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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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돌이
그림/삽화
찹쌀돌이
작품등록일 :
2024.07.30 16:29
최근연재일 :
2024.08.12 12:0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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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수 :
117,413

작성
24.07.3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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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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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3쪽

마지막 소원

DUMMY

황세자 쌍둥이의 엄마가 되어주세요


-마지막 소원-


“어머님, 이런 말씀을 전하게 되어서 유감입니다만, 오늘 밤이 고비일 것 같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군요”


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의 울음 소리도 들렸다. 우리 엄마 은혜씨는 잘 안 우는데. 아마 오늘이 내 차례인가보다.


내 이름은 정안동. 나는 지금 소아과 병동에 누워있다. 이렇게 집이 아니라 병원에 오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그래서 좀 긴장되고 불편하다. 내 몸에 연결된 여러 호스와 침대 주변에 있는 여러 기계들이 무섭고 낯설다. 나는 죽어가고 있다.


먼저 우리가족을 소개하자면,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우리아빠 정변호사! 아빠는 공부도 엄청 잘하고 항상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하신다. 그리고 예쁜 우리 엄마 은혜씨! 또 5살 많은 멋진 누나 정지안, 마지막으로 나와 쌍둥이 여동생 정안희. 이렇게 다섯이다.


내가 죽어간다고해서 슬퍼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나와 내 쌍둥이 동생이 태어났을 때 우리는 한국에 처음 보고된 희귀병을 앓고 있다고 선고되었고 길어야 1주일도 못살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 열살이다. 우린 10년을 더 산 것이다! 그래서 엄마아빠는 우리 쌍둥이가 하루하루 사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선물이라고 늘 말씀해주셨다. 우리는 둘 다 몸을 사용할 수 없게 태어났다. 이미 뱃속에 있을 때에 무슨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하는데, 어쨌든 몸을 움직일 수도 없고 눈꺼풀도 감을 수 없다. 우리가 태어나고 엄마는 일을 그만두었다. 쌍둥이 둘을 24시간 돌봐야했기 때문이다.


나와 안희는 늘 거실에 있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었다.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그래도 재미있었다. 아침이 되면 엄마가 라디오를 틀고 우리 몸을 닦고 움직여주었다. 지안이 누나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요즘 읽고 있는 책이야기를 나와 안희에게 매일 들려주었다. 엄마와 아빠는 우리 곁에서 노래도 불러주고 이야기도 해주고 뽀뽀도 정말 많이 해줬다. 그리고 기도도 많이 해줬다.

엄마아빠는 항상 우리 가족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했다. 나와 안희가 더 건강해지길 기도했다.나도 원하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말을 할 수 없어서 속으로 많은 기도를 했다.

‘학교라는 곳에 가보고싶어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안희를 보고싶어요’

‘아빠에게 노래를 불러주고싶어요’

‘나도 춤추고 싶어요’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고 싶어요’

‘지안이 누나에게 웃어주고 싶어요’

‘수영장에 가보고 싶어요’

‘강아지를 만져보고 싶어요’

‘걸어보고 싶어요’

‘아빠가 더 집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그러나 신은 내 소원을 하나도 들어주지 않았다. 아마 내가 너무 많이 욕심을 내서 그런 것 같다.


안희와 나의 치료비는 정말 많이 들었고 아빠는 거의 집에 없었다. 나는 아빠랑 노는게 제일 좋은데, 아빠는 요즘 집에 와서 잠만자고 나갔다. 오늘도 그래서 병실에는 엄마랑 지안이 누나 밖에 없었다. 엄마가 울고있는데······ 은혜씨가 우는 건 슬프다. 엄마는 항상 하하하 소리내서 웃었다. 엄마가 웃으면 나는 항상 따라 웃었다. 물론 실제로 내 얼굴근육은 안움직이지만 나는 속으로 엄마랑 똑같이 하하하 소리내고 어깨를 들썩이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엄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엄청 많이 알고 있어서 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준다. 지금 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엄마에게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를 해 줄 수 있을텐데. 내가 만약 손을 움직일 수 있다면 엄마 손을 잡아줄 수 있을텐데. 너무 속상하다. 엄마가 엄청 슬프겠지. 지난 달에 안희가 죽었을 때도 엄마아빠가 많이 울었다. 안희는 나보다 조금 먼저 천국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자고 일어나니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울고있지 않았다.

“안동아. 우리아들 아빠 목소리 들려? 사랑한다. 넌 아빠의 보물이야”

“안동아 사랑해···흐윽..우리아들.. 엄마는 우리 안동이가 너무 씩씩하고 멋있어서 고마워”

엄마가 약간 우는 것 같다. 눈을 굴려서 옆으로 보니 엄마가 나를 쳐다본다. 예쁜 우리엄마 은혜씨. 난 엄마의 곱슬머리가 좋다. 엄마는 미용실에 가지 않아도 멋진 헤어스타일을 가질 수 있다고 늘 자랑했다. 나도 엄마를 닮아 곱슬머리라서 미용실에서 파마값을 아낄 수 있다. 그런데 오늘 엄마의 머리는 평소와 달리 흐트러져있네.


