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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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돌이
그림/삽화
찹쌀돌이
작품등록일 :
2024.07.30 16:29
최근연재일 :
2024.08.12 12:0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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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추천수 :
9
글자수 :
117,413

작성
24.07.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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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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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어느 완벽한 하루

DUMMY

4. 어느 완벽한 하루

“큰 침대를 만들어서 황자와 황녀님을 한 곳에 두도록 할 거에요. 일단 두 분이 더 가까워지도록”


‘정말 좋아!’

“뱌바 오뵤쬬!”


애니 황녀가 좋아서 버둥거렸다. 이제 누워서 하늘을 향해 발을 뻗고 그 발을 손으로 잡을 수도 있었다. 아기 황녀는 귀여운 발을 하늘로 쭉 뻗고 오동통한 손을 뻗어 유연하게 두 발을 낚아챘다. 레몬색의 곱실거리는 머리카락덕에 작은 곰인형이 뒹굴거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지금 황자와 황녀가 사용하는 침대는 작은 바구니같이 생겼다. 그 위로는 작은 별과 달모양의 모빌이 달려있고 그 위로는 푸른색과 핑크색 천이 황자와 황녀의 성별을 구분하듯 각자의 요람 뒤에 드리워져 있었다. 새로운 침대는 아무래도 더 크고 낮 시간에 안토니와 애니 두 아기를 함께 눕혀 놓을 공간이라고 했다.


‘와, 맛있는 우유시간!’

“뵤뵤뵤! 뷰뷰”


안토니의 옹알이에 대답하듯 로시 부인이 젖병을 흔들며 웃었다.


“네 황자님! 맛있는 우유를 먹어볼까요?”


안토니는 로시 부인의 품에 안겨 달콤한 우유를 실컷 먹었다. 배가 부르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서 로시부인이나 다른 유모들 품에 안겨 신나게 놀았다.


입에 닿는 것마다 젖꼭지처럼 쪽쪽 빨아대는 안토니와 애니를 유모들은 무척 귀여워했다. 아기들의 본능은 신기했다. 안토니와 애니는 열살의 마음으로 대화했지만 두 아기가 하는 행동들은 영락없는 아기의 본능 그대로였다. 안토니는 자신을 안고있는 유모의 코나 옷을 빨아대기도 하고 애니는 심심하면 자기 발가락을 빨기도 했다.


“어머, 숙녀가 발가락을 빨다니!”


플로라 유모의 웃음소리에 애니 황녀도 방긋방긋 웃었다.


“우리 애니 공주님은 정말 예쁜 하늘색 눈동자를 가지셨네요~”

플로라의 말에 애니가 반짝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내 눈이 하늘 색이라구?’

“먀 누누 바바 해햐해야?”


‘몰랐어?’

“모뱌뱌?”

로시 부인의 품에 안겨 트름하던 안토니가 말했다. 애니 안토니의 옹알이가 들리는 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렸다.


“어? 고개를 이제 좀 가누네!”

유모들이 놀라 애니를 바라보았다. 애니는 고개를 돌려 안토니를 보며 말했다.


‘오빠, 내 머리는 갈색이 아니야?’

‘응! 넌 밝은 레몬색 곱슬 머리에 하늘색 눈이야! 꼭 러시아 인형같아!’

‘난 내가 오빠랑 쌍둥이니까 똑 같은 색인줄 알았어!’

‘뭐? 난 다른 색이야?’

‘응! 오빠는 짙은 갈색 머리에 눈도 짙은 녹색인걸?’


그러고 보니 이 방에는 거울이 없었다.

“또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계실까요. 황자 황녀님~”

델이 웃으며 사랑스러운 두 아기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아주 좋은 소식이 있답니다!”

델이 계속 말했다.


“바로바로 우리 황자와 황녀님이 태어나신지 40일째 되는 날이에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가 정원에 나가 볼 거랍니다!”


‘꺅!!!!!’

애니가 너무 좋아 소리질렀다. 안토니도 발을 버둥거리며 좋아했다. 이 곳에 와서 이 방을 떠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드디어 바깥에 나가다니 안동이와 안희는 날아갈 것 같았다.


“어머, 아가님들이 너무 좋으신가봐”

“그러게 다 알아들으시는 것 같지?”


