져있는 두명을 발견하고 씨익 웃었다.


“ 끌어 안다가 마취총이라도 맞았나. 꼭 이렇게 쓰러져 있어야해? ... 보기는 좋네. 냄새는 좀 나도. “


함께 포개어져 기절하듯 잠에 빠져든 김민수와 백지현, 오물을 덕지덕지 묻힌 모습이었지만 한없이 고귀해보였다.

이한은 그 옆에 털썩 앉아 안주머니속에 담배 한까치를 입에 물었다.


틱틱.

타닥 타닥.


어둠 속 별빛처럼 빛나는 담뱃불이 타들어가고 은은히 퍼지는 담배 연기 뒤로 해가 조금씩 고개를 내밀었다.

빌어먹게 멋진 햇살이었다.


“ ... 첫날 약속 지켰네. “


“ 수고했다. 그리고 고맙다. 친구. “


곤히 잠에 빠진 친구가 편히 쉬어 깨어날때 까지 이한은 주변을 지켰다.

담배맛은 참으로 달콤했다.


.

.

.


북적북적.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경주의 베이스캠프였다.

이가네의 물자들이 베이스캠프 창고를 가득 채우고 연료들은 끝도없이 탱크 공장 자재 창고로 들어간다.


전쟁에서 승리한 기사단들은 낮부터 카드놀이나 보급품을 까먹으면서 휴식을 취했다.

그들의 얼굴에 피어난 만연한 미소.

숙적의 시체또한 확인했겠다, 한 동안은 전쟁없이 안온한 삶이 이어질거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미소였다.


허나 해피해피한 분위기 속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두사람이 있었다.


“ 소문성 호위무사. 이거 협상 테이블에서 매우 불리하겠죠? “


“ 하... 맞습니다 소가주님. 연료가 이 전쟁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어야 파이를 조금이라도 더 먹는것인데. 지하에서 빌빌대는동안 상황이 끝나버렸군요. “


“ ... 저희 최선이지 않았습니까. 이보다 더 빠르게 준비할 순 없었을겁니다. “


“ 그래서 더 개탄스럽습니다. 하늘이 저쪽편을 들어준것 같네요. “


열심히 챙긴 물자들과 연료를 바리바리 싸들고 이 수많은 병력들과 소풍 온 꼴이 된 현재.

불리한 위치를 타개 할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 수렵단의 강철. 탱크 생산라인과 경이로운 돼지까지 척살한 그 사람이 협상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


“ 이가네 사람으로 끌어들일 방법은 없겠죠? “


“ 힘들겁니다. 수렵단 소속으로 영물을 2마리나 잡았어요. 심지어 협상테이블의 수렵단 대표 권한도 가지고 있는걸로 압니다. “


“ 이미 수렵단 내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겠네요. “


“ ... 그렇다면 소문성 호위무사님. 강철 그사람 말고 같이 돼지를 잡은 창사가 있다고 들었는데. “


“ ... 소가주님 참 좋은생각입니다. 수렵단에서 지금 강철 다음가는 발언권을 가지고 있을겁니다. “


“ 일단 그사람 부터 접촉해서 안면을 트죠.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강철도 호감을 갖게 될겁니다. “


두명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백지현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낼 수 있었다.

베이스캠프 간이 병동 3호실.

백지현 이라는 명패가 걸려있는것을 확인하고 두사람은 노크를 했다.


“ 안녕하십니까. 이가네의 호위무사 소문성이라고 합니다. 늑대와 돼지를 꿰뚫은 창사님과 잠깐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


조심스럽게 운을 땐 소문성이 백지현의 대답을 기다렸다.


“ 아,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


옥구슬이 굴러가는듯한 목소리.

이윽고 백지현이 다시 대답했다.


“ 들어오셔도 됩니다. “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간이 의자에 앉아있는 백지현이 있었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바람이 살랑살랑 나부끼고, 머리를 푼채로 있었던 백지현의 머리카락 또한 살랑살랑 나부꼈다.

둥그렇게 솟은 이마, 잡티없는 피부, 오똑한 코, 그리고 사람을 빨아들일듯한 눈까지, 참 절세 미인이었다.


‘ 영물을 사냥한 창사가 이리도 아름다운 여인이었다니. ‘


소문성은 여인의 몸으로 이 엄청난 업적을 해낸 백지현을 보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분명 보통내기가 아닐것이다.


“ 반갑습니다. 이가네의 호위무사 소문성이라 합니다. 그리고 여기 옆에 계신분은 이가네의 소가주이십니다. “


“ 반갑습니다. 수렵단의 창사, 백지현입니다. “


소문성과 백지현은 소가주의 인사를 기다렸다.


“ ... “


“ ? “


소가주는 평소의 현명함과 패기가 쏙 빠진채로 똥마려운 개마냥 어쩔줄 몰라했다.

소문성은 그 모습을 보고 한가지 잊고있었던 사실을 퍼뜩 떠올렸다.


‘ 이런 시팔 아뿔싸!! 잊고있었다!! ‘


“ ... 성함이 어떻게...? “


“ ... 이태준 입니ㄷ.. “


“ 아, 네 그러시군요. 반갑습니다. “


“ ... 반갑습니ㄷ.. “


누가 목을 조르는것같은 숨막힘.

소문성은 이 개박살난 분위기를 어떻게 수습하려 급히 말을 꺼냈다.


