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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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돌이
그림/삽화
찹쌀돌이
작품등록일 :
2024.07.30 16:29
최근연재일 :
2024.08.12 1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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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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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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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어느 오후의 풍경

DUMMY

7 한가로운 오후의 풍경


“자 오늘의 이유식은 바로 밤을 넣은 우유죽입니다!”


로시 부인의 말에 의자에 기대 앉은 쌍둥이의 눈이 빛났다. 지난 주부터 로시부인은 쌍둥이가 먹을 수 있는 이유식을 조금씩 시도해보고 있었다. 바나나, 사과죽, 오트밀부터 시작하는 따뜻한 음식 조금과 지난 번의 포도 이후에 딸기, 오렌지, 멜론 등의 과일즙도 추가해 나갔다. 우유만 먹던 안토니와 애니에게 이유식 시간은 운동시간만큼이나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다.


‘밤이라니 어떤 맛일까?’

‘글쎄 고소하지 않을까?’

‘아 빨리 먹고 싶어!’


두 쌍둥이의 옹알이가 폭발했다.


‘빨리 주세요! 로시아줌마!!’

“야바뷰 뵤뵤요!!”


“갑니다 가요! 어쩜 이리 잘 드시는 지 너무 예쁘네!!”

로시 부인은 웃으면서 따뜻한 밤죽을 떠먹여 주었다.


“잠깐! 턱받이 안했어요. 로시부인”

플로라가 귀여운 턱받이 두개를 서둘러 가져왔다. 하얀 무명천으로 만들어진 턱받이에는 안토니와 애니의 이름이 각각 청색과 붉은 색으로 크게 수놓아져 있었다. 제국의 상징인 말 문양과 함께.


“어머 예뻐라! 황녀님 머리 묶으셨네요!!”

턱받이를 해주며 플로라가 애니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아침부터 로시부인이 애니의 짧은 머리를 끌어모아서 이마 위로 분수처럼 묶어놓고 리본을 달아주었다.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는 쌍둥이는 턱받이 색깔과, 머리에 한 리본 덕에 이제 누가 봐도 남자와 여자 쌍둥이인 것이 분명하게 구별되었다.


“아유 귀여워. 너무 이쁘다”


‘빨리 밥줘!’

“뱌뱌 땨댜!!!!”


애니가 재촉하자 유모들은 얼른 다시 이유식 그릇을 가져와서 안토니와 애니의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안토니와 애니는 조그만 입술을 달싹이면서 새로운 맛을 탐닉했다. 손을 뻗어서 숟가락을 뺏기도 하고 손가락을 빨기도 했지만 괜찮았다. 맛있는 이유식 시간은 황세자 궁이 유일하게 조용해지는 순간이었다.


그 시각 델은 옆 방에 설치된 아기 운동장에서 스승인 바티안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바티안 교수는 애니의 마나가 발현됨에 따라 마나를 사용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하기 위해서 아기의 눈높이에 맞는 도구들을 개발해왔다.


“모든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 마나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그걸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자라면서 가정교사나 학교에서 배우게 되지”

바티안 교수가 가져온 도구들을 꺼내며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학교 공부 이외에도 자연스럽게 자신의 마나를 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네.”

“신체 능력처럼 말씀이시죠? 꼭 운동선수처럼 훈련하지 않아도 인간은 누구나 걷고 뛰는 법을 알게 되는 것처럼요.” 델이 대답했다.


“그렇지, 신체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라면 누구나 걷고 뛸 수 있지만 처음 걸음마를 할 때의 경험이 그 사람의 성격과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내 이론이야. 그렇다면 적정한 시기에 발달에 맞는 도구와 환경을 제공해 줘야하지”


“마나는 다른 신체능력과 다르게 보통 7세 이후에 발현하니까 학습과 훈련이 중요하다고 여겨졌죠. 상급 마법학을 배우지 않으면 쓸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생각하구요.”


“그래 하지만 그 마법들은 애초에 누가 만들었지? 세상에 없던 주문과 기술들을 발견한 건 누구냐고? 지금의 학교에선 그저 이미 있는 마법을 외우고 좀 더 견고하게 만드는 연구를 하느라 재원을 낭비하고 있어. 하지만 어릴 때부터 스스로 마나를 개발하고 사용한다면 고대의 사람들처럼 새로운 마법을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지금의 대학 시스템은···신이 준 가능성을 인간 스스로 약화시키고 있어.”


교수는 델과 함께 가져온 도구들을 방의 이곳저곳에 배치했다.

