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아들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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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돌이
그림/삽화
찹쌀돌이
작품등록일 :
2024.07.30 16:29
최근연재일 :
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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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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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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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아침

DUMMY

13. 모두의 아침

아침부터 황궁은 소란스러웠다. 전쟁에서 돌아온 루펠 몬티는 단 하루도 쉬지 못한 채 오늘도 황궁의 이리저리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루펠의 검게 그을린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난 밤 수습한 마법사 카텔리니의 건에 대해 보고하러 새벽 댓바람부터 황제를 찾았는데 집무실에도, 욕실에도, 침실에도 황제가 머무르는 백색 궁전 어디에서도 제이크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어쩔 수 없지···.아무도 없겠지?”

루펠은 주변을 살펴보더니 작은 소리로 책을 소환했다.


“리베로 데 루펠(루펠의 책이여!)”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어디선가 나타난 마법 책이 루펠의 발 밑에서 떠올랐다. 루펠이 손을 대지 않아도 책은 알아서 루펠이 찾고 있는 마법주문이 있는 페이지를 찾아 펼쳤다. 자신의 마법책을 만들어서 마법주문을 소장하는 것은 학교에 가면 가장 먼저 배우는 마법이다. 정식으로 마법을 교육받은 자들이라면 누구나 마법책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책에는 자기가 익힌 주문들이 기록되며 수록된 마법의 성격에 따라 표지 색깔이 결정된다. 루펠은 주로 공격과 방어 등 물리적인 마법을 연마한 친위 대장이었으므로 책은 짙은 붉은 색이었다.


루펠은 소환마법으로 마법의 사냥개들을 불러서 황제의 냄새를 쫒을 생각이었다.


“몬티경! 궁에서 마법은 금지인 걸 아실텐데요!”


루펠 몬티는 깜짝 놀라서 책을 도로 집어넣고는 무안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화가난 데피부인이 루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아···걸려도 저런 원칙 주의자에게 걸려버리다니’


“황실친위대장이 되시는 분이 황제의 백색궁전에서 마법이라니요!! 마법이라니!”

데피부인은 자신이 본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는 말투로 힐난했다.

“그···황제께서 어디 갔는지 아시나요? 급히 보고 드려야하는데 아무곳에도 없어서···”

“네? 저도 보고드릴 것이 있어서 여기로 왔는데, 황제께서 안계시나요?”

데피부인도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 돌아온 황제가 오늘 아침부터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은 큰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법은 안됩니다. 대가를 치루실 생각인가요?”

데피부인은 쏘아붙이더니 다른 시녀를 향해 소리쳤다. “이봐, 시녀장을 불러와!”


‘대가라니.. 그런 전설을 믿으시나?’

루펠은 멋적게 데피부인의 옆에 서서 머리를 긁적였다. 데피부인이 지금 말하는 것은 황족이 아닌 사람이 백색 궁전에서 마법을 쓰면 수호신 에쿠린트와 에쿠미스의 저주에 걸린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황궁 전체에서 마법을 쓰는 것은 교육이나 행사의 일환으로 특별히 허가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되어있었다. 하지만 데피부인이 그런 전설을 믿는다니···


“지금 그런 전설을 실제로 믿는건가···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나요?”

데피부인의 말에 루펠은 놀라서 딸꾹질이 나왔다.

“아..아니요..딸꾹···힉..딸꾹···.”


부인은 한심한 듯 루펠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수호신이 지키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고대의 마법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죠. 이 백색 궁전 지하에서 샘솟는 샘물만해도 말이죠. 성에서 고대의 마법이에요. 우린 그게 무슨 마법으로 작동되고 있는지 아직도 몰라요.”


복도 끝에서 시녀 한 명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황궁은 오늘부터 시작되는 선황제의 장례식으로 인해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제자리에 있지 않은 시종들도 많았다.


“부인, 황제께서 녹색 궁전 예배당에 계시다고 합니다.”


“딸꾹! 새벽부터 웬 예배당? 딸꾹!”

황당해하는 루펠에게 이제 더 이상 볼일이 없다는 듯 데피부인은 녹색 궁전 방향으로 향하며 말했다.


“어쨌거나 백색궁전에서 마법을 사용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 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곳에서 고대 마법의 기운이 확실히 느껴진다고 말하고 싶네요! 그럼 이만!”