“ 하.하.하! 소가주님이 아침부터 몸이 엄청나게, 무진장 아파 제 컨디션이 아닙니다. “


“ 그랬군요. 이해합니다. “


“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소가주님, 인사는 나누었으니. 얼른가셔서 쉬시지요. “


“ 소문성 호위무사에게 맡기겠네. ... 그럼 안녕ㅎ.. “


가라는 말을 기다렸던듯이 꾸벅 인사를 하고 말끝을 흐리며 황급히 나가는 소가주 이태준.

그 뒷모습을 소문성은 씁쓸하게 바라보았다.


무력, 인품, 현명한 판단.

모든 부분에서 참으로 가주감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고치려 노력했지만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소가주의 단 하나의 단점.


그는 어머니와 유모 외의 이성에겐 말 한마디 못 건내는 미친듯한 숙맥이었다.


.

.

.


김민수는 병동에 누워있으면서 자신의 몸 상태를 체크했다.


“ 리프 오버클럭의 후유증은 어때. “


[ 다행이 금빛늑때때처럼 짧은시간에 엄청난 몸놀림을 보여준것이 아니라 회복하면 100% 기량이 돌아올것입니다. ]


“ 좋아 좋아. 일단 우리가 얻을것들을 정리해보자고 “


[ 이미 캠프, 엘리베이터에서 개척자님은 영웅 그 자체입니다. 경이로운 돼지의 시체는 물론 탱크 공장의 지분도 어마어마하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


[ 처음 탱크 공장을 발견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위치입니다. 그래서 사실 수렵단을 끌어들이는것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


“ ... 맞아 그래서 고민이야. 적당한 지분만 가져가고 기사단과 가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것이 훨씬 유리하지. “


[ 그렇지만, 별로 내키지가 않으신가 보군요? ]


“ 흐흐흐 정확해 리프. 이게 소속감 이라는건가. 참 어렵네. 그리고 진청명. 그 사람을 보니까 더 머리가 아파. “


[ 상식을 벗어난 초인이었죠. 그의 검로를 계속 분석중이지만. 주변 대기를 이용한다 말고는 알아낸게 없습니다. ]


“ 세상은 참 넓고. 내가 둥지를 튼 수렵단은 작지. 금빛늑대 레이드를 성공시켰지만 정말 특수한 상황이었어. “


[ 미래만을 내다본다면. 기사단으로 들어가는것이 가장 좋긴합니다. 개척자님의 지분과 기사단의 지분을 합치면 가문은 연료 공급권 정도만 챙겨갈수 있습니다. ]


“ 가문이 개입하기 전에 우리 손으로 전쟁을 끝냈으니. “


[ 그렇다면 개척자님은 그 어마어마한 공로를 인정받아 새로운 기사단을 창설 할 수도 있습니다. 탱크로 무장한 중화기 기계화 기사단을. ]


“ ... “


김민수의 고민은 더욱더 깊어져만 갔다.


.

.

.


“ 강철씨. 있으신가요. “


적막이 가득한 깊은 밤.

백지현은 강철이 있는 병동문을 두드렸다.


소문성과 꽤 오랜시간 대화를 나눈 백지현은 돌아가는 맥락을 꿰뚫었다.

가문사람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도 강철과 자신의 위치도 그리고 비로소 알게된 탱크의 가치도.

생각의 흐름은 항상 강철로 끝맺음 지어졌고 현재 그가 수렵단이라는 뒷배가 별로 필요 없다는것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 지현씨? 들어오세요! “


“ 음, 네. 이번 원정도 고생 참 많으셨어요. “


“ 하하하! 별 말씀을! 지현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러고보니 엎어져 쓰려진 이후로 나누는 첫 대화네요! “


백지현은 포개어져 쓰러져있던 그때를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다.


“ 크흠, 그렇네요. 사실 여기온건 안부를 묻기 위함은 아니에요. 강철씨가 어떻게 할건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


백지현은 숨을 한번 고르고 이어서 말했다.


“ 가문사람들이 오전에 찾아왔습니다. 저를 통해서 강철씨와 협상을 하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알수있었어요. 지금 강철씨가 원하는데로 할 수 있다는것을. “


“ 그렇군요 지현씨. 제 입장을 전달하기 전에 지현씨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 강철씨는 수렵단에 오신지 얼마 되지않았지만, 저에게 수렵단은 가족입니다. 저에게 삶을 선물해주신 할머니부터 어머니 그리고 저까지 쭉 수렵단이었어요. “


백지현은 품속의 증빙서 한장을 꺼냈다.

장필재의 지장이 찍혀있는 수렵단을 대표한다는 문서였다.


“ 하지만 그 이유가 강철씨를 구속 할 순 없죠. 전권을 위임받은 수렵단의 대표로 약속드리겠습니다. 수렵단이 가져가는건 제가 이 원정에 기여한 몫 그뿐입니다. “


백지현은 한달만에 두마리의 영물을 사냥한 강철이 수렵단이 품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했다.

너무 짧은 기간탓인가, 이별은 참으로 아쉽지만 그가 떠나 훨훨 날아다니길 바랄뿐이었다.

수렵단을 넘어 인류를 위해.


한 동안 강철은 말이 없었다.

백지현은 침묵 속 문틈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상황에 맞진 않지만 포근하다고 생각했다.


“ 김민수 입니다. “


“ ... 네? “


“ 제 이름. 강철이 아니라 김민수입니다. 아! 그럼 통성명을 다시해야 할까요? “


김민수는 환하게 웃으며 백지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 잘 부탁드립니다. 백지현 창사님. “


백지현은 김민수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스며든 바람처럼 이 또한 포근했다.


“ 저는 수렵단의 탱커 김민수입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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