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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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돌이
그림/삽화
찹쌀돌이
작품등록일 :
2024.07.3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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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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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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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열쇠

DUMMY

23 인간열쇠


“신이시여 선량한 황제를 축복 하소서!”

“제이크 황제 폐하 만세!”


대 신전의 백성들로부터 시작된 환호가 거리를 타고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선량하고 정직한 동생이 형님의 아이들을 거두었다는 이야기가 주는 힘은 컸다. 알루레곤이 백성들에게 심어 놓았던 두려움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사람들의 가슴엔 기쁨과 자긍심이 샘솟기 시작했다.


황제와 황세자 쌍둥이가 함께 마차에 올라 황궁까지 돌아가는 길은 몇 시간 전 대 신전으로 올 때의 상황과는 전혀 달랐다. 사람들은 황제에게 축복의 기도를 퍼부었고 사랑스런 새로운 가족에게 환호했다.


+++


황궁으로 돌아온 황제는 식순에 따라 형의 관을 선조들과 함께 안치하기 위해 녹색 궁전으로 향했다. 이제 이 곳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는 마지막 예식이었다. 황제는 대신관과 사제들을 따라 녹색 궁전 예배당의 지하로 향했다. 이 예식에는 오직 신관들과 황실의 친척들만이 함께 했다. 쌍둥이들이 함께 가야 했기에 델과 데피부인, 루펠의 참석이 예외적으로 용인되었다.


‘등도, 창문도 없는데 밝아’

녹색궁전의 지하에 들어선 안토니는 생각했다. 예배당 1층에서부터 흘러내려온 물이 벽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거대한 공간은 1층의 세련된 건축물과는 정반대로 마치 지하 동굴에 들어온 것 같았다. 동굴의 한 가운데로 저수지만큼이나 큰 연못이 있었고 마치 물 속에 전등이 있는 것처럼 물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오빠! 말이야! 에쿠린트! 에쿠미스!’

“뱌! 야아아!! 에에에!!에에에!!”


애니의 말처럼 앞쪽엔 돌로 조각된 거대한 말 두 마리가 서 있었다. 돌은 회색과 검은 색이라서 누가 푸른말이고 붉은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두 마리의 말이 평원을 뛰어가는 것처럼 묘사되어있었다.


황실부 장관인 데피부인도 이 곳은 처음 들어와보는 곳이었다. 황실에 살아 숨쉬는 고대 마법의 근원지 중 하나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감격이 부인의 학자로서의 호기심을 일깨웠다. 예식보다는 벽에 새겨진 고대의 문자와 문양들을 관찰하고 싶었지만 벽 쪽에는 등이 없는 탓에 일렁이는 물에서 스며나오는 빛 만으로는 정확하게 볼 수 없었다.


사제들은 앞에서 고대의 기도문을 암송하고 있었지만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었다. 이 곳의 마법은 오직 ‘데 우노’의 혈족이 아니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 신관과 사제들은 오래된 예식대로 기도와 제사를 올리고 있었다.


‘저런 쓸데없는 제사의식이야 말로 없어져도 될 의식에 불과하지···’

데피부인은 생각했다. 슈가란드를 지탱하고 있는 고대의 마법을 움직이는 열쇠는 바로 황족이었다. 만약 모든 황족이 사라진다면 지금 이 도시의 수로를 흐르는 물이 말라버리고 정원의 꽃들이 시들고 제철소의 용광로의 불이 꺼질 것이다.


‘자기가 무엇을 밟고 서있는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

그러나 마탑과 신전은 은근히 그런 황족의 역할을 등한시하기 시작했다. 데피부인은 그들이 자신이 밟고 서있는 땅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알 수 없는 영역, 신으로부터 주어진 영역, 아직 우주의 먼지 한 톨만큼도 이해하지 못하는 신비를 무시하는 것. 우리가 누려온 것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는 착각.


“슈가란드를 돌보는 신 앞에 에쿠린트와 에쿠미스의 아들 제이크 데 우노가 신성한 물을 밟습니다.”


황제가 커다란 연못의 끝에 마련된 작은 돌계단 위에 올라갔다. 새로운 인간 열쇠의 신고식이었다.


‘애니! 저것봐!’

“뱌아!! 야아!!”