+++

“굿모닝! 오늘은 바쁜 날이에요. 로시부인도 플로라도 없지만 우린 오늘 해야할 무척 중요한 일이 있답니다.”


델이 애니의 옷을 갈아입히며 이야기했다.


‘오늘 무슨 날이야?’

“뱌뱌 보뱝뱌?”

애니가 하늘색 눈을 반짝이며 델에게 물었다.


“오늘은 ··· 선황제님의 장례식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우리도 거기에 참석할 거에요. 황자님과 황녀님의 아버지시니까요···”


델이 쓸쓸한 표정으로 이야기하며 애니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었다. 곱슬거리는 레몬색의 머리카락은 마치 레몬색 양 한마리의 뒷모습 같았다.


‘괜찮아.. 난 오빠가 있는걸!’

“뱌아아야 냐 요묘뱌 이야야!”


애니가 괘념치 않고 신나게 말했다. 사실 본 적도 없는 아빠였다. 애니가 3주 먼저 이 곳에서 눈을 떴을 때도 함께 애니를 맞아준 건 유모들과 데피부인 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여기서 엄마아빠가 모두 없다는게 슬프긴하네’

“먀아아 야다야아~ 뺘아아”


‘밥~~ 밥~~’

“맘마 마마마~~”

애니는 슬프다는 말과 다르게 밥부터 찾았다.


“어머 지금 맘마라고 하셨어요?”

안쓰럽게 쳐다보던 델도 애니의 말에 깜짝 놀라 웃었다.


“다시한번 해보세요 맘마!”

“므어! 맘마!”

“헛.. 정말 맘마라고 하셨잖아! 세상에 세상에!!! 애니 황녀님 만세!!!!!”


델이 기뻐하자 애니도 좋다고 꺄륵대며 웃었다. 안토니는 아직 침대에 누워있었다. 어젯밤 일은 꿈일까? 분명 어떤 남자가 이 방에 들어온 것 같았는데.


안토니는 눈을 감고 어제의 일을 생각해 보았다. 분명 날 보고 “엥, 이건 뭐야!”라고 말했는데 뭔가 틱틱대는 것 같은 날카로운 남자 목소리. 그러나 조심스럽게 잠든 나를 토닥이면서 재워줬다.


‘누구였을까···’


아빠가 생각났다. 아빠는 나한테 그렇게 ‘이게뭐야’같은 말은 안했지만··· 그 목소리 뭔가 아빠의 목소리랑 닮아있었다. 우리의 치료 때문에 밤낮없이 일해야 했던 아빠는 늘 새벽에 나가서 밤 늦게 들어오셨다. 잠들어 있으면 아빠가 안동이와 안희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기도해주시곤 했다. 잠결에 듣던 아빠의 목소리··· 어제의 기억과 겹치는 건 그냥 밤 중에 누가 찾아와서 그런걸까. 근데 애초에 이 황세자 궁에 누가 올 수가 없을텐데 그냥 꿈이었나.


+++

루펠은 데피부인과 함께 황제를 찾으러 녹색 궁전으로 향했다. 녹색 궁전은 황실의 작은 예배당이 있는 곳으로 선황제들의 업적을 기록한 책들과 유물들이 보관된 곳이기도 했다. 100석이 채 안되는 조그마한 예배당은 벽을 따라 물이 흐르고 있어서 마치 호수 위에 떠있는 배 같았다. 아침 햇살이 천장에 난 창을 통해 들어와서 홀로 앉아있는 황제를 비추고 있었다.


“폐하, 여기 계시면 어떡합니까?”

동생을 나무라듯, 그것도 신성한 예배당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치는 루펠 몬티의 목소리에 바로 옆에 서있던 데피부인은 기가 막혀서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몬티경! 폐하께 무슨 말버릇이십니까?”

“헛..그게.. 아무래도 어릴 적부터 친구 동생으로 봐 온 시간이 길어서인지···”


제단을 바라보며 홀로 앉아있던 황제가 일어나 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데피부인. 몬티경은 아직 제가 황제인 게 잘 와닿지가 않나봅니다. 저러다가 목이 달아나면 그땐 ‘그렇지··· 대학시절 내가 억지로 담배를 피우게 했던 샌님 같은 책벌레 제이크가 이 나라의 황제였지~’하고 깨닫는 날이 오겠죠.”


