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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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돌이
그림/삽화
찹쌀돌이
작품등록일 :
2024.07.30 16:29
최근연재일 :
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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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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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 (7)

DUMMY

21 장례식 (7)


장례식의 마지막 다섯번 째 날이 밝았다. 일반에게 공개된 선황제의 시신은 이제 대신전에서 다시 황실로 돌아오게 된다. 대 신전부터 황실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백성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그 행렬의 가장 앞에는 선황제의 동생인 제이크가 서야 했지만, 제이크는 어린 황세자 쌍둥이에게 상주역할을 시키겠다고 공표한 뒤 여전히 숨어있는 상태였다.


백성들 사이에 도는 온갖 입에 담을 수도 없는 괴소문들도 문제였지만, 숨어버린 황제를 비웃는 귀족들의 태도도 문제였다. 이런 말도 안되는 황제의 태도에 오늘 황세자 쌍둥이를 보필해서 이 모든 행사를 진행해야 하는 황실 친위대장 루펠 몬티는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었다.


“폐하!! 폐하!”

예식을 위해 황궁을 나서려면 이제 5분도 채 남지 않았지만 루펠 몬티는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않고 황제를 찾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마음을 돌이켜 행렬의 앞에 나서야 황제로서의 체면이 설 것 아닌가! 그러나 황제는 어디에 숨었는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좌절한 루펠 몬티는 모든 희망을 포기하고 어쩔 수 없이 황세자 쌍둥이를 모시러 발걸음을 돌렸다.


+++

데피부인도 황실부 장관으로서 예식에 참석해야 했기에 오늘 유모는 오직 델 뿐이었다. 아들을 보러 하루만 다녀온다던 로시 부인은 국장을 핑계로 휴가 중이었고, 플로라는 동생의 비보 이후로 사임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한 명, 황제 제이크 데 우노도 이 방에서 델과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아이고 많이 먹었다! 이제 트름하자!”

안토니를 안아 등을 두드리며 트름 시키는 모습이 황제가 아니라 영락없는 유모같아서 델은 웃음이 나왔다. 델도 옆에서 애니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었다.


“벌써 아기님을 잘 보살피시네요”

“뭐··· 애들이 순하군”

황제가 이 곳에 숨어있다는 비밀 유지를 위해 시종과 하녀들을 모두 물렸기 때문에, 1박 2일간 작은 일 하나까지도 황제와 델 두사람이 모두 해내야 했다.


“윽 안토니 이녀석 먹자마자 싸다니!!!”


‘뿌잉.. 나오는 걸 어떡하나요~’

“뷰뷰~~ 효효효 꺄륵”


어제는 델도 황제가 기저귀를 가는 것을 만류했지만 육아에 서툰 델 혼자서 쌍둥이를 돌보는 건 무리였으므로 제이크는 육아를 돕기를 자처했다.


“이젠 기저귀도 잘 간다고!”


‘기저귀를 가는 황제라니···’ 델은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대학에서 유아에 대한 논문을 쓴 자신도 정작 ‘진짜 육아’ 경험은 없었다. 아이가 왜 우는지 기저귀는 어떻게 갈고 속싸개는 어떻게 하는지, 하나하나 경험자인 로시부인에게 배워서야 알 수 있었다.


“재능이 있으신 것 같아요”

델은 자기도 모르게 나온 말에 당황했다.


“한 제국의 황제로서 기저귀 가는 재능은 겸비해야 되지 않겠나.”


황제의 농담에 델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감히 황제에게 아기 기저귀 잘 간다고 칭찬이라니! 격식없는 황제의 태도에 자신의 신분을 잊고 경솔한 행동을 한 것 같았다.


‘아 뽀송뽀송 기분좋아’

“꺄르르륵”


밥도 잘 먹고 기저귀도 간 안토니의 웃음에 황제는 배실배실 웃으며 아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말 아빠 같으시네···아기님들도 잘 따르고’


델과 아기들 모두 장례식에 참석할 복장으로 준비가 끝나자 황제가 말했다.


“자, 얘들아 오늘 나도 함께 갈거야! 델, 준비됐지?”

황제가 델에게 말하자 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아빠”

“압빠!”

안토니와 애니는 황제를 보고 아빠라고 부르며 손을 휘저었다.


“스물에 애가 둘이라니···” 황제가 곤란한 듯 웃더니 아이들을 향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자! 지금부터 삼촌이 마법을 써서 변신할거야! 잘 봐!”


‘마법?’

“먀?”


안토니와 애니의 눈이 동그래졌다.


“리베로 데 제이크!”

황제가 마법책을 호명하자 황제의 주변에 빛이 나며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커다란 마법책이 올라왔다.


‘마법책 두께가!!!!’

