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찹쌀돌이
그림/삽화
찹쌀돌이
작품등록일 :
2024.07.30 16:29
최근연재일 :
2024.08.12 12: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526
추천수 :
9
글자수 :
117,413

작성
24.07.30 16:35
조회
36
추천
2
글자
11쪽

먹고자고 먹고자고

DUMMY

2먹고자고 먹고자고 아기의 하루


‘안희!! 내동생 안희맞아?’

“바바바뱌뱌뱌뺘!”


두 아기, 그것도 그 중 한 아기는 오늘까지 눈도 뜨지 못했던 아기들이 큰 소리로 옹알거리기 시작하자 유모 로시와 델, 플로라 세사람은 깜짝 놀랐다.


“어 왜이러시지 벌써 옹알이를 하시다니 이렇게 빠르게?”

“진짜..둘이서 이야기 하는 것 같은데..”


사람들이 당황했지만 더 놀란 건 두사람이었다. 비록 방에는 ‘뺘뺘뺘뱌’ ‘오아아아’등의 옹알이 소리만 터져나왔지만, 마치 텔레파시처럼 안동이와 안희는 머릿속에서 서로의 음성을 정확히 들을 수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 놀랍고 그리운 재회의 순간이었다. 쌍둥이는 10년간 서로 나란히 누워있었지만 서로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둘 다 말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항상 함께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소중한 가족이었다. 그런데 이 곳에 와서 텔레파시로 처음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니 할 말이 너무나 많았다.


‘안희야! 여긴 어디야! 너도 환생한거야?’

‘오빠! 오빠!! 안동이 오빠!! 눈떠보니 여기에 있었어.. 난 3주전에 여기왔어’

‘3주? 한국에서 3주전에 네가 죽었어! 그리고 오늘..내가..’

‘···그럼..오빠도 죽은거야? 엄마아빠 어떡해..지안이 언니도 너무 보고싶어’


“으아아아아아앙”

“응애!!!응애!!응애!!!”

이번엔 대화가 아니라 눈물이었다. 안동이와 안희는 엄마아빠, 지안이를 생각하자 가슴이 아파 엉엉 울기 시작했다. 유모들은 영문도 모른 채 두 아기를 들어서 달래려고 했다. 한참을 울고나니 졸렸다.


‘오빠, 우리가 다시 아기가 돼서. 엄청 졸리고 엄청 배고프기만 할거야. 이따 다시 만나’

“오응아 우우우아 뱌뱌”


안희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유모 로시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 쌕쌕이며 잠든 황녀를 로시가 살포시 아기 침대에 눕혔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람”

유모 델의 말에 로시가 조용히 하라는 듯이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었다. 그리곤 작은 소리로 속삭이며 말했다.


“쉿. 가서 우유를 데워와. 황자님도 좀 먹고 재워야지”


로시의 말에 델이 방 한쪽편에 작게 마련된 부엌 같은 곳에서 우유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안동이도 어떤 유모의 품에 안겨있었는데 침대에 누워있을 때는 볼 수 없었던 방의 풍경을 이제서야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어깨에 축 기댄 채로 유모가 보여주는 방향만 볼 수 있었다.


커다란 창문에 드리워진 커튼들 푹신한 카페트, 멋진 조각이 된 기둥과 문들···이곳은 지안이 누나가 보여준 백과 사전에 있던 유럽의 어느 궁전 같았다. 안동이와 안희는 비록 말도 못하고 눈도 깜빡일 수 없었지만 가족들은 늘 쌍둥이를 평범한 아이처럼 대했다. 특히 지안이 누나는 백과사전이나 책들을 열심히 읽어주고 눈 앞에다가 갖다 대주며 보여주기도 했다. 읽은 책으로 하면 보통 열살의 친구들보다 훨씬 많은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었다.


‘몸은 여기서도 움직이지 않나봐···’

목에 힘조차 줄 수 없었고 손과 발은 어디 있는지 느껴지지 않았다. 예전의 자신과 똑같음에 안동이는 좌절했다. 그 때도 그랬다 엄마가 몸을 닦아주느라 자신의 손을 들어 시야에 손이 보일 때에도 안동이는 전혀 손의 존재를 느낄 수 없었다.


‘그래도 눈을 감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안동이는 스스륵 눈을 감았다.

“어 안돼, 우유를 드시고 주무세요 황자님”


유모는 어깨에서 아기를 내려서 가슴께에 안았다. 아기가 된 안동이는 자신의 보드라운 볼이 유모 가슴팍의 헝겊에 닿는 촉감에 잠시 다시 눈을 떴다. 맛있는 냄새··· 뭔가 따뜻하고 말랑한 것이 안동이의 입술에 들어왔다. 안동이는 본능적으로 젖병을 빨기 시작했다. 입 안으로 달콤한 우유가 흘러들어왔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 맛본다는 것. 삼킨다는 것. 다 상상으로만 그쳤던 일이었다. 왜냐면 태어날 때부터 안동이는 입을 움직일 수 없어서 위에 호스를 꽂아 식사를 해야 했으니까.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다. 꿀꺽꿀꺽 목으로 우유가 넘어갔다. 10년을 상상만해오던 ‘먹는다’는 행위에 안동이는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꿀꺽꿀꺽 따뜻한 우유를 처음 삼키는 안동이의 눈에서 눈물이 맺혔다. 하도 열심히 빨아서 얼굴도 빨개지고 귀여운 콧등에는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혔다. 우유가 더 이상 한방울도 나오지 않게 되자 안동이는 정신이 좀 들었다.