“하나도 재미없습니다.” 루펠이 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여전히 친구 동생에게 하는 말투 그대로였다.

“세상에 몬티경!!” 데피부인은 자신이 대학 기숙사 남자아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지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다.


“아침 기도를 하고 있었답니다. 여기까지 오셨는데 미안하지만, 제게 하실 말씀은 우리 같이 백색궁으로 걸어가며 이야기를 듣도록 하죠.”


+++

백색 궁전의 주방은 분주했다. 지난 밤 황제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들었기 때문에 오늘 아침식사가 새 황제의 첫 식사였다. 게다가 새 황제의 입맛이나 요청사항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장 기본적인게 좋은 선택일거야.’


주방장이 준비한 메뉴는 과일과 요거트 벌집째로 올라간 꿀. 약간의 치즈와 팬케이크였다. 그리고 갓 짜낸 신선한 주스와 우유.


황제의 시녀가 이미 주방 앞에서 음식을 가져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주방장은 바퀴가 달린 작은 손수레 위에 아침식사를 담은 은쟁반을 올리고 꽃으로 장식했다. 그리고 커다란 은뚜껑을 쟁반에 덮었다. 식사 준비가 끝났음을 알리는 작은 종을 치자. 시녀 한 명이 들어와 준비된 카트를 끌고 나갔다.


그 시각 황제와 몬티경, 데피부인도 백색 궁전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몬티 경은 사실 어제 일에 대해 보고를 다 끝냈지만 어쨌거나 집무실까지 따라가는 길이었다. 황제는 데피부인과 장례식 의전과 자신의 생활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데피부인, 어제 말했듯이 전 장례식에 참여하지 않을겁니다.”

“그래도 그럴수는······”

“나 말고 쌍둥이를 세우시오. 그들을 죽이려는 사람은 없지않소? 나는 어제 죽을 뻔 했다구.”

“하지만 아가님은 아직 한 살도 안되었습니다!”

“루펠경이 아이들 옆에서 서서 대신하면 되잖소! 어차피 내가 죽었다는 소문이 도는데 며칠 더 죽은 걸로 되어있어도 상관없어. 부인, 나는 내 목숨을 귀하게 여기는 편이라.”


‘아무리 그래도 어린 조카를 방패로 쓰겠다는건가?’ 데피부인이 황제의 인성을 의심하고 있을 때 옆에서 듣던 루펠 몬티가 온 성이 떠나가게 큰 소리로 말했다.


“삼촌이 되어서 한 살 도 안된 조카를 방패로 쓰겠다니 제가 잘못 들은 거지요?” 데피부인은 이번에도 루펠의 무례한 언사에 무척 놀랐지만 그래도 이번만은 속이 시원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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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로시부인의 복귀 24.08.12 10 0 9쪽
24 핑크색 여우 두마리 24.08.11 17 0 10쪽
23 인간열쇠 24.08.10 18 0 10쪽
22 장례식 (8) 24.08.08 21 0 12쪽
21 장례식 (7) 24.08.06 18 0 11쪽
20 장례식 (6) 24.08.06 16 0 10쪽
19 장례식 (5) 24.08.06 16 0 11쪽
18 장례식 (4) 24.08.06 14 0 13쪽
17 장례식(3) 24.08.06 13 0 10쪽
16 장례식 (2) 24.08.06 16 0 11쪽
15 장례식 (1) 24.08.05 17 0 10쪽
14 하얀 까마귀가 날면 24.08.05 16 0 10쪽
» 모두의 아침 24.08.04 20 0 10쪽
12 끝나지 않은 하루 24.08.04 18 0 11쪽
11 긴 하루 24.08.03 17 0 11쪽
10 암펠다리 소동 24.08.03 18 0 10쪽
9 한 입 거리 24.08.02 20 0 10쪽
8 킹 메이커 24.08.02 24 0 10쪽
7 어느 오후의 풍경 24.08.01 23 0 10쪽
6 신의 물방울 24.08.01 26 0 9쪽
5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24.07.31 30 1 10쪽
4 어느 완벽한 하루 24.07.31 33 2 10쪽
3 바티안 교수의 방문 24.07.30 34 2 10쪽
2 먹고자고 먹고자고 24.07.30 37 2 11쪽
1 마지막 소원 24.07.30 56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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