“그럼 다녀오세요”


왜 델은 안가는걸까? 델의 배웅을 뒤로하고 안토니와 애니는 각각 로시 부인과 플로라의 품에 안겨 방을 나섰다. 가장 앞에는 데피 부인이 앞장섰고 뒤로는 여러명의 하녀들이 따랐다. 잠깐의 산책에 많은 인원을 거느리고 정원으로 향했다.


‘오빠! 저것 좀 봐!’

“뱌뱌 모마 모바!”

애니 황녀의 말에 앞을 보니 복도 아래로 커다란 로비가 이어져있었다. 성의 규모가 얼마나 큰 지 무슨 커다란 기차역 한가운데에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전면에는 유리로 된 창너머로 성 앞에 꾸면진 거대한 정원과 분수가 보였다. 그 정원까지 나가는 것만 해도 한 참을 걸어가야했다.


정원 한 켠의 작은 정자에는 피크닉을 위한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었다. 유모들과 데피 부인은 그곳으로 가서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너무나 멋진 날이었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떠 있고 새들은 작은 분수에 날아들어 물을 마시고 있었다. 정원에는 본적 없는 푸른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오빠···’

“마뱌”


‘안희야···’

“아냐냐”


두 아기는 각자 유모의 무릎에 앉아 자신들 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오후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안동이와 안희는 태어나서 7살이 될 때까지는 병원에서 자랐다. 한번도 병실 밖을 나가 본 적이 없었다. 밖에는 딱 두 번 나가보았다. 한번은 일곱살 때 병원에서 집으로 옮기던 날. 그리고 두번 째는 얼마전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안동이와 안희가 다시 병원으로 가기 위해 구급차를 타던 날이었다.


살던 빌라에서 나와 구급차를 타는 사이 잠깐 안동이는 맨눈으로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주변의 건물들과 전신주의 전선에 가려진 하늘은 손바닥만했다. 하늘을 직접 눈에 담은 건 열 살 인생중 그때뿐이었던 것 같다. 그건 안희도 마찬가지였다.


얼굴로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애니 황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어라, 바람때문인가? 황녀님 눈물이 맺혔네”

옆에서 안토니를 안고 있던 로시 부인이 애니황녀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 말에 애니를 안고있던 플로라가 ‘그러네요’라고 말하며 손수건으로 애니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안토니도 로시부인의 품에서 애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비록 외모와 머리색은 바뀌었지만 내동생 안희라는 것은 틀림없었다. 애니도 안토니의 짙은 올리브 그린의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서로 엄마, 아빠, 그리고 지안이 누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쌍둥이는 알 수 있었다. 그건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이었다. 십년을, 아무 말없이 나란히 누워 있었던 둘이었다.


“어머, 둘이 빤히 보고있네!” 플로라가 쌍둥이를 보더니 장난스럽게 황녀의 손을 잡아 황자의 볼에 갖다 대었다.


“오라버니! 애니 이쁘죠?” 플로라가 아기처럼 말하며 장난쳤다. 고사리 같이 몽실몽실한 애니의 손이 안토니의 볼 위로 느껴졌다. 애니는 발가락을 잡던 노련함으로 손을 뻗어 안토니의 코를 꽉 잡았다.


‘아얏!’

“뺘!”


‘잡았다 내가 잡았어’

“뱌뱌뺘 냐뱌 뺘뱌뺘”


코를 잡힌 안토니와 코를 잡은 애니가 동시에 옹알거렸다. 플로라와 로시, 데피는 갑자기 코를 잡힌 황자를 보고 난리가 났지만 정작 안동이와 안희는 즐거웠다.


‘오빠 내가 잡았어!’

‘그래 느껴져! 네가 내 코를 잡았어!’

‘내가 손을 움직였어!! 오빠 코 말랑해!!’

‘나 코에 아픔이 느껴져! 하하하 하하하’


“어머나 어떡해! 황녀님 놓으세요 놓으세요!!”

“이구 그러니 왜 장난을 쳐!”

옹알이를 알아들을 리 없는 유모들은 황자가 아파서 그런 줄 알고 애니의 손을 떼려고 난리가 났다. 안동이는 코가 아팠지만 기뻤다. 아니, 코가 아파서 기뻤다. 십년을 옆에 누워있어도 고개를 돌려 볼 수도 이름을 부를 수도 없었던 안희가 지금 손을 뻗어 내 코를 잡고 있다는 사실이 눈물나게 기뻤다.


