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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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돌이
그림/삽화
찹쌀돌이
작품등록일 :
2024.07.3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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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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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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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색 여우 두마리

DUMMY

24 핑크색 여우 두마리


“안됩니다. 폐하!”


백색궁의 알현실에 모인 대신들이 입을 모아 황제의 계획에 반대하고 있었다.


“왜지?”


“백색 궁전에서 일하고 있는 시종들은 아무리 허드렛일을 하는 이 하나까지도 엄격한 신분조사와 추천을 받은 자들입니다. 이들을 하루 아침에 내치실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내가 머무는 방 몇 개와 그 층에서 일하는 열 명정도의 사람만 바꾼다고 했는데 경은 마치 내가 온 황궁의 인력을 다 갈아엎을 것처럼 이야기 하는군.”


“존엄하신 황제 곁에는 더욱 신분이 보장되고 노련하게 일을 처리할 사람들을 두셔야 합니다.”


대신들은 황제에게 단 하나의 안건도 양보하지 않았다. 정말 작은 하나의 변화까지도 반대했다. 데피부인은 예견했던 반응에 한숨을 내 쉬었다. 황제 또한 경 내에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음을 절실히 느꼈다.


핑크색 머리의 블레이크 경이 그런 황제를 이해한다는 듯한 말투로 달래듯이 말했다.


“폐하, 좋은 아이디어가 많으시겠지요. 젊고 총명하신 폐하의 뜻을 저희가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랍니다. 허나 궁의 법도엔 그럴만한 이유가 다 있습니다. 이미 데피부인이 하고 있다는 아기 실험방 같은 것도 굉장히 파격적인 것이랍니다.”


“아기의 발육을 도와주는 체육실일 뿐입니다.”

데피부인이 정정했지만 대신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블레이크 경은 미안하다는 듯 씰룩거리며 말을 이었다.


“아 네, 굉장히 새로운 시도지요 부인. 흠흠. 제가 하고싶은 말은 이 백색궁전 자체가 고대 마법의 주문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저 일반적인 건축물로 생각하고 지었다 허물었다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 말에는 데피부인도 동의하는 바였다. 비록 소리내어서 블레이크 같은 여우를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황제는 황세자 쌍둥이의 방에 머물렀을 때처럼 안전하고 좁은 공간을 원했다. 자신이 다 볼 수 있는 공간에서 조리되는 음식과 지나치게 위협적이지 않은 아늑한 공간을··· 그리고 자녀로 입양한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황제가 바라는 일이었다. 황제는 이제 기대감없이 말했다.


“블레이크경도 과장해서 말씀하시는 군요. 제가 말하는 건 백색 궁전을 허물었다가 짓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침실 옆에 달린 작은 방에 작은 주방을 놓고 제 침실과 아이들의 보육실을 이어서 언제든 아이들을 보고 싶다는 것 뿐입니다!”


한 대신이 숨도 안쉬고 황제의 말을 받아쳤다.


“오, 안됩니다! 폐하 주방이 딸린 방은 하인들이 쓰는 방입니다.”

“쿡쿡”

“..푸···푸흡”


비로소 황제를 향한 그들의 본색이 드러났다. 대신들은 웃음을 참느라 입을 움켜잡았다. 황제의 옆에서 서있던 루펠 몬티와 황실부 장관인 데피부인만이 끔찍한 그들의 태도에 눈을 질끈 감았다.


또 한 명 블레이크 경은 웃고 있지 않았다. 그는 황제를 존중한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쥐새끼를 자꾸 몰기 만해서는 안되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쥐새끼가 왕관을 쓰고 있다면 더더욱.


“폐하, 황세자 쌍둥이님을 위한 오두막은 어떠십니까? 저 또한 젊은 시절 가문이 소유한 작은 별장에 내려가서 시를 쓰고 낚시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마치 촌부처럼요.”


블레이크경의 뜻밖의 제안에 장내가 조용해졌다.


“만약 황제 폐하께서 머무시는 백색궁에 부엌이 딸려 있다면 그것은 국격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백색 궁과 청색 궁 사이의 벚꽃 숲에 작은 오두막을 지어 쌍둥이님께 선물하시고 그 곳에서 소박한 휴식을 갖는 것은 황제의 유희로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황제는 핑크색 여우 같은 블레이크경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제안을 먼저 해서 의심스러웠지만 그가 말한 오두막은 좋은 생각인 것 같았다. 그나저나 시골의 저수지에서 소일하며 낚시를 즐기고 시를 쓰는 블레이크경은 아무리 노력해도 상상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가난한 촌부가 그렇게 한량처럼 산 단 말인가.


