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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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돌이
그림/삽화
찹쌀돌이
작품등록일 :
2024.07.30 16:29
최근연재일 :
2024.08.12 1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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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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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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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펠다리 소동

DUMMY

플로라를 기다리는 마차는 친정인 카텔리니에서 보낸 것이었다. 플로라는 로씨가문과 결혼한 후에도 자신의 성을 바꾸지 않았다. 굳이 남편의 그늘 아래 있지 않아도 슈가란드에서 ‘카텔리니’라는 이름만큼 충분한 힘을 가진 가문은 많지 않았다. 미리 파발을 통해 띄운 편지에서 오늘의 환영식은 로씨 가문이 아니라 카텔리니에서 있을 거라고 이야기 해 두었기 때문에 남편도 이곳 수도의 카펠리니 저택으로 올 예정이었다.

카펠리니 가문의 입지를 보여주듯 저택은 수도의 가장 비싼 땅에 들어서 있었다. 마차를 타고 저택으로 들어서며 플로라는 이곳에서 부족한 것 없이 자란 자신의 어린시절을 떠올렸다. 플로라가 마차에서 내리자 부모님과 집사, 사용인들이 모두 나와 오랜만의 아가씨의 귀환을 환영했다. 오늘 있을 도련님들과 사위의 환영식에 앞선 미니 환영식 같은 분위기였다.


“엄마!”

플로라는 푸근한 친정엄마의 품에 안겼다.

“플로라! 우리 딸 어서 오렴. 황궁에서의 생활은 어떠니? 힘들지 않니?”


플로라는 여전히 엄마를 감싸 안은채 아빠와도 입을 맞췄다.

“아빠!”

“어서오렴”


가족들은 모두 응접실로 향했다. 응접실로 향하는 복도에는 카텔리니 가문의 위대한 마법사들의 조상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플로라는 어린 시절에 하던대로 응접실의 푹신한 푸른 소파에 몸을 누였다. 사용인들이 과일과 차를 가져다가 작은 테이블에 차려놓고 물러났다.


“저런, 시집 간지가 몇 년인데 아직도 벌러덩 드러눕다니”

친정 엄마가 귀엽다는 듯이 잔소리를 했다.


멍멍!


“로티!”

로티는 친정에서 키우는 커다란 사냥개였다. 로티도 카텔리니가의 일원이 아니랄까봐 매우 충성스러운 강아지였다. 오랜만에 만난 플로라를 보며 로티는 연신 꼬리를 흔들어 댔다. 플로라는 로티를 쓰다듬으며 비어있는 응접실의 다른 의자들을 바라보았다. 장남 루도 오빠는 벽난로 근처의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고 차남 안도 오빠는 옆의 긴 의자에서 엄마에게 늘 무언가를 상담하곤 했다. 마마보이 같으니라고! 생각만해도 플로라는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플로라의 옆자리. 이곳은 동생 플로의 자리였다. 귀여운 플로는 언제나 로티와 디저트를 나눠먹다가 아빠에게 혼나곤 했지···


“엄마, 좋은 생각이 났어요!”

“응?”

플로라의 말에 부모님이 깜짝 놀라 쳐다보았다.

“플로가 좋아하는 애플파이를 잔뜩 만들어요! 시나몬을 왕창 넣고! 플로가 집에 들어올 때 파이냄새가 진동하면 막내가 좋아할 것 같아요!”

“그것 참 좋은 생각이구나! 오늘은 내 애플파이의 비법을 플로라 네게 전수해주지”

“와! 신난다!”


엄마와 플로라는 애플파이를 만들러 주방으로 향했다.


+++

그 시각 제국의 마법군대는 수도로 들어오는 다리를 넘고 있었다. 다리를 지나면 황궁까지 이어지는 중앙의 대로가 있었고 황궁의 양 옆으로 오른쪽에는 신전이 왼쪽에는 마탑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슈가랜드는 저지대였기 때문에 각각의 지역을 둘러 흐르는 수로가 거미줄처럼 이어져있었다.


중앙의 대로에는 황제의 서거를 애도하는 조기가 양쪽으로 걸려있었다. 사람들은 대로의 양쪽에 길게 진치고 모여서 군대의 귀환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승전했지만 황제가 죽은 전쟁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흑흑..폐하···황제 폐하···”

“흑흑흑”


군대의 행렬 중간에 황제의 관을 실은 수레가 지나가자 사람들은 오열했다. 관은 슈가랜드의 국기로 덮혀 있었고 앞뒤로는 말을 탄 열 두명의 기사가 그 관을 호위하고 있었다. 열 두 기사 중에 금발의 기사는 단 한 사람뿐이었다. 다른 기사보다 조금 작고 호리호리한 몸의 기사는 앳되어 보였다.