“안동아. 힘내. 안희는 떠났지만, 넌 우리곁을 떠나면 안돼. 사랑하는 내 동생 안동아 누나말 들리지? 안동아. 안동아”


숨쉬기가 힘들다. 이제 끝이 다가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작별인사를 하고 싶은데. ‘사랑한다’고. 나도 가기 싫다고···안희도 이렇게 무서웠을까? 안희야. 내 동생··· 신은 내 기도를 하나도 안들어줬지만 마지막으로 기도한다. ‘엄마, 아빠, 누나, 동생이 내 가족이어서 감사합니다. 내가 없어도 너무 슬퍼하지 않게 해주세요. 천국에서 다시 다 만나게 해주세요’


캄캄한 어둠 속에 나 홀로 있다. 여기가 천국인걸까? 너무 어두운데. 멀리서 빛 하나가 가까이 날아왔다. 핑크색 빛이 일렁인다. 가까워질수록 그 빛이 날개를 단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핑크색 말이 내게 말을 걸었다.


“자, 어서 가자!”


어디로 가자는 거지? 천국으로 가는 건가? 갑자기 내가 말에 태워진 것처럼 말의 등이 눈앞에 보였다. 먼 길을 훨훨 나는 느낌이 들었다 터널을 빠져나오는 것처럼 내 주변에 빛이 지나가더니 이윽고 환한 빛 가운데로 빨려들어갔다. 나를 태운 말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깜깜했다. 하지만 주변이 바뀐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꿈 속에서 나와 어딘가 현실세계의 한 장소에 내가 놓여있는 것 같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따뜻한 공기와 포근하게 몸을 감싸는 천의 촉감이 느껴졌다. 바로 곁에 누가 있는 것 같은 인기척도 느껴졌다. 무거운 눈꺼풀을 뜨자 조금씩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깜박여보았다. 눈을 감으면 불을 끈 것처럼 어둡고 눈을 뜨면 주변이 보였다. 난 원래 눈이 안 감기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엄마는 내가 눈을 못 감아서 나와 안희의 눈에 수시로 안약을 넣어주셨다. 밤엔 편히 잘 수 있게 암막커튼을 달고 불을 다 꺼서 어둡게 해주었다. 처음으로 눈을 깜빡이는게 신기해서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하면서 눈꺼풀의 기능을 시험해보았다. 눈을 감았다가 뜰 때마다 마치 방의 불이 꺼졌다가 켜지는 것 같았다. 감았다. 떴다. 꺼졌다. 켜졌다.


“어머, 아가님이 눈을 뜨셨어요!”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자 이상한 옷을 입은 이상한 여자가 날 보고있었다. 흰 피부에 커다란 눈 여긴 한국이 아닌 것 같은데··· 여자의 소리를 듣고 쫒아온 두명의 여자도 다들 외국인 같은 외모에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커다랗게 부푼 치마에 잘록한 허리. 지안이 누나가 어린 시절 매일 그리던 공주님 같았다. 사람들은 너나할 것 것 없이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서로 이야기했다.


“아유 귀여워! 눈을 늦게도 뜨셨네!”

“이제 걱정 안 해도 되겠다.”

“데피부인을 모셔와 왕자님 눈뜨셨다고!”

“네!”


왕자님? 내가 왕자님이라고? 물론 엄마가 맨날 나를 왕자님이라고 부르긴 했지만 진짜 왕자가 아닌데··· 여긴 어디고 왜 여기에서 이러고 있는 걸까? 난 왜 천국에 안 간거지? 혼란스러워하는데 데피부인이라는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


“부인! 보세요! 안토니 왕자님께서 눈을 뜨셨어요.”


안토..니? 나는 눈을 떠서 데피부인이라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다른 여자들과 달리 데피부인만 초록색 드레스에 숄을 걸치고 있었다. 할머니라기엔 젊고 아줌마라기엔 나이가 들어보였는데 깡마른 몸과 신경질적인 얼굴은 굉장히 깐깐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데피부인은 금테의 동그란 안경 너머로 나를 내려다보더니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다행이군. 왕자님이 태어난 지 한달이 지나도록 눈을 뜨지 않아 걱정했는데. 아무 이상없는 것 같아.”


내가 한달이나 눈을 뜨지 않았다고? 그럼 나는 지금 다시 태어난 걸까? 열 살의 안동이가 죽어서 천국에 가지 않고 다시 어떤 아기가 된 거야? 게다가 진짜 왕자님이 되다니,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그때 바로 옆에서 커다란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응애~응애!!! 응애!!”


나 말고도 이 방에 아기가 또 있었나? 알고보니 내가 누워있는 침대 바로 옆에도 아기가 있었던 것이다. 날 보던 사람들 중 하나가 얼른 그 아이를 안아올렸다. 아이는 연한 핑크색 천으로 감싸져 있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이를 안아든 여자가 아이를 흔들며 말했다.


“아구 우리 공주님 왜 우실까요? 잠이 깨셨나?”


‘배가 고프니까 울지! 내가 뭐땜에 울겠어! 밥달라고 밥밥! 따뜻한 우유 먹고싶어!’