“마나를 마음껏 사용하기에 적합한 재료들이면서도 혹시 아이가 다칠 위험이 없는 것들로 제작했다네”


“애니 황녀님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마나를 사용하고 있어요. 마치 어린아이가 힘과 근력을 사용하는 것처럼요. 물론 이렇게 어렸을 때에 자기가 가지고 태어난 마나를 인지하고 각성하여 사용까지 한다는 것이 굉장히 드문 사례긴 하지만!”


델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이야기했다.


“자네는 언제나 열정적이구만. 학부때도 그랬지. 그건 그렇고 이것 좀 보게 델 양”

“이건!”


교수가 보여준 것은 넓고 커다란 통에 담긴 물이었다. 아이들도 만질 수 있게 넓은 그릇 같은 통에 얕게 물이 차 있었다. 또 한쪽에는 모래가 쌓인 넓은 공간이 있었다. 커다란 화분에 심겨진 나무들도 있었다. 얼핏 보기엔 아기들에게 다양한 체험할 수 있게 한 것 같지만 이 것들은 기초적인 마법의 재료가 되는 구성이었다.


“애니 황녀님이 어떻게 사용할 지 한번 두고 보자고···”


“그런데 왜 황자님은 마나가 발현되지 않는 걸까요?

“글쎄. 오히려 1살도 안된 아이가 마나를 사용한다는 것이 기적이라고 할 수 있으니 쌍둥이가 똑같이 않다고 해서 걱정할 일을 아닌 것 같네. 열여섯이 넘어서 마나가 발현된 경우도 있지않···.”

바티안 교수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실수한 듯 자신의 앞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것은 델의 남편이자 교수의 제자 였던 페페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페페는 열 여섯이라는 늦은 나이까지 마나가 발현되지 않아서 대학에서 바티안 교수의 조수일을 하며 학문을 공부하던 중에 델을 만나게 되었다.


“너무 늦거나 너무 빠른 마나의 발현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하죠.”


델이 쓸쓸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남편 페페는 뒤늦게 발현한 마나 때문에 진로가 바뀐 케이스였다. 심지어 그 마나의 양이 너무나 많은 편이라서 페페의 아버지는 아들이 늦게라도 마법공부를 하면 마탑에서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페페에게 의학이 아닌 마법으로 전과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남들보다 10년은 늦게 마법을 배우는 데다가 남들의 몇 배나 되는 마나를 가진 페페를 이끌어줄 스승을 만나지 못했고, 그의 마법은 늘 사고 투성이에 위태로웠다.


“차라리 페페에게 마나가 아예 없었다면, 페페는 더 행복했을 거에요. 지금 교수님을 따라 이런 도구를 제작하느라 설계도면을 들고 먼지나는 공방에 드나들고 있었겠죠. 누군가는 그런 삶이 별볼일 없는 삶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살아있는 것이 훨씬 나아요. 자신에게 있는 힘을 주체하지도 못하면서 위험한 전쟁에 마법군대로 참전했다가 목숨을 잃는 것보다 말이죠.”


델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사람처럼 황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델의 시아버지, 그러니까 페페의 아버지는 아들이 전쟁에 참여해서 전공을 세워오면 입지가 설 것이라고 기대했다. 행여나 전장에서 죽는다고 할 지라도 황제가 이끄는 정예 마법군대에 선발되어 이름을 빛낸 아들이 있다면 가문의 영광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말은 현실이 되었다. 사랑하는 페페의 온기를 가문의 영광과 맞바꾼 것이다. 페페는 싸늘한 주검이 되어 결혼식을 올린 지 두달 밖에 안된 아내의 품으로 돌아왔다.


“내가 입이 주책 이구만. 미안해 델양”

“황녀님은··· 일찍 발현한 마나가 저주가 되지 않게 우리가 열심히 도와야겠죠?”

델은 어쩔 줄 몰라 하는 바티안 교수에게 일부러 더 씩씩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델은 강한 여자였다. 그리고 강함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잔인한 삶의 담금질을 견뎌낸 자가 획득하는 보상 같은 것이었다.


+++

안토니와 애니는 요즘 새로운 놀이를 하나 발견했다. 배도 부르고 별 일없는 나른한 오후 시간이었다. 식사를 다 마친 쌍둥이는 2인용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놀고 있었고, 플로라와 로시부인도 잠깐의 달콤한 휴식을 가지는지 로시부인은 딸려있는 작은 방에 들어갔고 플로라는 책상에 앉아 편지를 쓰고 있었다.