“황제의 동생이다”

“저렇게 비리비리한 사람이 제이드 황제의 동생이라고?”


애통해하던 무리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비쩍 말랐는데?”

“스무살도 안돼보여!”


“전황제를 죽인 건 마수의 독이 아니래”

“황위에 미친 동생이 독약을 먹였대”


관을 앞 뒤로 호위하는 열 두 기사는 관 앞으로 세 명씩 두 줄 그리고 관 뒤를 따라 세 명씩 두줄로 움직이고 있었다. 가장 마지막 줄에 따라가던 루펠은 백성들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동요를 느꼈다. 애곡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수상한 웅성거림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이거···심상치 않은데.”

루펠은 본능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중앙대로를 따라 황궁까지는 가는 길에는 도시를 관통하는 넓은 강을 지나야 하는 다리가 있었다.관을 호위하는 무리가 다리의 한 복판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양 쪽의 백성들 사이에서 횃불을 든 무리가 다리를 향해 좁혀오는 것이 보였다. 백성들 사이에 소요가 일어났다.


“형을 죽인 시해자! 제이크를 죽여라!”

“죽음은 죽음으로!”

“살인자는 황제가 될 수 없다!”


행렬이 앞뒤로 끊기고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많은 사람들이 다리위에 고립된 기사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은 불과 연기로 아수라장이 되고 있는 다리 위에서 루펠은 자신을 제외한 열 한 명의 기사 중 가장 먼저 말에서 떨어진 기사가 누군지를 눈을 부릅뜨고 보고 있었다.


“히히잉!!”


맨 앞 줄에 있던 금발의 기사가 탄 말이 가장 먼저 놀라서 날뛰더니 주인을 버린 채로 루펠의 옆을 지나서 강으로 뛰어들었다.


“반역자를 처단하라! 반역자를 처단하라!”

미처 다리에 올라오지 못한 사람들은 강의 양쪽에 몰려서 소요를 일으킨 폭도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말이 강으로 뛰어든다고?’

루펠은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일어난 백성의 소요 중에 다리에 고립되고 황제의 동생이 탄 말은 이유 없이 날뛰다가 스스로 강물에 뛰어든다고?


흥분한 백성들은 마을에 불을 지르고 행렬 뒤를 따르던 마차들을 넘어뜨렸다. 중앙대로에서 군대의 귀환을 기다리던 건 평민들뿐만이 아니었다. 귀족들은 난리통에 해코지를 당할까봐 서둘러서 마차를 돌려 각자의 저택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행렬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군사들은 황제의 관을 지키기 위해 다리로 모여들었다.


소요는 갑자기 시작된 것만큼이나 허무하고 갑작스럽게 끝났다. 누군가가 강 아래쪽에서 선전하듯이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반역자 제이크경이 죽었다! 아기황제 만세! 제이드의 아들 만세!”


흥분한 사람들은 시체가 있는 곳으로 몰려가 난도질하고 침을 뱉았다 다리에서 떨어져서 죽었는지 죽어서 떨어졌는지 시신을 알아볼 수 없게 훼손되었다.


루펠 몬티의 지휘아래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마법 군대는 폭동에 가담한 백성들을 현장에서 체포했고 모여있는 사람들을 흩었다. 애초에 마법사들과 일반 백성의 대치였기 때문에 군대가 받은 타격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불이 나고 군중에 밀려서 다치거나 죽은 백성들이 수두룩했다.


포승줄에 묶인 백성들은 여전히 흥분한 상태였다.

“우린 형을 죽인 아우를 황제로 모실 수 없다!!”

“오오 제이드 황제님!!! 제이드 황제님!!”


어떤 폭도들은 자신을 체포한 루펠과 마법사들을 저주하기도 했다.

“부끄러운줄 알아 이 개 같은 것들아!”

“아기 황제님을 지켜야지 인면수심의 반역자를 보호하고 있느냐?”

“너희도 똑 같은 놈들이야!!”


‘도대체 제이크에 대해서 어떤 소문이 난거야? 아니, 애초에 다들 제이크 황자에 대해 관심도 없었잖아?’

루펠은 당혹스러웠다.