“응애응애응애”


이게 무슨일일까? 분명 귀로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머릿속에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렸다. 아주 어리고 가느다란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여자아이를 안은 사람은 아이에게 우유를 주지 않고 그저 어르고만 있었다. 등을 토닥여주려고 아이를 마주보고 안았기 때문에 여자의 얼굴만 보이고 아이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를 감싼 핑크색 천 너머로 밝은 레몬색의 머리카락만 살짝 보일 뿐이었다. 공주라는 그 아이는 더 크게 울었다.


‘등 두드리지 말고 우유를 달라구! 우유! 우유! 우유! 로시아줌마 보고만 있지 말고 당장 우유를 데워!’

“으애애애앵.. 앙앙앙”


안동이..아니 안토니의 머릿속에 들리는 말소리는 분명히 저 여자애가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귀로는 여전히 울음 소리만 들렸다. 아이를 안고있는 사람은 당황하며 아이를 더 세게 두드렸다.


“아까 1시간 전에 우유를 먹었으니 배고프신건 아닐텐데. 어디가 불편하신가?”

“방이 너무 더운가?” 다른 여자가 대답했다.


‘멍청하긴 우유를 달라고 했잖아!’

“빼애애액..”


아이는 더 울기 시작했다. 창가에 있던 한 여자가 침착하게 말했다.


“아냐, 델, 이 울음소리는 배가 고프다는 소리야. 분명해.”

이미 그녀의 손엔 따뜻한 젖병이 쥐어져 있었다.


“한시간 전에 우유를 먹었다니까요?”

“부족해서 깬 걸 수도 있어”


로시라는 여자가 아이를 넘겨 받더니 능숙하게 젖병을 물렸다.


‘역시 로시 아줌마가 최고야!’

“응애···.”


아이는 이내 젖병을 힘차게 빨기 시작했다. 눈을 꼭 감고 열심히 젖병을 빠느라 하얀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개졌다.


꿀꺽..꿀꺽..꿀꺽..


젖병안의 우유는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어머, 진짜 배가 고프셨나봐.”


아까 아이를 제일 먼저 안았던 여자가 무안한 듯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로시라는 여자는 다 먹은 젖병을 빼더니 능숙하게 아이를 어깨위로 올려 안았다.


“자, 공주님 얼른 트름하고 다시 잡시다! 트름을 안하면 먹었던 우유를 다 토해요.”


로시는 웃으며 아이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아이는 배가 불러서 만족한듯 인형처럼 축 늘어져 안겨있었다. 아깐 그렇게 울더니 이젠 조용한 게 귀여웠다. 저 아이는 누굴까? 얼굴이 보고싶다고 생각하는데 마침 로시가 뒤돌면서 어깨너머로 안겨있는 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레몬색 머리카락 아래로 하늘색의 커다란 눈망울이 졸린 듯 꿈벅이고 있었다. 속눈썹은 짙어서 오동통하게 올라온 핑크색 볼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마치 인형같았다. 그런데 오른쪽 눈 아래에 작은 눈물점. 동생 안희의 눈물점의 위치와 똑같았다. 안희는 아빠를 닮아 같은 부분에 눈물점이 있었다.


‘안희?’

“음우아아?”


안토니는 처음 듣는 자신의 목소리에 놀랐다. 목소리가 나오잖아! 아기처럼 옹알거렸지만 분명히 목소리가 나왔다. 마주보고있던 여자아이가 눈이 커지더니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았다.


‘오빠? 안동이오빠?’

“아뷰뷰퓨 부부뷰”


머릿속에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선명히 들려왔다. 안동이 오빠라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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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로시부인의 복귀 24.08.12 10 0 9쪽
24 핑크색 여우 두마리 24.08.11 16 0 10쪽
23 인간열쇠 24.08.10 17 0 10쪽
22 장례식 (8) 24.08.08 20 0 12쪽
21 장례식 (7) 24.08.06 17 0 11쪽
20 장례식 (6) 24.08.06 15 0 10쪽
19 장례식 (5) 24.08.06 15 0 11쪽
18 장례식 (4) 24.08.06 13 0 13쪽
17 장례식(3) 24.08.06 12 0 10쪽
16 장례식 (2) 24.08.06 15 0 11쪽
15 장례식 (1) 24.08.05 16 0 10쪽
14 하얀 까마귀가 날면 24.08.05 15 0 10쪽
13 모두의 아침 24.08.04 19 0 10쪽
12 끝나지 않은 하루 24.08.04 17 0 11쪽
11 긴 하루 24.08.03 16 0 11쪽
10 암펠다리 소동 24.08.03 17 0 10쪽
9 한 입 거리 24.08.02 19 0 10쪽
8 킹 메이커 24.08.02 23 0 10쪽
7 어느 오후의 풍경 24.08.01 22 0 10쪽
6 신의 물방울 24.08.01 25 0 9쪽
5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24.07.31 30 1 10쪽
4 어느 완벽한 하루 24.07.31 32 2 10쪽
3 바티안 교수의 방문 24.07.30 33 2 10쪽
2 먹고자고 먹고자고 24.07.30 36 2 11쪽
» 마지막 소원 24.07.30 5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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