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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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돌이
그림/삽화
찹쌀돌이
작품등록일 :
2024.07.30 16:29
최근연재일 :
2024.08.12 12:0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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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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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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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장례식 (1)

DUMMY

15 장례식(1)


‘우와 사람 많다!’

“뱌하~댜댜 먀아!!”


로시부인의 품에 안긴 안토니가 녹색 궁전에 모인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여긴 어디지? 뭐하는거야?’

“댜아?? 야야? 야야아아~~!”

바로 옆에 나란히 선 델의 품에서 애니도 말했다.


‘모두 하얀 옷을 입고 있네!’

“뺘아 야야~~오 야야아!”


애니의 말처럼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하얀 옷을 입고 있었다. 장식이 없는 새하얀 공단으로 만든 드레스와 슈트를 입은 남녀로 녹색 궁전의 작은 예배당이 가득 찼다. 안토니와 애니도 하얀 옷차림이었고, 유모인 로시부인과 델도 그들과 비슷한 하얀 드레스 차림이었다.


모두 쥐죽은 듯 고요하게 있었기 때문에 작은 예배당에 황자와 황녀의 옹알이 소리가 울려퍼졌다.델과 로시부인은 사람들 앞에서 쌍둥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이야기 할 수가 없어서 계속 말해대는 쌍둥이를 조용히 시키기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꺄륵!!”

“꺄르르륵!”


안토니와 애니의 웃음소리만이 적막한 예배당을 채웠다. 사람들은 곁눈질로 아기 황자와 황녀를 보기도 했지만 장례식이 진행되는 중이었으므로 못본척 자기 자리를 지켰다.


“황자의 머리색이 왜 저렇지?”

“왜 갈색인거야?”


사람들은 목소리를 낮춰 수군거리기도 했지만 안토니와 애니에게까지 들리진 않았다.


로시부인과 델은 쌍둥이를 안고서 사람들 가운데로 난 길을 지나 예배당의 가장 앞 쪽 쌍둥이의 자리로 걸어갔다. 전쟁에서 죽은 지 벌써 한달 가까이 지나고 있었기에 선황제의 시신은 공개되지 않고 관뚜껑은 덮여 있었다. 상아와 금으로 장식된 화려한 관에는 슈가란드를 상징하는 물결과 나무 무늬가 조각되어 있었고 그 위엔 푸른색과 붉은 색실로 황실의 상징인 말의 얼굴이 수놓아진 거대한 국기가 선황제의 관을 감싸고 있었다.


“제이크 데 우노. 슈가란드의 황제 폐하께서 드십니다!”

시종의 외침에 모든 사람들이 몸을 돌려 황제가 걸어 들어오는 길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삼촌!’


안토니는 황제의 얼굴이 매우 궁금했지만 아쉽게도 잘 볼 수 없었다. 델의 품에 안겨있는데다가 황제는 걸어나와서 쌍둥이의 반대쪽으로 가 자신의 자리에 앉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대 신관 마리안느가 나와서 장례의 시작을 선포하자 녹색궁전을 비롯한 슈가란드 전역의 종이 울리며 선황제의 국장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우리의 자랑스럽고 위대한 황제 제이드 데 우노를 신의 품에 올려드립니다.”


대 신관의 첫 마디를 듣고 나서야 안토니와 애니는 이 곳이 아버지의 장례식장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옆으로 늘어선 신관들은 향과 촛대를 들고 나와 제의를 시작했다. 향을 던지는 모습과 신관들의 기도문은 마치 공연같이 절도 있었기 때문에 안토니와 애니는 눈앞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모습들을 지켜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2시간에 걸친 예식이 끝나고 선황제의 관은 황성을 떠나 중앙 대로를 지나서 백성들이 기다리는 신전으로 이송될 것이었다. 이미 황궁 앞은 선황제의 죽음을 애도하는 백성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 곳 슈가랜드에서 흰색은 하늘의 색이었고 죽음은 하늘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에 장례식에서 모두 하얀 옷을 입었다.


관이 녹색궁의 예배당을 나가자, 황실의 인사들과 관직자들 중 행렬에 참여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녹색궁을 떠났다. 가장 먼저 떠난 것은 황제였고 그 다음엔 어린 쌍둥이,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이 차례로 떠났기 때문에 이번에도 삼촌인 황제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


“휴! 수고하셨어요 로시부인!”

