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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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돌이
그림/삽화
찹쌀돌이
작품등록일 :
2024.07.30 16:29
최근연재일 :
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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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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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5)

DUMMY

19 장례식 (5)

카텔리니가의 장례식장을 떠난 알루레곤은 마법사들을 거느리고 거리로 나갔다. 알루레곤과 서른명의 마법사들은 뒷골목에서 평범한 백성의 모습으로 각자 변신을 했다. 그들은 선황제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처럼 하얀 수건을 두르고 하얀 옷을 입었다. 그들은 거리에 가득한 백성들의 물결 속으로 흩어졌다.


선황제의 관에 바칠 꽃을 나눠주는 행렬에서, 장례예식에 참석하러 움직이는 군중들 사이에서, 사람들이 모여 선황제를 추모하는 선술집에서 숨어든 마법사들은 소문을 퍼트렸다.


“신이시여! 제이드 선황제를 받으소서! 아아 불쌍한 쌍둥이님들! 신이시여 쌍둥이님의 목숨을 지켜주소서!”

“그게 무슨 소리요?”

옆의 사람의 질문에 마법사는 기회를 만난 듯 더욱 연기를 했다.


“아차! 아닙니다.”

“아니 쌍둥이 황세자님이 어쩌구 하지 않았소? 누가 황세자님 목숨을 노린단 말이오?”


“사실 저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집안에서 몸종으로 일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높으신 분의 이름은 여기서 밝힐 수가 없답니다.) 우리 도련님이 대학에 다니실 때부터 어떤 황자님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답니다! 그 황자는 기숙사에서도 금지된 약을 만들어서 우리 도련님에게 끈질기게 권했지요! 학교에 붙어있는 날이 없이 늘 이런저런 비행을 일삼았답니다.

이건 아는 사람만 아는 소문입니다만, 대문자 J (더 이상 자세하게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는 황실의 문제아 정도가 아니에요. 지난 부둣가의 축제에 처녀들이 몹쓸 짓을 당한 일을 아시죠? 그 배후에도 J가 있었지요. 맘에 드는 부녀자가 있으면 처녀고 유부녀고 가리지 않고 약을 몰래 먹여 그런 짓을 한다죠.

선황제도 사실 마수의 독이아니라··· 휴···이러니 어찌 어리신 황세자 쌍둥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나요.”


“세상에!”

“지금 이야기하는 그 사람은!!”


오늘이 장례식 4일 째이니 그들이 이런 짓을 하는 것도 벌써 4일이나 되었다. 백성들 사이에서는 황제가 비겁자일 뿐 아니라 자신의 조카들도 독살할 미친 황제로 점점 소문나고 있었다. 마법사들의 입을 떠난 소문은 백성들의 상상력이 더해져 더욱 요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 얘기 들었어? 황제는 늘 술과 약에 취해서 미쳤다고 하더군”

“그 뿐인 줄 아나? 극약의 부작용으로 이빨이 다 상어처럼 뾰족하고 눈 흰자부분이 벌겋게 충혈되었다던걸!”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아서 여자들을 늘 약을 먹여 겁탈한대!”

“배냇 병신이라 절름발이라더군”

“그래서 마차에서 안내리는구만”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황제는 점점 인간의 형상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알레루곤은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쥐새끼마냥 겁먹은 황제가 대중 앞에 나올 일은 아직 멀었으니까. 장례식이 끝나고 즉위식을 할 때에도 숨을 수는 없을 테니 더 늦기 전에 그를 죽여야 한다. 그리고 한 살짜리 황자 안토니가 적어도 열 여덟살이 될 때까지는 이 나라를 주무를 수 있다.


‘17년이면 충분해!’

알레루곤은 황제가 없는 황실에서 내정에 간섭할 생각만해도 짜릿했다. 17년이면 허수아비 같은 어린 왕도 폐위시키기에 충분한 세월이었다. 말도 안되는 고대의 신전 따위도 밟아버리고 이 나라에 고리타분한 왕정을 끝내 버릴 기회였다.


+++

황제 제이크가 데피부인을 따라 황세자들이 머무는 방에 갔을 때 쌍둥이는 이유식을 실컷 먹고 놀다가 잠들어 있었다. 잠시 아이들이 잠든 틈을 타서 책상에 앉아 육아일지를 기록하고 있던 델은 갑작스러운 황제의 방문에 깜짝 놀라서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황제 전하를 뵙습니다.”


황제는 델을 빤히 쳐다보았다.


‘흠..그때 날 죽이려고 했던 그 유모로군··· 하지만 황세자 쌍둥이가 햄스터를 데리고 놀고 있었으니 놀랄만했지···’


“크흠..”