‘아 아쉽다! 한입만 더 주세요 한입만’

“으엥 우에엥”


“아이구 아쉬워요? 자 트름하고 잡시다”

유모가 자세를 고쳐 아기의 등을 토닥이자 속에서 엄청난 트름이 나왔다 .


“꺼어어어어어억”

“하하 아유 귀여워”


유모들의 웃음소리가 아득하게 들렸다. 안동이는 너무 졸렸다. 안희의 말이 맞았다. 아마 아기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서 이렇게 졸린 것 같았다. 방은 따뜻하고 쾌적했다. 배는 우유가 차서 따끈했고 기분좋은 포만감이 들었다. 먹는다는 건, 배부르다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안동이는 행복했다. 몸이 움직이지 않아도 눈을 감을 수 있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행복했다. 안동이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며칠 후]

“굿모닝 황자님! 오늘도 잘 주무셨나요?”


유모 델이 웃으며 안토니 황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언제나 기분 좋은 느낌이라고 안동이는 생각했다. 아기의 삶은 끊임없이 먹고 자고 잠시 깨어 있고의 반복이었지만, 아침 햇빛과 신선한 바람으로 하루가 지난 걸 알 수 있었고, 오늘로서 이 곳에 온 지도 벌 써 3일 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아줘! 델’

“먀 뺘뺘뺘!”


아기 안토니가 델을 보며 웃었다. 유모 델도 환하게 웃으며 안토니의 속싸개를 풀었다.


“쉬야 한 기저귀를 갈고 우리 오늘 첫 식사를 하실까요? 아이구 많이 싸셨네!”


델은 능숙하게 기저귀를 풀고 안토니의 엉덩이를 닦아주었다. 안토니의 눈 앞에 유모가 잡고 있는 자신의 오동통한 발이 보였다. 엉덩이의 시원함을 느낌에 안동이는 감사하고 행복했다. 지난 3일간 알게 된 것이 많았다. 몸에 힘이 안들어가고 손발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지난 번 생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가 아니라 아기라서 그런거였다. 아직은 생후 한달의 아기라 자신의 몸이나 감각을 인식하기가 어렵지만 기저귀 갈 때의 시원함이라든가 볼이나 손에 닿은 감촉이 느껴졌다. 그리고 목에도 조금씩 힘을 줄 수 있었다. 또다시 못 움직이는 몸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동이는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모른다.


뽀송하게 마른 무명천 기저귀로 갈아준 뒤 델은 옷도 갈아입혀 주었다. 아침에 옷을 갈아입혀 줄 때면 유모들은 안토니의 몸을 마사지 해주었다.


“자 잡아보세요!”

델이 웃으며 손가락을 대자 안토니의 고사리 같은 손이 델의 손가락을 꼭 쥐었다. 아기들에게 나타나는 반사신경이었다. 안토니의 눈 앞에 델의 손가락을 꼭 잡은 자신의 손이 왔다갔다 했다.


“그렇지! 아유 귀여워라! 우리 황자님은 손도 예쁘고 발도 예쁘고~!”


델은 노래하듯이 말했는데 이런 리듬이 안동이는 무척 즐거웠다. 황궁에서의 3일은 그렇게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맛있는 우유를 실컷먹고 시원하게 트름하고 눈 앞에서 돌아가는 모빌과 인형들을 구경하다가 스르륵 포근하게 잠드는 것!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안희가 바로 옆 침대에 있었지만 일어나는 시간이 잘 겹치지 않아 자주 이야기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하루에 한 두번 둘이 깨는 시간이 겹치면 아기 황자와 공주는 폭풍 옹알이로 그간의 정보를 교환하고 회포를 풀었다.


“꺄르륵”


황자의 웃음에 델도 만면에 미소가 퍼졌다. 델은 가장 어린 유모였다. 3일간 지내며 알게 된 것은 데피부인은 높은 귀족가문으로 황세자 쌍둥이의 보육을 총괄하는 담당이라는 것. 그래서 유모들에게 지시를 하면 했지 데피부인 자신이 쌍둥이에게 우유를 준다든가 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방에서 일하는 유모는 세사람으로 로시, 플로라, 델이 있는데 이들 모두 귀족부인들이었다. 아이를 키운 경험이 풍부한 중년의 로시부인과 아직 출산경험이 없는 젊은 부인들인 플로라와 델은 모두 상냥하고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안동이와 안희는 로시 아줌마를 제외하고 플로라와 델은 그냥 이름을 불렀다. 아주 젊은 이모들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 황자님 일찍 일어나셨네요!”