“블레이크경! 좋은 생각입니다. 그럼 일하는 사람을 다 바꿀 필요도 없고 공사를 할 일도 없지요!”

“그러네요! 폐하께서 정무로 복잡해진 머리를 식히며 아기님들과 시간을 보내기에도 딱입니다!”


이제껏 ‘안됩니다’만 외치던 귀족들이 앞다투어 블레이크경을 지지하는 꼬락서니는 마음에 안들었지만, 하루 아침에 자신을 존중해 줄 인간들도 아니었기에 황제는 괜찮은 블레이크의 제안이 함정이 아닌지 가만히 생각해 보고 있었다.


생각을 끝낸 황제가 일부러 더욱 얼빠진 얼굴로 말했다.


“그···.칼코 엔더슨이 쓴 소설 ‘할머니의 펌킨파이’ 읽어보았나?”


처음 들어보는 작가와 호박파이 이야기라는 제목에 대신들은 할 말을 잃고 있었다.


“주인공이 할머니 집이 있는 언덕에 머물며 가을을 보내는 이야기지. 여자애들이 읽는 거긴한데, 나도 그 호박 파이의 맛이 얼마나 궁금하던지! 하하 그 책에 보면 할머니의 시골집이 자세하게 묘사되어있거든! 그걸 재현하면 좋겠네! 뒷 뜰로 이어지는 부엌문이라든지, 알록달록한 닭모양 풍향계도 두면 좋겠군!! 이봐 루펠! 내 황자 때 쓰던 서재에 가면 그 책이 아직 있을거야!”


“세상에!”

귀족들은 모자라보이는 황제의 행동에 이번엔 웃음도 나오지않아 기가 찼고 루펠은 그런 황제가 부끄러웠다. 여자애들이 읽는 소설이라니 젠장.


“블레이크경! 훌륭한 제안 고맙네! 당장 시작하지!! 루펠 뭐하나! 어서 가지 않고! 아냐아냐. 내가 가서 직접 그 책을 가져와야겠어. 데피부인! 목수들을 데려와요. 내가 오늘 책을 찾아서 도면을 그릴테니!”



+++

‘계산된 행동일까 아니면 그냥 천방지축인걸까’


블레이크 경은 집으로 돌아오며 골똘히 생각했다. 일부러 그런 척을 하기엔 생각이 늘 기상천외하다. 그러나 장례식 기간동안 알루레곤을 따돌리고 아이들을 입양하며 민심을 사로잡을 때는 또 비범해 보이기도 했다.


블레이크경이 자신의 집에 들어서자 언제나처럼 에리카가 그를 반겼다. 블레이크경의 아내는 병이 깊어서 일년내내 시골의 저택에서 지낸지가 벌써 5년이 되어갔다. 에리카는 자라며 자연스럽게 블레이크 저택의 안주인 노릇을 해왔다.


“다녀오셨어요. 아버지. 식사를 준비할까요?”

“그래. 너도 안 먹었으면 함께 들자꾸나.”


늦은 점심으로 차려진 메뉴는 블레이크 경이 좋아하는 오리구이였다. 커다란 은쟁반에 살구를 문 오리가 통째로 올려져 나왔다. 회향과 육두구를 아낌없이 넣어서 풍기는 향기에 블레이크 경이 코를 벌름거렸다.


‘붉은 포도주를 한잔 했으면 좋겠군’ 하고 블레이크경이 생각하고 있을 때 딸 에리카가 하녀를 불러 이야기했다.


“잔과 붉은 포도주를 갖다 줘. 몽트레 경이 가져온 것으로! 푸른 색 병에 금색 마개인 것 알지?”


에리카와 함께 있으면 쓸데없는 말을 할 필요가 없어서 편리하다고 생각했다. 하녀가 가져온 포도주를 가득 따라서 옆에 놔 둘 때까지 블레이크 경은 조용히 오리고기의 기름진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에리카는 작은 사과 조각 위에 브리 치즈와 꿀을 올려서 먹고 있었다. 그녀는 가금류를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오리고기를 싫어했기 때문에 오늘은 이걸로 점심을 때울 생각이었다. 아버지의 눈치를 보던 에리카가 말했다.


“오늘 황궁은 어떠셨어요?”


블레이크경은 몽트레 경이 가져온 최고급 포도주를 들이켰다. 건조하면서도 짙은 향기가 혀끝에 맴돌았다.


“글쎄. 황제를 아직 종잡을 수는 없구나”

“어제는 높이 평가하셨잖아요?”

