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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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돌이
그림/삽화
찹쌀돌이
작품등록일 :
2024.07.30 16:29
최근연재일 :
2024.08.12 12:0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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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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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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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DUMMY

승전 소식에도 불구하고 슈가란드는 큰 슬픔에 잠겼다. 전쟁을 나갔던 황제 제이드 데 우노의 서거 소식 때문이었다. 국경에서 출몰하는 마수의 위협이 비정상적으로 계속되자 1년 전, 토벌과 조사를 겸하러 황제가 직접 마법 군대를 이끌고 출전했다. 아름다운 황후 타샤의 태중에 쌍둥이가 잉태되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열 달 동안 홀로 황궁을 지켰던 타샤는 출산의 고비를 이기지 못하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갓난 어린아이 둘만이 슈가란드의 지존이 되어 어미도 없이 유모들의 손에 길러지며 아버지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수를 다 토벌하면 뭐해. 이제 폐하가 안계신데!”

“어린 황자님과 황녀님은 어떡하나”

“그럼 황자님이 황태자가 되시는건가?”

“아니지 황제의 동생인 제이크경이 계승 1위라구”


승전 소식에도 불구하고 저잣거리의 분위기는 흉흉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안토니와 애나의 아버지인 제이드 황제는 근래에 유래없이 위대한 황제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총명하고 지략가였으며 백성을 사랑했다. 그리고 마탑의 가장 높은 대 마법사보다도 많은 마나의 소유자였다.


승전보에 분위기가 달라진 건 황세자궁도 마찬가지였다. 황궁 전체가 황제의 장례식과 새로운 황제를 맞을 준비로 바빴다. 군대가 도착하면 장례식을 마치는대로 함께 출전했던 황제의 동생 제이크경이 법에 따라 새로운 황제로 추대될 예정이었다.


“만약, 제이크경이 황제가 되면···”

데피 부인의 집무실을 찾은 남자가 입을 열자 데피부인은 냉정하게 그 말을 잘랐다.


“만약이라구요? 제이크경은 이미 법적인 권위가 있는 분입니다. 오히려 선황제의 장례식과 제이크경의 황제 즉위식이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지요. 실제적으로 황제의 자리가 공석인 것은 아닙니다. 알고계실텐데요.”


남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그가 반역자라면 어떻습니까? 사실 전장에서 선황제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방심한 사이에 스며든 마수의 독이 아니라 믿었던 동생의 칼이었다면? 그리고 그 살인자의 칼 끝이 가녀린 어린 조카들을 향해 있다면 말이지요.”


“더 이상 들을 가치가 없군요.”

데피 부인의 낮은 목소리가 갈라졌다. 극도의 불쾌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남자는 협박이라도 하는 듯이 데피 부인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


“부인,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곧 군대가 수도에 도착할 겁니다. 선황제의 동생 제이크는 유약한 몽상주의자입니다. 그는 형과는 달리 마법도 형편없지요. 어릴 적부터 무술로도 마법으로도 인품으로도 두각을 나타낸 적 없는 자입니다. 그냥 황실 피붙이라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라고요.”


“그 피가 흐르지 않아서 당신은 아무리해도 마탑의 대마법사 자리 이상으로 오를 수 없는 것입니다. 알루레곤”


데피부인은 차갑게 말했다. 데피의 집무실에 찾아온 남자는 놀랍게도 마탑의 주인, 대마법사 알루레곤이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알루레곤의 실제나이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는 마법으로 젊음을 유지했다. 어쩌면 데피부인보다 훨씬 늙었을지도 모른다. 알루레곤은 짙은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휴···”

데피부인은 잠시 안경을 벗고 미간을 눌렀다. 피로가 몰려오는 것 같았다.


+++


황세자궁에 속한 하녀들이 수군거렸다.

“그럼 제이크 경이 황제가 되는거야?”

“그렇대. 이제 갓 스무살이 되었나?”

“여자를 엄청 밝힌다고 하던데!”

“그뿐이야? 능력도 형편없다더군. 훌륭한 형에 그렇지 못한 아우야!”

