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의 기사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전산실
작품등록일 :
2024.07.30 00:29
최근연재일 :
2024.09.11 19:1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552
추천수 :
25
글자수 :
121,477

작성
24.09.04 22:01
조회
9
추천
1
글자
11쪽

6장. 두개의 수성 (3)

DUMMY

6장. 두개의 수성 (3)







엘리베이터는 말 그대로 사력을 다해 적들의 공세를 막고있었다.


“ 으아아악! 13진 옵니다!!!! “


“ 진짜 이젠 못버텨!!! “


“ 기사들!! 나가서 막아! “


성벽을 지키기위해 인간들이 밖으로 나가 돼지들을 막는 기묘한 상황.

이미 포탄이건 화살이건 떨어진지 오래였다.


“ 그냥 대포 벽 밖으로 떨어뜨려!! 입구앞에 쌓아서 조금이라도 더 버틴다!! “


갈때까지 갔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돼지들의 물량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오히려 물량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백지현의 눈이 보석처럼 빛나며 전황을 바라보았다.


“ ... 베이스캠프를 타격하던 본대가 슬금슬금 빠져나와 여기로 오는듯 합니다. ... 영악하게 캠프에선 보이지 않는 경로로 몸을 숨기며 이동중 입니다. 끝까지 침공 사실을 숨기려고 합니다. “


성벽에는 수많은 금이 가 있고 온갖 세간 살림을 밖으로 던져 돼지 시체와 함께 제방을 쌓았지만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엘리베이터 핫라인을 붙잡고 씨름하던 정민기와 이현재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 가문에서 회신이 왔습니다! 연료를 호위하던 병력을 빼내서 급파한다고 합니다! “


“ 기사단에서도 기사단 하나를 통째로 올려보낸다고 합니다. 지금 바로! “


그 말에 김민수와 백지현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 으아!! 희망이 보이네요. 얼마나 걸릴까요? “


“ 지하엘리베이터는 편도 1시간 반, 물자와 인력을 싣는데 30분이라 치고 대략 2시간입니다. “


“ 저희는 일단 지하와 베이스캠프에 있는 기사단들이 오길 기다리면서. 어떻게든 틀어막아야 하겠네요. “


“ 마침 저기 옵니다. “


“ ... 2시간은 커녕 30분은 막을수 있을까요. “


정민기와 이현재는 무기를 꽉쥐고 몰려오는 돼지들을 응시하는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전투의지가 충만하지만 마음과는 반대로 떨리는 몸.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세상에 몇이나 되리.

분위기를 바꾸는건 지휘관의 몫이었다.


“ 한 시간 !!!!! 단 한시간만 막으면 된다!!! “


“ 지하와 베이스캠프에서 지원병력이 오고있다!!! “


약간의 과장을 보태어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두 사람.


그런 두 사람 너머로 김민수와 백지현은 돼지들을 향해 달려나갔다.

12진까지 들이닥친 돼지무리에게서 성벽을 지켜낸건 오롯이 두명의 몫이었다.


백지현은 고지대에 자리를 잡고 투창 더미를 바닥에 뿌려둔뒤 쉴새없이 쏘아댔다.

돼지들의 두터운 등가죽을 뚫고 생살을 파고 들었지만 돼지들은 창을 꽂은채로 달리기만 했다.

허나 그 중 몇개의 창들은 선두의 돼지 무릎관절을 정확히 타격하고, 비명을 지르며 주춤한 돼지는 후미에게 따라잡혀 부딪혀 넘어지고 무리에 혼란을 일으킨다.


김민수는 좀 더 투박하지만 효과적이었다.

무리에 몸을 투신한 김민수는 신기에 가까운 발놀림으로 돼지 위를 종횡무진 뛰어다녔고 골통을 울리는 주먹질로 처음 그랬듯 돼지들을 넘어뜨리며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쳤다.


이런 깽판을 친지가 벌써 13진째.

당연하게도 두사람 다 턱끝까지 숨이 차오르고 땀방울이 비오듯 쏟아진지 오래였다.

돼지들이 공격을 거듭 할 수록 두명의 전사의 공격은 무뎌져만 갔고 성벽으로 들이닥치는 돼지들이 많아졌다.


두사람을 지나쳐 가는 돼지들은 엘리베이터의 병력들의 몫.

대포도 화살도 함정도 없이 성벽을 지키키위해 온몸으로 살덩이들을 받아낸 사람들은 몸이 으깨지고 짓뭉개졌으며 부러지고 날아갔다.

하지만 도망가는 이는 없었다.


“ 아아악!!! 다리가!!! “


“ 죽어! 이 돼지새끼들!! “


“ 저쪽으로간다! 이가네!! 죽어서도 지킨다!!! “


꾸이이이익!!


소리를 꽥 꽥 지르며 자신들을 막는 인간들과 성벽에 혼신의 몸통 박치기를 하는 돼지들.

남아있는 병력으론 박치기 후 난동을 피우는 돼지들을 처리하기에도 벅찼다.


악다구니를 쓰며 쉴새없는 전투를 하는 와중 날은 완전히 어두워지고 성벽안에서 창이건 화살이건 던지고 쏘던 병사들은 서둘러 조명을 켰다.