델이 쌍둥이의 옷을 갈아입히며 말했다. 로시부인도 작은 방에서 예복을 벗고 나오는 참이었다. 좀 더 편안한 드레스긴 했지만 공식적인 애도기간이었기 때문에 하얀 옷을 입었다. 델도 마찬가지였다.


‘밥 줘! 밥줘!’

“맘마 마음마!”


안토니가 칭얼댔다. 오전에 새로운 것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피곤하고 배가 고팠다. 짜증이 밀려왔다. 그건 애니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본 적 없는 아버지이지만 이 세상에서 낳아 주신 부모님 두 분 다 없다고 생각하니 짜증이 나고 두려운 건지 아니면 배가 고파서인지는 쌍둥이도 분간할 수 없었다.


“진짜 맘마라고 말씀을 하시네!”

로시부인이 놀라서 말했다.


“그렇다니까요! 어제는 정원에 나가서 꽃을 보시더니 ‘꼬!!’이렇게 말했어요!”


확실히 쌍둥이의 인지는 나날이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었다. 사물의 이름을 정확히 아는 듯 유모들이 지시하는 사물로 고개를 돌리곤 했다. ‘문’이라고 이야기하면 문을 쳐다보고 ‘로시부인’하면 로시부인을 찾는 식이었다. 이미 전생을 다 기억하기 때문이었지만 유모들은 그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떻게 짧은 시간에 그 많은 단어들을 파악하고 있는 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게다가 델의 말처럼 이제 옹알이가 점점 분명한 단어로 변하고 있었다. ‘맘마’, ‘삐!’, ‘데!’등의 말은 각각 ‘맘마’, ‘인형’, ‘델’을 가리켰고 유모들과 소통도 가능했다. 인형이 왜 삐가 됐는지는 모를일이지만 안토니와 애니는 태어났을 때부터 요람에 함께 있었던 말 모양의 인형을 삐라고 불렀다.


우유를 푸짐하게 들이키고 나니 졸려왔다. 아까 느꼈던 막연한 짜증과 불안함은 사라져갔다. 아기의 삶이라서 그런걸까. 지금 안토니가 바라는 것은 늘 끼고자는 말인형 뿐이었다.


‘말인형! 말 줘!’

“삐!! 삐이···.”


안토니의 칭얼거림에 얼른 유모들이 인형을 가져다줬다. 황실의 상징이 말이라더니 여기선 곰인형 대신 말 인형을 줬다. 안토니는 파란색 애니는 핑크색이었으나 언젠가부터 각자의 말인형이 바뀌어서 안토니가 핑크색 인형을 가졌다.

사실대로 이야기하자면, 애니가 파란 말이 더 멋지다며 가져가는 통에 뺐긴거지만··· 어쨌든 지금 파란 말은 애니가 말의 발 부분을 축축하게 빨아대며 안고 자고 있었다. 안토니는 핑크 말을 받아들자 한참을 들고 놀다가 스스륵 낮잠에 빠져들었다.


+++


루펠 몬티는 선황제의 관을 이송하는 행렬의 가장 선두에 서 있었다. 오늘 오후에 관이 대신전으로 옮겨지고 나면 내일부터 3일간 백성들이 선황제를 애도할 수 있도록 대신전과 지정된 각 교회에서 장례 예식이 올려진다.


몬티는 고개를 들어 중앙대로를 가득 메운 인파의 물결을 바라보았다. 하얀 옷을 입은 백성들이 관이 지나갈 때에 엎드리거나 절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저 멀리 이틀 전에 폭동이 났던 암펠 다리가 보였다. 옆으로 늘어선 건물들에는 그날 흥분한 폭도들이 불을 지른 통에 아직도 곳곳에 검게 그을린 흔적이 남아있었다.


‘우연히 일어난 일이라기엔 너무 이상해’

루펠 몬티는 다시 그날의 일을 복기했다. 군대가 수도의 남문을 통과할 때부터 새로운 황제의 얼굴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의 술렁임은 어느정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정도 예상했던 어수선한 수군거림이었을 뿐이었다.