“그럼 황자와 황녀는 어떡해?”

“삼촌이 가만히 놔두겠어? 별궁같은데 처박아뒀다가···”

“쯧, 설마 그럴라구”

“우린 운도 없지 나중에 황세자 쌍둥이를 따라 같이 별궁으로 내려가야 하는 거 아냐?”


“지금 뭣들 하는 짓이지?”

하녀들이 돌아본 곳에는 플로라가 사나운 표정을 하며 서 있었다.


“죄..죄송합니다”

조아리는 하녀들 앞에 플로라는 얼음장 같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안토니와 애니는 본 적 없는 플로라의 모습이었다.

“선황제의 국장을 앞둔 시점이니 이번 일을 소란스럽게 하지 않고 넘어가겠다. 하지만 황자와 황녀님에 대해 다시 한 번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너희 혀를 다 뽑아내서 쫒아낼테니 그리 알아!”

“히..익..네!! 명심하겠습니다.”


플로라는 도도하게 황세자 쌍둥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로시 부인이 물었다.


“별일 아니에요. 온 황궁이 뒤숭숭하네요”

플로라도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로시부인도 플로라도 전쟁이 끝나면 돌아올 가족들이 있었다. 로시부인의 장남과 플로라의 남편이었다. 특히 플로라는 유력한 마법사 가문의 영애였기 때문에 오빠들과 남동생들도 이번 전투에 참여했었다. 두 사람 다 가족이 살아있다는 것을 편지를 통해 받은 상태였고. 곧 돌아올 가족에게 온 마음이 빼앗겨 있었다.


“어머! 목 가누는 것 봐! 황자님 잘하고 있어요!”


변함없이 안토니와 애니를 돌보는 건 델과, 데피부인이었다. 낮에 가끔 델이 안토니를 엎드리게 해 주면 안토니는 온 힘을 다해서 목을 가누는 연습을 했다.


‘헤에! 오빠 잘하는데?’

“먀아! 먀먀 댜먀댜먀?”


옆에 누워있던 애니가 말했다. 애니는 여전히 오동통한 두 발을 하늘로 올려 양 손으로 붙잡고 있는 것을 좋아했다.


황제의 서거 소식이 충격적이긴 했지만 쌍둥이는 그다지 슬프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새롭게 환생한 이 세상에서 부모님이 안계시다는 건 슬프고 걱정스런 일이긴 했지만 일단 지금은 아기의 몸이었기 때문에 깊은 생각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저 잘 먹고 잘 자며 열심히 자라고 있었다.


“똑똑. 바티안 경께서 드셨습니다!”


야호!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쌍둥이는 신이나서 버둥거렸다. 바티안 경은 매일 오전에 들렀는데 그 시간엔 델과 함께 다같이 운동장 방으로 가서 놀이를 하기 때문에 쌍둥이는 매일 바티안 교수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오셨어요 교수님”

유모들의 인사에 바티안 경이 정중하게 절을 하고선 손을 씻고 안토니를 안았다.


“자, 가실까요?”

옆 방에는 바티안 교수가 고안한대로 아기 운동장이 꾸며져 있었다. 발로 차면 소리가 나는 피아노와 손으로 당기는 작은 장난감들 거울, 여러 촉감을 느낄 수 있는 바닥 등이 있었다. 아직 두 아기가 길 수가 없었기 때문에 바티안 교수와 델이 여기저기에 안토니와 애니를 데려다 놓아주었다.


오늘 안토니는 발로 치는 피아노 앞에 뉘여졌다. 안토니의 치아바타 같이 동글 납작한 발바닥이 팡하고 바닥을 차면 피아노 버튼이 눌러져 ‘딩-!’하고 소리가 났다.


“꺄르륵”

딩동댕하고 소리가 날수록 안토니는 신이 나서 다리를 팡팡 찼다.


“오늘도 굉장히 진행이 빠르군. 6주차의 발달이라고 할 수 없어”

교수의 말에 델이 끄덕였다.


