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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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돌이
그림/삽화
찹쌀돌이
작품등록일 :
2024.07.30 16:29
최근연재일 :
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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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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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거리

DUMMY

똑똑똑


늦은 오후 데피부인의 집무실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제국 대학의 대 교수 바티안이었다.


“들어오시죠”

데피부인은 얼음장 같은 표정으로 뜨거운 차를 내왔다. 사실 차는 너무 뜨거워서 입에 대지도 못할 정도로 김이 펄펄 나고 있었다.


“이···그.. 음.. 차가 쿠라신 지역의 찻잎인가요? 향이 아주 좋네요..”

바티안 경은 향기를 맡는 시늉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차는 그야말로 펄펄 끓고 있어서 콧구멍이 증기에 데일 지경이었다.


“그··· 마나에 관한 거라면 아직 애니 황녀님이 다시 마나를 사용하신 적은 없습니다만.”

데피 부인이 자신의 연구를 중단하라고 부른 것 같아서 바티안은 자꾸 조급해졌다. 데피 부인처럼 황실에 충성하고 윤리의식이 뚜렷한 학자 같은 경우엔, 자신의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어린아이를, 그것도 무려 황녀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바티안경을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 연구라면 계속해도 좋아요. 아가님들의 경우 신체 발달도 비범한데다가 정말 마나와 마법능력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것에 저도 동의합니다. 오늘은 다른 질문을 좀 드리려고 오시라고 했습니다.”


데피부인의 말에 바티안 경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다른 질문이라니 또 무슨 문제가 있는건지 이번엔 또 새로운 긴장감으로 바티안은 데피부인을 바라보았다.


“제이크 경의 어린시절 가정교사셨지요. 차기 황제가 되실 제이크경에 대해서 이런저런 소문이 무성합니다만 저는 실제로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어서 말입니다.”


데피부인은 말을 이었다.

“일단 제가 들은 소문으로는 병약하고 음침한 성격에 성적인 취향도 변태적이라고 하더군요. 늘 황궁의 하녀들을 쫒아다니며 희롱한다구요. 게다가 형인 선황제와는 반대되게 나이가 스무살인데도 마나가 미약해서 배워도 쓸 마법이 없다는데 사실입니까?”


“그..그런···” 바티안경이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디서 그런 해괴한 말씀을 들으셨습니까? 제이크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모두 거짓입니다. 사실은 딱 하나 마나가 미약하다는 것 밖에 없어요. 다 황자의 마나가 미약한 것을 무시하는 동기들이 떠벌리고 다니는 거짓말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마나의 양은 타고나는 걸요!”


이야기를 듣던 데피부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제가 제일 두려워하는 대답을 하셨습니다.”

“네? 부인. 제이크는 성정이 착하고 온화한 아이입니다.”

“더욱 좋지 않네요······”


데피 부인의 태도에 화가 난 바티안 경이 쏘아붙였다.


“황제가 온화해야지 변태고, 음험해서야 되겠습니까?”

씩씩거리는 바티안 경에게 데피부인 씁쓸하게 대답했다.


“아니오. 황제는 색마여도 되고, 잔인해도 됩니다. 음침하거나 지병이 있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마나가 부족한 황제는 안됩니다. 어떤 귀족과 마법사와 신관들이 그런 무능력한 황제를 존중하겠습니까? 안됐지만 제이크 경은 그들의 먹잇감이 될 겁니다. 한 입에 먹어치우든 천천히 조금씩 나눠먹든간에 그건 그들이 선택할 겁니다. 황제가 아니라요”


+++

마탑의 가장 높은 방. 대마법사 알루레곤은 혼자만의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거대한 몸집의 노인은 손으로 집어든 꿩의 뒷다리를 한 입에 먹어치웠다. 입을 이리저리 움직여 살을 발라낸 뼈를 뱉아내는 모습은 사람이 아니라 거대한 두꺼비의 몰골 같았다. 대머리의 늙고 거대한 마법사 이것이 알루레곤의 진짜 모습이었다. 알루레곤은 손을 뻗어 잔에 포도주를 가득 담고서 혼자 축배를 든 뒤에 이 또한 한 입에 털어넣었다.


“너무 오래 살았단 말이지”

알루레곤은 자신의 주름진 얼굴을 만지며 이야기했다.