+++

친위대장 루펠 몬티가 수도 중앙에서 일어나 소요를 진압하는 동안 군대 대열의 가장 마지막에 따라오던 마차 한 대가 대열에서 빠져나와 도시의 좁은 골목길 사이로 내달리고 있었다. 마차는 도시의 거지와 병자들이 모여 사는 빈민촌을 지나 거미줄 처럼 얽혀 있는 다리들을 건넜다. 신전의 뒷골목을 밝히는 홍등가를 통과해서 사람이 다니지 않는 폐쇄된 수로를 달려 마차가 도착한 곳은 황궁으로 연결되는 개구멍이었다. 이 곳은 황궁에서 나가는 쓰레기가 지나는 문으로, 나가기만 하지 황궁으로 들어갈 일은 전혀 없는 그런 문이었다. 그런 문 앞에 세워진 마차를 의아하게 생각하던 문지기는 마차에 탄 사람을 확인하자 서둘러 문을 열었다. 마차는 커다란 황궁의 뒷마당을 지나 황제를 위한 교회가 있는 녹색 궁전의 뜰에 멈춰 섰다.


“대신관은 도착해 있나?”

“네 전하!”

마차에서 내린 건 레몬색 머리에 푸른 눈을 한 제이크 경이었다. 제이크 경은 군대 마차의 형편없는 승차감으로 인해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절뚝거리며 녹색 궁전에 안에 있는 예배당으로 향했다.


녹색 궁전안에 있는 예배당은 황족을 위한 예배당이었다. 오늘 이곳에는 제이크경의 즉위식을 위해 성전에서 나온 대신관 마리안느와 그녀를 보좌하기 위해 따라온 여사제 라멜라. 황궁 소속인 데피 부인과 블레이크경, 그리고 공증인으로서 참석한 마탑의 대마법사 알루레곤이 있었다.


“아..허리가 너무 아파서 말이죠. 근데 무릎은 꿇어야겠지?”

제이크의 실없는 소리에 마리안느 대신관은 형식적으로 대답했다.

“즉위식이니까요 폐하. 앞으로는 사시면서 무릎 꿇으실 일은 없으실겁니다. 신 앞에서만 유일하게 꿇으시는 지존이시니까요.”


“흠···”

제이크는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훑어보았다. 모두가 표정을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


“그래 그럼.”

어깨를 으쓱하더니 제이크 경은 대신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마리안느 대 제사장은 성검을 들고 제이크경의 어깨위에 올렸다.


“제이크 데 우노. 당신을 전능하신 신의 이름으로 축복의 땅 마법의 제국 슈가란드의 스물 두번째황제가 되었음을 선포하노라. 나 마리안느는 대 신관으로서 이 선포에 증인임을 확인합니다”


루펠경이 이끄는 마법군대가 죄수들을 포박한 채 황궁의 정문을 통과 할 때 즈음에는 벌써 늦은 시각이 되어 하늘에는 노을이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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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로시부인의 복귀 24.08.12 10 0 9쪽
24 핑크색 여우 두마리 24.08.11 17 0 10쪽
23 인간열쇠 24.08.10 18 0 10쪽
22 장례식 (8) 24.08.08 21 0 12쪽
21 장례식 (7) 24.08.06 18 0 11쪽
20 장례식 (6) 24.08.06 16 0 10쪽
19 장례식 (5) 24.08.06 16 0 11쪽
18 장례식 (4) 24.08.06 14 0 13쪽
17 장례식(3) 24.08.06 13 0 10쪽
16 장례식 (2) 24.08.06 15 0 11쪽
15 장례식 (1) 24.08.05 17 0 10쪽
14 하얀 까마귀가 날면 24.08.05 16 0 10쪽
13 모두의 아침 24.08.04 19 0 10쪽
12 끝나지 않은 하루 24.08.04 18 0 11쪽
11 긴 하루 24.08.03 17 0 11쪽
» 암펠다리 소동 24.08.03 18 0 10쪽
9 한 입 거리 24.08.02 20 0 10쪽
8 킹 메이커 24.08.02 24 0 10쪽
7 어느 오후의 풍경 24.08.01 23 0 10쪽
6 신의 물방울 24.08.01 26 0 9쪽
5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24.07.31 30 1 10쪽
4 어느 완벽한 하루 24.07.31 33 2 10쪽
3 바티안 교수의 방문 24.07.30 33 2 10쪽
2 먹고자고 먹고자고 24.07.30 37 2 11쪽
1 마지막 소원 24.07.30 5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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