“엎드려서 30초나 고개를 들고 버텨요”


이런 성장들을 두사람은 기록했다. 안토니는 자신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이제 눈 앞에서 흔들리는 것들을 손으로 잡을 수 있다! 발 밑에 있는 것들을 팡!하고 찰 수 있다.

몸을 크게 흔들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 그 사이 델은 애나를 안아서 한 곳에 눕혀놓고 블록을 쥐여주고 있었다. 애나는 블록을 입으로 빨고 손으로 만지면서 탐색했다.


이번엔 교수가 안토니를 안아서 거울 앞에 눕혀주었다. 안토니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안토니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었다. 안토니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한참 응시했다. 머리색과 눈 색이 변한 것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거울 속에 있는 것은 여전히 안동이었으니까. 그때였다.


‘오빠 나 좀 봐’

“오요 묘묘묘!”


“아니 저것 좀 보세요!” 델이 소리쳤다.

“오오오!!” 사람들이 시선이 모두 애니에게 집중되었다. 안토니도 거울을 통해 뒷편에서 애니에게 일어난 일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애니가 손으로 들고 물고 빨던 나무 블록들을 공중에 띄우고 있었다.


‘오빠, 내가 이 블록을 밀어냈어!’

“뵤뵤, 먀뱌 으뱌뱌뱝!”


“마나를 사용하고 있어!”

“아직 6주인데 가능해?”

“이건 기적이야!”


유모들과 데피부인, 바티안경이 모두 놀라서 이야기했다.


‘꺄, 신난다 더 밀어봐야지! 얍!’


애니는 뭔가 감각을 찾은 듯 기합을 넣었다. 그러자 손에서 약간 떠있던 블록하나가 하늘로 높이 솟구쳤다.


“꺄르륵!”


애니의 웃음소리가 신나게 울려퍼졌다. 안토니는 놀라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나라는 것이 무언지 안토니는 아직 느낄 수 없었다. 안토니가 느끼는 것은 그저 신체의 감각뿐이었다. 분명히 애니는 뭔가 새로운 감각을 느끼면서 그것을 조절하고 있었다.


“세상에 제이드님의 딸이라서 그런지 애니 황녀님도 마나가 엄청난가봐요!”

운동 시간이 끝난 후에도 유모들은 한참을 놀라 이야기했다.


‘안희야, 그거 어떻게 한거야?’

‘나도 모르겠어. 그냥 저절로 됐어’

‘와 정말 신기하다’

‘우리도 여기 사람이라 마법을 쓸 수 있나봐!’

‘그러게 나도 빨리 해보고싶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쌍둥이는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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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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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로시부인의 복귀 24.08.12 11 0 9쪽
24 핑크색 여우 두마리 24.08.11 17 0 10쪽
23 인간열쇠 24.08.10 18 0 10쪽
22 장례식 (8) 24.08.08 21 0 12쪽
21 장례식 (7) 24.08.06 18 0 11쪽
20 장례식 (6) 24.08.06 16 0 10쪽
19 장례식 (5) 24.08.06 16 0 11쪽
18 장례식 (4) 24.08.06 14 0 13쪽
17 장례식(3) 24.08.06 13 0 10쪽
16 장례식 (2) 24.08.06 16 0 11쪽
15 장례식 (1) 24.08.05 17 0 10쪽
14 하얀 까마귀가 날면 24.08.05 16 0 10쪽
13 모두의 아침 24.08.04 20 0 10쪽
12 끝나지 않은 하루 24.08.04 18 0 11쪽
11 긴 하루 24.08.03 17 0 11쪽
10 암펠다리 소동 24.08.03 18 0 10쪽
9 한 입 거리 24.08.02 20 0 10쪽
8 킹 메이커 24.08.02 24 0 10쪽
7 어느 오후의 풍경 24.08.01 23 0 10쪽
6 신의 물방울 24.08.01 26 0 9쪽
»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24.07.31 31 1 10쪽
4 어느 완벽한 하루 24.07.31 33 2 10쪽
3 바티안 교수의 방문 24.07.30 34 2 10쪽
2 먹고자고 먹고자고 24.07.30 37 2 11쪽
1 마지막 소원 24.07.30 5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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