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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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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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0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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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이해관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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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5장. 이해관계 (2)





파라락--


선풍기에 달아놓은 종이 발이 파르르 떨리며 내는 소리만 들리는 울려 퍼진다.

평화롭고 따분한 하루였다.

내부적으로는 금빛 늑대 토벌이 성공하여 축제 분위기였지만 수렵단원 접수처의 강수영 입장에선 멀게만 느껴지는 일이었다.

분위기상 인센티브가 나올것같은 약간의 기대감을 제외하면 말이다.


“ ...예전에도 이런적이 있었던것 같은데. “


알수없는 기시감을 느끼며 사무용품들을 정리하고 있는 강수영은 열리는 문소리에 이 평화가 깨졌음을 느끼며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 어서오세요. 수렵단 3지부입니다. “


“ 오랜만이네요 수영씨!!! 잘 지내셨나요! “


‘ 뭐야 이새끼 내이름 어떻게 알아. ’


“ ...예? 안녕하세요. 그런데 누구시죠? “


떡벌어진 어깨와 탄탄한 체형, 멋들어진 세미정장을 입고온 쾌남은 분명 강수영이 처음보는 인물이었다.


“ 아! 수영씨 저 까먹으셨네요. 섭섭합니다~ 으하하! 저 강철입니다! “


“ 강철.. 아! “


‘ ...역시 미친놈. 하루종일 끼고있던 강철투구 벗으니까 당연히 모르지! 맨얼굴은.. 꽤 잘생겼네. ‘


“ 소식들었습니다. 이번 레이드 부상때문에 잠깐 은신처에서 요양중 이셨다고! 얼른 지부장님 호출할게요! “


강수영의 호출로 얼른 내려온 장필재는 여기저기 붕대를 두른채로 모습을 드러냈다.


“ 하하하하! 우리 보물! 맨얼굴을 보는건 처음이구만 그래. 얼마나 자네를 기다렸는지 몰라. 여기저기서 자네 얼굴 한번 보겠다고 문의가 쇄도한다고. “

“ 쇄도하는 문의 중에는 아주 큰건도 있고 말이야. 바쁘지만 않다면 나와 잠깐 가지 않겠나? “


“ 물론이죠 지부장님! 지금은 상태 최고입니다! 그런데 늑대 남편과 싸우면서 어디 많이 다치신겁니까? “


“ 이 붕대 말인가? 내 초월 기술에 부작용이라고만 알아두게. 압박붕대로 지지해두지않으면 자기 자리를 잘 못찾아가거든. “


“ 관속에 있어서 눈으로 직접 보진 못했지만. 느껴지는 기운이 엄청나더군요 지부장님. “


김민수는 장필재의 몸을 은근히 쳐다보며 말했다.


“ 초월급 근신경계를 다루는 감각이라... 참... 멋있습니다 지부장님~ 가지고싶습니다~ “


김민수의 음습한 말에 장필재와 강수영은 예전과 같은 오한을 느꼈다.


‘ ... 잘생겼다는말 취소. ‘


‘ 리스트... 다시 올려두어야 하나. ‘


헤실거리는 얼굴로 뭔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김민수를 바라보며, 둘은 저번 보다 묘하게 더 불쾌해졌다.


.

.

.


장필재를 따라간 김민수는 조그만 회의실에 도착했다.

회의실엔 금빛늑대 레이드의 주역, 백지현과 신우진도 함께 있었다.


“ 두분다 오랜만입니다! “


“ 우리 수렵단의 영웅! 맨얼굴은 처음이다? 곰보빵처럼 생겼을줄 알았는데, 훤칠하네! “


“ ... 강철씨 오랜만입니다. “


활짝 웃으며 김민수를 반기는 신우진과 약간 경계하는듯한 백지현.

김민수는 함께 큰 일을 해낸 레이드 1팀에 애틋함이 느껴졌다.


“ 백지현 팀장님은 안좋은일이 있으신가요? 안색이 칙칙한데요! “


“ 어이 신입, 숙녀한테 칙칙이 뭐야 칙칙이. 똥마려운 표정을 짓고있어도 임마, 넘어가줘야 남자인거지! “


“ ... 이사님 말이 더 기분 나빠요. “


“ 크흠! “


화기애애한 스몰토크가 지나가고,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장필재가 본론을 꺼냈다.