플로라가 젖병을 가지고 다가왔다.


‘우유!! 우유!!’

“뷰바 뷰뷰뷰”

안토니의 입에 침이 흘렀다.


“맞아요 우유에요! 이것 봐 정말 우유라고 말하는 것 같지 않아?”

“글쎄.. 그치만 한달도 안된 아기가 옹알이를 이렇게 잘 하는 건 불가능해. 보통은 배고플 때 울기만 한다고 하던걸”


델이 대답하며 천장에서 내려온 끈을 잡아당겼다. 저 끈에 대해서도 이젠 잘 알고 있지. 저 끈은 밖에 있는 하녀들을 부르는 끈이다. 유모들은 그야말로 아이들을 돌볼 뿐 귀족부인들이기 때문에 허드렛일은 하지 않았다. 끈을 잡아당기면 문이 열리고 하녀들이 들어와서 더러워진 기저귀나 젖병 등을 가지고 나가거나 시키는 청소등을 한다. 어김없이 하녀들이 조용히 들어와 델이 한쪽에 올려놓은 기저귀와 옷을 들고 나갔다.


“츕츕츕”

아···달콤한 우유는 정말 꿀맛이다. 안동이는 먹어도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평생 우유만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


“어? 이것봐 황자님 손이 나왔어”


자신도 모르게 손이 나와서 젖병을 잡고 있었다. 그것이 반사인지 의지인지는 모르겠다. 안동이는 그저 열심히 먹는 행위에 집중할 뿐이었다.


‘오빠 잘잤어?’

“오뱌. 뱌뱠야?”


옆 침대에서 안희의 소리가 들렸다. 안동이가 듣기에도 두 아기의 옹알이 소리가 하루가 다르게 말하는 것과 비슷한 소리로 변하고 있었다. 나중에 말을 하게 되면 이 텔레파시는 안들리게 될까?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은 머릿속에서 안희의 말이 정확히 들려왔다.


‘오늘은 아침부터 깨는 시간이 겹쳤네. 어제 어디까지 얘기했지?’

“오느뱌 야뱌뱌뱌 까오 히하이 벼벼벼. 어에 어에어에 어에어에?”


우유병을 떼자마자 안토니가 대답했다.

‘전쟁이 났다고···’

“바바뱌 나뱌뱌···”


“봐! 또 둘이 이야기한다!”

“어떻게 된 조화지?”

“쌍둥이라서 말이 통하는 걸까?”


유모들의 야단법석이 시작되었지만 쌍둥이는 급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깨어 있는 시간이 겹칠 때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서로 궁금한 건 많은데 금방 지쳤다. 3주 먼저 이 세계에서 눈을 뜬 동생은 자신이 파악한 상황을 잘 알려주었다. 놀라운 것은 지금 이 곳이 슈가란드라는 제국이고 우린 그 제국을 통치하는 황제의 아이들이라는 것이었다. 슬프게도 이곳에서 우리를 낳은 엄마는 우릴 낳다가 돌아가셨고 아빠인 황제는 지금 이곳에 없다고. 그리고 이 나라는 전쟁 중이라는 이야기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로시부인의 복귀 24.08.12 10 0 9쪽
24 핑크색 여우 두마리 24.08.11 16 0 10쪽
23 인간열쇠 24.08.10 17 0 10쪽
22 장례식 (8) 24.08.08 20 0 12쪽
21 장례식 (7) 24.08.06 17 0 11쪽
20 장례식 (6) 24.08.06 15 0 10쪽
19 장례식 (5) 24.08.06 15 0 11쪽
18 장례식 (4) 24.08.06 14 0 13쪽
17 장례식(3) 24.08.06 12 0 10쪽
16 장례식 (2) 24.08.06 15 0 11쪽
15 장례식 (1) 24.08.05 16 0 10쪽
14 하얀 까마귀가 날면 24.08.05 15 0 10쪽
13 모두의 아침 24.08.04 19 0 10쪽
12 끝나지 않은 하루 24.08.04 17 0 11쪽
11 긴 하루 24.08.03 16 0 11쪽
10 암펠다리 소동 24.08.03 17 0 10쪽
9 한 입 거리 24.08.02 19 0 10쪽
8 킹 메이커 24.08.02 23 0 10쪽
7 어느 오후의 풍경 24.08.01 22 0 10쪽
6 신의 물방울 24.08.01 25 0 9쪽
5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24.07.31 30 1 10쪽
4 어느 완벽한 하루 24.07.31 32 2 10쪽
3 바티안 교수의 방문 24.07.30 33 2 10쪽
» 먹고자고 먹고자고 24.07.30 37 2 11쪽
1 마지막 소원 24.07.30 55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