‘다리에 들어서자 갑자기 횃불을 든 폭도들이 쏟아져나왔지···’


마치 덫에 걸린 쥐를 향해 다가오듯이 열 두 기사와 관이 다리의 중간에 다다랐을 때, 신호라도 떨어진 듯 다리 양쪽 끝에 폭도들이 몰려와 불을 질렀고 군대의 행렬이 차단되었다.


그리고 루펠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다리의 앞 뒤를 볼 때에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금발의 기사 플로 카텔리니······


‘그만 말에서 떨어졌어. 아니 떨어진 게 아니라 누가 잡아채서 끌어내리듯이 사라졌어···게다가 그 말···’


플로 카텔리니가 타고있었던 말은 침을 흘리며 루펠의 곁을 지나쳐 강물로 뛰어들었다.


‘말이 강물로 뛰어든다는 건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어···’


그 말은 미친 듯이 눈이 뒤집어져 있었고 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강물에 떠내려간 플로의 시체를 사람들이 건져서 ‘황제의 동생이 죽었다’고 소리치자 폭동은 말도 안되게 사그라들었다. 황제의 말 대로 새 황제를 노린 습격이 분명했다.


말의 고삐를 잡은 루펠의 손이 분노로 떨렸다. 어떤 세력이 슈가란드를 이렇게 좀먹고 있단 말인가? 그리고 수도를 비운 일년 새에 선황제는 죽고 황실 친위대장인 자신은 이렇게 배후 세력의 작은 단서조차 없이 까막눈이라니!


‘블레이크경인가? 다른 대신들? 아니면 마탑? 아니면 신전?’


젠장···의심하기 시작하니 사방이 적이었다. 그것은 강한 왕권의 그림자였다. 선황제 제이드는 분명히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강력한 군주였다. 하지만 그런 황제 밑에서 어쩔 수 없이 발톱을 숨겨야했던 견제세력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황실을 보좌하는 척 하면서 뒤로는 몰래 군사력과 재산을 축적하고 있는 귀족들은? 실제적인 도시의 건설과 운영, 방어를 담당하는 실권자인 마탑의 마법사들은? 고대의 신성력에 기대어 호시탐탐 황제를 누르고 권력을 잡으려하는 신전은?


모두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생각하며 강력한 군주 밑에서 저마다 각자의 칼을 갈고 있었겠지! 젠장! 젠장이다! 어디에도 진짜 충성은 없었다. 제 밥그릇만 중요한 이리와 승냥이 같은 것들! 이제 제이드도 없는 통에 새황제 제이크와 쌍둥이를 지켜낼 수 있을까? 지금 백성들 앞이 아니었다면 루펠은 자신의 안 돌아가는 머리통을 쥐어박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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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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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로시부인의 복귀 24.08.12 10 0 9쪽
24 핑크색 여우 두마리 24.08.11 16 0 10쪽
23 인간열쇠 24.08.10 18 0 10쪽
22 장례식 (8) 24.08.08 20 0 12쪽
21 장례식 (7) 24.08.06 17 0 11쪽
20 장례식 (6) 24.08.06 15 0 10쪽
19 장례식 (5) 24.08.06 15 0 11쪽
18 장례식 (4) 24.08.06 14 0 13쪽
17 장례식(3) 24.08.06 12 0 10쪽
16 장례식 (2) 24.08.06 15 0 11쪽
» 장례식 (1) 24.08.05 17 0 10쪽
14 하얀 까마귀가 날면 24.08.05 15 0 10쪽
13 모두의 아침 24.08.04 19 0 10쪽
12 끝나지 않은 하루 24.08.04 17 0 11쪽
11 긴 하루 24.08.03 16 0 11쪽
10 암펠다리 소동 24.08.03 17 0 10쪽
9 한 입 거리 24.08.02 20 0 10쪽
8 킹 메이커 24.08.02 23 0 10쪽
7 어느 오후의 풍경 24.08.01 22 0 10쪽
6 신의 물방울 24.08.01 25 0 9쪽
5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24.07.31 30 1 10쪽
4 어느 완벽한 하루 24.07.31 32 2 10쪽
3 바티안 교수의 방문 24.07.30 33 2 10쪽
2 먹고자고 먹고자고 24.07.30 37 2 11쪽
1 마지막 소원 24.07.30 5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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