어둠속에선 냄새를 월등히 잘 맡는 돼지들이 유리하기 때문에.


하지만 여기 돼지보다 훨씬 냄새를 잘 맡는 남자가 이상함을 느꼈다.

연신 돼지를 두들기며 뼈를 분쇄하고 있던 김민수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후각에 집중했다.

원 주인인 장페이의 것보다 수배는 예민해진 감각.

그의 비강 속 후세포에 화학 분자가 도달해 경주 일대에서 맡아보지 못한 냄새를 감지했다.


경주 일대에서 맡아보지 못한 냄새.

경주 일대에서 마주하지 못한 생물체를 뜻했다.


“ 경이로운 돼지다. “


“ 그런데 왜 위기감각은 잠잠한거지? “


짧은 고민.

김민수는 해답을 알아냈다.

위기감각이란 본인의 신체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를 감지하는것.

경이로운 돼지의 목표는 내가 아니다!


“ 성벽!!! “


노련한 야전사령관 같은 전략.

경이로운 돼지는 애초에 엘리베이터가 주 목적이었다.

지하와 지상을 잇는 오작교를 파괴하기위해 완벽한 타이밍을 만든 것이다.


캠프를 공격하는 동안 정적인 행동으로 본진의 방심을 유도하고 가문의 연료 운송으로 지상과 지하의 유통이 꽉막힌 바로 그 시점.

그리고 자신이 직접 그 결과를 마무리 짓는다.

단 한번의 수로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이 계획은 왕의 권능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기반을 더 다지면 기사단을 넘어 인류의 숙적이 되어버릴 존재다.


“ . 리프, 오버 클럭 부탁해. “


[ 네 알겠습니다. 오버 클럭 시작합니다. ]


딸깍.


머릿속에 스위치가 켜지는 듯한 느낌.

지속된 전투로 쌓인 피로감이 눈녹듯 사라져 버리고 발가락부터 머리끝까지 활기가 감돈다.

오버클럭된 후각으로 더욱더 강렬해진 그 냄새는 경로를 그릴만큼 선명해졌다.


왕의 목표는 바로 정문!

가장 넓게 통로가 나있는 정문을 박살내면 돼지들이 쏟아지기 가장 쉬운 곳이다.

김민수는 기다란 밧줄 하나를 챙기고 정문을 거쳐 왕이 달려오는 숲속으로 가열차게 뛰었다.


오늘 진짜 얼마나 뛰는거지 라는 잡념을 날려버리고 경이로운 돼지를 마중나갔다.

속도가 더 붙기전에 막으려는 심산이었다.


쿠콰아아아아아---


멀리서 울려 퍼지는 공포스러운 소리.

거대한 파괴 전차처럼 몇 없는 나무들을 말 그대로 밀어버리며 달려오고있는 경이로운 돼지였다.

김민수는 돼지를 향해 거센 뜀박질을 이어갔고 산이 뛰어오는 느낌주는 돼지 다리에 올라타 엉금엉금 기어서 올라갔다.


엄청난 흔들림.

말 그대로 초인적인 아귀힘으로 털을 붙잡으며 등산을 한 김민수는 돼지 머리위로 올라가 두개골을 있는 힘껏 두들겼다.


쿵 쿵 쿵!!


강력한 공격이었지만 엄청난 두께와 경도를 자랑하는 두개골을 부수기엔 요원해보였다.


“ 씨팔! 너무 튼튼해 다른 방법없을까? 어떻게든 유효한 타격을 줘서 어그로를 나쪽으로 돌려야해! “


[ ... 스캔결과 돼지입에 돌출되어 있는 어금니의 경도가 약해보입니다. 수많은 전투를 거친 결과 같습니다. ]


리프의 조언이 끝나자마자 김민수는 두개골을 타고 내려가 돼지의 콧잔등에 올라섰다.

거대한 돼지의 눈이 김민수를 응시하고 이내 돌렸다 자신의 목표는 다른데 있기에.


물론 내버려두지만은 않았다.


격렬한 고갯짓.


김민수는 잡을 수 있는건 최대한 잡으며 돼지의 어금니를 공략했다.


“ 으아아아아아!!! “


한방.


“ 이 씹새야 멈춰!!! “


두방.


“ 날 바라보라고!! 날!! “


세방.


오버 클럭의 한계치를 모두 쥐어짜내 날리는 일격 한방한방이 돼지의 어금니에 꽂혔다.

경이로운 돼지도 반응이 왔는지 고개를 아주 강하게 털어 김민수를 하늘 위로 날려버렸다.


하지만 이건 김민수의 노림수.


돼지의 어금니에 어느새 걸어두었던 밧줄을 강하게 틀어 잡아 돼지에게로 다시 쏘아져 날아갔다.


“ 보라고 이-— 씨발놈아!! “


속도와 파워가 더해진 통한의 일격이 어금니를 강타했고 김민수의 건틀릿이 깨져버렸다.


쩌적.. 쩌저적...


건틀릿만 깨진건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말이다.


뀌이이이익!!!!