안토니와 애니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이 눈앞에서 일어난 광경을 놀랍게 바라보았다. 황제가 된 제이크 자신도 형이 하는 것만 보았지 자신이 이 자리에 설 줄은 몰랐기에 상기된 얼굴이었다.


빛나던 연못의 물이 일렁이더니 반으로 갈라졌다. 연못의 물은 빛나는 벽이 되어 흐르고 있었고 제이크가 밟은 돌계단을 시작으로 연못 바닥까지 이어진 길이 드러났다. 제이크는 그 계단을 따라 내려갔고 이어서 대 신관과 사제들, 황제의 관을 든 친척들과 쌍둥이까지도 모두 연못 바닥으로 내려갔다.


‘너무 아름다워···’

“야아..”

애니가 작게 옹알거렸다. 연못의 벽의 물은 계속 빛을 내며 일렁이고 있었고 바닥의 하얀 돌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양쪽에는 선대의 황제들의 무덤 위로 이름과 얼굴이 빛을 내며 새겨져 있었다. 이곳은 오직 황제들만의 묻히는 곳이었기 때문에 황후는 녹색궁전 뒤의 황실의 묘역에 묻혀 있었다. 고대의 마법은 자신의 열쇠 들만이 이 곳에 묻히는 걸 허락했다.


제이크 황제는 가장 앞으로 나아가 비어 있는 매장지 앞에서 멈춰섰다. 관도 빈 돌 위에 놓였다. 모인 사람 모두가 관을 빙 둘러서자 제이크가 입을 열어 신에게 기도했다.


“에쿠린트와 에쿠미스의 아들 제이드 데 우노를 신의 품에 올려드립니다”

새로운 인간 열쇠 제이크의 말에 마법이 작동되었다. 대리석과 상아로 장식된 관 위로 빛이 흐르더니 사람이 만든 관의 형태는 보이지 않고 선조들의 무덤과 같은 빛나는 돌 무덤이 만들어졌다. 데피부인이나 대 신관도 알 수 없는 고대의 마법진들이 허공에서 빛났다.


완성된 무덤위로 황금색 빛을 내 뿜으며 제이드의 얼굴이 새겨졌다. 그 얼굴을 보며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 각각 제이드를 추억했다. 제이크 황제는 자신의 그늘이었던 따듯한 형을, 루펠 몬티는 너무 일찍 죽어버린 친우를, 데피부인은 우수하고 유망했던 주군을···그리고 쌍둥이는 본 적 없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얼굴을 새기고 난 빛은 그 밑에 이름과 연도를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모두가 긴장해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마지막에 적히는 것은 신이 주는 이름이었다. 사람들은 제이드를 ‘태양왕’이라고 불렀지만 신도 그를 ‘태양’으로 평가할 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신과 사람의 평가는 엇갈릴 때가 많았다. 여기에 새겨진 이름이 앞으로 왕실에서 사용되는 선황제의 호칭이 될 것이었다.


빛은 한 글자 한 글자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슈가란드의 말···벌···”


‘말벌왕’이라니. 사람들은 적잖이 당황했다. 하지만 신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었다. 사람들의 사랑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제이드 데 우노였지만, 신이 보기엔 꿀을 모으는 꿀벌이 아니라 들판을 날아다니며 적을 공격하는 말벌 같은 존재였나보다. 이 칭호는 오늘 저녁 공표되고 이제부터 공식적인 문서에서 제이드 황제의 칭호로 사용될 터였다.


제이크의 뒤를 따라 모두가 계단을 올라 다시 나오자 물의 벽은 사라지도 다시 신비한 빛이 일렁이는 연못으로 돌아갔다. 제이크 황제가 백색 궁전에서 한 달 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발표하는 것을 끝으로 모든 예식이 마무리 되었다.


+++

루펠 몬티와 델은 지친 쌍둥이를 데리고 먼저 청색 궁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쌍둥이는 어느 새유모차에서 잠들어 있었다. 황제의 깜짝 입양발표에 가장 놀라고 서운했던 사람은 루펠 몬티였다. 제이크의 반전은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그 계획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저 철부지 동생의 생각이 좀 짧았던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앞으로는···”


몬티는 청색 궁전으로 가는 마차에 유모차를 실으며 은근히 낮게 깔린 목소리로 근엄하게 델에게 이야기했다.