‘지금 로시 아줌마 뭐하는 줄 알아?’

“뱌바 따뱌 댜댜댜야?”


애니가 안토니를 보며 장난스럽게 이야기했다.


‘아니, 뭐 하는데?’

“뱌?”

안토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방에 잠깐 눈 붙이러 들어간다고 했는데?


‘헤헤, 아줌마 지금 몰래 쿠키같은거 먹고 있을걸? 보니까 저쪽 작은 방 뒤에 개인 옷장에다가 뭘 싸오는 거 같아. 가끔 나올 때 보면 옷에 가루 같은게 묻어 있더라구’

‘정말? 우리 또 불러볼까?’


두 황자와 황녀는 배에 크게 숨을 들이 쉰 뒤에 동시에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밥줘!! 밥! 나는 밥이 좋아! 밥! 밥!’

‘나는 바나나를 줘! 딸기도 좋아! 포도도 좋아! 빨리 와!!’


“뺘뱌~~~야뺘뱌~~~ 아아아아~~~야야야야~~”

“뺘뺘뺘 댜댜 뺘뱌뱌 !! 댜댜댜!!”


두 아이가 갑자기 보채자 놀란 플로라가 펜을 서둘러 내려놓고 한걸음에 달려왔다.


“왜왜.. 무슨 일이지? 기저귀를 갈아야 하나?”

플로라가 허겁지겁 와서 아이들을 쳐다보자 갑자기 두 아이가 방긋방긋 웃었다.


‘헤헤 그냥 불렀지롱!’


플로라는 갸웃하며 다시 돌아가 책상에 앉았다. 책상에 앉기 무섭게 쌍둥이가 다시 플로라를 불렀다.


“뺘아아아앜 뺘아아앜 아아악!”

플로라가 다시 와서 쌍둥이를 쳐다봤다.


“이상하네.. 밥도 잘 먹고 기저귀도 뽀송한데”


쌍둥이는 재미있어서 베실베실 웃며 꺄르륵 거렸다. 시끄러운 소리에 결국 작은 방에 있던 로시부인도 나와서 쌍둥이를 쳐다봤다.


“놀아달라고 부른거구만” 로시부인의 말에 플로라가 놀라서 대답했다.

“아직 아기인데 그냥 우리를 부른거라구요?”


“심심했나보지”


‘맞아요 맞아! 놀아줘요!’

“뱌뱌 땨댜 댜댜땨 꺄륵”


‘방에만 있지말고 나가요! 아니면 들고 흔들어줘요!’

“댜댜댜 먀먀먀댜 댜댜! 얌먀먀먀 먀먀!”


안토니와 애니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이것이 요즘 쌍둥이가 발견한 최고의 놀이였다. ‘유모부르기!’. 애니의 말대로 로시부인의 입가에는 초콜렛이 묻어 있었다. 로시부인과 플로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두 아이를 안고 정원으로 나셨다. 오후의 평화는 이렇게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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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로시부인의 복귀 24.08.12 10 0 9쪽
24 핑크색 여우 두마리 24.08.11 16 0 10쪽
23 인간열쇠 24.08.10 18 0 10쪽
22 장례식 (8) 24.08.08 20 0 12쪽
21 장례식 (7) 24.08.06 17 0 11쪽
20 장례식 (6) 24.08.06 15 0 10쪽
19 장례식 (5) 24.08.06 16 0 11쪽
18 장례식 (4) 24.08.06 14 0 13쪽
17 장례식(3) 24.08.06 12 0 10쪽
16 장례식 (2) 24.08.06 15 0 11쪽
15 장례식 (1) 24.08.05 17 0 10쪽
14 하얀 까마귀가 날면 24.08.05 16 0 10쪽
13 모두의 아침 24.08.04 19 0 10쪽
12 끝나지 않은 하루 24.08.04 18 0 11쪽
11 긴 하루 24.08.03 16 0 11쪽
10 암펠다리 소동 24.08.03 17 0 10쪽
9 한 입 거리 24.08.02 20 0 10쪽
8 킹 메이커 24.08.02 24 0 10쪽
» 어느 오후의 풍경 24.08.01 23 0 10쪽
6 신의 물방울 24.08.01 25 0 9쪽
5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24.07.31 30 1 10쪽
4 어느 완벽한 하루 24.07.31 33 2 10쪽
3 바티안 교수의 방문 24.07.30 33 2 10쪽
2 먹고자고 먹고자고 24.07.30 37 2 11쪽
1 마지막 소원 24.07.30 5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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