고통에 울부짖는 돼지를 바라보며 어그로를 끌었다고 김민수는 확신했다.


“ 아니 왜 멈추지 않는거야. “


오히려 눈이 시뻘게진채 속도를 맹렬히 높였다.


[ 이 경이로운 존재는 어그로라는 세계의 법칙 또한 인간만큼 알고있나 봅니다. 아니 오히려 더. ]


“ 무슨말이야 리프. “


[ 돼지는 이미 어그로가 끌려있습니다. 시뻘건 레드로 말이죠. 대상은 바로 요새의 문입니다. ]


“ 허허허. 그런걸 자유자재로 설정할 수 있다고? 뭐 이런 새끼가 다있어. “


허탈한 김민수의 탄식과 함께.


콰---앙--!!!


박살난 요새의 문이 하늘로 훨훨 날아가고 있었다.


.

.

.


일대의 인간들은 텅빈 동공으로 요새의 정문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동공과 같이 정문 또한 텅 비어있었다.


뀌이이이익!!


“ 끝이다... “


돼지들이 성문으로 일제히 들이닥치고 주변것들을 닥치는대로 부수기 시작했다.

요새안에서 화살을 쏘던 병사들은 칼을 뽑아 어떻게든 지키려 했지만 처참하게 짓밟힐뿐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경이로운 돼지는 다시 한번 정문쪽에 몸을 부딪쳤고 문과 이어진 성벽이 와르르 무너지며 통로를 더욱 넓혔다.


“ 하나라도 더 데리고 간다!!! 후퇴 할 곳도 이유도 없다!! “


정민기 기사가 고함치며 돼지들과 뒤엉켰다.

명백히 희망을 가지고 하는 전투가 아닌 발악.


돼지 수십마리가 문을 지나고 부서진 잔해들을 넘어 엘리베이터를 타격하러 뛰어들었다.

무주공산인 건물 하나쯤 부수는건 그들에게 너무나 쉬운 일이리라.


어떻게든 막아보려 뛰어다니던 백지현이 그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한방울 눈물만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흐를뿐.


슷-


털썩.


백지현은 갑자기 펼쳐진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바람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일제히 무너지는 돼지들.


그녀의 눈으로도 아무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돼지들도 본능적으로 엘리베이터를 향한 공세를 멈추었다.

전쟁과는 어울리지 않은 정적과 함께 엘리베이터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 뭐야 오자마자. 조금만 늦었어도 건물 잔해에 쳐박힐뻔 했네. “


심드렁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모두 얼어붙었다.


아우라.


짐승이고 인간이고 강자 앞에서 느껴지는 무기력감을 순간 느꼈다.


“ 누구십니까? 엘리베이터가 올라오기엔 한참 멀었을텐데! “


정민기가 외쳤다.


“ 너무 느려서 그냥 줄잡고 올라왔지. 근데 넌 누구냐. 자기 이름을 먼저 밝히는게 예의 아냐? “


다시금 퍼지는 아우라.


“ 비룡기사단 소속 정민기! 귀하는 누구십니까? “


“ 좋아. 예의바른 후배로구만. 내 이름? 알려주지. “


그 말에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기쁨과 환희를 가득 담은채로.


“ 내 이름은. 진-—청---명!!!! “


“ 청명 기사단의 단장이다! “


기사단 최강의 검.


진청명이 지상에 강림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땅속의 기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녕하세요. 글로세움 공모전에 참가합니다. +1 24.09.13 1 0 -
24 8장. 개학(2) 24.09.11 7 1 12쪽
23 8장. 개학 24.09.10 7 1 11쪽
22 7장. 입장정리 (2) 24.09.09 8 1 12쪽
21 7장. 입장정리 24.09.06 11 1 11쪽
20 6장. 두개의 수성 (4) 24.09.05 10 1 13쪽
» 6장. 두개의 수성 (3) 24.09.04 10 1 11쪽
18 6장. 두개의 수성 (2) 24.09.03 11 1 12쪽
17 6장. 두개의 수성. 24.09.02 15 1 12쪽
16 5장. 이해관계 (5) 24.08.30 22 1 12쪽
15 5장. 이해관계 (4) 24.08.29 18 1 13쪽
14 5장. 이해관계 (3) 24.08.28 17 1 11쪽
13 5장. 이해관계 (2) 24.08.27 17 1 12쪽
12 5장. 이해관계 24.08.26 20 1 13쪽
11 4장. 금빛늑대 (3) 24.08.24 20 1 11쪽
10 4장. 금빛늑대 (2) 24.08.22 21 1 11쪽
9 4장. 금빛늑대 24.08.21 27 1 12쪽
8 3장. 시험 (3) 24.08.20 25 1 13쪽
7 3장. 시험 (2) 24.08.19 24 1 12쪽
6 3장. 시험 24.08.16 29 1 11쪽
5 2장. 다시 땅속으로 (2). 24.08.15 32 1 11쪽
4 2장. 다시 땅속으로. 24.08.14 37 1 11쪽
3 1장. 유산 (2) 24.08.13 45 1 11쪽
2 1장. 유산 24.08.12 54 1 12쪽
1 프롤로그 +1 24.08.12 66 2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