한바탕 소동이 끝난 후 방에 들어오니 델이 의기 양양한 표정으로 그들을 맞았다.


“쨘! 드디어 첫 가구가 들어왔답니다!”

방에는 전에 없었던 커다란 침대가 놓여있었다. 아기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사면에는 울타리가 있었고 푹신한 쿠션이 둘러져 있었다. 델이 전부터 말한 낮시간용 2인용 침대였다.


“아니 근데 다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

“말도 마..”

코잡이 사건으로 혼이 쏙 빠진 플로라가 입을 열자 로시부인이 흘겨보았다.


“어머, 황자님 코에 상처가!”

델의 말에 로시부인이 안토니를 새 침대위에 내려놓으며 하녀에게 말했다.


“여기 손싸개를 좀 가져와.”


‘하..손싸개 하기 싫은데’

“햐..뷰뷰뷰 쀼쀼”

애니가 궁시렁거렸다. 손싸개는 어린 아이들이 손을 잘 못 가눠서 자기 얼굴을 긁어 생채기를 내기도 하니까 씌워 놓는 것이었다. 손싸개를 한 채 나란히 누운 애니와 안토니는 웃음이 터졌다.


‘이거 꼭 무슨 인형 손 같잖아’

하늘색 손싸개를 한 안토니가 공중을 향해 손을 붕붕 휘저었다.

‘성냥 같기도 해’

애니도 오빠의 장난을 따라했다. 남매는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신이 났다.

‘푸하하’

‘하하하’


꺄륵꺄륵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방안에 가득 찼다. 오늘은 최고의 날이었다. 처음으로 나간 바깥 나들이에 멋진 침대까지.


“이것봐 이렇게 바로 효과가 있네”

“정말, 둘이 같이 붙어 있으니 좋으신가봐”


유모들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델이 한층 고양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바티안 교수님이 방에 설치할 가구들을 거의 다 제작 마무리 단계라고 말씀하셨어요. 며칠 내로 아가님들을 위한 운동장이 있는 방이 준비될 거에요!”


“훌륭해요 델!”

로시 부인과 플로라가 델에게 말했다. 안토니와 애니도 새로운 방이 기대되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문 밖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도.


“무슨 일이지?”


누군가의 방문에 델이 먼저 문 밖으로 나갔다가 굳은 표정이 되어 들어왔다.

방안에 있던 모두가 델을 주목하고 있었다.


“전쟁이 끝났다고 합니다. 승전했대요. 그리고··· 황제 폐하께서는··· 전장에서 서거하셨다고 합니다.”

순식간에 방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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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로시부인의 복귀 24.08.12 10 0 9쪽
24 핑크색 여우 두마리 24.08.11 16 0 10쪽
23 인간열쇠 24.08.10 18 0 10쪽
22 장례식 (8) 24.08.08 20 0 12쪽
21 장례식 (7) 24.08.06 17 0 11쪽
20 장례식 (6) 24.08.06 15 0 10쪽
19 장례식 (5) 24.08.06 15 0 11쪽
18 장례식 (4) 24.08.06 14 0 13쪽
17 장례식(3) 24.08.06 12 0 10쪽
16 장례식 (2) 24.08.06 15 0 11쪽
15 장례식 (1) 24.08.05 17 0 10쪽
14 하얀 까마귀가 날면 24.08.05 16 0 10쪽
13 모두의 아침 24.08.04 19 0 10쪽
12 끝나지 않은 하루 24.08.04 17 0 11쪽
11 긴 하루 24.08.03 16 0 11쪽
10 암펠다리 소동 24.08.03 17 0 10쪽
9 한 입 거리 24.08.02 20 0 10쪽
8 킹 메이커 24.08.02 23 0 10쪽
7 어느 오후의 풍경 24.08.01 22 0 10쪽
6 신의 물방울 24.08.01 25 0 9쪽
5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24.07.31 30 1 10쪽
» 어느 완벽한 하루 24.07.31 33 2 10쪽
3 바티안 교수의 방문 24.07.30 33 2 10쪽
2 먹고자고 먹고자고 24.07.30 37 2 11쪽
1 마지막 소원 24.07.30 5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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