“이제 권력을 잡아도 누릴 시간이 별로 없을지도 몰라”


밖에서 자신을 찾는 소리가 들렸다.

“대마법사님! 수도로 제국군대가 입성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잠깐 기다려” 알루레곤은 자신의 책을 펼쳐 스스로에게 마법을 걸었다. 흉한 노인의 몰골은 사라지고 예전 데피부인의 집무실을 찾았던 30대 중반의 날씬한 남성의 모습으로 변신한 뒤에야 그는 문을 열고 집무실로 나갔다. 거기엔 젊은 마법사들이 모여 알루레곤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절대로 기회를 놓쳐서는 안돼. 사람을 사지 말고 너네가 직접 변장해서 군중 사이에 스며들어야 한다. 나중에라도 폭로가 되면 안되니까”


서른명의 마법사들은 마탑에서도 알루레곤의 심복들이었다. 대마법사는 마지막 지시를 내렸다.


“말을 타고 들어오는 사람 중에 선황제처럼 레몬색의 머리칼을 가진 마른 남자를 노려. 아마도 선황제의 관 가까이에 있을거야. 그가 말에서 떨어지면 반역자를 처단했다고 소리질러서 군중의 반응을 유도해야 해.”


“네”

일제히 대답한 서른명의 마법사들이 각자의 책을 펼치고 변신마법을 걸자 모두들 평범한 백성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들은 마탑을 떠나 귀환하는 군대를 환영하는 인파들 사이로 흩어졌다.


“급류가 흐르면 아무리 잘못된 방향인 걸 알아도 거스를 수 없는 법이지”

알루레곤은 사악하게 웃으면서 자신도 변장하여 인파들을 향해 날아갔다.



+++

‘플로라 더 던져줘!!!’

“뱌뱌 뱌뱌뱌~~~!”


안토니는 신이 나서 플로라의 팔에 매달려 있었다. 플로라는 높은 곳으로 황자를 던지는 시늉을 하며 놀아주었는데 안토니는 플로라가 해주는 몸으로 하는 놀이가 너무나 좋았다. 마치 바이킹을 타는 것처럼 아찔하기도 하고 포근하게 안아주는 플로라의 품이 좋기도 했다.


“휴 이제 그만~~ 힘들어서 잠시 쉬어야겠어요!”

플로라는 안토니를 2인용 침대에 내려놓았다.


‘안돼 더 하라구우우!!!”

“야오!!! 아오아!!”


안토니가 볼을 씰룩거리며 애원했지만 플로라는 더 해줄 마음이 없었다.


“아가님들이 그새 큰 것 같아. 무거워졌어요~”

플로라가 샛노란 곱슬머리를 고쳐 묶으며 말했다.


“플로라 정확하시네요! 오늘 재 봤더니 벌써 5키로 나가던걸요!”

매일 아침 몸무게와 키를 기록하는 델이 말했다. 옆에서 조용히 뜨개질을 하던 로시 부인이 플로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보다 플로라 이제 가봐야 하지 않아? 오늘 제국군이 수도에 입성한다고 하던걸?”

“맞아요 좀 이따가 갈거에요. 로시 부인은 댁에 안가세요?”


플로라는 가족의 귀환을 반기러 일주일간 휴가를 다녀오기로 했다.

“나는 밤에 가려고. 그리고 오늘 다녀와서 플로라가 복귀하면 다음주에 휴가를 받으려고 데피부인과 이야기 했어.”

“그렇구나.”

“일년만에 만나는 남편이라니 좋겠네!” 로시부인의 말에 플로라가 웃으며 대답했다

“남편뿐이게요? 이번 출정에 우리 오빠 둘과 동생까지 제가 전장으로 보낸 남자가 네 사람이라구요. 다들 무사히 돌아온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특히 우리 동생은 아직 열 여덟살 밖에 안된 어린애라 걱정이 많았거든요!”


플로라의 집안은 대대로 마법사를 배출해 낸 유력한 마법사 가문이었다. 아버지는 물론 일가친척 중에 마탑의 고위직에 있는 마법사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 출정에 온 가족이 동원되었다.


“세상에 열여덟이라니 정말 어린데!”