“어제 대신전에서는···확실히 그 연설은 훌륭했지. 뭔가 동정심을 자극하는···그런 것이 있지않니? 그런 연약함을 자기의 무기로 내세울 줄 아는 남자는 거의 없단다. 에리.”

“동정심을 자극하는 것이 남자의 무기가 될 수 있을까요?”


딸의 말에 블레이크는 조용히 웃었다.


“사랑하는 에리야. 무엇이든 희소한 것은 가치가 있단다. 문제는 그것을 알고 쓰는 건지 모르고 얻어걸린 것인지는 차차 알아봐야겠지만······ 어쨌거나 그는 매우 미약하다. 지금 황실은 주인 없이 비어 있는 집이나 마찬가지야.”

“알루레곤이 가만 있지 않을 거에요. 언제까지 지켜보기만 하실건가요?”

답지 않게 조급해하는 에리에게 블레이는 조언을 좀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먹기 좋게 접시에 올려진 요리라도 한 입에 먹겠다는 건 사실 굉장히 어리석은 일이라고 이 아비는 생각한다. 알루레곤은 무리하게 시도했고 실패했어. 그가 다시 도전하기 위해선 또 시간이 많이 필요할거야. 알루레곤이 이 곳에 찾아왔던 날을 기억하니?”


“네, 아버지께서 그를 돕기로 약속하셨죠.”


“그래 하지만 나는 그 약속을 어겼어. 내가 탄 배의 바닥에 구멍이 났다면 난 내릴거다. 그런 상황이 또 반복되어도 그렇게 할거야. 에리카 네가 갖고 싶은게 뭐지?”


“황실의 권력이죠.” 에리카는 황후자리만 생각하면 애가 탔다.


“그렇지 굉장히 희소한데 아직 우리 블레이크 가문의 손에 들어온 적 없는 것이야. 나도 그 걸 갖기를 추구한단다. 하지만···”


블레이크 경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그렇다고 그걸 가질 기회를 사겠다고 지금 가진 걸 다 걸진 않겠어. 에리 네가 가진 걸 잘 지키는 것도 능력이란다. 직위든 권력이든 재물이든 매력이든간에 지금 네가 갖고 있다고 해서 우습게 여겨선 안돼.”


에리는 아버지의 말을 전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리스크없이 무엇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


“네가 보기에 아비가 이리 재고 저리 잰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의 자리를 잊지 말거라. 우린 슈가란드 최고의 가문이고 최고의 부를 가지고 있어. 서두를 것 없다.

알루레곤 같은 놈이나 또 다른 놈이 미쳐 날뛰면 그저 지켜보면 돼. 그들은 잃을 게 없어서 그렇게 덤비는 거거든. 네가 그걸 망각하고 그 놈들처럼 날뛰는 순간, 너도 그들과 같은 존재로 전락해버리는 거야”


수수께끼 같은 아버지의 말을 여러 번 곱씹었지만 에리카는 그 뜻을 도통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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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로시부인의 복귀 24.08.12 10 0 9쪽
» 핑크색 여우 두마리 24.08.11 17 0 10쪽
23 인간열쇠 24.08.10 18 0 10쪽
22 장례식 (8) 24.08.08 21 0 12쪽
21 장례식 (7) 24.08.06 17 0 11쪽
20 장례식 (6) 24.08.06 16 0 10쪽
19 장례식 (5) 24.08.06 16 0 11쪽
18 장례식 (4) 24.08.06 14 0 13쪽
17 장례식(3) 24.08.06 13 0 10쪽
16 장례식 (2) 24.08.06 15 0 11쪽
15 장례식 (1) 24.08.05 17 0 10쪽
14 하얀 까마귀가 날면 24.08.05 16 0 10쪽
13 모두의 아침 24.08.04 19 0 10쪽
12 끝나지 않은 하루 24.08.04 18 0 11쪽
11 긴 하루 24.08.03 17 0 11쪽
10 암펠다리 소동 24.08.03 17 0 10쪽
9 한 입 거리 24.08.02 20 0 10쪽
8 킹 메이커 24.08.02 24 0 10쪽
7 어느 오후의 풍경 24.08.01 23 0 10쪽
6 신의 물방울 24.08.01 26 0 9쪽
5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24.07.31 30 1 10쪽
4 어느 완벽한 하루 24.07.31 33 2 10쪽
3 바티안 교수의 방문 24.07.30 33 2 10쪽
2 먹고자고 먹고자고 24.07.30 37 2 11쪽
1 마지막 소원 24.07.30 5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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