델은 깜짝 놀라 황제의 마법책을 바라보았다. 마법책은 그 주인이 마법주문 하나를 터득할 때마다 페이지가 한 장 씩 추가되며 주로 가지고 있는 마법의 성격에 따라 표지 색깔이 결정된다. 황제의 마법 책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두껍고 표지는 성격을 알 수 없는 검은 회오리가 그려져 있었다.


‘저 정도의 마법을 터득하려면 얼마나 공부해야 하지?’

마법 주문은 그저 소리내서 흉내 낸다고 사용할 수 없었다. 그 주문이 발동되는 원리를 깊게 이해하고 터득했을 때 한 장의 페이지가 수록되는 것이므로 보통의 대학 학생이 한 학기에 5개의 주문을 수록하면 굉장히 우수한 편이었다. 그런데 스무살의 황제는 몇 백 장, 아니 천장이 넘어보였다.


‘책!! 책이 나타났어!’

“챱 챠챡!!”

안토니가 흥분해서 애니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애니의 대답이 들리지 않아 안토니가 돌아봤을 때 애니는 황제의 책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모든 걸 꿰뚫어보는 것처럼 눈도 깜박이지 않고···


황제가 책 위로 손을 펼치자 마법책의 책장이 스스로 황제가 원하는 주문을 찾았다.


‘무엇으로 변신하실까?’

델은 한 껏 기대했다. ‘저런 엄청난 마법책에서 무슨 주문을 걸까?’


황제의 두꺼운 마법책이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다가 순식간에 한 장에 멈춰섰다. 황제는 주문을 외웠다.


“피구로···라띠! (모습변형···쥐로!)”


“라띠?”

쥐? 델의 표정이 일그러짐과 동시에 푸른 빛이 황제의 몸을 감쌌다. 햄스터로 변한 황제가 침대로 뛰어올라 안토니와 애니 사이에 서서 귀여움을 뽐냈다.


‘어! 그때 그 햄스터다!’

“찌!!!찌!!!!!”


애니와 안토니는 햄스터로 변신한 황제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전에 방에 들어왔던 눈 밑에 점이 있던 햄스터···.


‘그때 그 햄스터가 아빠였나봐!’

‘신기하다’

‘미리 우리를 보러 왔었나봐!’

‘햄스터로 변하니까 너무 귀여워!!’


안토니와 애니가 폭풍 옹알이로 대화하고 있을 때 델은 비틀대며 2인용 유모차를 가지고 왔다.


“그럼 그때 이 방에 오셨던 것도 황제님이셨나요?”

델의 말에 햄스터로 변신한 황제가 눈을 감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그때 제가 황제님을 해칠 뻔 했군요!”

델이 고개를 숙이자 황제는 근엄하게 용서한다는 듯 앞발을 흔들었다.


“찍!”


햄스터의 핑크색 코가 씰룩였다.

델은 유모차에 황자와 황녀를 태우고 다른 인형들 사이에 황제가 숨을 수 있도록 여러 인형과 말 인형 두개를 넣은 뒤 마지막으로 황제를 손에 올려 유모차로 옮겼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루펠 몬티의 소리가 들렸다.


“친위대장 루펠 몬티입니다. 황자 황녀님을 모셔가려고 왔습니다.”

“네 들어오세요!”


델의 말에 루펠이 스스로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왔다.

“시종과 하녀들은 다 어디갔나요?”


“황제께서 물리셨습니다.”


“황제께선 어디계시죠?” 루펠이 차갑게 물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루펠은 유모차로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며 인사했다.

“황자, 황녀님, 루펠이 또 뵙습니다! 오늘 저와 함께 대신전으로 가실겁니다.”


루펠은 아이들을 보고 싱글벙글 웃다가도 델에게는 차갑게 명령하듯 말했다.


“필요한 물건은 잘 챙겼겠죠? 마차에 실어 놓을 수 있으니 뭐든 넉넉하게 챙기시오.”

“···.네”


델도 자신을 무시하는 루펠의 태도에 차갑게 응수하며 방을 나서는데 루펠에게서 익숙한 허브향이 풍기자 델은 흠칫 놀라며 루펠을 올려다보았다.


‘이건 분명 아레발로 약수의 향인데···’ 이 거구의 남자에게서 희미하게 나는 냄새는 자신의 집안에서 생산하는 물약 특유의 냄새였다. 루펠 몬티는 거의 습관처럼 아레발로 약수를 마셨는데 오늘도 큰 행사를 앞두고 한 병 먹고 나온 터였다.


“뭐 잊은 것 있으면 빨리 챙기시오.”

루펠은 머뭇거리는 델이 귀찮다는 듯 이야기했다.


“아닙니다.” 델은 다시 방을 나섰다.