황제의 헛기침 소리에 긴장해서 자기소개도 깜박하고 있던 델이 놀라 다시 말을 이었다.


“델 블랙입니다. 결혼하기 전의 성은 아레발로입니다.”

“아레발로?”


황제가 약간 놀란 표정으로 되묻자 델이 대답했다.

“네, 부끄럽지만 세간에 상비약으로 많이 판매되고 있는 ‘아레발로 약수’가 저희 가문의 생산품 중 하나입니다.”

“오, 그럼 그 유명한 프랜시스 아레발로의 손녀인가?” 황제가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그렇군!”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레발로 약수’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약이었다. 북부지역의귀족이자 저명한 약초학자였던 프랜시스 아레발로는 물약의 대량생산에 성공해서 ‘아레발로 약수’라는 물약을 출시했다. 귀족부터 일반 백성의 농가에 이르기까지 집집마다 작은 녹색병에 든 ‘아레발로 약수’가 없는 집은 없었다. 사람들은 체하거나 열이 나거나 기침이 나거나, 무슨 증상이든 일단 ‘아레발로 약수’를 들이키고 봤기 때문에 거의 민간에서 만병통치약으로 사용되었다. 귀족이 사업을 한다고 그들을 업신여기는 귀족들도 많았지만, 아레발로 가문은 분명히 귀족은 귀족이었다. 그것도 돈이 아주 많은···


“델 블랙양은 열 두살 때부터 약학과 의학을 공부하고 대학에서 유아에 관한 논문을 쓴 인재입니다. 유모로서 황세자 쌍둥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제가 대학에서 데리고 온 자입니다.”


뒤에 서있던 데피부인이 델의 소개를 덧붙였다.


‘그 유명한 아레발로의 여식이 의학을 공부해서 황실에서 쌍둥이를 데리고 연구 중이라...’

황제는 이제 ‘부엌에서 직접 만드는 이유식’이니 ‘아기운동장’이니 하는 요상한 것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제이크도 학구적인 사람이었기에 델의 설명을 더욱 듣고 싶었다.


“좋아 델, 아기 운동장을 구경해도 될까?”

데피부인이 잠시 쌍둥이와 함께 있는 동안 황제는 델을 따라 옆방에 마련된 아기 운동장으로 갔다.


“이게 다 뭐지?”

황제는 처음 보는 아기 운동장에 놓인 놀잇감을 보고 놀라서 이야기했다. 델은 하나하나 소개하며 자신과 바티안 교수의 가설에 대해 말했다.


“민간에서는 아이가 1살이 되어 스스로 일어나서 기어다닐 때까지 따로 아이를 교육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직 육체적인 능력이 미성숙할 뿐 아주 어린 아기도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탐구하고 익숙해지고 정복하는 단계를 거친다고 생각합니다.”


델은 여러 촉감을 느낄 수 있는 바닥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아기들을 바로 세상에 던져 놓을 수 없으니 여기에서 안전하게 다양한 감촉과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답니다.”


“이건 뭐지?”

발로 치는 피아노를 보며 황제가 물었다.


“이건 발로 치는 피아노랍니다”


“···피아노?”


“네. 아기가 누워서 여기서 놀다가 발길질을 하면 자연스럽게 이 밑에 벽에 달린 커다란 건반을 치게되고 그럼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아노소리가 나오죠. 실제로 황자 황녀님이 매우 좋아하신답니다.”


“흥미롭군···”

황제가 손을 뻗어 피아노 건반을 누르자 ‘딩딩’하고 피아노 소리가 났다.


“육체의 발달을 도와줘야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도와준다기 보다는 좀 더 몸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이 실험의 목적입니다. 어떤 순서로 신체가 발달하는지도 관찰하고요. 그리고···”

델은 조심스럽게 계속했다.


“황녀님의 경우는 벌써 마나를 사용하신답니다.”


“마나를?”

황제가 놀라서 델을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아이들은 7세 정도가 되어야 마나가 발현되고 그것을 교사와 함께 훈련하기 때문이다.


“굉장히 빠르신 편이죠. 그래서 이렇게 환경을 해 놓았는데··· 이런 환경엔 관심 없고 블록을 공중에 띄워서 가지고 노는 정도지만, 마나의 컨트롤을 이미 하고 계십니다.


“놀랍군···내 조카가 마법천재라니.”


“응애 응애~~~”

아이들이 깼는지 저쪽 방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델이 보이지 않고 데피 부인 뿐이라 불만이 있는 듯 했다.