“이런 일은 미리 내게 보고하시오.”


‘보고하시오?’ 명령에다가 어물쩍 낮은 사람 대하듯 말하는 말투에 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루펠은 델의 표정을 보지 못하고 마차의 문을 잡고 말을 계속했다.


“폐하의 안위를 지키는 내가 이런 일을 몰라서야······”

이번에도 책망하는 듯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이때까진 태도가 불량해도 델에게 존대를 했던 루펠이었다.


“문···”

델이 평소처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

루펠은 잘 못들어서 델의 얼굴을 쳐다봤다. 혹시 겁먹은 걸까? 그런 의도까진 아니었는데······여자를 상대로 자신이 좀 과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들은 이래서 피곤하다니까···


“문 닫아요. 아가님들 자니까”


어리둥절해진 루펠 몬티는 시키는 대로 일단 문을 닫았다. 내 말을 못 들은 건가? 아니면 알아들어서 대답을 생략한 걸까? 너무 놀라서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기조차 어려웠기 때문에 청색 궁전에 도착해서 방까지 가는 길에 다시 한 번 델과 이야기하려 했지만 델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델은 아기들을 데리고 쌩하니 들어가버렸다.


+++

[마탑의 가장 높은 방]


“크헉···커허억···”


분노한 알루레곤 앞에 서른명의 마법사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알루레곤의 손 끝에서 나온 검은 끈은 마법사들의 목을 졸랐다.


이제 알루레곤은 윽박지를 가치조차 못 느꼈다. 분노, 분노, 그저 분노만이 있을 뿐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알루레곤이 소리지르자 그의 마나가 폭발하여 방이 진동했다. 이미 모든 물건은 다 바닥에 던져지거나 깨어져 있는 상태였다.


황제가 햄스터로 변해 마차를 타고 황궁밖으로 나왔을 때 까마귀로 변한 서른명의 마법사는 황제를 찾기 위해 빈 궁으로 들어갔다. 없는 사람을 찾을 수도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기에 서른명의 마법사는 헛물만 켜다가 황제가 마차를 타고 귀환했을 때가 되어서야 모든 것이 틀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분노에 미친 알루레곤 앞으로 황실로부터의 속보가 속속 도착했다. 선 황제의 시호가 ‘말벌왕’이라는 것과 새 황제의 입양소식, 새 황제가 오늘 관료들 앞에서 백색궁전의 대대적인 공사와 인력교체를 선언했다는 소식이었다.


“젠장 국경에서 같이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미꾸라지 같은 놈!!!”


알루레곤이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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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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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로시부인의 복귀 24.08.12 10 0 9쪽
24 핑크색 여우 두마리 24.08.11 16 0 10쪽
» 인간열쇠 24.08.10 18 0 10쪽
22 장례식 (8) 24.08.08 20 0 12쪽
21 장례식 (7) 24.08.06 17 0 11쪽
20 장례식 (6) 24.08.06 15 0 10쪽
19 장례식 (5) 24.08.06 15 0 11쪽
18 장례식 (4) 24.08.06 14 0 13쪽
17 장례식(3) 24.08.06 12 0 10쪽
16 장례식 (2) 24.08.06 15 0 11쪽
15 장례식 (1) 24.08.05 16 0 10쪽
14 하얀 까마귀가 날면 24.08.05 15 0 10쪽
13 모두의 아침 24.08.04 19 0 10쪽
12 끝나지 않은 하루 24.08.04 17 0 11쪽
11 긴 하루 24.08.03 16 0 11쪽
10 암펠다리 소동 24.08.03 17 0 10쪽
9 한 입 거리 24.08.02 19 0 10쪽
8 킹 메이커 24.08.02 23 0 10쪽
7 어느 오후의 풍경 24.08.01 22 0 10쪽
6 신의 물방울 24.08.01 25 0 9쪽
5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24.07.31 30 1 10쪽
4 어느 완벽한 하루 24.07.31 32 2 10쪽
3 바티안 교수의 방문 24.07.30 33 2 10쪽
2 먹고자고 먹고자고 24.07.30 37 2 11쪽
1 마지막 소원 24.07.30 5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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