황제는 그런 두 사람을 지켜보며 핑크색 코를 실룩거렸다.

‘어휴, 멍청하긴··· 루펠 형이 매일 한 병씩 마셔대는 아레발로 가문의 아가씨라는 걸 알아도 저따위로 대할까? 보면 가문 엄청 따져가며 사람 차별하지···쯧쯧”


+++

궁 밖으로 나가 마차를 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쌍둥이는 황궁의 정문까지 가는 길만으로도 너무나 흥분되었다. 쌍둥이의 마차 앞에는 루펠과 기사들이 있었고 뒤로는 마법 군대가 말을 타고 행렬을 따랐다.


‘오빠 저것봐!’

“뱌아 땨아야!”


애니는 보이는 것마다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안토니는 커다란 올리브색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조심스럽게 창밖의 풍경을 살펴보았다. 하늘에 검은 까마귀 떼가 황궁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궁 밖으로 외출은 처음지요?” 델이 물었다.

“폐하께선 불편한 것 없으신가요?”


“찍!”

델의 말에 황제는 델의 치마위로 점프하더니 팔과 어깨를 타고 델의 모자 위로 올라갔다.


“히~~~~~익” 델이 기겁했지만 황제는 아랑곳 않고 작은 창문 사이로 앞 뒤에 있는 기사와 군대를 살펴보았다.


‘적은 어디에 있는 누구일까?’

마탑의 노망난 늙은이 알루레곤, 대신전의 또다른 미친 할망구 마리안느, 분홍색 살모사 블레이크, 아니면 제 2 제 3의 신진 세력들··· 누구라고 특정할 수 없었기에 황제는 더욱 불안했다.


마차는 황궁의 정문을 지나 중앙대로로 들어섰다. 멀리 소동이 벌어졌던 암펠다리가 보였다. 대신전은 훨씬 전에 위치했다. 마차가 지나가는 길목과 그 뒤의 작은 골목들에도 하얀옷을 입은 백성들이 가득했다.


“아기황제다!”

“안토니 황자님이다!!”

“신이시여 쌍둥이를 축복하소서!”


사람들의 소리가 마차 안까지 들려왔다.


델의 머리위에 있던 황제는 모자를 다이빙대 삼아 점프하더니 다시 안토니와 애니 사이의 푹신한 인형들 사이로 돌아왔다.


‘왜 오빠이름을 부르지?’

“야 뱌뱌뺘?”

애니가 갸웃거렸다.


한참을 가던 마차는 하얀색의 높은 첨탑을 가진 아름다운 대 신전앞에서 멈췄다.


‘와!! 애니 저것봐 아름다워!’

‘그러게 무슨 레이스같아!’


애니의 말처럼 대신전은 하얀 레이스로 장식한 것처럼 아름답게 조각 되어있었다.


“도착하였습니다.”

루펠이 문을 열고 델이 두 쌍둥이를 데리고 마차에서 내리자 사람들의 탄성이 들렸다.


“쌍둥이 만세! 아기황제 만세!”


자신을 향해 소리지르는 사람들의 환호에 어리둥절한 쌍둥이는 루펠과 델을 따라 예식이 준비된 대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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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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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로시부인의 복귀 24.08.12 10 0 9쪽
24 핑크색 여우 두마리 24.08.11 17 0 10쪽
23 인간열쇠 24.08.10 18 0 10쪽
22 장례식 (8) 24.08.08 21 0 12쪽
» 장례식 (7) 24.08.06 18 0 11쪽
20 장례식 (6) 24.08.06 16 0 10쪽
19 장례식 (5) 24.08.06 16 0 11쪽
18 장례식 (4) 24.08.06 14 0 13쪽
17 장례식(3) 24.08.06 13 0 10쪽
16 장례식 (2) 24.08.06 15 0 11쪽
15 장례식 (1) 24.08.05 17 0 10쪽
14 하얀 까마귀가 날면 24.08.05 16 0 10쪽
13 모두의 아침 24.08.04 19 0 10쪽
12 끝나지 않은 하루 24.08.04 18 0 11쪽
11 긴 하루 24.08.03 17 0 11쪽
10 암펠다리 소동 24.08.03 17 0 10쪽
9 한 입 거리 24.08.02 20 0 10쪽
8 킹 메이커 24.08.02 24 0 10쪽
7 어느 오후의 풍경 24.08.01 23 0 10쪽
6 신의 물방울 24.08.01 26 0 9쪽
5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24.07.31 30 1 10쪽
4 어느 완벽한 하루 24.07.31 33 2 10쪽
3 바티안 교수의 방문 24.07.30 33 2 10쪽
2 먹고자고 먹고자고 24.07.30 37 2 11쪽
1 마지막 소원 24.07.30 5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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