“아기님들이 깨셨나봐요”

“방으로 가보지”


델은 흥분해서 아기들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황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델도 잘 몰랐다. 소문처럼 괴상한 젊은 삼촌이 황자 황녀님을 구박하거나 괴롭힐까봐 걱정을 했던 델이었다. 그런데 황제는 멀쩡한데다가 그녀가 하고 있는 연구에 대해서도 이렇게 호의적이라니!! 델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델이 걱정할 때마다 ‘제이크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던 바티안 교수님의 말이 맞았던 것이다.


데피부인은 두 쌍둥이가 갑자기 울자 당황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델~~~~ 델~~~~~~~ 어디간거야~~~~’

“응애~~ 응애~~~ 응애~~~”


쌍둥이는 혼신의 힘을 다해 울고 있었다. 안토니와 애니의 조그마한 얼굴이 홍시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 이 아이들이 비록 열살의 전생을 기억하는 아이라 할 지라도 생리적인 육체의 발달대로 표현하고 느끼는 것에는 예외가 아니었다. 그래서 쌍둥이는 자신의 요구를 ‘울음’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안미안! 울지마세요 황자님 황녀님!”

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토니와 애니가 둘 다 울고 있었기 때문에 델은 왜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한번에 두 아이를 다 품에 안았다. 델의 따뜻한 품에서 익숙한 냄새를 맡으며 아이들이 진정하자 델은 다시 아이들을 2인용 침대에 내려놓았다.


“오늘은 귀한 손님이 오셨답니다!” 델이 웃으며 말하자 애니와 안토니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델을 쳐다봤다.


‘손님?’

“뱌?”


‘플로라가 돌아왔나?’

“표파표 냐냐뱌?”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 얘들아! 내가 바로 삼촌 제이크란다!”


황제가 다가와서 아이들의 침대위로 허리를 숙이고 안토니와 애니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쌍둥이도 황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빠?”

애니가 먼저 말했다.


“음? 얘들이 지금 아빠라고했나? 아니 난 삼촌이야”


그때 안토니가 소리질렀다.

“암마암마아마!!!아빠!!!!! 아빠아빠!!!!”


분명 아빠였다. 우리 아빠 정변호사. 비록 머리는 금발이고 눈은 파랗지만 웃는 것처럼 꼬리가 내려간 눈과 오른쪽 눈 밑은 눈물점까지! 조금 (아니 사실은 엄청나게) 어려지고 잘 생겨진 우리 아빠 정재익씨가 분명했다.


“암마~~~~~~~ 흐앙”

“아빠아빠암마!!!”


안토니와 애니의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아이들은 손을 뻗어 황제의 옷을 잡아당겼다. 코도 당기고 머리카락도 잡아당겼다. 잡히는 건 다 잡았다. 왜 아빠가 아니라 삼촌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10년을 함께 살면서 한번도 못 불러본, 못 만져본 우리 아빠가 눈 앞에 있다.


오열하는 아이들에게 붙잡힌 황제는 델을 돌아보며 물었다.

“워..원래 애들이 이러는 건가?”


델과 데피부인도 이산가족 상봉하듯 울어대는 아이들을 보고 놀라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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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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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로시부인의 복귀 24.08.12 10 0 9쪽
24 핑크색 여우 두마리 24.08.11 16 0 10쪽
23 인간열쇠 24.08.10 18 0 10쪽
22 장례식 (8) 24.08.08 20 0 12쪽
21 장례식 (7) 24.08.06 17 0 11쪽
20 장례식 (6) 24.08.06 15 0 10쪽
» 장례식 (5) 24.08.06 16 0 11쪽
18 장례식 (4) 24.08.06 14 0 13쪽
17 장례식(3) 24.08.06 12 0 10쪽
16 장례식 (2) 24.08.06 15 0 11쪽
15 장례식 (1) 24.08.05 17 0 10쪽
14 하얀 까마귀가 날면 24.08.05 16 0 10쪽
13 모두의 아침 24.08.04 19 0 10쪽
12 끝나지 않은 하루 24.08.04 17 0 11쪽
11 긴 하루 24.08.03 16 0 11쪽
10 암펠다리 소동 24.08.03 17 0 10쪽
9 한 입 거리 24.08.02 20 0 10쪽
8 킹 메이커 24.08.02 24 0 10쪽
7 어느 오후의 풍경 24.08.01 22 0 10쪽
6 신의 물방울 24.08.01 25 0 9쪽
5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24.07.31 30 1 10쪽
4 어느 완벽한 하루 24.07.31 33 2 10쪽
3 바티안 교수의 방문 24.07.30 33 2 10쪽
2 먹고자고 먹고자고 24.07.30 37 2 11쪽
1 마지막 소원 24.07.30 5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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