“ 레이드도 끝났는데 쉬게해주진 못할망정 불러내서 미안하군. 하지만 기사단측에서 엄청난 제의를 해와서 말이야. “


“ 기사단이면, 경주의 돼지건이군요 지부장님. “


“ 맞다 신우진 이사. 돼지의 왕을 따르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군대와 전쟁중인 기사단은 병력을 갈아넣고 있지만 영 신통치 못하나 보더군. 경주는 이미 살타는 냄새와 까마귀 떼들이 득실거리는 지옥이 되었다. “

“ 지상을 정복한다는 같은 목적을 둔 경쟁자지만, 인간이 그렇게 죽어나가는데 뻗은 손을 모른척 할 순 없지않나? 물론 나에겐 레이드 1팀의 선택이 더 중요하지만 말일세. “


“ 보수는 합당합니까 지부장님? “


“ 보수가 시원찮았으면 얘기조차 꺼내지 않았을거야. 어찌 됐건 우린 수렵단 아닌가? “


장필재는 한 호흡 숨을 쉬고 이어서 말했다.


“ 기사단이 돼지를 이기고 경주를 차지할 경우, 경이로운 돼지의 시체. 털 한 가닥 남기지 않고 주기로 했다. “


“ ... 어지간히 급했나 보네요. 정확히 해야할 일이 무엇입니까? “


“ 이미 경주에 있는 기사단장들과 별동대를 꾸려서 돌파, 경이로운 돼지의 척살이다. 기사단측에서 희망하는 인원은 레이드 1팀 전원이지만... 강철! 자네가 필수로 참여하는것이 계약 조건이다. 다른 두명은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딱히 보수가 늘어나는건 아니니. “


“ 자세한건 경주로 가서 들어봐야 되겠군요. 강철, 백지현! 잠깐 얘기좀 하자. “


“ 그래 신우진 각자 의견을 나누고 나중에 나에게 말해주도록. “


장필재는 그말을 끝으로 회의실을 나갔다.


“ 흠. 지부장님과 내용은 어련히 들었을거고. 내 입장부터 말해주지, 난 이번 원정은 참여할 수 없다. 아내가 금빛늑대 원정도 전전긍긍 했었거든. 이번에도 훌쩍 떠나버리면 아마 이혼 당할거야. 그건 절대 안돼! “


“ 예? 이사님이 아내가 있어요? 왜요? “


“ ...? 아니 왜 그쪽이 신기한건데. 그리고 나정도면 잘벌고 인물좋고 성격좋고 없는게 이상하지! “


김민수와 백지현은 샐죽한 눈으로 신우진을 바라보았다.


“ ... 세상참 요지경이네요. 아무렴 어떻습니까! 저는 이번 원정 참여하겠습니다. 대환영입니다. “


참여 의사를 강하게 내비친 김민수를 물끄러미 바라본 백지현도 따라 말했다.


“ 저도 참여하겠습니다. “


“ 오우 백지현 의리가 엄청난데~~ 딱히 보수가 늘어나는것도 아닌데. 아니면 뭐 신입이랑 늑대 냄새 맡으면서 전우애 그 이상의 감정이 피어올랐나~? “


“ 아닙니다.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십시오. “


영롱히 빛나는 눈으로 신우진의 생각을 읽은 백지현은 뱉는 말과 생각이 똑같아 오히려 더 기분이 나빠져 버렸다.


“ 그래 그렇다면 둘다 결정한거지? 지부장님께 말씀드리고 올게. 바로 경주로 가야해서 빨리 준비해야 될거야. “


신우진은 장필재를 만나러 가고 회의실엔 둘만 남아있게 되었다.

약간의 어색함.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타이밍을 재고있는 백지현은 김민수에게 물어보고 싶은게 많았다.


김민수 안에있는 악마에 대해 김민수 본인은 알고 있는지.

알고있다면 왜 그걸 가만히 두는지.

모른다면... 내가 도와줘도 되는지.


“ 아하하! 영물사냥을 바로 또다시 하다니 행운아입니다 저는! “

< 난 행운아야! >


“ 백지현 팀장님 감사합니다. 혼자서는 부족한게 많아 힘들거거든요! “

< 감사합니다 백지현 팀장님! >


머릿속에 있는게 입으로 그대로 나오는 투명한 사람.

그래서 백지현은 차마 속에있는 질문을 하지 못했다.


“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제 팀장 아닙니다. 강철씨. “

“ 백지현, 혹은 지현씨라고 불러주세요. 역할은 딜러. 창사입니다. “


백지현은 손을 내밀었고 김민수는 환하게 웃으며 그 손을 맞잡았다.


.

.

.