“그래도 걔가 대학에서 수석을 할 정도로 마법이 뛰어나요. 제 바로 밑에 동생이라 늘 제가 돌보았는데 전쟁에 나가다니 남편만큼···아니 아들 보낸 것처럼 걱정이 되더라구요. 물론 진짜 아들을 전쟁에 보내신 로시 부인 앞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이구. 그럼 여기서 시간 보내지말고 오늘 얼른 들어가서 가족들 만날 준비를 해! 어서!!”


로시 아주머니의 재촉에 플로라는 겸연쩍게 웃으면서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잠시 다녀올 짐을 싸러 갔다.


‘헤.. 이제 로시 아줌마 아들이랑 플로라 남편이라 다 돌아오겠네’

“뱌뱌 야야 아아아야 됴됴먀먀”


애니의 말에 안토니도 플로라가 들어간 작은방 쪽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유모들이 우리를 사랑하고 놀아준다고 해도 진짜 유모들의 가족은 따로 있었다. 가족이란건 참 신기했다. 엄마아빠도 우리도 서로가 서로를 알아서 미리 선택한 건 아니지만 서로에게 가장 큰 존재가 되었다. 마치 사람이 두 발로 디디는 땅이 아닐까? 땅이 없으면 어디에 설 수 있을까. 이젠 건강한 몸으로 조금 더 자라면 땅을 딛고 설 수 있겠지만 안토니와 애니의 디딜 땅이 되어줄 부모님은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이미 세상을 떠나셨다.


‘오빠, 무슨 생각해?’

“뱌뱌 댜댜뱌 뱌댜?”

애니가 호수처럼 커다란 눈을 굴리면서 옆에 누운 안토니를 쳐다봤다.


‘아냐 아무것도’

“야아야 야아”


그래 옆에 동생이 있고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데! 안토니는 잠시 우울했던 마음을 떨쳐내버렸다. 애니는 안토니의 말에 배시시 웃더니 이내 스르르 눈을 감고 잠이들었다.


‘내 소중한 동생···’


안토니는 고사리 같은 손을 뻗어서 곱슬거리니 애니의 레몬색 머리카락위에 가져다 댔다. 애니가 숨을 내쉴 때 마다 애니의 얼굴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따듯하고 부드러운 감촉도 느껴졌다.


“어머, 동생을 쓰다듬고 있네···그러다가 손톱에 쓸리면 상처나요”

로시 부인이 부드럽게 웃으며 안토니의 손을 애니의 얼굴에서 떼었다.


“나중에 더 자라면 더욱 동생을 예뻐해주렴”

‘네 그럴게요 아줌마’

“야마먀먀 먀”


아직 시간은 정오를 향해 가고 있었다. 거리는 황제의 서거를 알리는 조기를 드리운 채 귀환하는 군인들을 기다리는 인파들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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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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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로시부인의 복귀 24.08.12 10 0 9쪽
24 핑크색 여우 두마리 24.08.11 16 0 10쪽
23 인간열쇠 24.08.10 18 0 10쪽
22 장례식 (8) 24.08.08 20 0 12쪽
21 장례식 (7) 24.08.06 17 0 11쪽
20 장례식 (6) 24.08.06 15 0 10쪽
19 장례식 (5) 24.08.06 15 0 11쪽
18 장례식 (4) 24.08.06 14 0 13쪽
17 장례식(3) 24.08.06 12 0 10쪽
16 장례식 (2) 24.08.06 15 0 11쪽
15 장례식 (1) 24.08.05 16 0 10쪽
14 하얀 까마귀가 날면 24.08.05 15 0 10쪽
13 모두의 아침 24.08.04 19 0 10쪽
12 끝나지 않은 하루 24.08.04 17 0 11쪽
11 긴 하루 24.08.03 16 0 11쪽
10 암펠다리 소동 24.08.03 17 0 10쪽
» 한 입 거리 24.08.02 20 0 10쪽
8 킹 메이커 24.08.02 23 0 10쪽
7 어느 오후의 풍경 24.08.01 22 0 10쪽
6 신의 물방울 24.08.01 25 0 9쪽
5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24.07.31 30 1 10쪽
4 어느 완벽한 하루 24.07.31 32 2 10쪽
3 바티안 교수의 방문 24.07.30 33 2 10쪽
2 먹고자고 먹고자고 24.07.30 37 2 11쪽
1 마지막 소원 24.07.30 5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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