“ 그러니까 이번 금빛늑대를 성공시킨 핵심이 수렵단에 막 들어온 신입이라고? “


“ 그렇다니까. 물론 백지현이 늑대 허벅다리에 일격을 먹여서 기동성을 상실시키긴 했지만, 주변정리가 마무리 될때까지 1대1로 버틴놈이 그놈이라고. 진짜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모르겠더라. “


“ 출신성분도 실명도 모르는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초강자가 레이드를 주도했다라. 연극하나 뚝딱이네. “


“ 건너건너 전부 물어봤는데 진짜 아무도몰라. 내가보기엔 주력무기도 건틀릿이 아닐거야 제대로 휘두르는걸 못봤어. 말하고 보니 참 의문스런 사람이네. 이거 이거 다른 지역에서 모종의 이유로 집어넣은 요원 같은거 아니야? “


앞에 놓여있는 물 한 잔을 쭉 들이킨 박재한이 이어 말했다.


“ 그래도 덕분에 레이드 무사하게 돌아와서 나에겐 고마운 사람이긴하지. “


“ 흠... 지금 그 강철이란 사람은 어딨어? 너가 자리좀 놔줄수 있냐? “


“ 기사단측에서 용병신분으로 고용을 해가지고 경주로 가있다고 들었어 보수가 어마어마 하다나. 개인적인 친분은 없어서 확실하진 않지만 우진이형 통해서는 가능할지도? 얌마 근데 내얘긴 안궁금하냐? 짬내서 얼굴 보러왔구만 웬종일 시커먼놈 얘기나하고. “


“ 아아 미안. 다른건 아니고, 가문 어르신들이 좀 알아오라고 해서. 영물사냥꾼, 특출나잖냐. “


“ 오호~ 인재영입! 좋은일이네. 가문일이라면 뭐 더 묻지는 않을게. 어이쿠 애기 어린이집 하원시간이네, 이만 가본다 문성아. “


“ 이것저것 알려줘서 고맙다 재한아. 일 잘풀리면 한턱 쏠게. “


“ 그래 임마. 가문 안주인 호위무사라며? 진짜 출세했다 출세했어. 다음엔 시간 제대로 내서 오래좀 보자 친구야. “


“ 기저귀 갈시간도 없는놈이 무슨. 신속히 사라져라 제수씨한테 바가지 긁힐라. “


수렵단의 메인탱커 박재한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 남자는 자신의 주군이 한 말이 사실에 근접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본적없는 뉴페이스, 아무도 고르지 않는 무기, 개쩌는 실력, 때마침 열린 방주까지.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하는게 이상할 지경이었다.


“ 경주로 가야겠군. “


이씨성을 가진 대가문의 호위무사 소문성은 경주로 가는 지하 엘리베이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김민수와 백지현은 경주에 도착했다.

나무인지 풀인지 살인지 뭔지, 타는냄새가 진동을하는 도시에 둘을 마주한건 한 자루 칼처럼 생긴 기사였다.


“ 반갑습니다. 말로만 듣던 늑대참살자들을 직접 보는군요. 저는 자하기사단에서 부단장을 맡고있는 이한입니다. “


“ 수렵단의 창사 백지현입니다. “


“ 강철입니다. 건틀릿을 사용하고있습니다. “


“ 절대다수가 검을 쓰는 기사단에서는 보기 힘든 종류의 무기를 다루시는군요. 원정의 성공과 실패가 그 차이에서 오는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저를 따라오시죠. “


뿌우 ---


그때 전투나팔이 불리우고 식사나 수면등 각자 휴식을 취하고 있던 병사와 기사들이 우르르 뛰쳐나갔다.

각자의 무기와 탄약, 포대 따위를 지고 일사불란하게 흩어져 가는 모습은 익숙하다는 표현이딱 들어맞았다.

얼마나 많은 전투를 치렀을지 짐작도 되지않았다.


“ 가이드는 잠깐 미루도록 하죠. 사실, 사령관님이나 단장님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저는 두 분이 온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


“ 두분의 능력을 폄하하는건 아닙니다. 다만, 이 원정은 성격이 다르다는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


이한은 높게 쌓은 성벽 위로 올라갔다.


“ 잠깐 와주시겠습니까. “


김민수와 백지현은 이한을 따라 참호위에 올라섰다.


“ 와... “


“ ...이런 “


탁 트인 민둥산을 새까만 물감으로 칠해놓은듯 했다.

돼지의 끝없는 군세, 이한은 둘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사냥이 아닌 전쟁 입니다. 저 사이를 뚫고 돼지의 왕을 척살하여야 합니다. 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


콰광 ---!

대포 수십문이 불을 뿜었다.

그럼에도 군세는 조금도 주춤하지 않고 땅을 검게 물들여 갔다.


이한의 질문에 김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다면 제 모든것을 바쳐 도와 드리죠. “


그 말을 끝으로 기사는 검을 뽑아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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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장. 다시 땅속으로. 24.08.14 38 1 11쪽
3 1장. 유산 (2) 24.08.13 46 1 11쪽
2 1장. 유산 24.08.12 5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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